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화된 보뱅... 그래도 좋다...너무 우울한 작품

돌과 짐승도 누군가가 그들을 더 이상 보지 않을 때, 땅과 하늘이 그들을 떠나고 영원히 버려졌음을 스스로 깨닫게 될 때, 살과 피부처럼 피를 흘릴 것이다. - P12

가벼움. 내 안의 강물이 나를 모두 떠났을 때, 진줏빛 뼈가 더는 빛나지 않고 거칠해져 회색이 될 때, 내 영혼은 이 사이로 빠져나오고 입술을 지나 아주 높이 저 멀리 날 아갈 것이다. 연처럼, 참새처럼. 새들을 죽은 자의 영혼이라 하지 않던가. - P14

내 마음속, 그 안에서는 다른 시간이 흘렸다. 뒤집힌 탄생. 첫 번째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진 물. 내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울고 있다는 것을 문득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내가 왜 우는지 몰랐다. 그러다 깨달았다.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는 것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음을. - P16

당신의 손은 말보다 미리 앞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그리곤 했다. 말 아래 숨겨진 말을. 마음을 건드리고 입술을 어루만지는 손길로. 삶 속에서, 당신은 삶보다 더 많은 것을 엿볼 수 있게 해 줬다. 문장 없이, 당신의 걸음걸이와 행동과 미소만으로. - P23

나는 다정힌ㅁ과 잔인함이 욕망의 이면에 서로 달라붙어 있다는 사실을 깨날았다. 존재는 부재로 인해 성장했기에 부재를 피할 수는 없었다. 탄생은 죽음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때로는 니아가는 일이 포기나 멀어짐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 P74

가끔 우리의 사랑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사랑이 이상하지 않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가? 우리는 서로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함께 있기를 그친 적은 없었다. - P115

때때로 당신 옆에 더 오래 있고 싶었고, 생기 넘치는 단순한 시간을 즐기고 싶었고, 지속되는 시간 속에서만 펼쳐지는 일들을 즐기고 싶었다. 그런 욕망에 사로잡힐 때면 무척 괴로워서 일주일의 날수만큼의 장미꽃을 나 자신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우울감은 금세 사라졌다. 욕망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제 갈길을 가기 위해선 비밀이 필요했으니까. 바로 이 욕구가 표면에서 멀리 떨어진,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천혜의 장소에 샘을 탄생시켰다. - P116

당신이 떠난다고 말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말을 아끼는 당신에게 감사했다. 사랑이 시작되는 이유도 별로 없지만, 사랑이 끝날 때는 더더구나 아무런 이유도 존재하지 않았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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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5-16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화된 보뱅이라니 너무 궁금하네요! 오늘 책 주문하려다 말았는데 다행입니다ㅎㅎ

새파랑 2024-05-18 15:40   좋아요 1 | URL
바쁘신 미미님께는 당분간 비추입니다. 나중에 시간의 여유가 생기실때 읽어보세요~!!

얄라알라 2024-05-30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벵이 우울하다고요?아니 보벵 작품이?....

˝흑화˝단어로 어느 정도 예고받았다 싶었는데 정말이군요....흑.

제가 예전에 보뱅 작품 읽고 구글에서 ‘노랑색‘ 찾아 다녔는데 ‘흑‘의 작품이라니...궁금합니다

새파랑 2024-06-01 09:03   좋아요 0 | URL
제 친구는 이 책 읽다가 중간에 포기했다고 합니다 ㅋㅋ 예전 작품들하고는 결이 많이 다르긴 합니다 ^^

서니데이 2024-06-0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필 이미지 아래, 올해 9월까지는 바쁘신 것 같네요.
새파랑님, 오늘부터 6월 시작이라서 인사 왔어요.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보내시고, 기분 좋은 시간 되세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