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부재하는 공통성을 찾아내야 한다. 위치 A와 위치 B와 나 사이를 삼각측량하듯 가늠해서. 부재하는 공통성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 자체로 형상을 지닐까, 아니면 형상은 존재하지 않을까? 만일 후자라면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형상화해야 할까? 

간단한 일 아니겠느냐, 누군가 말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크지는 않지만 또렷한 목소리였다. 모호한 구석이 없다. 높지도 낮지도 않다. 그리고 바로 귓전에서 들린 것 같았다. ...

 

뻔한 일 아니겠느냐, 또 누군가가 말했다. 목소리는 역시 바로 귓전에서 들렸다.

뻔한 일? 나는 나 자신을 향해 따져 물었다. 대체 뭐가 뻔한 일이란 말인가?

멘시키 씨에게는 있고 여기에는 없는 걸 찾아내면 되지 않는냐, 누군가 말했다. 변함없이 또렷한 목소리였다. 마치 무향실에서 녹음된 목소리처럼 잔향이 없다. 소리 하나하나가 명료하게 들린다. 그리고 관념을 구상화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억양이 결여되어 있다. (310)

 

  

 

And so the prayer narrowed itself down to that simple entreaty Please tell me what to do repeated again and again. I don’t know how many times I begged. I only know that I begged like someone who was pleading for her life. And the crying went on forever. ...

    

Then I heard a voice. Please don’t be alarmed it was not an Old Testament Hollywood Charlton Heston voice, nor was it as voice telling me I must build a baseball field in my backyard. It was merely my own voice, speaking from within my own self. But this was my voice as I had never heard it before. This was my voice, but perfectly wise, calm and compassionate.

 

The voice said: Go back to bed, Liz.

I exhaled. (18p)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에게 들리는 소리는 외부의 소리다.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나와는 다른 존재의 소리다. 모호한 구석이 없는 또렷한 소리다.

 

Eat  Pray  Love에서 저자가 들은 소리는 자신의 목소리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차분하고 다정한 소리다.

 

두 경우 다 혼자 있을 때, 조용할 때,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때 들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언가를 간절히 찾고 있을 때, 온 신경을 다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을 때, 들린다.

너의 목소리 혹은 나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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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있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요. 근데 다른 가족들과 있었던 일은 잘 떠오르질 않아요. 엄마도, 오빠도, 그리고 동생인 현정이도 희끄무레한 안개 속에 묻혀 있는 것만 같아요. 기억 속에서는 아빠와 저, 오직 두 사람만 도드라져요. 그때 아빠가 뭘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선물을 사왔는지 다 생생해요. 다른 가족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아마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거야. 아마 옆에서 웃고 있었을 거야. 아마 집에 없었을 거야. 그들은 모두 아마의 영역에 속해 있어요. (14)

 

 

몇 회였던가. <알쓸신잡>에서 김영하는 문학 또는 소설의 역할이 감정을 전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은 소설 속에 무엇인가를 숨기거나 감춰두지 않는다고 했다. 감정을 전하고 싶다고, 감정을 전하기 위해 쓴다고 말했다.

 

<오직 두 사람>을 읽으면서 갖게 되는 감정이라면 울분이다. 울분. 답답하고 분함 또는 그런 마음. 화자가 바보 같다고 여겨질 때도 여러 번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어린애 같을까.

 

 

내 인생은 뭐가 남았지? 아빠와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빠를 기쁘게 해주려 공부해서 아빠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아빠가 권해준 전공을 선택했고, 주말마다 시간을 같이 보냈어요. 보란 듯이 예술사를 전공하는 학자가 되지 못해 늘 미안했고, 아빠가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한 직업을 갖지 못해 언제나 부끄러웠어요. (32)

 

 

아빠가 원하는 대로 노력하는 인생. 아빠의 계획대로 사는 인생. 아빠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남자 친구하고나 할 만한 일을 아빠와 하나하나 해나가는 인생. 아빠의 기분을 헤아리고, 아빠가 기분이 안 좋을 때 먼저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인생. 본인이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아프고 힘든 시간을 얼마만큼 보내고, 아빠를 피해 미국까지 도망쳐서야 이젠 아빠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인생. 아빠와 진짜 이별한 후에야 인생의 또 다른 발걸음을 준비하는 인생. 무언가 처음으로 해 보려는 인생.

아빠와 어느 정도 선을 그어야겠다고 결심했던 날,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를 맞이하는 장면은 김애란의 단편 <건너편>의 그 장면과 꼭 같다.

    

 

바깥은 여름

 

 

 

 

도화가 이별을 준비할 때면 두 사람 사이에 꼭 무슨 일이 생겼다. 이수가 새 직장의 면접을 앞두고 있거나, 도화가 승진을 하거나, 이수의 생일이거나, 누가 아픈 식이었다. 미래를 예측해 결론 내리기 좋아하는 도화는 벌써부터 오늘 하루가 빤히 읽혀 울적했다. 과음한 이수는 하루종일 앓을 것이다. 술과 담배 냄새로 이불을 더럽히고 땀에 전 몸으로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 두통을 호소하겠지. 그러다보면 우리는 오늘도 헤어지지 못할 것이다. (94)

 

 

 

 

 

나이트, Night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이 책도 생각난다. 나치 강제수용소에 이송되었다가 간신히 살아난 엘리 위젤의 자전 소설 나이트. 같이 수용소로 끌려온 엘리의 아버지는 병을 얻게 되고, 나중에는 음식조차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갈증 때문에 계속 물을 찾는 아버지는 엘레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른다. 시끄럽다고 독일 병사에게 맞게 될까 두려워,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더 이상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엘레는 아버지의 애달픈 외침에 응답하지 않는데...

 

 

I woke up at dawn on January 29. On my father’s cot there lay another sick person. They must have taken him away before daybreak and taken him to the crematorium. Perhaps he was still breaking . . .

 

No prayers were said over his tomb. No candle lit in his memory. His last word had been my name. He had called out to me and I had not answered.

I did not weep, and it pained me that I could not weep. But I was out of tears. And deep inside me, if I could have searched the recesses of my feeble conscience, I might have found something like: Free at last! ... (112)

 

 

아버지는 지옥 같은 세계에서 나를 보호해준 유일한 존재이고, 또한 현재는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힘이다. 오랫동안 의지해왔던 종교적 신념 혹은 사회적 약속 그 자체이며, 이름을 아는. 또는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친밀한 어떤 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내 아버지다. 아버지와 영영 이별하게 되었을 때,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속삭임.


마침내, 자유다!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모는 존재 자체가 억압이다라고 말했더니, 친구는 화를 냈다. 부모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왜 부모가 억압이냐고 했다. 친구 말이 맞다. 친구네는 부부 사이가 각별하고, 가족끼리 터놓고 이야기하고, 공부를 포함해 대부분의 일에 관해 아이들에게 강압하지 않는다. 서로 말이 잘 통하고, 서로를 좋아하는 유쾌한 분위기의 가정이다. 그러니 부모는 존재 자체가 억압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나로 말하자면, 컴퓨터 화면을 굳이 온몸으로 가리는 큰애 때문일 수도 있겠고, 학교에서의 일을 물을 때마다 , 아니에요~”를 연발하는 둘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아이들이 나를, 나의 존재를 억압으로 느낄 수 있다고, 그렇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사람이며, 오늘 내가 넘어서야 할 사람. .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이며, 그 사랑에 근거해 내게 희망을 품는 사람.

나의 장점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의 단점 또한 잘 알고 있는 사람.

한 때는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가끔은 떨어져 있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되는 사람.

죽는 그 순간까지 나를 이기는 사람이자,

결국에는 나에게 지게 될 운명을 가진 사람.

 

 

김영하는 어떤 감정을 전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난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부모라는 억압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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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3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는 존재 자체가 억압이라고 생각하는 1인.ㅎㅎ 그리 억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요~

단발머리 2017-08-03 23:13   좋아요 1 | URL
저의 부모님은 제게 억압적이지 않으셨어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요...
걱정은 제가 억압적인 부모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거죠.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쑥님이 계셔서 왠지 반가운 마음입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저는 페미니즘은 인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인문학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데, 페미니즘은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나누면서 갈등을 만들잖아요? 여성주의가 인문학이 되려면, 앞으로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직 여성주의는 인문학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군요. 저는 인문학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공부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누구인지 고민할 때, 자신의 성별을 모르고 가능할까요? 여성주의는 성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 인간과 사회를 공부합니다. , 참 그리고, 이게 가장 잘못 알려진 건데요.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사고 방식은 여성주의가 아니라 가부장제입니다.” (『낯선 시선』, 9-10)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을 읽어가면서 얻게 된 위안 아닌 위안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불평등과 여성혐오가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막연히 우리 나라의 전통 문화(라고 불리우며 여성과 여성의 능력을 억압하는 문화), 양반은 물론, 일반인들의 생활을 강력하게 지배했던 유교 지배 이데올로기가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도구로 기능했다고 생각했다. 유교 전통의 특수성이 우리나라 남녀 불평등의 토양이자 근본일 것이라 예상했다. 일정 정도 그건 사실일 것이고, 고려시대의 여성들이 조선시대, 특히 조선후기의 여성들보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자유로웠던 점을 상기한다면, 한국 사회 속 남녀 불평등에 대해서는 유교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을 가정의 테두리 속에 가두어 두고, 여성의 경제력을 제한하고, 여성의 성을 억압하고, 여성을 사람이라 여기지 않는, 그런 생각, 그런 신념은 전 세계에 통용되었다. 가장이 강력한 지배권을 가지고 가족을 통솔하며, 아내와 자녀 등 가문 구성원에 대한 인신구속권을 가지는 제도, 남성만이 가장이 될 수 있는 가부장제의 창궐은(‘창궐’, 실수가 아니다. 나는 정확히 이 단어를 선택한다. ..) 가히 전 세계적이다.







가부장제는 거의 모든 농경 및 산업 사회에서 표준이었다. 가부장제는 정치적 격변에도, 사회적 혁명, 경제적 대변화에도 끈기 있게 버텨냈다. 예컨대 이집트는 수십 세기에 걸쳐 수없이 많이 정복당하여 아시리아,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로마, 아랍, 맘루크, 터키, 영국에게 점령당했지만, 이집트 사회는 늘 가부장제를 유지했다. 이집트는 파라오의 법, 그리스 법, 로마 법, 무슬림 법, 오토만 제국 법, 영국 법의 통치를 받았지만, 이 모든 법은 진정한 남자가 아닌 다른 모든 사람을 차별했다. (『사피엔스』, 224)





가부장제는 어떻게 거의 모든 농경 및 산업 사회에서 표준이 되었을까. 자유롭고 평등했던 여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왜 변하게 되었을까. 왜 남자가 더 중요한 존재라고 여겨졌을까. 이게 바로 페미니즘의 물음이다. 여성주의 시작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어떻게 여성들은 억압받는가?






페미니즘 문헌들이 방대하고 다양하기는 하지만, 이들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대략 세 가지 주요한 질문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번째 질문은 페미니스트들의 공통된 관심의 원인을 분석하려는 시도로 “왜/어떻게 여성들은 억압받는가?”이다. 여성과 남성의 권력차를 결정하는 구성원리에 대한 연구가 있어 왔다. ‘가부장제’ 관련 이론들(Eisenstein, 1979; Walby, 1990), 또는 성/젠더 체계(Rubin, 1975) 내지 ‘젠더 체제’ (Connell, 1987) – 이렇게 부르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 – 관련 이론들은 그 시작부터 페미니즘 이론의 중심에 있었다. (『젠더와 민족』, 21쪽)





2의 성에서 시몬 드 보부와르는 말한다.





가부장제의 승리는 우연도 아니고 폭력적 혁명의 결과도 아니었다. 인류의 태초부터 남성은 생물학적 특권 때문에 자기들을 지배적 주체로 확립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런 특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106)








농업 혁명, 사유재산의 시작과 함께 노예와 토지의 주인이 된 남자는 여자 또한 자신의 소유로 인식한다. 같이 사냥하며 함께 들판을 누비던 여자들은 이제 집 안에 갇혀 남자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남자의 생산 노동 앞에서 여자의 가내 노동은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82) 아버지의 권리가 어머니의 권리를 대치하고, 영지는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상속되었다.



도구를 사용하면서부터 농업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대되었고,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류는 더 넓은 세계의 지배자가 되었다. 자신과 다르게 생긴 객체도 인간으로 인정하게 되었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차이 보다 공통점에 조금 더 주목하게 되었다. 봉건적 가치관이 지배하던 시대에 왕이나 먹었을 법한 귀한 음식들을 보통 사람들도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왕이나 가지고 있었을 법한 정보를,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은 정보들을 스마트한형태로 손 안에 쥘 수 있게 되었다.  1,000년전, 100년전 아니 30년 전의 삶이 아득하게 멀리 느껴질 만큼 인류의 삶은 이렇게 혁명적으로 변화되었지만, 인류가 처음 농사를 지었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 가지는 그대로이다



남자는 여자를 지배하고, 여자는 남자의 지배 아래 있다. 



이성애에 기반을 둔 가부장제 사회가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했고, 그 구별의 권력이 성차별을 가능케 했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은 근원적으로 그 구별(젠더)에 반대하지만, 그 구별이 만들어낸 효과(차별)로서 젠더가 작동하는 현실을 문제 삼는다. (『낯선 시선』,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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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11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대학 커리큘럼에 여성학은 교양과목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성학=교양’이라는 편견을 만드는 원인으로 생각합니다. 여성학이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한 과목 또는 학문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남성 학부생들은 여성학을 공부해야 할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여성학을 교양으로 생각하는 남성은 연애나 결혼을 위해 여성학을 배우려고 합니다. 이건 여성학을 잘못 이해하고 접근한 태도입니다.

단발머리 2017-07-12 15:47   좋아요 1 | URL
대학에서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의 양성평등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남성이 연애나 결혼을 위해 여성학을 배우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남성이 있다면 기특하다고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군요.

oren 2017-07-11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 장자상속권, 일부다처제 등은 인류의 오랜 불합리한 전통들이었죠. 노예제도처럼요. 최근에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었는데, 주인공 오콩코가 ‘강한 남자 숭배 이데올로기‘에 광적으로 집착하다가 결국 파멸하고 마는 이야기가 다시 생각납니다. 그 소설을 읽는 동안 예전에 딱 한 번 가봤던 아프리카 이집트에서 직접 봤던 ‘이상한 풍경들‘도 계속 떠오르고요. 거기선 아직도 ‘여러 부인들을 두는 일‘을 남성들의 ‘능력 문제‘로 여기는 듯합니다. 여성을 마치 ‘재산‘처럼 ‘지배‘하고 ‘소유‘하는 걸 너무나 당연시하고요. 아프리카 땅이 ‘노예무역의 발상지‘라는 사실만 해도 인류 역사의 비극인데 말이지요. 예전에 말씀드렸던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보면 ‘진화심리학‘ 측면에서 ‘여성의 위치‘가 어떤 변천을 겪어왔는지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그 책에서 읽었던 흥미로운 몇 대목을 덧붙여 봅니다.

* * *

결혼이란 관습 719

호모사피엔스는 어떤 종류의 동물인가? 우선 포유동물이므로 여자의 최소 투자분이 남자의 최소 투자보다 훨씬 많다. 여자는 아홉 달의 임신과 (자연 환경에서)2∼4년의 수유를 투자한다. 남자는 몇 분의 섹스와 소량의 정액을 투자한다. 남자는 여자보다 약 1.15배 크다. 이것은 남자들이 진화 과정에서 몇 명의 남자는 몇 명의 여자와 짝을 짓고 몇 명의 남자는 아무와도 짝을 짓지 못하는 식으로 경쟁을 벌였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단독생활을 하고, 일부일처제이고, 비교적 섹스가 적은 긴팔원숭이와는 달리 인간은 다수의 남녀가 큰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끊임없이 짝짓기를 할 기회를 만난다. 남자는 신체 대비 고환의 크기가 침팬지보다는 작지만 고릴라와 긴팔원숭이보다는 크다. 그것은 조상의 여성들이 터무니없이 난잡하진 않았지만 항상 일부일처로 지낸 것도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무력하게 태어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어른에게 의존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생활방식에 지식과 기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남자들은 사냥으로부터 고기를 얻고 그 밖의 자원들을 얻기 때문에 투자 여력을 갖고 있다. 남자들은 신체 구조가 허락하는 최소 투자분을 훨씬 초과하여 자식들을 먹이고, 보호하고, 가르친다. 이 때문에 남자에겐 배우자의 서방질이 관심사가 되고 여자에겐 남자의 투자 의지와 능력이 관심사가 된다. 남자와 여자는 침팬지들처럼 큰 집단을 이루고 살지만 새들처럼 남자도 자식에게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인간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번식을 위한 동맹을 맺고 제3자의 성적 접근과 투자를 제한하는 결혼이란 관습을 발전시켰다.

* * *

서열과 지위 761

인간에겐 엄격한 서열이 없지만, 모든 사회에서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 사이에 일종의 서열 관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서열이 높은 사람은 의견의 우선권이 있고, 공동의 결정에서 발언권이 크고, 대개 공동의 자원을 더 많이 분배받고, 아내와 애인을 더 많이 거느리고, 다른 남자들의 아내와 더 많이 성관계를 맺는다. 남자들은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동물학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법들과 인간에게 고유한 방법들을 이용해 지위를 획득한다. 싸움을 잘하는 남자들은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외모가 매력적인 남자들도 높은 서열을 얻는다. 자칭 이성적 동물이라는 종 사이에서도 큰 키는 의외로 강력하다. 대부분의 식량수집사회에서 ‘지도자‘라는 단어는 ‘큰 사람‘을 의미하고, 실제로 지도자들은 대개 큰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키가 큰 사람들은 고용이 더 잘 되고, 승진이 더 잘 되고, 더 많이 벌고(1인치당 연봉600달러), 대통령으로 더 많이 선출된다. 1904년부터 1996년 사이의 대통령 선거에서 키가 큰 후보가 스물네 번 중 스무 번이나 당선되었다. 신문의 개인 광고란에서 여자들은 키 큰 남자를 원한다. 수컷들이 경쟁을 하는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남성이 여성보다 크고, 낮은 목소리나 턱수염처럼 실제보다 더 커보이게 만드는 방식들을 진화시켰다.(턱수염은 머리를 더 커 보이게 만든다. 턱수염은 사자와 원숭이에게도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눈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어디서나 남자들은 머리(모자, 투구, 머리 장식, 왕관)와 어깨(어깨심, 보드, 견장, 깃털 장식)의 크기를 과장하고, 몇몇 사회에서는 성기의 크기를 과장하기도 한다.(불룩한 바지 앞덮개나 성기 씌우개를 착용하는데, 어떤 씌우개는 길이가 1야드나 된다.)

단발머리 2017-07-12 15:57   좋아요 1 | URL
제가 최근에 읽은 진화심리학 책에서는... 남녀 공히 인간은 난잡한 성생활을 즐겨왔다고 주장하더군요.
인간 남자는 생물학적 차이로 여자를 규정하고, ‘구애하는 남자, 선택하는 여자‘의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읽었구요. 과학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교묘하게 남자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장자상속권, 일부다처제, 노예제도 등 인류의 오랜 불합리한 전통들은 모두 사라지거나 약화되고 있죠.
하지만 가장의 주인이 남자이고, 남자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되고 설명되는 ‘가부장제적 문화‘는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습니다. 여자가 세상의 반이나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2017-07-11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2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창조, 진화, 지적설계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들이며, 과학과 기독교의 핵심 이슈들에 대해 다양한 과학적 견해와 신학적 견해들을 살펴본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자신을 인간에게 계시할 때,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고 본다. 자연을 통한 자연계시와 성경을 통한 특별계시가 그것이다. 자연계시는 세계관, 정치에 영향을 받는 과학을 통한 인간의 해석을 뜻하며, 특별계시는 신학과 교회의 전통에 영향을 받는 성경을 통한 인간의 해석을 뜻한다. 자연과 성경 그 자체는 갈등이 없지만, 과학과 성경 해석, 세계관과 신학 사이에서는 잠재적 갈등이 있다고 본다. (83)


창세기 1장에 대한 일치론적 해석과 비일치론적 관점에 대한 논점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고,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 지식을 토대로 젊은 지구론을 반박한다. 대륙의 이동, 빙하층, 방사성연대측정 등을 통해 오랜 지구론이 현대의 과학 지식과 일치함을 주장한다. 100억광년 너머에 있는 우주의 존재, 달과 행성들, 소행성 공전 궤도, 운석의 방사성연대측정, 성단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주의 오랜 역사를 증명한다.

 


제일 관심이 가는 부분은 우주와 생명의 시작, ‘기원에 대한 것이다.

 


1940년대와 1950년대의 몇몇 천문학자들은 무신론적 세계관 때문에 정상우주론을 빅뱅 모델보다 선호했다. 그들은 우주에 시작점이 있었다는 생각에 반감을 드러내면서 빅뱅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반면에 당시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빅뱅 모델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선구자 중 한 명이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ltre)라는 벨기에 성직자로, 그는 우주 팽창을 설명하는 최초의 수학 모델을 발전시켰다. 그러다가 1965년에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되고 난 다음부터는 세계관과 상관없이 모든 천문학자가 빅뱅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187)

 

 

우주의 시작, 빅뱅에 관해서라면, 이 책, 이 문단이 떠오른다.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무한에 가까운 고밀도에, 크기도 없는 순수한 에너지로 시작했다는 데 동의한다. ‘특이점이라 부르는 이 상황에서는 물리학 법칙들이 무너진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과학자들도 대폭발이 일어나던 그 첫 순간, 즉 처음 10-43초 동안 일어난 일을 해석하지 못한다(10-43초는 1초의 100만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분의 1초다.) (<신의 언어>, 71)

 







『김상욱의 과학공부』 의 김상욱도 똑같이 말한다.

 




빅뱅이론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 첫째,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도 비슷할 거다. (<김상욱의 과학공부>, 35)

 

 






이렇게 만들어진 우주에, 태양계에,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 역시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호킹 박사는 말했다.

 




우주가 왜 꼭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어야 했는지, 우리 같은 인간을 탄생시키려는 신의 의도적인 행위로밖에는 달리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신의 언어>, 80)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우주는 몇 가지 기본적인 상수들을 통해 우주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결정된다. 가장 중요한 상수들은 6개를 꼽아볼 수 있다. 전기력과 중력의 비율이라든가, 우주의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결합력과 그 중력의 비율, 우주 안에 들어 있는 총 질량, 우주 상수 등 6개가 주요 논의의 대상이다. 이 상수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어떤 특정한 값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6가지의 상수 값들이 초기 우주에 아주 조금, 가령 0.00000001%만 변하면 우주의 역사는 확연하게 바뀌어버려 지금과는 매우 다른 우주가 되었을 것이다.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327)

 



 



현재까지의 과학 지식, 인간이 알아낸 정보와 지식만으로는 이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 한다. 우주의 변두리에 속하는 태양계 속,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못 한다. 더 알 수 없는 것은, 왜 우주가 시작되었는가의 의문이다. 왜 우주는, 이런 방식으로, 이런 형태로, ‘시작되었는가.

 

 

진화에 대한 설명 역시 구체적으로 이어지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지식과 교회에서 반복적으로 들었던 창조론 사이의 차이와 간극을 발견했던 사람이라면, 그 문제로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의문의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이다. 물론, 소진화의 범위를 넘어서 종의 멸종과 새로운 종의 등장, 공통조상과 관련된 부분은 보통의 기독교인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진화론과 진화주의에 대한 비교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과학자가 생각하는 진화론(theory of evolution), 무작위적 돌연변이와 차별적 번식성공도를 통해 수세기 동안 종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소진화)과 수백만 년을 주기로 이뤄지는 큰 변화를 모두 아우르는 용어다. (203) 이에 반해 진화주의(evolutionism)는 과학이 아니라 일련의 세계관적 신념을 가리킨다. 진화론을 이용해 무신론적 신념을 뒷받침하려는 진화주의는 이렇게 주장한다.



l  세계를 돌보는 창조자는 없다

l  인간은 신의 인도나 다스림 없이 순수하게 자연적 과정만을 통해 발생했다.

l  인간 존재에 고상한 목적 같은 것은 없다.

l  인간의 도덕성은 유전과 환경의 결과물일 뿐이므로, 절대적인 도덕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주장들은 과학이 아니라,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진술이다. (204) 진화론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입증될 수 있지만, 진화주의는 신념의 문제다. 의미와 목적의 부재. 처음부터 끝까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오직 우연에 기대는 진화주의환원주의적 무신론에 다름 아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다. 인간이 유인원과 공통조상을 가졌다는 화석학적, 유전학적, 해부학적 증거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공통조상이나 진화론에 동의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모순되지 않는다. 인간이 유인원이나 다른 동물들과 같은 공통조상을 가진다 할지라도, 어떤 시점에서부터 인간의 계보는 다른 동물들의 계보에서 떨어져 나왔다. (304) 인간은 다른 동물과 특별히 다르게 만들어지지 않았을지 몰라도, 인간이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는 방식은 (우리가 아는 한) 이 태양계 안에서는 특별함 그 자체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 공간 속에서 인간은 먼지처럼 보잘 것 없고 하찮은 존재지만,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크고 위대하다. 하나님의 눈에 인간은 특별하고 중요한 존재이다. (305)

 

 

과학은 이제 절대자의 자리에 앉았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실험으로 확인된 정보와 지식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를 의심하거나 거부하는 사람은 무지몽매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과학은 그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질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심 없이 신봉될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수많은 의문에 대해서는 질문이 계속될 것이다.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우주는 왜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는가.

지구는 어떻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완벽한 환경으로 조성되었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

죽음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나는 누구인가.

도대체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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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녀와서 바둑학원 가기 전에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는데, 아롱이는 그 시간에 꼭 게임을 하고 싶어한다. 보통 <클래시로얄>과 함께하는데 부수고 때리고 깨뜨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소리를 좀 줄이라고 했다. 설마 들릴 소냐. 두번째로 좋아하는 간식 비요뜨 초코링을 밀어 두고 게임 삼매경이다.


내가 읽고 있던 부분은 바로 여기다.



임신하면 처음 몇 달 동안은 흔히 식욕부진과 구토가 따른다. 이런 일은 다른 어떤 가축의 암컷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현상은 유기체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종에 대한 유기체의 반항을 나타낸다. 유기체는 인, 칼슘, 철분이 결핍되는데, 결핍된 철분은 나중에 보충하기도 곤란하다. 과도한 신진대사 활동은 내분비계통을 자극하고, 자율신경계통은 흥분상태가 된다. 혈액은 그 비중이 감소되어 빈혈증을 초래하고, ‘단식하거나 굶주린 사람, 연속 채혈을 한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 등의 혈액’과 비슷해진다. … 출산 그 자체가 고통이요 위험이다. 육체가 종과 개체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 이런 위기에서 가장 명백히 드러난다. (57쪽)




새삼 내가 이 모든 과정들을, 시간들을, 고통들을 잘 견뎠다는 게 놀랍다. 나는 입덧도 심하지 않았고, 잘 돌아다녔고, (하나둘 영차!하고는) 잘 낳았고, 15개월을 모유 수유까지 했는데. 내 주위의 엄마들은 모두 다 그렇게 잘 했고, 잘 해냈고, 다들 그렇게 아이를 낳는 거라 생각했는데. 무미건조하게 사실과 현상만을 나열한 이 문단을 읽는데, 문득 내가 이 시간들을 이미 겪었다는 것이, 이 일들이 내 몸을 통과했다는 것이, 다시금 놀랍고 조금, 아주 조금 대견하기도 하다.




내 앞에 앉은 아이가 아롱이라서 그런 것 같다. 

언젠가, 나는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특권이며, 내가 너희들을 낳았다는 걸 난, 정말 기쁘게,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두 아이에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지만.

그리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이 문단을 읽고 있는 내 앞에, 만약 딸롱이가 앉아 있다면, 난... 

이어갈 수 없는 그 모든 말들을 말줄임표 속으로 집어넣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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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6-3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대견해하셔도 돼요, 단발머리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단발머리 2017-06-30 19:00   좋아요 1 | URL
네, 그럼 조금만 더 대견하게 여길께요. ^^

다락방님께서 <멀고도 가까운>에서 인용해주셨던 그 문단이 생각났어요. 이 부분이요~~~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들은 아주 희미하고,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가까스로 탄생한다. 우리가 사랑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지지 않고, 숲에서 길을 찾는 것은 어렵고, 하루하루의 대혼란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들다. 근원으로 올라가면 두 사람이, 본인들이 바랐든 바라지 않았든 우연히 함께 있었다. 둘은 서로의 유사함에 혹은 차이에 끌린다. 각자의 두려움과 한계를 오랜 기간 극복하고, 두 세포가 하나로 합쳐지는 바로 그때 우리는 생겨난다. 수백 만 개의 정자가 하나의 난자 안에서 헤엄치고, 어찌어찌해서 여정을 완수한 단 하나의 정자가 역시 단 하나의 어머니 세포와 만나 우리를 낳는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냘픈 그 짝짓기. 다른 사람들도 모두 어머니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그 혼란을 겪은 후 지상에 나오게 된다. 그런 일을 겪지 않고 세상에 나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너무나 연약한 유년의 몇 해 동안, 단 한순간이라도 어머니가 한눈을 팔았더라면 당신은 촛불처럼 훅 꺼져 버렸거나, 욕조에서 익사했거나, 바닥에 떨어진 단추를 삼키다 목이 막혀 죽었을 것이다. (106쪽)


그런 일을 겪지 않고 세상에 나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에서 저는 정말 철퍼덕 했어요. 아빠도 고생하셨겠지만, 엄마가 무던히도 생각나는 구절이예요.

저는.... 효녀가 될까봐요. 앞으로....

다락방 2017-06-30 19:01   좋아요 1 | URL
아아 이 부분 정말 너무나 좋죠! 저도 읽다가 너무 좋았던 부분 ㅜㅜ 그런 일을 겪지 않고 세상에 나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아아 정말 좋습니다 ㅜㅜ

단발머리 2017-06-30 19:05   좋아요 1 | URL
그런 일을 겪지 않고 세상에 나오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우리는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나은 사람도,
더 못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요. ㅎㅎㅎㅎㅎ

cyrus 2017-06-3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산부들이 겪게 되는 힘든 일이 많지만, 그 중에 임산부 입장에서 가장 힘든 일이 먹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뱃속에 있는 태아의 건강을 위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먹고 싶어도 참아내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요.

단발머리 2017-06-30 19:04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먹는 일이 힘들지요. 그런데... 정말 힘든 건요. 먹고 싶은걸 참는 게 아니라, 먹고 싶은데, 배고픈데...
헛구역질이 나서 먹을 수 없는 거예요. 먹고 싶은데 못 먹는 거요.

태아의 건강을 위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있다고는 하던데, 그것도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 같아요.
태아의 건강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뭐랄까. 그것도 문화의 영향이 있겠지만, 예쁜 아기를 낳아야한다는 강박이
임산부의 식생활까지 제재하는 느낌이요.
요즘에는 가리지 않고 그냥 임산부가 먹고 싶은 걸 먹는것 같더라구요.^^

아른 2017-06-30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은 정말 감동적으로 대단한 일을 해내신 거예요 모유수유만 해도 얼마나 힘든데요 ㅠㅠ
저도 두아이 출산해 돌보면서 여러번 유체이탈... 지금도 내영혼은 어딨는지.....
(저희집소년은 아레나10이라며 언제 같이 한판 뜨자는 ㅋㅋㅋㅋㅋㅋㅋ)
바둑학원이라니 멋져요~~♥

단발머리 2017-07-01 15:03   좋아요 0 | URL
아른님~~ 참말로 감사합니다 😊
저는 낳는 수고는 그럭저럭 잘 해냈는데 아직도 먹이는게 넘 힘들어요 ㅠㅠ
아른님 건강밥상이 너무 부럽고...
우리는 같은 물품을 사용하니 언젠가는 나도... 하는 생각에 작은 희망의 끈을 꼭 잡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희집 아롱이가 아른님댁소년의 점수가 어떻게 되는지... 간곡히 물어보고 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Jeanne_Hebuterne 2017-07-01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는 책상, 멋져요!

단발머리 2017-07-01 15:05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원래 용도라면.. 저희집 식탁이예요~~
하지만 제가 책을 펴면 금방 공부하는 책상이 됩니다 ㅎㅎㅎ

2017-07-03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5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7-07-0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잡고 공부하시는 겁니까?!!!! 시험도 보시구요?!
요점정리 노트 공유좀 부탁하구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7-07-06 15:19   좋아요 0 | URL
각은 잡았는데 저기 저 페이지에서 한 쪽도 못 나갔다는... 슬픈 소식입니다 ㅠㅠ 혼자 하는 거라 시험은 없구요 (야호!)
요점 정리는 해볼까 하고 있는데...
어떻게~~~ 열심히 해볼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