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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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06


˝당신은 사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나만큼 잘 알고 있어요. 우리는 생의 의미를 알려고 했어요. 그래서는 안 되는 거죠. 만약 의미를 묻게 되면 그 의미는 결코 체험할 수 없게 돼요. 의미에 대해 묻지 않는 자만이 그 의미가 뭔지 알아요.˝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제목에 대해 생각했었다. 왜 책 제목이 <삶의 한가운데> 일까?


전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작가로 평가받는 ‘루이제 린저‘의 작품이자 세계 젊은이들에게 ‘니나‘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라는 <삶의 한가운데>는 두명의 주인공이 등장 한다. 의사 ‘슈타인‘과 그보다 20살 어린 여성 ‘니나‘.


의사 ‘슈타인‘은 ‘니가‘가 19살일때 자신의 진료실에서 환자로 온 그녀를 처음 알게된다.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무려 18년동안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좋아했을지도 모르지만, 연민했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이 이끄는대로 삶을 살아간다.

[나는 자유롭게 있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나는 내 속에 수백 개의 가능성이 있는 것을 느껴요. 모든 것은, 나에게 아직 미정이고 시작에 불구합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자신을 어떤 것에다 고정시킬 수 있겠습니까. 나는 정말 내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당신에겐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정말로 나를 모릅니다.] P.127



그런 ‘니나‘는 삶의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의사 ‘슈타인‘은 삶의 가장자리에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한다. 그리고 그녀가 연락하거나 요청하면 다 들어준다. 바보처럼 달려간다. 두려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니나와 절연한 채 사는 것이 견딜 수 없다. 나는그녀가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다. 어리석은 짓이다. 니나는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그녀가 오기를, 혹은 그녀에 대한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를 염려하는 나의 불안은 점점 커져간다.] P.185



‘니니‘가 얼마나 자유분방하냐고 하면, 그녀는 반나치즘 활동도 하고, 주위 동료들의 정치적 망명도 도우며, 수용소에 갇히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그녀는 첫 남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었고(나중에 이 아이의 아버지는 ‘슈타인‘의 절친으로 밝혀짐...),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며, 이후에도 여러번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다. 첫번째 남편의 자살도 돕니다. 그녀의 가십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슈타인‘은 ‘니나‘가 찾아오면 무조건 돕니다. 연락이 없을때는 그녀가 살았던 흔적을 찾아가기도 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면서 ‘니나‘를 기다린다.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니나‘ 역시 ‘슈타인‘에게 호감을 느낀 적이 있었고, 안정된 의사부인의 삶을 살까 하고 망설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신념이 너무 확고한 ‘니나‘는 생의 의지가 강했기에 결코 안주하는 삶을 살 수 없었다. ‘슈타인‘에게 ‘니나‘는 손을 뻗어도 결코 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왜 그는 ‘니나‘에게 빠지게 된걸까? 왜 포기하지 못한 걸까? 아마 처음 본 순간부터 ‘슈타인‘에게 ‘니나‘는 자신의 삶 그 자체가 되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니나를 사랑한다. 나는 절대 잃을 수 없는 새로운 순화된 방식으로 니나를 사랑한다. 나를 구원한 그 고통에 대해서 니나에게 감사한다. 지난밤의 눈물은 내 인생의 경직된 궁핍함을 씻겨 내려가게 했다. 남아 있는 것은 이 새로운 밝은 기분의 어두운 밑바닥인 체념의 슬품이다. 니나는 내가 가지려고 했고 되기를 원했던 모든 것에 대한 비유일지 모른다. 그렇게라도 항상 있어주면 좋겠다. 니나는 생 자체에 대한 비유이다.] P.277



이 책은 ‘슈타인‘이 ‘니나‘에게 보낸 편지와 ‘슈타인‘이 죽기 직전까지 ‘니나‘만을 위해 18년간 쓴 일기장과 ‘니나‘와 니나의 언니와의 짧은 대화로 이루어 져있다. 나는 이 책을 두번 읽었는데 한번은 ‘슈타인‘의 입장으로, 한번은 ‘니나‘의 입장으로 읽었다.


‘슈타인‘이 바보 같기도 했지만 왠지 그의 순애보가 낯설지 않았고, ‘니나‘가 ‘슈타인‘을 매몰차게 끊어 냈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하다가도, 그랬다면 ‘슈타인‘이 자살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슈타인‘은 어떻게 해서라도 ‘니나‘와의 끈이 이어지길 바랬을거 같다.

[나는 여느 때처럼 어두운 쪽 강변에 남아 있었고 니나는 더 밝은 반대편에 있었다. 그 사이에는 다리가 없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부르면 다른 사람은 알아들었다. 니나가 돌아가기 전 우리가 나눈 마지막 말들 뒤에 남은 측량할 길 없는 침묵의 시공에서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서로 밀착해 있다고 느꼈다. 나는 말했다. 내가 어둡고 출구가 없어 보이는 낭하를 끝없이 가고 있을 때마다 나에게 문을 열어준 것은 당신이었다고. 당신은 왔으며 당신과 함께 양지바르고 확 트인 대지가 펼쳐져 있었소. 나는 비록 이 대지에 발을 들여놓지는 못했지만 그 대지를 본 것으로 나의 지난 암담함은 구제될 수 있었소.] P.368



너무나 삶을 사랑해서 언제든지 사랑도 버릴수 있었던 ‘니나‘는 너무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이며 신념이 완고하여 가까이 하면 인생 꼬이기 딱 좋은 사람인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옆에 있다면 감정적으로 끌릴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슈덜린‘은 바보같지만 연민이 느껴지는 사람,
‘니나‘는 이기적이지만 결코 미워할수 없는 사람 .


어차피 삶은 자기가 선택하는 거니까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고, 제3자가 맞다 틀리다 평가할 필요도 없다.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삶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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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23 0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든 그걸 뭐라 하지 못하겠습니다 둘 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네요 저런 사람도 있는가 보다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5-01-23 17:57   좋아요 1 | URL
둘다 이해는 쫌 안되지만 그렇다고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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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04

˝처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빠져들었지만, 모든게 끝나고 나면 각자 혼자 힘으로 빠져나와야 하는 것, 그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김연수 작가님의 작품을 이제 2/3정도 읽은거 같은데, 그의 장편은 깊이가 있고 많은 사전연구를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반면, 단편은 감성적이고 감각적이며 감동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사랑이나니, 선영아>는 사실 장편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그런 중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생각하는 김연수 작가의 장편과 단편의 느낌이 절반씩 섞인 작품이었다.


이렇게 찌질한데도 세련되고 공감이 가는 사랑이야기라니, 읽는 내내 즐거웠다. 단편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야기 중간에 순간순간 표현되는 작가님의 사랑에 대한 문장은 공감 그 차체였다.


˝기억이 아름다울까. 사랑이 아름다울까? 물론 기억이다. 기억이 더 오래가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사랑은 두사람이 필요하지만, 기억은 혼자라도 상관없다.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가 덧정을 쏟을 곳은 기억뿐이다.˝(105p)


˝사랑했던 기억만은 영수증처럼 우리에게 남는다. 한때 우리가 뭔가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물. 질투가 없는 사람은 사랑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억이 없는 사람은 사랑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가 없다.˝ (106p)



주요 등장인물은 세명이다. 선영(직장인, 광수의 아내), 광수(증권맨, 13년간 선영을 짝사랑 후 결혼), 진우(작가, 선영의 옛사랑, 자유연애 신봉자?). 세명은 13년전 대학 동기이고, 선영과 진우는 오래전에 연인이었지만 진우가 사랑했던 기억조차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오래전에 헤어졌다.(광수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광수와 진우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친구(?)인 상황인데, 광수가 진우에게 선영과 결혼한다는 걸 알리고 한 술집에서 선영을 소개시켜준다. 진우는 처음에 아름다워진 선영을 못알아본다. 그리고 곧 친구의 아내가 될 선영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후 세 사람의 기억, 의심, 사랑을 둘러싼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광수는 두 사람의 사이와 선영의 사랑을 의심하며, 선영은 좋아하는것과 사랑하는 것 사이에서 주저하며, 진우는 우정보다는 욕정(사랑이 아닌...)을 앞세워 선영에게 질척거리며 자신이 평소 주장했던 쿨한 사랑의 정의를 스스로 무너뜨린다.


기억이 남이 있지 않은데도 사랑했었다고 할 수 있을까? 질투없는 사랑이 가능하기나 한걸까?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는 뮐까? 이 책에 그 답이 들어있다. 김연수 작가님은 천재다~!


˝왜 우리는 사랑을 ‘맺거나‘ 사랑을 ‘이루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그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채워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집어넣어도 그 관계는 채워지지 않는다. 정열, 갈망, 초조. 망설임, 투정, 침착, 냉정, 이기심, 헌신, 질투, 광기. 웃음, 상실, 환희, 눈물, 어둠, 빛., 몸, 마음, 영혼 등 그 어떤 것이든 이 깊은 관계는 삼켜버린다. 모든 게 비워지고 두 사람에게 방향과 세기만 존재하는 힘,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원초적인 감정의 움직임만 남을 때까지 그 관계 속으로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밀어넣는 일은 계속된다.˝ (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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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01-19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김연수 작가님 책이 엄청 많네요. 이제 2/3 라니... 작가님 책 많이 쓰셨네요. 저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5-01-20 08:07   좋아요 1 | URL
아직 못산 책도 있는듯합니다ㅋ 엄청 다작하셨더라구요 ~!! 강추합니다. 재미도 있어요~!!

페넬로페 2025-01-20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김연수 작가의 작품 완독하고 계시는군요. 그래도 한국 작가 중 김연수 작가의 책을 저도 많이 읽었는데 예전에 읽어 리뷰를 남기지 못한 것 같아요.
기회되면 재독하고 싶어요.

새파랑 2025-01-21 09:26   좋아요 1 | URL
김연수 작가님 너무 좋습니다 ㅋ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더 공감이 됩니다~! 사인회 가보고 싶어요 ㅋ

자목련 2025-01-21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탑은 사랑입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그냥 삽니다. 읽지도 못하면서 ㅎㅎㅎ

새파랑 2025-01-21 16:10   좋아요 0 | URL
어제 또 세권 샀습니다 ㅋ 김연수 작가님 너무 좋습니다~!!!

희선 2025-01-22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 책 많이 보셨군요 예전에 조금 읽기는 했는데... 지금도 잘 못 읽지만, 예전엔 더 못 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연수 작가 소설 좋아하는 사람 많은데... 이 책도 읽었는데 하나도 생각이 안 나네요


희선

새파랑 2025-01-22 11:46   좋아요 0 | URL
김연수 작가님 중단편이 시점이랑 시기가 자주 바껴서 좀 안읽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도 몇달 지나면 내용 생각이 하나도 안나요 ㅡㅡ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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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렇게 많은 불빛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김연수 작가님의 책을 몇권 읽지는 않았지만 읽을때마다 따뜻함을 느꼈는데 내가 최근에 읽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때> 라는 단편집에서도 작가님의 따뜻함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제목부터 회상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수록된 작품 모두 어린시절과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 들이었다.


모든 작품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 자전적 이야기가 확실한 <뉴욕제과점>이었다. 올해 내가 읽은 단편중 이 단편보다 인상깊은 단편을 찾아내라고 한다면, 글쎄, 아마 없을것 같다.


줄거리는 등단해서 이제 작가라는 명함을 가진 김연수 작가님이 지금은 없어진 ‘뉴욕제과점‘ 아들이었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제과점 아들로 살아가면서 받았을 부러움, 하지만 실제로는 빵을 마음껏 먹지 못했던 사실들, 아픈 어머니 대신 팥빙수를 만들었던 일, 그리고 뉴욕제과점이 이제는 사라지고 국밥집으로 바꼈다는 이야기까지 누구나 경험해봤을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을 감성적으로 그리고 있다. 게다가 이야기 속 문장들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대단히 묵직하다. 자전적 소설이어서 더 진실되게 다가왔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다음에 나는 깨달았다. 이제 내가 살아갈 세상에 괴로운 일만 남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없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위안이 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삶에서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사실을, 그저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됐다.˝] P.104(뉴욕제과점)



나에게도 작가님처럼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다. 생겨나는걸 보진 못했지만 사라지는건 봤던 것들, 나만의 추억의 장소들, 더이상 현실에는 없는 것들, 다시는 만나기 힘든 사람들. 어느덧 새로 얻어지는 것보다는 사라지는 것이 많은 나이가 되다보니 기대보다는 아쉬움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왜 영원할거라 생각했는지, 왜 영원할 수는 없는건지, 왜 소중한건 더 빨리 사라지는 건지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 작품에서 독자에게 이야기한다,다 그런거라고,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많은 불빛(추억)보다는 조금만 있으면 된다고,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존재한다고,어차피 인생은 그런게 아니겠느냐고 말이다.


오늘도 찬찬히 내가 간직하고 있는 불빛들을 하나씩 꺼내봐야겠다. 그리고 ‘아니겠냐‘와 ‘아니겠느냐‘의 차이도 생각해봐야겠다.



Ps. 이 책을 읽고 나서 얼마후에 전람회의 서동욱님이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타계 했다는 뉴스를 봤다.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오랜 친구가 떠난것 같은 공허함을 느꼈었다. 전람회 1집때부터 앨범도 사고 좋아했었다. 그가 부른 <마중가던길>, 듀엣으로 불렀던 <그대가 너무 많은>, <떠나보내다>, 그가 작사한 <하늘높이>. 다시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시절의 불빛들을 떠올려봤다. 부디 다른 세상에서는 아픔없이 행복하시기를 바래본다. 그동안 아주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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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님의 전작읽기를 진행중이다. 한번 빠지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인지라 매주 한권씩 야금야금 사서 읽고 있다. 북플에서는 인지도 대비 그렇게 많이 언급되시는 작가님은 아닌데, 나는 그저 좋다. 왜 좋냐하면 일단 비슷한 나이대(라 믿고싶다..)에 비슷한 취향(음악?), 그리고 비슷한 감성 때문이다.


작가님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우울하다. 이렇게 우울해서 어찌 살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해피엔딩인 작품도 없고, 교훈도 없고, 희망은 희박하고, 주인공은 다 상처투성이에다가, 작품이 끝난 이후에도 과연 행복이란게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다 읽고 나서 찜찜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왠지 위로가 된다. 작가님만의 특유의 위로 방식이라고 해야할까?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는 위안을 받는다. 그리고 그 위안 속에는 사랑이 숨어있다.


읽은 책들을 간단히 리뷰해보자면...



<어떤 비밀>

절기별로 쓴 최진영 작가님의 24개의 편지와 그 이야기들. 진정한 계절 산문이다. 내용은 다 다르지만 한결같이 독자에게 위로를 전한다. 매월이 시작할때마다 다시 읽어봐야겠다.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산문집.

˝누구에게나 말한 수 없는 비밀이 있을 것이다.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당신의 오래된 비밀 때문에 나는 당신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예의를 갖춘다.˝ (10월)



<쓰게 될 것>

최진영 작가님의 세번째 단편집. 첫번째 단편집인 <팽이>는 아직 못구했다. 장편을 잘쓰면 단편이 좀 취약할 수 있는데 작가님의 단편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이 단편집의 키워드는 ‘미래‘다. 작가님에게 미래는 희망찬 미래가 아닌, 불안하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쓸쓸하지만, 내가 선택한 미래다. SF 느낌의 ‘쓰게 될 것‘과 ‘인간의 쓸모‘는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홈 스위트 홈‘은 읽고 나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는 사라지고 현재는 여기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무언가가 폭발하여 사방으로 무한히 퍼져나가는 것처럼 멀리 떨어진 채로 공존한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하거나 기억하지 못할 뿐. 미래는 어단가에 있다. 쉽사리 볼 수 없는 머나먼 곳에.˝ (홈 스위트 홈)



<비상문>

짧은 단편이지만 상당히 무거운 작품이다. 작가님은 ‘자살‘이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비상문‘이라고 생각해서 제목을 이렇게 지은걸까? 유서도 없이 자살한 동생 신우,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신우가 왜 죽었는지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찾을수는 없었다, 어디에서도. 남겨진 사람들은 이유를 알았더라면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까란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살아있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살아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

˝말로 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리는 게 있다고. 내겐 빛니는데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그런거.˝  (65p)



<오로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예약한 제주도 숙소를 주인공인 ‘오로라‘가  쓰게 되고, ‘오로라‘는 그곳에서 제주도 살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마음을 치유한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했는데, 결국 이별하고, 그리고 나서 이를 회복하는 이야기. 주인공이 묻은 것은 새가 아니었고, 이젠 열어봐서는 안될 자신의 비밀이었다. 2인칭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특이한 구성이지만, 이런 구성이 좀 더 주인공의 심정을 잘 전달해준다.

˝누구나 감추고 삽니다. 한 명쯤은 아무도 모르게. 어둠 속에서. 홀로 사랑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묻어버려요. 마음에 심장처럼. 그럼 들키지 않고 그는 당신이 됩니다.˝  (57p)



<겨울방학>

작가님의 두번째 단편집. 장편에 비해 단편은 비교적 따뜻하다. 겨울방학이라는 표제작의 제목처럼 서늘하지만 나름의 휴식이 숨어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휴가때 어디 여행을 가서 읽기에 딱 좋은 단편집이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보다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거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거야라고 말하지만, 작가님은 이 작품집을 통해 반대로 말한다. 이걸로 충분하다고.

˝다 같으면 이렇게 많이 존재할 이유가 없잖아. 단 한
명이면 되지.˝  (250p)



<원도>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죽지 않고 계속 살아도 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님의 긴 답변‘이라고 하고싶다. 주인공의 이름은 ‘원도‘다. 어린시절  (죽은)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하고 ‘만족스럽다‘는 유언아닌 유언을 낙인처럼 지니고 살아가는 ‘원도‘, 타인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면서도 나에게는 애정을 주지 않은 어머니를 가진 ‘원도‘, 주위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따뜻한 말한마디 들어본 적이 없던 ‘원도‘, 무엇보다도 모든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데 익숙한 ‘원도‘. 마지막에 그는 왜 죽지 않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었을까?

작가님 작품 중 가장 어두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 읽고 나서 찝찝함이 오래갔었다. 그럼에도 한번씩 주인공 ‘원도‘가 떠올랐다. 이기적이고, 비호감이고, 찌질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럴수도 있었겠구나란 연민이 들었다. 누군가가 따뜻하게 안아줬더라면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텐데...그래도 죽는것 보다는 사는게, 사랑하는게 구원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야 언니에게>

작가님 작품중 두번째로 어두운 작품. ˝끔찍한 오늘을 찢어버리고 싶다.˝ 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저 평범한 소녀였지만, 단 한번의 사건으로 인해 주인공인 ‘제야‘를 둘러싼 모든게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일기형식이지만 시간순서대로 배열된건 아니고 주인공인 ‘제야‘가 (고통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다. 읽어 나가면서 ‘아 안돼, 제발‘ 안타까웠고, 다 읽고나서는 분노할 수 밖에 없다.(혈압주의 작품이다.)

왜 가해자는 떳떳하고 피해자는 숨겨져야 하는가, 왜 가해자는 행복을 누리면서 피해자는 매순간 고통속에서 살아야 하는건가. 언젠가 제야에게 치유의 날이 올 수 있을까? 제야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잘해주는 게 아니라 걱정하고 아끼는 거야. 노력해야 해. 사람은 노력해야 해.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래야 해. 마음을 쓰는 거야. 억지로 하는 게 아니야. 좋은 것을 위해 애를 쓰는 거지.˝  (161p)



<해가 지는 곳으로>

작가님 작품중 세번째로 어두운 작품. 작품의 내용은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시스템이 파고되고, 살기 위해 ‘해가 지는 곳‘으로 도망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잘 기억해야 한다...) 스토리 자체로만 본다면 작가님 작품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한편의 디스토피야 영화를 본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어둠 그 자체이다. 어디에도 희망은 없었다. 바이러스나 전쟁이 무서운건 어쩜 사람이 많이 죽어서라기 보다는 ‘인간성‘이 파괴되는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전 영원하지 않아. 그냥 난 알아 버린 거아. 좋았다가 없어지면 외로워진다는 걸.˝  (121p)




여기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작가님의 초기작(당신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과 유명작(구의 증명, 단 한사람, 내가 되는 꿈)은 이미 읽었다.  지금까지 13권 읽었으니 나름 열성팬이라 자처해본다. 다른 책들도 부지런히 구매하고 읽어서 또하나의 전작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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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11-24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나이가 아니라서 그럴까요?
저는 아직 리뷰를 쓰지 못하고 있어요.
계속 고민해 봐야겠어요^^

새파랑 2024-11-24 14:14   좋아요 1 | URL
작가님이 글에서 가끔 음악 이야기도 하시는데 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더라구요. 제가 좀 우울한걸 좋아해서 저에게 딱입니다 ㅋ 페넬로페님 어떤 책 읽으셨는지 궁긍합니다~!!

coolcat329 2024-11-26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최진영 작가 잘 모르지만(여자시더군요! 저는 얼마 전까지 남자인 줄 알았답니다) <구의 증명>은 워낙 유명해서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13권을 읽었다니 찐 팬이시네요.
아무튼 반가워서 글 남깁니다. 😊

새파랑 2024-12-02 12:59   좋아요 1 | URL
넵 오랜만입니다. 북플 자주 들어오고 싶은데 여력이 일되가지고 ㅜㅜ
내년부터는 자주 들어올겁니다~!!

전 한국작가님중 최진영, 김연수 두분만 믿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24-12-03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진영 작가의 책을 많이 보셨군요? 저는 구의 증명, 만 읽었습니다.
어떤 비밀, 이란 산문집에 관심이 가네요.^^

새파랑 2024-12-07 17:10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ㅜㅜ <구의 증명>이 제일 유명하지만 다른 작품들도 다 좋더라구요~! 산문집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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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4036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타인과 조우하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하며, 그 착각이 주는 달콤함과 씁쓸함 사이를 길 잃은 사람처럼 헤매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던가."


믿고 읽는 백수린 작가의 초창기 작품은 어떨지 궁금했다. 문학동네 북클럽에도 가입한데다, 이 책이 이달의 도서? 이길래 문학동네 북샵에서 구매했다. 그리고 바로 읽었는데, '엄청난 작품이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아주 괜찮았다.


사실 내가 이 작품에 대해 기대한 분위기는 <여름의 빌라> 였는데, <여름의 빌리>와는 다른 면이 많았다. 우선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좀 쎄고(?),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작품도 많았으며, 작가가 의도를 꼭꼭 숨겨놔서 작가가 뭘 말하고 싶었던 건지 숨은 의도를 찾는 고생도 했어야 했다. (해설이랑 인터뷰를 보면 답이 잘 나와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작품을 꼽는다면 표제작인 <폴링 인 폴> 이었다. 이 단편은 완전 내 취향 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가장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왜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에 대한 짝사랑의 아쉬운 감정을 너무나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이건 작가님의 자전적인 작품(?) 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본다.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한국어 강사인 나의 수업에 재미교포인 '폴'이 참가하게 되고, 처음에는 그를 꺼리지만 수업이 진행되면서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하게 되고, 어느 순간 그를 신경쓰게 된다. 삼심대 중반인 나, 그리고 이십대 중반인 폴. 극 I인 나와 극E인 폴.


폴 역시 나를 좋아하는게 아닌가 라는 착각은 만남이 거듭할 수록 옅어졌다. 그는 나를 친누나 같다고
했고, 어느날 폴은 술자리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유리코라는 일본 여학생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폴과 유리코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고독해진다. 하지만 결코 이 마음을 폴에게 말할 수는 없었고 나는 폴에게, 폴은 결코 알 수 없는 나만의 작별인사를 준비한다. 폴은 내 마음을 알고는 있을까?

[나는 폴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그의 이름을 다급히 불렸다.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이제 두번 다시 나는 이런 감정으로 그를 바리볼 수 없을 것이다. 한 번도 그럴듯하게 명명된 적이 없는 초라한 내 사랑. 이제 와 고백을 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만, 나는 그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만큼은 건네고 싶었다. 삼 십대의 사랑은 그렇게 쉽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니까. ] P.65 <폴링 인 폴>


언제나 궁금했었다. 짝사랑은 언제 시작되는건가? 짝사랑 당하는 사람은 짝사랑 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는 있을까? 모르는척 하는 걸까? 만약 알고 있었다면 어느 시기가 되서야 알게 되는걸까? 물론 짝사랑한다고 고백하기 이전까지의 이야기 이지만...


이렇게 쓰고 나니 이 작품이 단순한 짝사랑 이야기 같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작가는 짝사랑 이야기에 미국인인 폴과 이민 1세대인 폴의 아버지와의 갈등, 이민 2세대의 모국에 대한 마음과 역사 인식을 절묘히 섞어놨는데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아주 매끄러웠다. 살짝 <눈부신 안부>와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그 다음으로 <거짓말 연습>이 좋았다. 과연 나는 타인에게 언제나 진실말을 말했던 걸까? 아니 타인에게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스쳐 지나가면, 나만 놓아 버리면 끝인 사람들인데? 필요에 따라서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거짓말이 꼭 나쁜것 만은 아니다. 나쁜건 나를 떠나버린 사람들이다.

[이곳에 온 지 몇 달 만에 깨닫게 된 사실은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은 상대에게 모든 것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떠날 사람들은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아니 보여줘도 되는 만큼, 아니 보여주고 싶은 만큼만을 드러낸 채로 제한된 삶을 살았다.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P.15 <거짓말 연습>




Ps. <폴링 인 폴> 작품집을 읽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훨씬 좋아한다는 것을. 그런데 하루키는 왜 좋은걸까? ㅎㅎ

#북클럽문학동네 #이달책 #폴링인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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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4-05-12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 전에 그럭저럭 괜찮게 읽었던 소설집인데 벌써 가물가물 느낌만 남았어요. ㅎㅎㅎ깨끗하고 맑은 취향(?)의 새파랑님께는 어울릴 것 같습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4-05-13 21:26   좋아요 3 | URL
역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열반인님~!! 사실 전 한강작가님이나 최진영 작가님이 더 취향입니다~!!

저 깨끗하고 맑지는 않는데...단지 보뱅을 좋아할뿐 ㅋ

바람돌이 2024-05-13 15: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북홀릭님과 새파랑님 두분이 한꺼번에 백수린 작가를 좋다고 하시네요. 익히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읽어본 적은 없는데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새파랑 2024-05-13 21:27   좋아요 1 | URL
아 ㅋ 요새 바빠서 북플을 잘못하고 있는데 북홀릭님도 그러셨군요~!!!

백수린 작가님 작품 다 괜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