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반양장)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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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이 있는 도로는 왠지 마음이 놓이잖아. 도로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니까.'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되어 주는 건널목, 하지만 우리는'정지선' 도 지키지 않고 남보다 먼저 가려는 '1초의 기다림' 도 지키지 못하고 남보다 인생을 먼저 종결짓기도 한다. 무수한 사고들이 '건널목'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나 또한 몇 해 전에 건널목이 없는 T자형 삼차로에서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난 보행자였고 4.5톤 트럭 운전자는 내가 지나는 길은 보지 않고 자신이 차를 돌려야 하는 부분만 쳐다보고 그냥 차를 돌렸던 것이다. 난 차들이 정지 해 있으니 천천히 길을 건너고 있는데 갑자기 화물차의 급한 질주, 영화에서 보던 장면처럼 커다란 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난 젓 먹던 힘까지 빌어 큰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서 앞을 바라보는 청년, 하지만 이미 상황은 끝났다. 난 그 차에 치여 나가 떨어진 것, 그렇게 하여 일년여를 고생했다. 처음엔 죽은 줄 알았는데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지만 너무도 힘든 상황,그도 젊은 청년이었고 당황했다.사람을 죽인 줄 알고. 그렇게 하여 응급실로 갔지만 달리 나타나지 않는데 죽을 것만 같다. 않아픈 곳이 없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늑골및 허리뼈 골절등 큰 부상으로 인해 정말 정신적 육체적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도 그 후유증인지 않좋은 부분이 있고 수술이 남아 있다. 그 상황에서 그곳에 건널목이 있었다면 운전자도 보행자도 조금더 '안전' 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건널목이 없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사고가 많다. 특히나 아이들은 급하고 조심을 하지 않기에 더욱 사고가 잦다.

이야기는 작가이지만 별다른 히트작도 없이 그리고 별다르게 쓰는 글이 없다는 이유로 식구들에게 눈치밥을 먹고 있는 '오명랑작가' 가 식구들의 눈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아니 밥벌이의 지겨움에 빠져 드는 한 방편으로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자신이 정말 잘하고 적성에 맞는 '이야기 교실' 을 운영한다는 광고를 붙이고 가족들에게 대대적으로 큰소리르 치지만 늘 이상한 전화만 오다가 드디어 '수강생' 이라 할 수 있는 한달간 무료기간에 다른 학원에 가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이 '이야기 교실' 을 택한 세 명의 아이들이 온다. 그들을 데리고 오명랑 작가가 이야기 할 것은 '건널목씨' 이야기로 수강생 아이들은 듣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글쓰기의 기본은 '경청' 경청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 글에서 작가는 그 또한 한부분을 보여준다. 남의 이야기에 토를 달지 않고 잘 듣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종원이와 소원이와는 다르게 나경이는 꼼꼼하게 받아 적어가며 언젠가 동화작가가 되겠다며 '건널목씨' 이야기를 정말 기자처럼 묻고 적고 세세하게 기억해 나간다.

그렇다면 오명랑 작가가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주는 '건널목씨' 는 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자신이 만든 '카펫 건널목과 신호등 모자' 를 쓰고 건널목이 되어야 했을까. 그는 정신 이상자일까.아님 천사일까. 그의 그런 모습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는게 당연하다. 건널목이 없는 곳에 건널목이 그려진 횡단보도 카펫을 펴고 신호등이 붙은 노란 모자를 쓰고 직접 교통정리를 하는 아저씨, 그에게 과연 무슨 깊은 사연이 있길래 그는 날마다 아파트 앞에서 건널목이 되어야 했을까.이상한 차림새의 건널목씨 아저씨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아이들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차츰 차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이야기에 빠져 든다. 건널목에 쌍둥이 아이를 잃은 슬픈 건널목씨 아저씨의 사연이 드러나고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손수 자선 건널목이 되는 아저씨,도로에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되어주는 고마운 아저씨 였지만 그의 생활은 너무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가 행해주는 고마움에 점점 아파트 사람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고물상 한 켠에서 숙식을 했던 아저씨가 아파트의 빈 경비실로 옮겨 옮으로 하여 아파트에는 질서도 잡히고 깨끗해진다. 그런데 이 아저씨, 아파트에서 청소하고 분리수거하고 그런 착한 일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자신도 가진것이 없는데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있었던 것이다. 병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아빠를 잃고 집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지하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두 남매 태희와 태석을 도우며 그 아저씨는 남모르게 천사처럼 살고 계셨던 것, 같은 아파트 단지내의 15층에 사는 도희라는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워 그가 있는 경비실에 숨어 들게 되고 그는 도희를 데리고 태희 남매에게 가게 되면서 도희 또한 좀더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던 것, 그렇다면 건널목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건널목' 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인지, 하지만 자신의 삶에 진정한 건널목을 가지지 못했던 사람.

태희 남매를 보러 가면서 도희 또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되고  어느 날 태희 남매 앞에 이년 전 집을 나갔떤 엄마가 돌아 오고 건널목씨와 만나게 되지만 태희는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부정하게 된다. 그 후로 건널목씨는 그곳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그들은 엄마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이야기들은 누구의 이야기일까, 그렇다 오명랑이 아이들을 상대로 이야기 교실을 열때마다 늘 뒤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숨죽여 듣고 있던 엄마, 그 건널목씨 이야기는 태희가 자신이 받아 들이지 못했던, 자신이 벗어나야 했던 엄마와의 그 이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건널목 하나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고 풀지 못했던 '엄마와 태희의 과거' 를 풀어 버러야 비로소 태희가 '오명랑 작가' 로 우뚝 설 수 있을 것 같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냈던 것이라 엄나는 늘 조마조마하게 듣고 있었던 것이다.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태희는 작가로 오빠는 직장일을 마치면 건널목씨가 했던 것처럼 그 또한 건널목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장치역할' 을 해 주고 있고 엄마는 지난 과거에 대한 미안함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숙제처럼 남겨졌던 부분이 딸이 아이들을 상대로 이야기 교실을 운영함으로 하여 '엄마와 딸' 숙제가 스르르 플리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건널목씨' 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도 어디에선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안전장치가 되어 '건널목' 이 되고 있을까. '아이들한테 건널목 씨라는 얼느은 전혀 무섭지 않은 존재였지. 어디 아이들뿐일까 사람들은 참 이상하지. 왜 말없이 웃어 주면 속도 없는 줄 아는 걸까? 왜 그런 사람 앞에서는 우쭐한 척을 못 해서 안달일까? 왜 그런 사람한테는 자기가 늘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착각하는 걸까? ' 건널목씨가 묵묵히 자신의 일을 웃으며 하고 있을때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던 사람들, 하지만 좋은 사람은 어디에서 무얼해도 '좋은 향기' 가 나게 마련이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 볼 품 없다 해도 말이다. ' 참 이상하지? 근사하게 생긴 사람도 아닌데. 가진 게 많아서 듬뿍듬뿍 퍼 주는 사람도 아닌데, 사람들은 건널목 씨를 좋아했어. 많은 사람들 사이에 건널목 씨 한 사람 더 와서 사는 건데 아리랑아파트 분위기가 다랄졌다니까. 이웃끼리 인사도 더 자연스럽게 했고 더 상냥해졌지. 좋은 사람이란 그런 거야. 가만히 있어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 내가 이걸 해 주면 저 사람도 그럴 해 주겠지? 하는 계산된 친절이나, 나 이 정도로 잘해 주는 사람이야,하는 과시용 친절도 아닌 그냥 당연하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건널목 씨야. 그런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참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건널목씨 한 사람이 아리랑아파트에 왔다고 하여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임시 건널목이 하나 생겼다고 하여 우리들의 삶이 더 많이 별할 수 있을까?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고 나면 파문이 오래도록 멀리 퍼져 나가듯 이 이야기는 잔잔하게 시작하여 모두의 가슴을 울려 주고는 그렇게 멀리까지 퍼져 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댓가 없이 남을 배려하고 내 자신을 다 내어 놓 듯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요즘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건널목씨는. 겉모습은 정말 보잘것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지난 '좋은 향기' 는 모두를 변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야 했던 엄마가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돌보고 했고 내가 사는 곳이지만 남의 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서로에게 벽이 없이 다가가고 건널 수 있는 '건널목' 을 만들어 주고 떠난 건널목 아저씨, 비단 어린이 동화라고 하여 가볍게 읽으려 했던 마음에 '풍덩' 커다란 바윗돌 하나가 떨어져 내린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내 건널목 교통사고도 생각나게 하고 앞으로는 건널목씨의 좋은 향기를 닮아가며 살아야 할 것만 같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다. 자신의 목소리를 키워도 살아 남을까 말까 하는데 '경청' 그리고 '배려' 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부모로서 자식을 돌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임을 살짝 꼬집듯 이야기 한다. 자식과 부모의 인연으로 맺어졌지만 무책임하게 생각하여 얼마나 많은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는가,적어도 기본적인 책임은 져야 한다. 모든 것은 기본은 '가정' 에서 비롯된다. 가정이 무너지고 부모와 자식간의 무너짐으로 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서로에게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건널목' 과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함을,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보게도 만드는 소설, 가볍고 얇은 소설이지만 그 깊이만큼은 결코 얇지 않고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더불어 부모와 자식간에도 생긴 벽,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안전한 거리만큼 다가가야 가정이 바로 설 수 있다. 두꺼운 자기계발서 한 권보다 큰 값어치를 하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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