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좋아했으면서도 많이 하진 못했다. 대시는 남자가 먼저 하는 거라고 믿었던 고루한 여학생이 매력 부족 및 기타의 이유로 대시 받지 못할 경우 상황은 한 가지뿐이다. 나는 독야청청하였다. 친한 친구 1이 스물에, 친한 친구 2가 스물넷에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남자친구도 없으면서 절친의 부케를 얌전히 받아 들면서. 연애가 하고 싶었다. 하지 말라는 이 하나도 없었으나 할 수 없었다. 노력해보지 않은 바 아니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면, 방법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닐 텐데. 그렇게나 연애를 안 했다는 건 연애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변명 같은 말이 아니라 그냥 변명이지만. 대시할 수 있었고, 맘에 차지 않아도 모양이라도 비슷하게 할 수는 있었을 텐데. 나이 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뜩이나 더 게을러지는 요즘, 연애는 생각도 못 할 일이다.

 

 


짧지 않은 시간을 이야기하고 듣고 또 이야기했는데도 자리를 마무리하고 일어서는 순간이 아쉬웠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할 말이 있었고, 들을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함께 했던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헤어짐이 아쉬워 발을 동동거리고, 그리고 머릿속으로 부지런히 다시 만날 시간을 가늠하고 있을 때, 알았다. 내게 이런 증세가 나타났던 과거의 순간들을. 길지 않았던 내 연애의 찰나들을 말이다.

 


도란도란 말을 주고받는 중에 우리 사이에 오가는 감정을 우정이라 부를 수 있겠고, 페미니스트는 어떠해야 한다는 말 너머에 삶의 조각을 어떻게 맞추어갈지에 대한 우리의 논의를 연대라고 부를 수 있겠으나, 그 사람만 생각하며 엽서를 고르고, 조심스레 초콜릿을 흰 봉투에 담고, 두 손과 팔을 움직여 빵을 반죽하고, 발효 시간을 내내 기다리고, 시간에 늦지 않았는데도 발걸음을 서두르는 우리의 마음은, 연애 중일 때의 바로 그것과 같다는 걸 알았다. 더 알고 싶고, 더 보여주고 싶으니까. 나는 여전히 뜨겁고 달떠 있으니까. 연애심이 발동한다. 진짜 연애가 시작됐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1-03-28 15: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달콤하네요! 제 맘까지 달달해져요!

단발머리 2021-03-29 08:40   좋아요 0 | URL
달콤한 빵과 함께 달콤한 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하하하!!!

2021-03-28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9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3-2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빵 직접 만드신 거라구요? 세상에 넘나 맛나 보여요!! 단발머리님의 연애를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1-03-29 08:43   좋아요 0 | URL
저 빵을 제가 직접 만들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ㅎㅎㅎㅎ 이 빵은 연애심 뿜뿜하는 친구의 선물이랍니다.
붕붕님 연애 응원은 제가 소중히 간직할거에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3-29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같은 빵을 여러곳에서 보네요. 빵을 만든 신의 손이 단발머리님이었군요. 우와 감탄 감탄...
연애심의 발동은 빵과함께! 제가 저 모임에 참석했더라면 빵을 보는 순간 단발머리님과 사랑에 빠졌음이 분명할겁니다. ^^

단발머리 2021-03-29 08:48   좋아요 0 | URL
빵을 만든 신의 손이 저였다면 참 좋았을 테지만 저는 레고손이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의 빵들은 제빵에 특화된 황금손, 만능손의 친구가 만든 빵이랍니다. 빵을 맛보셨다면 바람돌이님의 감탄이 세제곱 되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참 신기한게 저희 식구들은 건강한 맛 치아바타가 맛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는 시나몬 롤이 좋았거든요. 애들은 스콘 먹으면서 우아를 연발하고요. 사랑에 빠지는 빵이라 바람돌이님도 함께 하셨다면 예상하신대로 사랑이 진행되었을거라 예상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사랑은 빵을 타고 오는 거랍니다!!!!

psyche 2021-03-29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같이 연애하고 싶어요 !!

단발머리 2021-03-29 08:48   좋아요 1 | URL
저의 연애에 동참하시렵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 프시케님이라면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다락방 2021-03-29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샐리 루니 저 책 번역본 있었네요? 저는 없다고 생각해서 초조했거든요. 어머. 우리나라 출판사들 되게 부지런하구나. 아아, 샐리 루니는 끝장이다, 번역본 없어서 나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잔뜩 겁먹었는데, 번역본이 있다니, 만세입니다!! 꺅 >.<

단발머리 2021-03-29 09:1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가끔 번역이 별로인 책들 만나면 좀 짜증나고 하기도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샐리 루니 책은 벌써나 번역이 됐네요. 오늘만은 우리나라 출판사들 칭찬해주고 싶네요. 맛난 빵들 때문일까요? 맘이 엄청 여유로워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3-29 17:23   좋아요 2 | URL
그럼 전 한글로 읽을래요...... ㅋㅋㅋㅋㅋㅋ (원서 읽을 자신은 없고 살포시 얹어가기)

2021-03-29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9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9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31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을 타는 사람은 아니라서 봄이라고 신숭생숭하지는 않는데 아무튼 집중이 안 되기는 하다. 책을 펴도 졸리기만 하고 읽어도 진도가 안 나간다. 차분히 따져보니 저번주에 아롱이 등교 주간이라 외출을 많이 했더니 그 여파가 아닌가 싶다. 가을쯤부터 학교를 안 가다가 일주일을 풀로 간다고 하니 기쁜 마음에 나도 일주일 동안 매일 외출을 했다. 가 봤자 도서관이고 따롱이 시계 수리 맡기고 엄마 선글라스 수리 맡기는 일인데 왠일인지 신났다. <독보적>이라는 북플 서비스는 발걸음을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데 나는 소박하게 3,000걸음이다. 일주일 클리어. 






빌려다 놓고 읽지도 않으면서 또 도서관에 다녀왔다. 알라딘서재에도 프루스트 열풍이라 책을 집어왔다. 






읽으려고 빌린 책은 아니지만, 책을 펴보니 반은 못 읽을 것 같다. 이런 모습이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21-03-25 1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저도 졸고 왔습니다 ☺️

단발머리 2021-03-28 14:52   좋아요 0 | URL
오늘도 왠지 좀 졸린 날이에요. 아닌가요? @@

청아 2021-03-25 16: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빵도 노랑과 핑크예요ㅋㅋ 😆

붕붕툐툐 2021-03-25 22:52   좋아요 2 | URL
ㅋㅋㅋ저도 이말 할랬는데~ 책표지랑 빵을 맞춰 드시는 센스 무엇?👍

단발머리 2021-03-28 14:53   좋아요 1 | URL
저 빵이 저희집에 먼저 도착했지요. 저 책을 보는 순간 바로 저 빵이 생각났구요.
전 이렇게 깔맞춤을 좋아한답니다. 푸하핫!!

그레이스 2021-03-25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만 졸리고 집중안되는게 아니군요^^

단발머리 2021-03-28 14:54   좋아요 2 | URL
저는 커피 두 잔째인데 아직도 졸리군요. 오늘은 좀 날씨 탓을 하고 싶군요^^

유부만두 2021-03-26 0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주가 등교였는데도 외출과 걷기는 게을렀어요. 다음주 다시 줌입니다;;;; 벌써 숨이 막혀요.

단발머리 2021-03-28 14:55   좋아요 1 | URL
줌의 시작을 안타까워합니다. 저는 다시 등교주가 되어야만 걷기 시작할 수 있을거 같아요. 에궁 ㅠㅠ

감은빛 2021-03-26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봄이었군요. 왜 저는 여전히 겨울일까요? 저도 빨리 봄으로 옮겨가야 할텐데, 몸과 마음이 아직 추워요.

북플 독보적 서비스 발걸음 수를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몰랐네요. 딱 100걸음 모자라서 일부러 골목길을 두세번 왔다갔다 하기도 했는데. ㅎㅎ

단발머리 2021-03-28 14:57   좋아요 1 | URL
봄이 왔다기 보다는 봄이 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제비는 봄비 아니고 장마 같더라구요.

북플 독보적 서비스는 기본 설정이 5,000인데 전 3,000으로 조정했거든요. 저도 100걸음 부족해서 집 안을 하염없이 헤멘적도 많답니다. ㅎㅎㅎ 감은빛님께도 따뜻하고 상쾌한 봄이 어서 찾아오기를 바래요.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다. 같이 읽기 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220쪽부터 읽을 것이다, 광고도 야무지게 했건만. 서론만 다시 읽어볼까, 하고 앞쪽을 펼쳤는데, 어쩔까나. 너무나 새 책 같고, 기억나지 않는 구절들이 속속들이 등장한다. 찬찬히 다시 읽자. 결심은 가상하나, 내가 꼴찌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말하는 부인공유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공포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이해할 것 같다. 공식적, 비공식적 매춘이라는 남녀관계에 대한 그들의 통찰에 동의하는 지점도 있다. 다만,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이 그렇게 정확히 나누어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사회는 사랑의 감정에 다양한 형태와 기능이 존재함을 사실상 용인할 것이며, 실제로는 평생 지속되는 동료애(어쩌면 성적인 요소는 극히 작을 수도 있다)가 가장 만족스러운 형태라고 믿겠지만, 융통성 없는 혼인 관습 그 자체가 항구적인 혼동과 오해의 원천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관습은 오늘날처럼 두 사람이 같은 집에서 영원히 살면서 식탁에 마주 앉지 않으면 아예 서로 남남이라고 여기며, 두 종류의 친밀한 관계만을 인정한다. 전통이 아니면 범죄이며 결혼이 아니면 간통일 뿐이다. (60, <에드워드 카펜터, 『사랑의 성년기』, 1911>)

 


단 하나의 사랑, 인생의 특정한 시기에 완수된 사랑, 관계가 지속되는 사랑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나만의 사랑으로 구속하는 것 혹은 구속하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인간 본성에 더 가깝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엄마’, ‘아빠다음으로 배우는 표현이 내 꺼이다. 심지어 그렇게 발음하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움켜쥐고는 몸쪽으로 힘껏 끌어당기며 그 작은 몸으로 그것이 자신의 소유임을, 자신만의 것임을 만방에 알리고자 한다. 인간의 그런 감정이 온당하다거나 자랑스러워할 만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힘의 작용으로 한껏 끌어당겨지고, 그 사람을 원하고, 그의 응답을 갈구할 때, 그 사람의 사랑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을까. 그 사람의 손길을 공유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의 눈빛을 다른 이와 나눌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내게 주는, 주어야만 하는 사랑을 다른 사람과 나눠 가질 수 있을까.

 

 

난 괴로워

네가 나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만

웃고 사랑을 말하고

또 그렇게 싫어해 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1-03-2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등장하는 이소라 노래에 가슴이 아픕니다, 님....

단발머리 2021-03-22 09:49   좋아요 0 | URL
하.... 그 강을 건너지 마오 ㅠㅠㅠ

2021-03-22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2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2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2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들은 좋겠다.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1-03-18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예쁘다!!! 이거 진짜 표지 때문에 모으고 싶어요 🤭

단발머리 2021-03-18 18:38   좋아요 1 | URL
부디 원하시는 바를 모두 이루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다락방 2021-03-18 18:39   좋아요 1 | URL
이 댓글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네요? 🤭🤭🤭🤭🤭🤭🤭🤭🤭🤭🤭🤭🤭🤭🤭😍😍

단발머리 2021-03-18 18:40   좋아요 1 | URL
순수하고 진실된 축복의 댓글입니다! 😘😘😘😘😘😘😘😘😘😘

수이 2021-03-18 18:42   좋아요 1 | URL
모아볼까요? 이참에~

다락방 2021-03-18 18:43   좋아요 1 | URL
저 일단 두 권 확보 😌

단발머리 2021-03-18 18:44   좋아요 1 | URL
2권 나왔습니다. 3권 가실 분?!? ✋으로 표해 주십시오.

다락방 2021-03-18 18:45   좋아요 1 | URL
시.. 시... 시간을 주십셔!!!

수이 2021-03-18 18:45   좋아요 1 | URL
🤚🤚🤚🤚🤚🤚🤚

단발머리 2021-03-18 18:46   좋아요 1 | URL
셋까지 세겠습니다. 하나두울세엣!
하는 순간에 7권까지 낙찰되었습니다.
8권 가실 분? 🤭🤭🤭🤭🤭🤭

다락방 2021-03-18 18:47   좋아요 1 | URL
여러분 진정해! 천천히 가자 천천히!!

수이 2021-03-18 18:48   좋아요 1 | URL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확 8권까지!!!! 🥳🥺🤭🙄

단발머리 2021-03-18 18:49   좋아요 1 | URL
참고만 하십시오. 알라딘이 그래24보다 770원 저렴합니다. 물론 권당입니다. 8권 가실 분?

다락방 2021-03-18 18:49   좋아요 2 | URL
에잇. 질러버려엿! 인생 한번 뿐인데 책 사는걸 왜 망설여. 질러, 질러랏! 지르싲셔!!

수이 2021-03-18 18:51   좋아요 1 | URL
땡투는 단발님에게로💓 인증샷 올리면 넘 부끄러울 일인가요;; 아 근데 1권....1권을 아직 다 못 읽었는데............

단발머리 2021-03-18 18:51   좋아요 1 | URL
본건 마감되었습니다. 다락방님 브리저튼 원서 8권 정가에 구매하시기로 하였습니다. 제일 먼저 ‘질러!’를 외치신 다락방님께는 브리저튼 남주가 클하 초대장을 발송하오니 밤낮으로 대기하시고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수이 2021-03-18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권 구입각입니다💓

단발머리 2021-03-18 18:43   좋아요 1 | URL
적절하고 사려깊은 생각입니다. 매우 찬성합니다. 🤭🤭🤭🤭🤭🤭🤭🤭

수이 2021-03-18 18:46   좋아요 1 | URL
2권만 사야하나요? 8권까지 사야하나요? 궁금합니다 🙄

단발머리 2021-03-18 18:49   좋아요 1 | URL
그림 보고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1-03-18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계정 확인해보니 외국도서 3만원 이상 1천원 할인쿠폰 있네요? 🙄

단발머리 2021-03-18 18:52   좋아요 1 | URL
적절한 타이밍이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

붕붕툐툐 2021-03-1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여기가 북플 브리저튼 경매의 현장인가요?ㅋㅋㅋㅋ치열한 틈에서 빈곤층인 저는 아름다운 표지 구경만 실컷하고 갑니다~ 총총~~

단발머리 2021-03-19 11:35   좋아요 1 | URL
아쉽게도 경매는 마감되었습니다. 저도 페이퍼만 이렇게 쓰고 아직 구매의 현장으로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제출용과 소장용을 구분했던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다. 일기는 중요한 초등 숙제 중의 하나였는데 선생님이 검사하는 일기에 내게 중요한 그 일들을 써낼 수 없으니, 일기를 제출용소장용으로 구분할 수밖에 없었다. 제출용은 오늘 엄마가…’ 아니면 오늘 동생이…’로 시작했고, 소장용은 오늘 2교시가 끝나자마자 그 애가 내 옆자리로 와서는…’으로 시작하곤 했다. 사건과 사건에 대한 설명, 해설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 애도 나를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에 대한 물음이 3년 정도 계속되었는데, 그렇게 시작된 일기쓰기는 제출이 필요하지 않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을 거쳐 회사에 다닐 때까지 이어졌다. 결혼 후 여러 번 이사하는 와중에도 초등학교 일기, 즉 소장용 일기는 무사히 살아남아 안방 앞 베란다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70대 후반, 아니 80대 중반쯤 되어 인생에 낙이 없고, 재미가 없고, 할 일이 없고, 시간이 남아도는 때가 오게 되면, 그때 꺼내서 재미있게 읽어보려고 한다. 지금 꺼내 보기에는, 심히 부끄럽다.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일기쓰기를 멈췄다.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해왔던 일기쓰기를 왜 갑자기 그만두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육아가 힘들었거나 시간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한참 아이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다 좀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쯤 일기쓰기를 그만두었다는 걸 알았다.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은 난다. 이제 더 이상 내게 중요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 어쩌면 바로 그때가 순간순간이 신나고 재미있고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그때는 내게 해야만 하는 일들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지, 나 자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고 하루를 살았다. 일주일이, 한 달이, 일 년이 그리고 십 년이 하루처럼 지나쳐갔다.

 

재작년에 서점에 들렀을 때, 친구가 다이어리계의 명품 *스킨을 사주었다. 친구는 다이어리를 사주면서 다시 일기를 써보라고 했다. 그래서 2020년부터 일기쓰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사건이 아니라 해석이 꽤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흡사 100자 평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비싸고 예쁜 일기장이 아니었다면, 친구 선물로 받은 일기장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알라딘 이웃 몰리님의 종이일기 찬양론도 일기 다시쓰기에 큰 격려가 되었다. 그렇게 2020년부터 종이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작년 말 *타벅스에서 준다는 다이어리를 받을 때는 일기쓰기에 적당한 다이어리를 골랐다. 마음이 복잡하고 시끄러울 때 썼던 일기를 읽어보았더니 속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건 알겠는데 그 일이 정확히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인데도 그랬다. 기억은 선택과 편집이란 걸 알지만, 일기장에서조차 그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건 좀 색다른 일이었다. 일기장에서조차 말하지 못할 일이라니. 소장용에서조차 말할 수 없는 일이라니.

 



생애 후기의 한 인터뷰에서 보부아르는 회고록에 쓰지 않았지만 지금 돌아볼 때 집어넣고 싶은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녀는 솔직하고 균형 잡힌 자신의 성생활 이야기,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정말로 진실한 이야기라고 대답했다. 보부아르는 일기에조차 솔직한 성경험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어머니가 일기를 볼까 봐 두려웠을까? 보부아르는 자신의 개인사가 명성으로 인해 왜곡되고 자신의 철학과 정치학에 쏠려야 할 관심을 가로채리라고는 아직 알지 못했다. (136)

 


시몬 드 보부아르는 말년에 회고록을 써서 자신의 삶을 돌아봤지만, 후에 발견된 그녀의 일기 그리고 연인들과 주고받는 편지는 회고록의 내용과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책의 저자는 판단한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 연애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이었고, 두 사람의 평생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 사르트르이며 보부아르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음을 그녀의 일기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람둥이 사르트르와 달리 보부아르의 애정 관계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어쩌면 이는 보부아르가 원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일기장에서조차 솔직하지 못했다.

 

 

보부아르 평전을 저술하는 저자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보부아르에 대해 긍정적일 수밖에 없을 테지만, 궁금증은 계속 일어난다. 이런 사르트르에게 보부아르는 왜 매여 있었을까. 궁금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닌 듯하다.

 


영국 작가 앤절라 카터(Angela Carter, 『피로 물든 방』의 저자)서구 세계에서 생각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한 번쯤 이런 의문을 품었을 거라고 했다. ‘어째서 시몬처럼 괜찮은 여자가 장폴처럼 지루하고 멍청한 남자 비위를 맞추느라 인생을 허비했을까?’ 카터는 오직 사랑만이 그러한 낙오자 신세마저 자랑으로 삼게 한다.”고 했다. (244)  

 

 

계약 연애였지만 사르트르의 배우자에 가까운 사람으로 여겨졌던 보부아르. 그녀의 사후, 여러 명의 애인과 다양한 방식으로 오랜 기간 사랑의 행각을 벌인 증거들인 편지와 일기가 다수 발견되었다. 사르트르와의 계약 연애라는 카테고리 안으로 자신을 고정시킨 건 그녀 자신일 수도 있겠다.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와의 사랑만이 기억될 만한 사건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것이 사르트르가 보부아르를 이용한 것처럼, 보부아르가 사르트르를 이용한 방식일 수도 있겠다. 또한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사상을 다듬고, 보완하고, 정교화하는데 자신의 지성을 사용하는 걸 아까워하지 않은 듯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자연스레 『뒤의 올 여성들에게』의 이런 구절이 떠오른다.




 












샘과 내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수년 뒤, 주디스 스팀Judith Stiehm은 똑똑한 여자들이 자신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를 선택하고, 내내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며 산다는 글을 썼다. 주디스 스팀은 이 현상을 ‘질투 어린 친밀감’이라고 불렀다. 나는 주디스 스팀의 묘사에 완벽히 들어맞는 사람이다. (131)

 



알람시계를 하나 샀다. 빨간색이 줄어드는 것이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효과 때문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좋다는 상품 설명을 보고 구입하게 됐다. 도서관에서 사준 책이라 애지중지하고 있었는데, 반납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분초를 아껴가며 읽고 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holic 2021-03-14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에 두 개나 있는 빨간 알람 시계가 반가워서 글 남깁니다...^^
즐거운 독서와 함께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단발머리 2021-03-15 18:07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북홀릭님! 저도 빨간색으로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람돌이 2021-03-14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를 그토록 오랫동안 쓰셨다는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도하고 2-3일을 넘긴적이 없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그나마 알라딘 덕분에 읽은 책이라도 정리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ㅠ.ㅠ
보부아르의 이 책은 여러 알라디너님들이 글들을 올리고 있어 진짜 조만간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잔뜩 드네요.

단발머리 2021-03-15 18:09   좋아요 0 | URL
저처럼 좋은 종이 일기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최근에는 알라딘을 일기장으로 이용하고 있네요 ㅠㅠ 일기도 쓰고 바람돌이님처럼 책읽은 것도 정리하구요.
보부아르 책은 정말 강추입니다. 실망하는 마음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 그래도 보부아르가 더 좋아졌어요.

파이버 2021-03-14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람시계 너무 좋네요 저도 구입하러 갑니다♡
하루 남았지만 편안한 주말 되세요!

단발머리 2021-03-15 18:09   좋아요 1 | URL
쿠*에서 구입했어요, 저는요. 원래 애플꺼가 진품인데 비싸다고 하더라구요 ㅎㅎㅎㅎ
전 파이버님 덕분에 편안한 주말을 보냈습니다. 파이버님 오늘 편안한 저녁 되시길요^^

얄라알라 2021-03-14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도 일기쓰기를 그리 중시하였다던데, 한 번 더 일기! 일기쓰기를 멈춘 후 부터 공상하며 커지기도 멈췄던 것 같네요. 별다방, *스킨, 일기장 다양하게 써보셨나봐요^^

단발머리 2021-03-15 18:10   좋아요 1 | URL
보통은 일기장으로 나온 노트에 썼었는데, 친구가 좋은 것을 사주어서 한 해는 호강을 했네요.
요즘은 다이어리가 예쁘게 잘 나오니 장비빨 힘을 받으셔서 일기 쓰기 도전을 추천드립니다^^

얄라알라 2021-03-15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색스 박사가 1000권, 선반이 휘어질 정도로 일기를 평생 쓴 힘으로 위대한 작가가 되셨으니 발 끝의 때(?) 만큼 흉내라도 내야겠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별다방 다이어리도 못받았네요. 갑자기 다이어리 검색하러 가고 싶어짐. ^^ 단발머리님의 추천 받으니 뭔가 으쌰해야할듯요

단발머리 2021-03-15 18:36   좋아요 0 | URL
전 오랜만에 다시 종이 일기 쓰니까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하도 오랫동안 안 써서 그 때만큼 흥은 나지 않지만 ㅎㅎㅎㅎㅎㅎ 나름 조용하고 정갈한 시간이 될 듯 해요. 으샤으샤 성공하시면 저한테도 알려주시어요^^

- 2021-03-26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에 솔직하지 않은..보부아르...라니 너무 의외다!!! ㅎㅎ 뭔가ㅜ애석하고 아쉽기도 하고.. 단발님 글 속 그녀들은 멋있고 사색적이고 천재로워서 저도 동경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엔 문득 그녀들을 읽고쓰는 단발님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어져요..

단발머리 2021-03-31 13:51   좋아요 0 | URL
난 그런 사람은 아닌데, 쟝쟝님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난 그런 사람이 될까 싶어요.
꼭 그런 사람이 되고 말꺼얌!!! 읽고 쓰는 사람, 위대한 여성들의 발자취를 읽고 쓰는 사람...

Falstaff 2021-03-26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억, 이 글을 왜 이제야 봤지....하다보니 일요일에 쓰신 거군요. 다른 건 모르겠고 앤절라 카터, 보부아르처럼 괜찮은 여자 장폴 같은 지루하고 멍청한 남자˝에는 백퍼 동의합니다!!!!

단발머리 2021-03-31 13:53   좋아요 0 | URL
여러번, 아주 여러번 저는 보부아르를 이해하고 보부아르를 아쉬워하면서, 그렇게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앤절라 카터의 인풀평에 대해서는 뭐... 저도 폴스타프님 의견에 동의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