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L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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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19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고서 어떻게 사랑할수 있죠? 나를 사랑하면서 어떻게 동시에 나더러 완전히 달라져서 다른 사람이 되라고 요구할 수 있죠? "


어떻게 보면 아나키스트 만큼 맹목적인 사람도 없다.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기꺼이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인 아나키스트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변사람의 희생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런데 주변사람은 어느정도 까지 피해를 감내해야 할까?

['그녀' '그 여자' '다른 여자'라는 이름으로 아네트는 자신의 경쟁자를 생각했다.인류를 뜻하는 프랑스어 'humanité'는 여성형 명사다. 그녀는 인류를 자신에게서 연인을 빼앗아 가려는 까다롭고 만족할 줄 모르는 여자로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 공주, 대단한 귀부인, 바로 이것이 그 여자였다. 무정하고, 냉혹하고, 무시무시하게 변덕이 심하고, 피 흘리는 놀이를 좋아하는 여자. 그 밖에 사상이며 대의며 정치적 명제들, 이 모든 건 너무 복잡하고 비현실적이었다.] P.149



로맹가리의 <레이디 L>은 19세기 실존인물이자 아나키스트인 '아르망 드니'가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쓰인 작품이다. 로맹가리는 이런 역사적 사실에 '아네트'라는 여성, '레이디 L'을 등장시켜서 멋진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도도하고 똑똑한 귀족인 레이디 L은 이제 더이상 이룰게 없는 여든살의 노인 여성이다. 영국에서 그녀의 인지도는 엄청났고, 그의 자손들은 모두 영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층이었다. 그녀는 이제 더이상 이룰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이 아는 비밀 이야기를 친구에게 털어놓는다. 사실 그녀는 귀족출신이 아니었다.

[레이디 L은 늘 영국 하늘을 무감한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은밀한 동요도, 어떤 분노도, 어떤 걱정도 상상할 수 없었다. 심한 폭우가 쏟아질 때조차 참극은 없었다. 격렬한 비바람조차 그저 잔디에 물을 주는 정도로 그쳤다. 벼락은 아이들에게서 먼곳에 떨어졌고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은 피했다.] P.11



어린시절 아네트는 아나키스트인 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집을 나와 거리의 여성이 돼었지만, 아름다운 미모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다가 똑똑하기 까지 했다. 매력적인 여성인 그녀앞에 아나키스트은 아르망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녀는 아르망에게 빠진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아르망이 자신에게 하는 말을 한 마디도 듣고 있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와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녀에겐 충분했다. 그러나 그 뒤 오래도록 그녀는 그때 아래층에서 리스트의 선율이 들려오는 동안 그가 한 말을 감미로운 냉소까지 전부 기억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를 너무도 잘 알게 된 그녀가 잘못 생각할 리가 없었다. 그의 아나키 개론에 그녀가 새로운 장 하나를, 마지막 장을 덧붙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 정도였다.] P.70



아르망 역시 그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그녀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혁명이었다. 아르망은 매력적인 아네트를 귀족으로 위장하여 혁명에 필요한 돈과 정보를 빼내는데 이용하기로 한다. 아네트 역시 아르망의 생각에 공감하여 이를 받아들이고 그렇게 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녀는 혁명보다 사랑을 더 중요시하는, 일반적인 사람이었다.

[기억하세요. 당신은 다가갈 수 없는 먼 존재입니다. 당신은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올림포스 산에 홀로 선 여신입니다. 누구도 감히 어느 누구도 이런저런 추측을 할 수 없고 아주 멀리서 정중하게 당신을 숭배하며 한숨만 내쉴 수 있을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에게서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얻어낼 겁니다.] P.99



처음에는 아네트 역시 혁명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혁명을 위해 돈많은 귀족이자 자유로운 영혼인 글렌데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아네트는 글렌데일과 가까워 질수록 자신이 그동안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혁명의 무모함을, 사랑의 진실함을 깨닫게 된다. 글렌데일은 그녀에 대해 모든걸 알고 있으면서도 아네트에게 청혼하고, 그녀는 이를 받아들인다. 순식간에 진짜 귀족이 된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글렌데일과 아르망 뿐이었다.

[당신과 나, 우리는 둘 다 친구들에게 하듯 사물들에 애정을 줄 줄 알죠. 그것들을 사랑하고, 사람들이 무생물이라고 말하는 것들의 불가사의한 세계를 돌볼 줄 알죠. 사물은 우리가 버려둘 때만 무생물이 되는겁니다. 사물들이 살아나려면 눈길과 우정이 필요해요. 내가 죽게 되면 내 친근한 세계가 모조리 흩어질 겁니다. 사방으로 날아가버릴 겁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 고통스럽소. 나는 당신이 내 뒤를 이어 내 작은 마법의 세계를 지켜주었으면 하오. 당신이 나와 결혼해주길 바라오.] P.146



이후 노년이었던 글렌데일은 죽게 되고, 아르망은 그동안의 죄로 인해 감옥에 가지만, 8년이 지난 후 아네트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에게 자신을 도울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녀의 정체가 탄로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 위기를 생각하기 보다도 여전히 아르망에게 마음이 가있었고, 그와 함께 자유로워 지는것을 꿈꾸기도 한다. 그런데 아르망은 여전히 혁명에 눈이 멀어 있어서 아네트의 마음을 보지 못한다. 조금만 더 이성적이었다면, 조금만 더 옆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그녀는 '우리'가 의미하는 바를 알았다. 그것은 '아무'를 의미했다. 기껏해야 투박한 콧수염과 중산모를'쓴 자유, 평등, 박애가 찾아와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단두대로 향하는 길을 그에게 가리키리라는 것을 의미했다. '참으로 이상해. 고귀하고 관대한 생각도 도를 넘어서면 곧 편협해져버리니.' 그녀는 다정한 적개심을 품고 그를 바라보고 그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생각했다.] P.216



과연 아네트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아! 내가 당신을 꼭 만나야만 했을까요,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야만 했을까요,
순진하게도 내가 당신에게 고백해야만 했을까요,
거만하게도 당신은 침묵을 지켜야만 했을까요,
내가 당신을 사랑해야만 했을까요.
당신이 날 절망에 빠뜨려야만 했을까요,
그런데도 내가 당신을 숭배해야만 했을까요.
그래서 당신이 날 살해해야만 했을까요!"




<레이디 L>은 이상만 높고 현실적이지 않은 아나키스트들을 은근히 까는(?) 로맹 가리의 비판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기 신념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하는 혁명은 과연 정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상을 실현하기 이전에 주변사람의 마음을 얻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Ps. 1. 책이 옆에 없어서 줄거리랑 이름이 약간 틀릴 수도 있습니다 ㅎㅎ

Ps. 2. 역시 로맹가리! 라는 감탄이 나오는 작품이었다. 유머속에 감춰진 쓸쓸함이 정말 좋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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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5 12: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먼저인 여자 혁명이 먼저인 남자의 사랑이야기인가요. 마지막 반전도 궁금합니다. *^^*

새파랑 2022-10-05 13:56   좋아요 2 | URL
마지막 까지 읽으면 화들짝 놀랍니다. 새벽의 약속이나 자기앞의 생과 같은 감동이 있는 작품이기 보다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

미미 2022-10-05 12: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아르망?>.<
줄거리가 흥미로워보여요!
영화 아네트도 나쁜 아빠가 나온다고 알고 있는데 신기하네요

새파랑 2022-10-05 13:58   좋아요 2 | URL
아르망 맞을거에요 ㅋ 제가 책을 다른데 두고 와서 북플에 밑줄그은 문장보고 써서 부정확할수도 있습니다 ㅋ 아네트가 불우한 어린시절의 상징인걸까요? 😅
요책은 재미있습니다~!!

페넬로페 2022-10-05 13: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상만 높고 현실적이지 않지만 요즘 같은 시국엔 아나키스트가 되고 싶어요.
새파랑님의 로맹 가리 사랑!
따라 갈 자가 없어요^^

새파랑 2022-10-05 15:14   좋아요 4 | URL
댓글이 사라졌네요~!! 전 로맹가리가 좋더라구요 ㅋ 그냥 애정이 갑니다 ㅋ 이름부터 멋집니다~!!

scott 2022-10-07 00:45   좋아요 3 | URL
닉네임 바꿔여
새로맹☺

새파랑 2022-10-07 07:39   좋아요 3 | URL
전 소세키가 더 좋습니다~!! 새세키로 바꿔볼까요? ^^

그레이스 2022-10-05 18: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존 버거도 아나키스트를 소재로 한 작품을 썼는데... 예술가들의 심취한 사상!
이상적인데 반해 쟁취는 극렬한 투쟁을 요구하죠
그러기에 사랑이 비극적일듯요

새파랑 2022-10-05 19:44   좋아요 4 | URL
아 존버거의 작품도 떠오르네요 ㅋ 그 작품도 좋았는데 ㅎㅎ 두 작품이 다 아나키스트를 소재로 하지만 분위기는 완전 극과 극인거 같아요 ㅋ

scott 2022-10-07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리옹 자살 하지 않앟다면 노벨상
받으셨을지도😂

새파랑 2022-10-07 07:38   좋아요 2 | URL
가리옹 아마 노벨문학상에 더해서 노벨평화상까지 받지 않았을까요? ^^

모나리자 2022-10-10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 작품 거의 읽으셨겠네요.
작가마다 작품 파고드는 새파랑님 대단하세요.^^

새파랑 2022-10-11 07:59   좋아요 2 | URL
로맹가리 작품이 하도 많아서 이제 절반정도 읽은거 같아요 ㅋ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
 
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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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18

"믿지 않는다는 건 특별히 자네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네. 인간 전체를 믿지 않는다는 거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질투의 끝>을 읽고나서 자연스럽게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마음>을 다시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질투의 끝> 보다는 <마음>이 질투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왜그러냐고?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음>은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이렇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혹시 시간은 없는데 이 책을 읽고 싶다면 마지막부인 <선생님과 유서>만 읽어도 된다. 마지막부가 진정한 핵심이다.



1. 선생님과 나


나는 여름방학때 해수욕장에서 우연히 선생님을 만난다. 그곳에서 나는 알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선생님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어느정도 친분을 쌓는데 성공한다. 이 친분은 두사람이 살고 있는 도쿄까지 이어지게 되고, 나는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선생님댁을 종종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선생님은 나에게 마음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나는 왠지 모르게 선생님이 거리를 두는 것처럼 느낀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손을 벌려 안아줄 수 없는 사람, 그가 바로 선생님이었다.] P.60



어느 날 선생님 집에 갔는데 선생님은 없었고, 선생님의 사모님으로부터 선생님은 매달 특정일에 어떤 묘지에 가서 어느 고인에게 꽃을 바친다고 한다. 과연 그 고인은 누구일까? 나는 선생님이 간 묘지를 찾아가고, 다행히 그곳에서 선생님을 만난다. 그곳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묘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호기심은 깊어진다. 그런데 나는 왜 선생님에게 이렇게 집착하는걸까?

[자네는 아마 나를 만나도 여전히 어딘가 외로운 기분이 들 거네. 나한테는 자네를 위해 그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없애줄 만한 힘이 없으니까 말이야. 자네는 조만간 다른 방향으로 팔을 벌려야 하겠지. 그러면 곧 이 집으로는 발길이 향하지 않을 거네.] P.71



선생님과 좀 더 친해지면서 전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선생님의 마음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는데...그러면서 선생님으로부터 '사랑은 죄악'이라는, '나는 인간 전체를 믿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는다. 여전히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는다. 나는 더이상 물어볼수 없어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어떤 경험을 하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은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 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 P.205



나는 사모님으로부터, 선생님이 염세적으로 변한게 아마 친한 친구의 죽음때문일거라고, 선생님이 찾아가는 묘지 역시 그 친구의 묘지일 거라는 추측성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고 얼마 후 나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가게 된다. 내려가기전 선생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자네는 정말 진실한가?" 선생님이 거듭 확인했다. “나는 과거의 불행한 일로 남을 믿지 않는다네. 그래서 실은 자네도 의심하고 있지. 하지만 아무래도 자네만은 의심하고 싶지 않네. 자네는 의심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것 같으니까.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남을 믿고 싶네. 자네가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겠나? 그래주겠어? 자네는 뼛속까지 진실한가?"] P.227




3. 선생님과 유서

처음에 집에 내려왔을때 아버지의 상태는 나빠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몇일이 지나자 아버지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그러던 와중에 선생님으로부터 두꺼운 편지를 받는다. 나는 아버지의 간호때문에 바로 편지를 읽지는 못했다. 잠시 후 펼친 편지의 첫문장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 편지가 자네 손에 닿을 무렵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걸세. 진작 죽었겠지.] P.378


아버지 역시 살날이 얼마 안남아 보였지만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집을 나와서 됴쿄행 열차에 탔다. 그리고 선생님이 남긴 유서를 읽는다. 그 속에는 충격적인 진실, 선생님이 사랑과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된 배경이 쓰여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질투심을 결코 부정할 생각은 없네. 내가 이따금 되풀이한 것처럼 사랑의 이면에 있는 이런 감정의 작용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옆 사람이 보면 거의 하잘것없는 사소한 일에 그런 감정이 꼭 고개를 쳐들려고 했으니까. 이건 여담이지만 그런 질투가 사랑의 다른 일면이 아닐는지. 나는 결혼하고 나서 그 감정이 점점 옅어져가는 것을 자각했네. 그 대신 애정도 결코 처음처럼 맹렬하지 않았지.] P.600



그래도 나름 사모님과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모님도 모르는 비극이 있었던걸까? 선생님이 경험한 질투심은 어떤것이었기에 죽음까지 부른걸까?

[사람들에게 질린 나는 자신에게도 질려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네.] P.721





어떻게 보면 별일 아닌것 처럼 보여도 누군가는 별일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고, 평생을 괴로워 하며 살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죽기도 하고...도대체 마음이 뭐길래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걸까? 왜 털어내지 못하는 걸까?

마음은 사람마다 다른기 때문에 섣불리 상대방의 마음을 재단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Ps. 이 책에 대한 인상적인 해설 부분을 소개해보자면...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우리가 소설에서 기대하는 그 무엇의 전부가 담겨 있는 소설이다. 자아가 있고, 세계가 있으며, 갈등이 있고 그'가운데서 오롯이 솟아오르는 내면이 있다. 이 내면적인 자아를 통해 우리는 세상 속에 섞여 구분하기 힘든 현실적인 '나'에게 은닉된, 진짜 자아를 찾아보게 된다. 무릇 좋은 소설이란 돈을 벌고 잠을 자고 사랑을 나누는 몸의 주인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 모르나 분명히 감지되는 마음의 주인인 자아와 만나는 허구적 공간아니었던가? 소설 본연의 매혹과 위엄을 지닌 우아한 소설, 그것이 바로 나쓰메 소세키의『마음』이다.'



가을은 나쓰메 소세키를 읽기에 좋은 계절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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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09 18:03   좋아요 2 | URL
쿠키님에겐 마음이 최고시군요~! 저도 최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꼭 다시 읽어보세요. 더 좋아하실 겁니다~!!

거리의화가 2022-10-10 1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 역시 새파랑님. 당선 축하드려요^^
<마음>이 질투의 끝판왕이라고 해서 질투가 없는 저는 어떤 심정이 들까 궁금해지기도 하던 리뷰였습니다~^^

새파랑 2022-10-11 08:02   좋아요 2 | URL
질투가

없는 사람도 있군요? ㅋ 전 질투가 있어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ㅋ 소세키 작품은 심심하지만 큰 울림이 있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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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끝 쏜살 문고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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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17

˝나를 짓누르던 그것이 나의 사랑이었을까? 만일 사랑이 아니었다면 무엇이었을까? 내 성격이었을까? 나였을까? 삶이었을까? 그렇다. 죽어서도 난 내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내 육신의 욕망, 관능의 욕구, 질투에서는 벗어나리라.˝


연인 관계에 있어서 질투란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없을때 나타나는거라 생각한다. 만약 당신과 내가 연인이 된 게 운명이 아닌, 하필 그 시기에 그 장소에서 서로 만났기 때문이라면, 굳이 내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질투가 시작될 것이다. 당신의 옆자리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누군가는 괴로울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 믿지 못한 사람의 잘못일까? 믿음을 주지 못한 사람의 잘못일까? 확실한건 한번 시작한 질투는 죽을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내가 읽은 <질투의 끝>은 총 네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마르셀 프루스트의 초기 단편집인 <쾌락과 나날>에 수록된 단편중에서 네편을 선별한 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네편의 단편 모두 대단히 대단히 대단히 좋았다. 그중 두편만 소개해 보자면...




1. <실바니아 자작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이 작품은 죽음을 앞둔 자의 질투의 끝을 보여준다. 병 때문에 살날이 얼마 안남은 발다사르는, 그럼에도 여전히 장엄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인다. 여전히 삶에 의욕을 느끼며 죽음마져도 그를 피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눈속에서 만큼은 알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죽음을 앞두고도 저렇게 쾌활하고 여전히 극장에 가고 싶어 한다고 해서 무언가를 감추고 있거나 특별히 용기를 낸 것은 아님을, 저렇게 죽음 가까이 다가가도 삼촌은 오직 삶만을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P.20



그 슬픔의 원인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살아가는 의지가 되는건 바로 질투였다. 예전에는 자신의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다른사람의 연인이 되어버린 시라쿠사 공녀 때문에 그는 질투의 잔인함을 느낀다. 공녀는 발다사르에 대한 연민 때문에 그를 친절하게 대하기는 하지만 다른 연인에 대한 속마음을 감출수는 없었고, 이런 그녀의 감정을 아는 발다사르는 더욱 괴로워한다. 그가 힘든건 가다리고 있는 죽음 때문이 아닌, 떠나가버린 사랑 때문이었다.

[발다사르를 이따금 잔인한 현실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단 하나 있었으니, 바로 그가 여전히 감각과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는, 하지만 이미 카스트루치오를 향해 절대 꺾이지 않을 격정적 사랑에 빠진, 그래서 그가 잊으려고 애쓰는 시라쿠사 공녀, 피아의 냉담한 태도였다.] P.30



결국 발다사르는 쓰러진다. 그리고 이제 살날이 한달도 채 남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질투는 끝나지 않는다. 그는 공녀가 그의 연인과 함께 무도회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격분하게 되고, 그의 누이에게 공녀를 불러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공녀는 발다사르 집에 방문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무도회에 가지 말라는 부탁을 듣는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부한다. 발다사르는 결국 그녀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리고 몇일 후 그는 운명한다.

[아, 언젠가 나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보면, 혹은 나의 기일이 돌아오면, 조금이나마 나의 애정을 기억해 주시오. 그러면 난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당신이 오는 길 위에 마법처럼 꽃이 만발할 거요. 죽은 나를 생각해 주시오. 하지만 어쩌겠소! 삶의 열정과 우리의 눈물과 우리의 기쁨과 우리의 입술이 해내지 못한 것을, 죽음과 당신의 엄숙함이 이루어 내길 바랄 수는 없으리!] P.38



어쩌면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죽음보다도 질투가 더 괴로운 건지도 모르겠다.





2. <질투의 끝>

이 작품은 죽어야만 끝이나는 질투의 끝을 보여준다. 너무나도 다정한 연인관계인 오노레와 손느 부인은 매일매일 사랑을 키워나간다. 오노레에게 있어서 시간은 그녀를 만날 때에만 의미가 있었고, 그녀와 함께 하지 않는 시간은 단지 그녀를 기다리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나지만, 주변사람들은 두사람을 연인으로 인식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그들의 애정은 비밀스럽지 않았기에 더욱 신비로웠다. 누구든 그 애정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 애정은 마치 사랑에 빠진 여인이 팔목에 차고 있는 신비한 팔찌, 그 여인을 살게 하고 또 죽게 하는, 이름이 보이지만 알아볼 수는 없는 글자로, 호기심 많은 이들이 보기에 분명 뜻이 있기는 한데 도통 그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실망스러운 글자로 각인된 팔찌 같았다.] P.88



오노레는 그녀와 함께한 파티에서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자르를 뜨자 혼자만의 행복한 망상에 빠진다. 만약 자신의 마음이 그녀로부터 멀어지는게 느껴진다면 그녀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할거라고, 대신 그녀가 다른 사랑을 받아들여서 삶을 다른 쪽으로 옮기려고 하면 질투하지 않고 그녀를 붙잡지 않을거라고.

[또한 오노레는 만일 프랑수아즈가 다른 사랑들을 받아들여서 삶을 서서히 다른 쪽으로 옮겨 가는 날이 온다면 그녀를 붙잡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질투하지 않고, 심지어 그녀에게 더 점잖고 더 영광스러운 경의를 바칠 수 있을 남자를 직접 골라 줄 수도 있으리라.] P.90



하지만 이런 오노레의 열린(?) 마음은 파티에 참가한 뷔브레의 한마디에 무너지게 된다. 뷔브레는 오노레에게 손느 부인은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여자라고, 다른 사람이 말하기를 아주 격정적인 여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노레는 자신의 연인에 대한 험담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항변하지 못한다. 대신 이날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의심과 함께 질투에 빠지게 된다. 질투의 시작.

[하지만 프랑수아즈와 떨어져 있는 동안, 혹은 곁에 있더라도 그녀의 눈 속에 불길이 어른거리는 동안이면 다른 누군가가 오래전에, 어쩌면 어제, 어쩌면 내일, 그 불을 지피는 상상을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오노레는 다른 여인 곁에서 순전히 육체적 욕망에 굴복하기를 반복했고, 그러고 나면 지금껏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프랑수아즈를 여전히 사랑하면서도 거짓말을 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떠올렸다. 그러자 그녀 역시 거짓말을 할지 모른다는, 그를 사랑하면서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자기를 알기 전에 이미 지금 자신을 달아 오르게 하는 뜨거운 열정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 달려들었으리라는 생각이 더 이상 허무맹랑해 보이지 않았다] P.94



오노레는 자신의 괴로움을 손느 부인에게 털어놓는다. 손느 부인은 오노레에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나는 오노레 너만을 사랑한다고 진심을 전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고, 오노레 역시 그녀의 말이 진심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한번 심어진 질투의 씨앗은 사라지지 않는다. 문득 문득 그녀에 대한 안좋은 소리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괴로워한다. 어떻게 해도 그녀의 마음에 대한 확신을 못하게 된다. 질투의 계속.

[설사 그녀가 단 한 순간조차 자기 아닌 다른 남자의 것인 적이 없었다는 불가능한 확신을 얻는다 한들, 뷔브르와 함께 문 앞까지 왔던 그날의 알 수 없는 고통은, 그때와 비슷한 고통 혹은 그 고통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바로 그 고통은, 그것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증명된 이후라 하더라도, 절대 그를 놓아주지 않았으리라. 그것은 마치 누군가 우리를 죽이려 하는 꿈을 꾸다가 깨어난 뒤 꿈이었음을 알면서도 공포에 떠는 것과 같고, 다리가 잘린 뒤에도 그 없는 다리에서 고통을 느끼는 것과 같다.] P.95



오노레는 어느정도 질투의 끝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고, 그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오노레의 불행은 끝난게 아니었다. 그는 길을 가다가 마차에 치여서 두 다리가 골절되고, 복부에 타박상을 입는다. 그는 자신이 다친 것 때문에 손느 부인의 사랑이 떠날거라고 절망하게 되고 다시 질투에 빠진다. 그리고 자신이 죽어야만 이 질투가 끝날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질투의 끝.

[죽어야 한다면, 죽고 나면 질투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죽기 전에는? 내 육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질투하는 것은 오로지 쾌락이고, 나의 육신이 질투하고 있을 뿐이고, 그녀의 마음과 그녀의 행복은 내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바라는 것인데, 누가 제일 잘 해낼까? 내 육신이 사라지면, 영혼이 육신을 이기면, 이전에 많이 아프던 때처럼 내가 물질적인 것들로부터 조금씩 떨어져 나오게 되면, 그래서 더 이상 미친 듯이 육체를 갈망하지 않고 그만큼 영혼을 사랑하게 되면, 그때는 질투하지 않으리라. 그때는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리라.] P.112



인간의 의심과 욕망, 질투는 살아있는 동안 계속따라다니며 죽어야만 없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질투라는 감정이 어떻게 보면 대단히 유치할수도 있지만 프루스트가 쓰니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결하게까지 느껴졌다. 한번 부서진 마음을 완벽하게 치유할 수는 없는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떠올랐다. 해설을 보니 <질투의 끝>이 <잃시찾>의 전단계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거 같다. <잃시찾>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요약해서 들어가 있는 작품이 <질투의 끝>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잃시찾>에 비견될 정도로 대단히 좋았다. <잃시찾>을 읽기 시작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Ps. 이 작품이랑 어울리는 노래 하나 추천해 본다.

넬 - 치유
https://youtu.be/kMH6vM6-WMA

나를 갈라 내 안에 너를 들여놓고 싶은데
그래서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건지 보여주고 싶은데
부탁해 부디 부서진 내 맘을 치유해 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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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9-27 17: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권에서 질투에 대해 장황하게 써 놓았잖아요. 작가는 처음부터 사랑에 질투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나봐요.
새파랑님, 별 다섯 주셨네요
기대됩니다^^

새파랑 2022-09-27 18:03   좋아요 4 | URL
질투의 화신 프루스트 입니다 ㅋ 이 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계속 꺼내읽고 싶은 책이에요~!!

거리의화가 2022-09-27 17: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내년에 시작 전 이 책 먼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새파랑님 추천 감사해요!

새파랑 2022-09-27 18:03   좋아요 3 | URL
이 책 먼저 읽고 잃시찾 읽으면 더 잘 이해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coolcat329 2022-09-27 19: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처음 보는 책인데 프루스트의 단편집이네요.
질투라는 감정은 눈 앞에 다가온 죽음도 능가할 정도로 강한 감정인가 봅니다.
프루스트가 질투의 화신이라니 참 프랑스다운 작가같아요.

새파랑 2022-09-27 20:15   좋아요 2 | URL
제가 그래서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거 같아요 ^^

미미 2022-09-27 1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단히×3 좋았다고 하시니 반드시 읽어야겠네요. 사랑에 따르는 위험요소들, 감정들에 프루스트만한 전문가는 없는것같습니다^^*

새파랑 2022-09-27 20:16   좋아요 2 | URL
미미님 이 책 안읽으셨군요 ㅋ 완전 좋습니다~!! 프루스트 찐팬이라면 완전 소장각입니다~!!

얄라알라 2022-09-27 1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플친님들 댓글만 읽어도, ;프루스트 특화 영역이 감정을 다루는 것인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새파랑 2022-09-27 20:16   좋아요 2 | URL
질투는 프루스트 특화 영역이 맞는거 같아요 ㅋ 전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프레이야 2022-09-27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놓았어요 새파랑 님.^^
언제 읽으려나...

새파랑 2022-09-28 07:36   좋아요 1 | URL
요책 얇은데다가 재미있어서 금방 읽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7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죠~!
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입니다!!

새파랑 2022-09-28 07:36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전 문장이 다 필사 문장입니다 ㅋ 정말 좋더라구요 ^^

희선 2022-09-28 0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가 질투를 많이 했나 하는 생각이 들게도 합니다 실제로는 어땠을지... 그런 마음이 있어서 글도 썼겠지요 믿으면 좋을 텐데... <질투의 끝>에서는 다른 사람 말을 더 믿다니... 괴로움은 자신이 만드는 거네요


희선

새파랑 2022-09-28 07:37   좋아요 2 | URL
상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런거 아닐까요? 프루스트는 실제로도 그랬을거 같습니다 ㅋ 모든 원인은 결국 자신인거 같아요~!!

mini74 2022-09-29 1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가 쓰는 질투라니 궁금합니다. 잃시찾은 포기해도 이 책은 도전 !! ㅎㅎ 새파랑님이 책 소개하며 써 놓으신 질투에 대한 글들 👍좋아요

새파랑 2022-09-30 07:28   좋아요 2 | URL
제가 질투를 좀 해봐서 잘 압니다 ㅋ 이 책 초강추 입니다~!!

yamoo 2022-10-01 1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첨 보는 책인데....프루스트의 잃어버린..9권을 재편집한 걸까요, 아님 새로운 단편집인가요?? 새로운 단편집이면 저도 구매해서 봐야 겠습니다요~!

새파랑 2022-10-01 20:39   좋아요 1 | URL
<잃어버린시간을 찾아서> 나오기 전에 프루스트가 쓴 단편집 <쾌락과 나날>에 실린 단편중 네편을 엄선한 작품입니다 ㅋ 이미 기존에 나온작품인데 전 첨읽었어요 ^^

그레이스 2022-10-04 1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질투의 감정은 살아있는 동안 지속되는 부정적이기고 긍정적이기도 한 감정이라 생각됩니다^^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관건이라는 생각!

새파랑 2022-10-04 13:04   좋아요 2 | URL
질투라는 감정은 평생 따라다니는 거 같아요. 긍정적으로 다루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
 
제안들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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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16

나는 꿈을 자주 꾼다. 꿈에서 깨어나면 어느정도 기억이 나지만 몇시간만 지나면 꿈은 더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실제 있었던 일은 인상깊었던 일이라면 몇일이 지나도 기억이 나지만, 인상싶었던 꿈은 바로 휘발되어버린다. 왜그런걸까? 원래 인간의 기억이란 그렇게 만들어진걸까? 아니면 기억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걸까?


<꿈>은 카프카의 꿈과 관련된 글을 모은 작품이다. 일기에 썼든,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든, 그가 꾼 꿈에 대한 모든 기록이 이 책안에 담겨있다. 처음에는 단편집인지 알았는데 단편집도 아니었다. 꿈에 대한 잡문이라고 보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너무 교활한가요? 그렇다고 나에게 반감을 갖지는 말아주십시오. 나는 오직 꿈에서만 음침하니까요.] P.89.



카프카는 꿈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이렇게 꿈에 대한 기록을 남겨놨다. 그런데 이 꿈에 대한 기록이 대단히 기괴하면서도 평범하다. 특별한 이야기도 없고 정제되어 있지도 않고,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다. 내가 꾸는 꿈이랑 그렇게 차이도 없다.(응?) 그래서 더 진실로 다가온다. 사실 꿈을 현실처럼 선명하게 그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거짓이지 않을까?

[꿈과 같은 내면의 삶을 묘사하는 일이 운명이자 의미이고, 나머지는 전부 주변적인 사건이 되었다. 삶은 무서울 정도로 위축되었고, 점점 더 계속해서 위축되어간다. 그 어떤 일에서도 이처럼 큰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P.29.



누군가의 꿈을 엿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나도 오늘부터 꿈을 꾸면 다음날 기록이라도 남겨봐야 겠다. 요즘 악몽을 자주 꾸긴 하지만...

[창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나는 산산이 조각난 생각의 파편 속에서, 15분 동안 끊임없이 창문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러면 열차들이 나타났지요. 열차는 선로에 누운 내 몸 위로 한 대 한 대 차례로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목과 다리의 절단된 상처를 점점 더 크고 깊게 벌려 놓았습니다.] P.64




Ps. 해설을 보고 알게된 건데, 카프카의 작품은 자고 일어나보니 어? 뭐지? 이렇게 시작하는 작품이 많다. <변신>, <소송>이 대표적이다. 사실 난 이 두 작품만 제대로 읽어봤는데, 돌이켜보니 두 작품 모두 꿈인것처럼 느껴졌었다. 뭐 인생이 어차피 꿈의 일부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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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5 23: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꾼 꿈 이야기를 다 솔직하게 털어놓기에는 좀 민망할텐데요? 위대한 작가쯤 되면 그것도 가능한가 봐요. 저는 꿈이 너무 유치찬란해서 그거 얘기하면 좀 없어보인달까?
아 정말 우아한 제 이미지를 와르르 무너지게 할거 같아 적나라하게 얘기할 수가 없어요. ㅎㅎ
오늘은 새파랑님 악몽 꾸지 마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얄라알라 2022-09-26 00:39   좋아요 4 | URL
그럴수록 궁금해집니다. ㅎㅎ 바람돌이님. 도대체 어떤 꿈이기에, 와르르...^^?

새파랑 2022-09-26 06:03   좋아요 3 | URL
제 꿈은 악몽이라기 보다는 개꿈 같아요 ㅋ 이 글 쓰고 바로 잤는데 꿈에서 바둑을 두는 꿈을 꿨지만...일어난지 10분밖에 안지났는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ㅋ

바람돌이님 우아한 이미지셨군요 ^^

바람돌이 2022-09-26 08:21   좋아요 4 | URL
얄라님 저는 그렇게 어딜 가야하는 꿈을 자주 꿔요. 그냥 집이라든가 직장이라든가.... 근데 거기까지 가는데 방해물이 너무 많아서 못가. 그래서 막 기어가는데 다리는 안 움직이고, 상한 악의 무리들 나타나고.... 하여튼 더 얘기하면 저 너무 유치한거 뽀롱나요. ㅠㅠ
새파랑님 저 우아한 이미지인거 모르셨단 말인가요? 앞으로 좀 더 틸 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미미 2022-09-26 10:59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꿈이야기 저는 흥미진진한데요?^^*

새파랑 2022-09-26 11:50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아주 우아하실거 같아요 ^^ 저도 흥미진진합니다. 무슨 여행기 같아요~!!

햇살과함께 2022-09-25 23: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꿈을 거의 꾸지 않네요.
좋은 꿈 꾸세요~~

새파랑 2022-09-26 06:05   좋아요 3 | URL
꿈을 안꾸시는군요 ㅋ 전 꿈을 꾸는 날이 더 많은데 ㅎㅎ 키가 크려고 그런걸까요? 😅

페넬로페 2022-09-25 23: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소설집이 아니라 카프카 자신의 꿈에 대한 경험을 기록한 것이군요.
꿈을 잘 꾸지 않는데 저도 한 번씩 악몽을 꿔요. 그럴땐 힘들더라고요^^

얄라알라 2022-09-26 00:40   좋아요 5 | URL
저도 새파랑님 설명 아니었다면
추상으로서 꿈에 대한 소설인가...그랬을 거예요^^

이 책 읽어내려면 두뇌회전 핑핑...해야할 것 같아요. 자기가 꾼 꿈도 어려운데, 위대한 작가가 꾼 꿈이라면 더욱

새파랑 2022-09-26 06:06   좋아요 4 | URL
이 책 좀 황당하면서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꿈도 카프카적인 느낌? 뭔가 약간 지적입니다 ㅋ

프레이야 2022-09-26 0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꿈을 시작으로 상상력을 덧입힌 이야기인가 봅니다. 읽어보고 싶네요. 우리의 꿈을 기록해 두면 재미있겠습니다. 적나라하기도 우습기도 하겠네요. 요즘은 눈 뜨면 꿈을 기억 못할 때가 많아요.

새파랑 2022-09-26 06:08   좋아요 3 | URL
전 꿈을 자주 꾸는데 일어나면 글을 쓸 정도로는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ㅜㅜ 오늘부터 한번 기록해볼까 했는데 첫날부터 포기입니다 ㅋ

거리의화가 2022-09-26 0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꿈을 꿀텐데 요즘은 예전처럼 꿈이 잘 기억이 안납니다. 흐리멍텅하고 심지어 누가 나왔는지도 기억이 안나요ㅠㅠ 늙어가는건가~ㅋㅋㅋ
꿈에 대한 것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합니다. 오히려 특별하지 않은 꿈 이야기라서 더 보편성을 지닐 것 같기도 하네요.

새파랑 2022-09-26 10:12   좋아요 3 | URL
나이가 들면 꿈이 잘 기억이 안나는걸까요? 가끔 방금전에 뭘 하려고 한것도 생각이 안나긴 하더라구요 ㅋ 왠지 슬프네요 ㅜㅜ

미미 2022-09-26 11: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송> 읽다만 상태지만 저도 꿈같다고 느꼈어요ㅎㅎ
꿈을 기억하느냐 마느냐 깨기전에 본인이 결정한다는 설도 있더군요
새파랑님 꿈이야기도 궁금해요^^*

새파랑 2022-09-26 11:51   좋아요 3 | URL
저도 소송 읽으면서 뭔가 꿈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어요 ㅋ 소송 아주 재미있습니다 ㅋ 결말도 예술입니다~!! 언젠가 기억에 남는 꿈을 결정하면 한번 써보겠습니다~!!

독서괭 2022-09-26 1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꿈 많이 꿉니다! 역시 금방 휘발되지만요 ㅎㅎ
내가 꾸는 꿈이랑 그렇게 차이도 없다, 고 말씀하시니 읽어보면 꿈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2-09-26 12:54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은 이 책 읽으시면 뭐야 이거? 할수도 있습니다 ㅋㅋ

scott 2022-09-26 1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 책 읽으셨으니

하루키옹의
카프카
재독을 향행 ~@@@@@@

새파랑 2022-09-26 12:53   좋아요 3 | URL
앗 ㅋ 알겠습니다 카프카가 카프카를 부르는군요 ^^

alummii 2022-09-26 16: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프카 작품들은 읽다보면 항상 악몽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예 <꿈>이라는 작품도 있었군요! 배수아님 역이라 더 읽고싶어요 ~ 저도 꿈 기록 중인데 ㅎㅎㅎ 카프카님과 월매나 비교가 될지 😂 꼭 읽어보겠슴당 장바구니 고고

새파랑 2022-09-26 17:28   좋아요 2 | URL
와우 꿈을 기록하시는군요~!! 카프카와 동급 이십니다~!! 저도 카프카 작품에서 비슷한걸 느꼈었는데 ㅋ 그래서 더 신비하게 다가옵니다 ^^

mini74 2022-09-26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리도 잠자리에 수첩과 연필을 꼭 놔두고 잤다고 하더라고요. 깨어나는 즉시 꿈을 그리기위해. 꿈을 그리는 것과 꿈을 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꿈을 잊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새파랑님 행복한 꿈 꾸세요 꿈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그 행복한 기분은 오래오래 남기를 ㅎㅎ 저는 먹는 꿈은 잘 기억합니다. ~~

새파랑 2022-09-26 19:13   좋아요 1 | URL
전 행복한 꿈은 정말 기억하고 싶습니다 ㅜㅜ 근데 그게 잘 안되네요 ㅋ 점점 안되는거 같습니다 ㅎㅎ 전 먹는 꿈은 꾼적이 없는거 같은데 ^^

레삭매냐 2022-09-27 16: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카일 맥라클란 주연의
<소송>을 본 적이 있었는데...

소설과 느낌이 많이 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새파랑 2022-09-27 17:13   좋아요 2 | URL
소송이 영화도 있군요~! 카프카가 어렵긴 한데 소설 소송은 재미있더라구요ㅋ 뭔가 말이 안되는거 같으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ㅋ

희선 2022-09-28 0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꿈이란 소설이 아닌 그야말로 꿈을 쓴 거군요 꿈은 적다보면 더 잘 기억난다고도 하던데... 저는 잘 때 꿈 기억해야지 하면 좀 기억하고 그러지 않으면 거의 잊어버려요 한번 깼을 때는 생각나는데 다시 자면 잊어버리는... 보르헤스는 꿈을 소설로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희선

새파랑 2022-09-28 07:39   좋아요 1 | URL
보르헤스가 궁금해지네요 ~! 기록 잘하는 희선님도 꿈을 글로 쓰시면 좋을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10-04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많네요.

새파랑 2022-10-04 13:03   좋아요 2 | URL
오늘부터 카프카의 <성>을 읽으려고 챙겨왔습니다 ^^
 

N22114

˝인생은, 내 생각에, 실수와 수치뿐.˝ 그래..… 실수와 수치뿐이었다.


(마틴 에덴 1 리뷰에 이어서...)


사랑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쉬지않고 올라왔는데, 올라와보니 그 꿈이 사라진걸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좌절? 분노? 체념? 어쩌면 다시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싶을지도 모른다. 더이상 이룰 수 없는 꿈이란 악몽일 뿐이니까...




계속 실패하더라도 마틴 에덴은 루스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몇날 몇일을 굶어가면서도 골방에 쳐박혀서 미친듯이 글을 쓴다. 나는 나를 믿기 때문에, 사랑의 힘을 믿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쓴다.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거라 의심하지 않는다.

[˝자기는 나를 사랑하지. 그런데 왜 사랑할까? 내 안에서 나로 하여금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수 없게끔 하는 것이, 자기의 사랑을 내게로 끄는 바로 그것이야. 자기가 만났고 사랑할 수도 있었던 다른 남자들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P.76



하지만 옆에서 이를 바라보는 루스는 불안하기만 하다. 마틴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가 작가로서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잠시의 일탈로 치부하며, 그가 곧 작가의 자질이 없다고 깨닫기를, 그냥 평범한 직업을 갖길 바란다. 하지만 마틴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가 작가로서의 성공을 너무 확신했기에,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자기의 사랑을 믿기 때문에, 자기 부모님의 적개심이 두렵지 않아 세상 모든 것이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사랑만은 그렇지 않아. 가다가 나약해져서 맥없이 머뭇대지 않는 한, 사랑은 잘못 갈 수가 없어.˝]  P.78



하지만 오해 때문이었을까, 아님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루스는 마틴의 손을 놓아버린다. 그녀에게 있어서 마틴과 같은 하층민의 삶은 애초부터 어울릴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누가봐도 어울릴 수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어쩌면 현실적으로 헤어짐이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점을 기억해 줘. 우리의 관계는 단순히 실수였어. 부모님은 우리가 서로에게 맞지 않고, 너무 늦지 않게 알게 된 걸 둘 다 다행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나를 만나려고 해 봐야 소용없어.]  P.155



하지만 마틴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글을 쓰고 새롭게 태어난 이유는 오직 루스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떠나가 버린다면 마틴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가 믿었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던 걸까? 마틴은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았던 건지 방황하게 된다.


루스가 떠나간 이후 거짓말처럼 마틴이 쓴 작품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과거에 그가 쓴 작품들까지 높은 가격에 팔리게 되면서 마틴은 성공한 작가가 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자가 된다. 하지만 성공한 작가가 되고 싶게 했던 유일한 이유인 루스가 떠난 뒤에 찾아 온 이러한 성공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그는 예전의 하층민 시절로도 돌아갈 수 없었고, 그렇다고 상류층의 삶도 즐길 수 없는 어중간한 위치에 서게 된다. 돈이 많지만, 명성이 높지만 위안이 될 수 없었다. 그렇게 고귀하다고 믿었던 사랑이라는 가치는 그에게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왔다. 수천 권의 책들이 그들과 그 사이에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가 그자신을 추방했던 것이다. 지식의 광대한 영토로 너무 깊숙이 들어온 나머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 그는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그는 어디에서도 새로운 고향을 찾을 수 없었다.]  P.191



이후 루스는 가족들의 사주를 받고 성공한 마틴을 다시 찾아오지만, 마틴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마틴이 사랑했던건 루스가 아닌, 그가 관념적으로 창조해 낸 여성이었다는 것을. 그는 이제 사랑을 믿을 수 없었다.

[˝가장 나쁜 건, 사랑을, 성스러운 사랑을 내가 의심하게 되었다는 거야. 사랑이 출판과 대중의 주목을 먹여서 살려 내야 할 만큼 천한 것인가? 나는 앉아서 머리가 빙빙 돌 때까지 그 생각을 하곤 했어.˝]  P.228



그라고 마틴은 갑자기 모든 부와 명성을 놓아둔 채 타이티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가 찾으려고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삶을 너무나 사랑해서
희망도 공포도 놓고
우리는 짧은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어떤 신이시든
어느 생명도 영원히 살지 않게 하심을,
죽은 자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심을,
아무리 느리게 흐르는 강도
구불구불 바다에 꼭 닿게 하심을.]  P.249






이 책은 분명 잭 런던의 자전적 요소가 담겨있는 작품이 맞다. 그가 생각했던 사랑, 성공, 그리고 당시 출판업계에 대한 시각까지 모두 담겨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히고 진심으로 읽혔다. 역시 가장 와닿는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단언하건대, 편집자들 중 99퍼센트의 주된 자격은 실패한 경력이야. 그들은 작가로서 실패한 사람들이야. 그들이 글쓰기의 즐거움보다 고역스럽게 사무를 보고 발행 부수와 사장에게 얽매여 살기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들은 글을 써 보려고 했으나 안 됐던 거야. 바로 거기에 저주받은 역설이 있지. 문학에 있어 성공으로 가는 길목을 문학에 실패한 그들 경비견이 지키고 있으니. 편집장, 편집 차장, 편집부원들 대부분, 그리고 잡지와 출판사들에 고용되어 원고를 사전 검토하는 독자들 대부분, 그들 거의 모두가 글을 쓰려 했으나 실패한 자들이야.˝]  P.68


(좀 싸한 느낌이 드는 문장이긴 하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





마틴 에덴이 그냥 성공을 즐겼더라면, 루스와의 재회를 받아들였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잠깐 해봤다. 아마 현실이라면 그렇게 했을것 같다. 실제로 잭 런던 역시 <마틴 에덴>의 결말처럼 살지는 않았고 현실적인 삶을 살았던 것처럼 보이는데... 뭐 현실은 현실이고, 소설은 소설이니까.


그래도 마지막 결말은 너무 소름돋으면서도 완벽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중 하나가 될거 같다.

(도대체 최고의 책은 몇권인건가...)




Ps 1.  <마틴 에덴> 완독 기념으로 그동안 모은 녹색광선 시리즈를 (일부만) 모아봤다. <패배의 신호>는 구매는 했었는데 친구 빌려주고 아직 못받았다... <마틴 에덴 1>은 분명 얼마전까지 책상에 있었는데 어디간건지...
나중에 완전한 모습으로 다시 찍어봐야 겠다.

Ps 2. 지금까지 녹색광선에서 나온 책들은 다 내 취향이었다. 안좋았던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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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19 2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녹색 광선은 새파랑님 같은 애독자가 필요 합니다 출판사는 다음번 신간 새파랑님에게 가장 먼저 보내 다오!^^

새파랑 2022-09-20 06:19   좋아요 3 | URL
저보다는 스콧님이 더 애독자 이신거 같아요~!! 전 처음에 스콧님 글 봤을때 이 책이 녹색광선에서 나온건지도 몰랐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2-09-19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호~ 녹색광선 알흠다워요^^ 바닥의 구김있는 초록천이 더 책들을 도드라지게하네요!

새파랑 2022-09-20 06:20   좋아요 2 | URL
바닥이 지저분해서 그냥 옆에 있는 보자기 대충 깔아서 찍어봤습니다 ㅋ 전 사진을 정말 못찍는거 같아요 ㅎㅎ

잠자냥 2022-09-20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런던은 마틴 에덴이 되기를 꿈꿨으나…?! ㅎㅎㅎㅎㅎ 그래도 그도 백 살까진 살지 못했군요~

새파랑 2022-09-20 06:23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잭런던은 그렇게 장수하진 못했더라구요 ㅜㅜ 어린시절을 힘들게 보냈던 거랑 다작했던거랑 벼락부자 된게 책이랑 비슷했던거 같아요 ㅋ

blanca 2022-09-20 0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다 읽었는데 너무 슬퍼서 저까지 다운돼요. 녹색광선 책 정말 너무 아름답죠. 가격에 수긍이 갑니다.^^

새파랑 2022-09-20 12:44   좋아요 0 | URL
다 읽으셨군요~! 읽고나서 좀 다운된다는데 공감합니다 ㅎㅎ 책만 좋다면야 가격이야 뭐 ^^ 저도 이 책 대만족입니다~!!

그레이스 2022-09-20 1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을 애정하시는 새파랑님 이 출판사에서 상 줘야된다고 봅니다. 나란히 꽂혀있는 책등이 멋있을듯요. 마틴에딘 너무 옛날책으로 갖고 있어서 막 사고 싶은 유혹을 누르고 있습니다. 그거 사면 강철군화나 다른 책들이 너무 초라해질 듯요^^

새파랑 2022-09-20 12:46   좋아요 2 | URL
제가 애정하는 출판사가 몇곳(?) 있습니다 ^^ 나란히 놓은거는 저번에 한번 찍었던거 같아서 이번에는 표지가 보이게 찍어봤습니다~!! 강철군화도 읽어봐야 하나요? 왠지 책 제목이 안끌린다는 ㅎㅎ

미미 2022-09-20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최고의 책은 몇권인걸까?‘ㅋㅋㅋㅋㅋ
이 말 너무 공감되면서 괴롭고도 기쁘게 들립니다ㅋ
편집자에 대한 ‘저주받은 역설‘신날하네요
새파랑님께 지금 땡투갔을거예요(>.<)V

새파랑 2022-09-20 12:47   좋아요 1 | URL
역시 땡투의 달인 미미님~!! 미미님의 평가도 기대 됩니다~!!
올해 읽은 책중에 좋은 책이 많았던거 같아요 ㅋ 내일 최고의 책이 또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2-09-20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 출판사 애독자, 새파랑님!
마틴 에덴이라는 한 남자의 삶이 무척 궁긍 해집니다. 잭 런던의 문장도요.
최고의 책이 계속 쌓입니다^^

새파랑 2022-09-20 15:54   좋아요 2 | URL
제가 한번 애독하면 끝까지 애독합니다 ㅋ 완전 재미있어요~! 올해는 Best 30은 뽑아야 할거 같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9-20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틴 에덴을 그저께 집에서 영화로 봤어요. 마지막 장면은 소설과 달리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자살하려는 듯이.
옛 여인과도, 사랑하는 여인과도 어울릴 수 없는 자신을 깨달은 것 같았어요. 영화로도 안타까움이 느껴진답니다.^^

새파랑 2022-09-20 15:55   좋아요 1 | URL
영화로 먼저 접하셨군요. 마틴 에덴 정말 근육질에 잘생겼나요? ㅋ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거 같습니다 ㅜㅜ

프레이야 2022-09-20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흠다운 녹색광선, 저는 6권요 ㅎㅎ
3권 마저 사야지 담아두곤 미루었네요.
마틴 에덴 좋지요. ^^ 잭 런던이 좋은건지...
자전적 소설이라 막 겹쳐져서 상상되고요.
긴 소설을 영화적으로 잘 연출한 작품, 영화도 강추에요.
<마틴 에덴> 2권의 표지 사진은 아쉬워요.
여주인공의 얼굴이 이쁘게 나오지 않았거든요. 각도를 잘 잡아야하는데ㅠ
미워서 일부러 저 사진을 골랐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ㅋ
페이퍼 써야되는데 이래저래 집중이 안 되네요. 가을탓인가.

새파랑 2022-09-20 18:21   좋아요 0 | URL
곧 9권이 되시겠네요. 영화도 좋고 책도 좋은 작품이군요~!! 2권 표지는 약간 낚시 아닌가요? ㅋ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날씨가 문제입니다~!!!

레삭매냐 2022-09-20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틴 에덴, 마저 빨랑 읽어야
하는데 다른 책에 빠져 정체
중이네요 ㅠㅠ 저도 속히 -

새파랑 2022-09-21 07:13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이라면 이 책 이틀이면 읽으실거 같아요~~!!

서니데이 2022-09-20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출판사의 일관성 있는 디자인, 실물로 보면 예쁘다고 하시니, 사진 한 번 더 봅니다.
양장본 책들은 표지 안쪽의 패브릭 느낌 나는 책들 있는데, 보관 잘 해야 해요.
잘 봤습니다. 새파랑님, 좋은하루되세요.^^

새파랑 2022-09-21 07:14   좋아요 1 | URL
역시 사람이든 출판사든 일관성이 최고인거 같아요~!! 실물이 더 멋집니다~!!

희선 2022-09-22 0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쓰려 했으나 실패한 자들... 슬픈 말이네요 그런 사람 많겠습니다 사랑은 떠나가면 가는 거고 앞으로도 글을 쓰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잭 런던은 그렇게 했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2-09-22 08:43   좋아요 0 | URL
마틴에덴은 그렇게 안했지만 잭런던은 그렇게 한거 같아요 ㅋ 가는건 가는대로 둬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