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011

˝몰인정한 게 아닙니다. 비인정하게 반하는 겁니다. 소설도 비인정으로 읽기 때문에 줄거리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겁니다.˝


유유자적한 삶이란 어떤걸까? 그냥 아무 일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삶을 말하는건 아닐것이다. 생각과 생각,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삶에 대해 끝임없이 철학하는 것이 유유자적한 삶이 아닐까?

[˝이지(이성과 지혜)만을 따지면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의 발목이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주장하면 옹색해진다. 여하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P.15

[살기 힘든 것이 심해지면 살기 편한 곳으로 옮겨 가고 싶어진다. 어디로 옮겨 가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태어나고 그림이 생겨난다.]  P. 15

[서른이 된 오늘날에는 이렇게 생각한다. 기쁨이 깊을 때 근심 또한 깊고, 즐거움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다. 이를 분리하려고 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 치워버리려고 하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  P.16



˝나쓰메 소세키˝의 세번째 소설인 <풀베개>를 읽다보면 유유자적한 삶이란 이런것이구나 하는걸 느끼게 된다. 그의 삶에 대한 통찰, 작가로서의 고민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실연의 고통을 잊고 그 부드러운 면이나 동정이 깃드는 면, 수심 어린 면, 한 발 더 나아가 말하자면 실연의 고통 그 자체가 흘러넘치는 면을 단지 객관적으로 눈앞에 떠올리는 데서 문학과 미술의 재료가 된다.]  P.47



그리고 이 책은 소설이지만 한 폭의 그림을 보거나 시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한문장 한문장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서 이야기의 줄거리 보다는 화자인 화가가 타자화 되어 바라보는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그가 지어내는 하이쿠와 사색을 중심으로 책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줄거리는 없다. 게다가 화가인 그는 한폭의 그림도 완성하지는 못한다.)

[세상에는 혼자만의 수수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내세에 환생하면 아마 명자나무가 될 것이다. 나도 명자나무가 되고 싶다.]  P.166




개인적으로는 ˝소세키˝의 데뷔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두번째 작품인 <도련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 후>로 ˝소세키˝를 처음 접해서 그런지 앞의 두 작품은 내가 읽고 싶었던, 우울하지만 여운이 남는 ˝소세키˝의 작품은 아니었다.


그래서 ˝소세키˝의 세번째 작품인 <풀베개>도 왠지 초기작의 분위기와 유사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확실히 앞의 두 작품과 분위기가 다르며, 이후 출판되는 그의 작품의 근원이 되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소세키˝의 작품을 전작하고 싶다면 <풀베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Ps . ˝나쓰메 소세키˝ 전작도 이제 네권 남았다.
아직 안읽은 <우미인초>, <갱부>, <춘분 지나고까지>, <명암>을 순서대로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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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1-17 22: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이 책은 200쪽대네요?! ‘유유자적‘에 관한 새파랑님의 설명 참 좋아요.^^ 발췌문은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라 놀랍고 반갑네요. 꼭 읽어야겠어요!! <나는 고양이..>하나읽고 더이상 소세키작품 읽을 생각을 안했었는데 새파랑님과 그레이스님,페넬로페님의 리뷰를 보며 더 읽어야겠구나, 전작의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ㅎㅎ

새파랑 2022-01-17 23:00   좋아요 6 | URL
주말에 알라딘 우주점 갔는데 중고로 있길래 냉큼 구매했습니다 ㅋ 주말에 책은 안읽고 책만 샀어요 😅

이 책 보다는 <행인>, <산시로>, <그 후>를 먼저 추천합니다~!! 애네들은 재미도 있어요 ^^

페넬로페 2022-01-17 23: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풀베개 너무 읽고 싶네요.
유유자적한 삶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
마음에 와 닿는 소세키의 문장을 어서 만나고 싶어요~~
이제 네 권 남으셨네요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새파랑 2022-01-17 23:39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은 이미 많이 읽으셔서 이 책 마음에 드실거 같아요. 막 재미있게 읽는 책이라기 보다는 그림을 보는 것처럼 읽으시면 좋을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2-01-17 23:1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새파랑님
한편의 그림을 보는것 같다는 감상에 동의합니다
언젠가 다시 꺼내볼 날이 있겠지 하고 전작을 모셔두고 있습니다^^

새파랑 2022-01-17 23:41   좋아요 5 | URL
그레이스님의 명품 <풀베개>리뷰를 다시 보고 감탄 했습니다~!! 이 책은 재독이 필수인 작품 같아요 ^^

scott 2022-01-18 00: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옹 작품 중
풀베게-우미인초 요렇게 좋아합니다!^^

demianee 2022-01-18 01:51   좋아요 5 | URL
우미인초 너무 어려워서 두 번 읽기 시도하고 치웠어요..ㅎㅎ 조만간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새파랑 2022-01-18 06:34   좋아요 4 | URL
<우미인초>는 좋지만 어려운 작품인가 보네요 ㅎㅎ 유명하고 재미있는 책만 먼저 읽다고니 남은 책들이 다 어려운 것들 뿐인거 같아요 😅

mini74 2022-01-18 01: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 전작도 거의 끝나가시는군요 새파랑님 👍 전 사놓고 아직 ㅠㅠ 읽어야 하는데 말이죠 ㅠㅠ ㅎㅎ

새파랑 2022-01-18 06:36   좋아요 5 | URL
우주점에 현암사 이 책 말고 다른 중고도 있었는데 안산게 후회가 됩니다 ㅜㅜ 나머지는 새책으로 읽어야 할거 같아요 ㅎㅎ

초란공 2022-01-18 0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제 소세키 옹을 시작하셨나요^^ 저는 시작은 않하고 일단 거의 다 모아갑니다 ㅋㅋ

새파랑 2022-01-18 06:38   좋아요 5 | URL
조금씩 야금야금 읽다보니 그래도 많이 읽었더라구요 ㅋ 다 모으셨다니 부럽습니다. 전 몇권은 빌려읽고 이북으로 읽고, 출판사도 다 달라서 아쉽네요 ㅜㅜ

바람돌이 2022-01-18 01: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소세키는 언제 제가 접할까요? 세상에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은데 소세키 손에 잡으면 전작을 읽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기시감은 도대체 뭘까요? 너무 많은 분들이 소세키를 이야기해서 무조건 다 읽어야 할 거 같달까요? ㅎㅎ 일단 지금 내게는 버지니아 울프가 있으니까 그녀 다음에는 소세키에 도전해볼지도...... 풀베개 꼭 기억하고 제일 먼저 읽어야지.

새파랑 2022-01-18 06:40   좋아요 6 | URL
현암사 시리즈 출판 순서대로 읽으시면 아마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거 같아요 ㅋ 소세키가 글을 잘 써서 책은 잘 읽히는데 어떤 책은 좀 어렵기도 한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2-01-18 1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련님을 재밌게 읽었는데 풀베개를 꼭 읽어야겠군요. ^^

새파랑 2022-01-18 12:33   좋아요 1 | URL
참고하실게 도련님이랑 풀베개랑은 분위기가 완전 다릅니다 ㅋ 도련님은 밝은 편인데 풀베개는 완전 사색적이에요 ㅋ

그런데 감성적인 페크님은 오히려 풀베개를 더 좋아하일 수 있을거 같아요~!!

희선 2022-01-18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소세키가 세번째로 쓴 거였군요 여기에서 자신의 예술론을 말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네 권 남았다니, 2022년에 다 보시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01-19 00:30   좋아요 0 | URL
소세키 예술론이 잘 담겨있더라구요~! 소세키 전작 네권이 남았는데 다 어려운 작품만 남았어요ㅜㅜ
 

N22010

˝안달하고 질투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 안 돼? 기회가 있을 때 인생을 즐겨야지. 어차피 100년 후엔 우리 모두 죽을 텐데 뭐가 그리 심각해? 할 수 있을 때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


˝서머싯 몸˝의 <케이크와 맥주>를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던건 ‘케이크와 맥주‘의 상관관계 였다. 왜 제목을 이렇게 지은걸까? 궁금해하면서 책을 읽었지만, 어느순간 제목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대신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드리필드의 첫 번째 부인 ˝로지˝를 중점으로 해서 읽었다.


이 책의 줄거리를 아주 간단하게 써보자면, 영국에서 거장으로 대우받던 작가 ˝드리필드˝가 타계하고, ˝드리필드˝의 두번째 부인은 생전에 ˝드리필드˝와 친했고 현재도 유명한 작가인 ˝로이˝에게  ˝드리필드˝의 전기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드리필드 부인˝은 남편과 첫번째 부인인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는 몰랐기 때문에, ˝로이˝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자 이 책의 화자인 ˝어셴든˝을 만나달라고 요청한다.


성공한 작가이자 야망이 큰 ˝로이˝ 역시 완성도 높은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기 위해서는 그의 첫번째 부인 이야기를 알야야한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어셴든˝과 만난다. ˝어셴든˝은 처음에는 그에게 다소 냉소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드리필드˝에 대해서는 어린시절에 잠깐 만난것 말고는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로이˝ 일행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어셴든˝은 자연으럽게 그가 마음속으로만 오랜 시간 간직해왔던 ˝드리필드˝와 ˝드리필드 부인(로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흘리게 된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추억을 혼자서 떠올린다. 과연 ˝어셴든˝과 ˝드리필드˝ 부부 세 사람 사이에는 어떤 추억이 있었던 걸까?


한적한 시골 ‘블랙스터블‘에서 ˝어셴든˝과 ˝드리필드 부부˝는 처음 만난다. 당시에는 무명의 작가였던 ˝드리필드˝는 술집의 여종업원 이었던 ˝로지˝와 결혼을 한 상태였고, 화자인 ˝어셴든˝은 아직 고등학생인데다 삼촌인 목사의 강압적인 통제 아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에게 끌린 그들은 자전거를 함께 타면서 더욱 친해진다.


하지만 ˝어셴든˝은 ˝로지˝가 문란하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드리필드˝ 부부에 대해 안좋은 소리를 한다. 그리고 그들 부부랑 어울리는걸 못마땅해 하거나 숨기려고 한다. ˝어셴든˝ 역시 그녀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하기도 해서 왠지 찜찜함을 느낀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앞에서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밝게 행동하는 ˝루지˝를 미워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드리필드˝ 부부는 많은 빚을 남긴 채 런던으로 야반도주한다.

[그들이 느낄 부끄러움을 생각하니 나도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런데 드리필드 부인이 그 남부끄러운 사건을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이 나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만약 내가 먼저 그녀를 보았다면 나와 마주치는 치욕을 피하고 싶을 그 마음을 배려해 그대로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반가운 기색으로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P.174



이후 ˝어셴든˝은 대학생이 되어 런던으로 떠나고, 런던에서 그는 ˝드리필드˝ 부부와 재회한다. ˝드리필드˝는 예전과는 다르게 작가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었고, 그는 밤낮으로 창작에 매달린다. 그리고 이제 삼심대 중반이 된 ˝로지˝는 예전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런던에서도 이미 많은 남성들의 인기를 받고 있던 그녀는 ˝어셴든˝에게도 접근하며, 그는 그녀의 애정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불륜관계가 된다. (요즘 읽는 책이 다 불륜내용이다...)

[그녀는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대었다가 얼른 떼는 입맞추고 아니었고 열렬한 키스도 아니었다. 그녀의 아주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내 입술에 오래 머물렀고, 나는 그 입술의 형태와 온기와 보드라움을 의식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입술을 폐고는 아무 말 없이 문을 밀어 열고 살그머니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혼자 남겨졌다. 나는 너무 놀라 내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바보처럼 그녀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돌아서서 하숙집으로 걸어 돌아갔다. 로지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업신여기거나 거슬리는 웃음이 아니라 솔직하고 다정한 웃음, 내가 좋아서 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P.206



하지만 그녀가 밀회를 갖는 사람이 자신 뿐만 아니라, 그녀 주위의 다수의 남자가 그녀의 연인이라는걸 알게 된 ˝어셴든˝은 괴로워하고, 그녀에게 진실을 고백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참, 왜 다른 사람들 일로 속을 썩고 그래? 그게 너한테 해될 게 뭐가 있다고? 내가 재밌게 놀아 주잖아! 나랑 있으면 행복하지 않아?˝]  P.224



그녀의 사랑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사랑이 아니었다. 그녀는 타인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기쁠 수 있다면 누구와도 연애를 할 수 있었던 여인이었다. 속된 말로 말하면 나쁜x 이지만, 그녀의 연인들은 그녀를 욕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게다가 그의 남편인 ˝드리필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결국 그녀는 한참 작가로 명성을 날리던 남편 ˝드리필드˝를 버리고, 결혼하기 전에 자신을 좋아했던 유부남 ˝조지˝와 함께 미국으로 야반도주한다. 이후 그녀는 영국에 나타나지 않는다. 도대체 ˝로지˝라는 여자는 어떤 여자였던걸까?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난걸까?

[˝그럼 그냥 사랑의 행위라고 해 두죠. 천성이 정이 많은 여자였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두 번 생각하는 법이 없었죠. 그건 악덕도 아니고 음탕한 것도 아닙니다. 천성일 뿐이죠. 태양이 햇빛을 발산하고 꽃들이 향기를 내뿜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어 준 거예요. 그녀 자신에게 기쁜 일이었어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됨됨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진실하고 예의 바르고 순박한 여자였어요.˝]  P.274






사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당시 영국 문단에 대한 풍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분야 보다는 ˝로지˝의 마력에 빠져서 책을 읽었다. 지금까지 ˝서머싯 몸˝의 작품은 이 책을 포함해서 딱 네편을 읽어봤는데, 그의 작품은 일단 재미있고 잘 읽히는데,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등장 인물들이 모두 생동감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 주인공들의 대부분은 욕나오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이 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인간의 굴레에서>의 ˝밀드레드˝는 정말 악녀이고 ˝필립˝의 등골을 빼먹지만 그녀의 인생이 너무 처절하게 표현되어 있어 오히려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생의 베일>의 ˝키티˝는 불륜을 저저르고 욕망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그녀의 삶에 대한 성찰이 매력적으로 그려져서 그녀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케이크와 맥주>의 ˝로지˝는 아주 미인은 아니지만 특이한 사랑관에 너무 생동감있고 사랑스럽게 그려져서 누구나 반할만 한 매력적인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로지˝같은 여자를 가까이 한다면 아마 화병이 날 것 같긴 하지만.




리뷰를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쓴 느낌이 있지만, 중요한건 이 책은 대단히 잘 읽히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일단 첫장을 넘기기만 하면 마지막장을 넘기기 전까지 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아직 ˝서머싯 몸˝을 접해보지 않으셨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s 1. 지금까지 읽은 ˝서머싯 몸˝의 작품들은 다 좋았는데, 만약 한 작품만 추천하라고 하면 <인생의 베일>을 선택하겠다.

Ps 2. 왜 책 제목이 <케이크와 맥주>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해설에 이유가 쓰여있기는 한데,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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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16 18: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베일 읽어보아야겠네요
좋으셨다고 하니...^^

새파랑 2022-01-16 18:55   좋아요 3 | URL
그나마 최근에 읽어서 그런지 전 <인생의 베일>이 좋더라구요. 솔직히 다른 책은 좀 가물가물 합니다 😅

그레이스 2022-01-16 22:05   좋아요 2 | URL
생각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른 비웠습니다^^;;;

새파랑 2022-01-16 22:49   좋아요 0 | URL
헉 ㅋ 역시 가지고는 있으셨군요. 이제 읽으실 일만~!!

mini74 2022-01-16 18: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서머싯 몸 작품의 여주인공들 정리까지 ㅎㅎ 저도 인생의 베일 좋았어요. 키티는 이름같은 여자라고 느꼈어요. 저도 이 책 사 놓고 어디에 끼여 있는데 ㅠㅠ잘 읽었어요 새파랑님 ~

새파랑 2022-01-16 19:00   좋아요 5 | URL
저는 이 책 빌려 읽고 어제 반납을 했는데 기억이 잘 안나서 리뷰를 막 썻어요 😅 서머싯 몸 작품들은 다 재미있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2-01-16 18:5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벌써 몸의 작품을 네 편이나 읽으셨네요. 소설 끝부분의 로지의 말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래도 저는 로지에게 100% 다 맘을 줄 수는 없었어요~~
새파랑님 글 읽으며 다시 케이크와 맥주에 대한 기억을 합니다^^

새파랑 2022-01-16 19:09   좋아요 6 | URL
치킨과 맥주가 땡기네요 ㅋ 페넬로페님의 리뷰가 워낙 멋있어서 전 완전 제 마음대로 썼어요 ㅋ 혹시 이 책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페넬로페님 리뷰를 보시면 됩니다 ^^

전 ˝로지˝의 그 순수함(?)이 왠지 공강이 됐어요 ㅋ

페넬로페 2022-01-16 19:14   좋아요 6 | URL
에고, 무슨 그런 말씀을요~~
그렇죠!
맥주엔 아무래도 케이크보다는 치킨이죠^^

골드문트 2022-01-16 19:16   좋아요 6 | URL
페넬로페 님 말씀이 맞습니다. ^^
글 좋은 인간이 쓴 거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현혹되는 거, 그거 정말 경계해야 합니다.

새파랑 2022-01-16 19:21   좋아요 5 | URL
서머싯 몸은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거 같아요. 그냥 쭉 읽히더라구요 ㅎㅎ 전 현혹되었습니다 ㅋ

그레이스 2022-01-16 19:43   좋아요 4 | URL
케이크와 맥주보다는 치킨과 맥주가 어울리나요?^^

페넬로페 2022-01-16 20:36   좋아요 3 | URL
그렇죠, 그레이스님!
역쉬 치맥입네다 ㅋㅇㅋ

새파랑 2022-01-16 20:50   좋아요 3 | URL
저는 케이크를 별로 안좋아해서 맥주랑 먹어본적이 별로 없지만 치맥은 확실합니다 ^^

그레이스 2022-01-16 22:07   좋아요 3 | URL
케이크는 커피, 맥주는 치킨 ^^

bookholic 2022-01-16 19:1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케맥?^^ 너무 낯선 조합입니다~~

새파랑 2022-01-16 19:23   좋아요 4 | URL
차라리 케잌과 소주가 더 맞지 않나 싶습니다 ^^
조합해서 먹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ㅋ

프레이야 2022-01-16 19: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넷 중 인생의베일 제일 좋아합니다.
특히 후반에 키티 아버지의 대화.
영화 페인티드 베일 보셨나요. 나오미 왓츠가 키티 역할을 하는데 아버지의 원작에서의 무게는 삭제되었지만 좋아합니다. 안 보셨으면 추천드려용. 케이크와 맥주,도 찜만 해두고 아직인데 언젠가는^^
새파랑 님 일요일 저녁이 또 저무네요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1-16 19:23   좋아요 6 | URL
인생의 베일을 꼭 읽어야겠어요
영화도 보구요^^

새파랑 2022-01-16 19:24   좋아요 6 | URL
제가 영화는 잘 안봐서 😅 프레이야님도 재미있게 보셨군요~!! 반갑습니다~!! 프레이야님도 일요일 마무리 잘하세요~! 전 다른 책의 세계로 😁

미미 2022-01-16 19: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떤 소설에서는 몸의 이 작품을 언급하면서 <과자와 맥주>라고 하던데요. 번역자의 선택일수도 있는데 케잌에는 맥주가 영 안어울린다는 생각이 반영되었을듯 해요.ㅎㅎ 저는 아직 239읽는 중이라 훑었습니다^^

새파랑 2022-01-16 19:40   좋아요 5 | URL
미미님의 리뷰가 기대가 됩니다 ^^ 저는 일단 리뷰를 썼다는데 의의를 뒀습니다 😅 리뷰 쓰다가 생각이 잘 안나서 책을 미리 반납할걸 후회했어요 ㅋ

바람돌이 2022-01-17 01: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달과 6펜스 외에는 읽은 책이 없는데, 그것도 고등학교 때 읽은거라 사실 기억도 잘 안난다는..... 하지만 달과 6펜스는 딱히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고, 그렇다면 새파랑님 추천을 받아 인생이 베일로 다시 서머싯 몸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까 인간의 굴레에서도 읽었어요. ㅎㅎ 이놈의 기억력...ㅠ.ㅠ

새파랑 2022-01-17 06:40   좋아요 3 | URL
달과 6펜스 별로이셨군요~! 인생의 베일은 초반부터 흥미로와서 더 재미있게 읽히더라구요 ㅋ 너무 많은 책을 읽으셔서 기억이 잘안나실거 같아요 ^^

희선 2022-01-17 01: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몸 소설에서 여성을 인상깊게 보셨군요 여기 나온 로지는 좀 아니네요 천성이 정이 많은 여자라니... 한사람을 죽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로지를 좋아하는가 봅니다 그것도 신기합니다 실제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2-01-17 06:41   좋아요 3 | URL
실제 그런사람이 있다면 주번사람들은 병날듯 합니다 ㅋㅋㅋ 그냥 평범하지 않은 유형이어서 신기했어요 ^^
 

N22009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인생에서 실패하는지 아세요? 오로지 정 때문이랍니다.˝


사회적 통념이라는건 이를 어겼을 경우 그에 따른 처벌과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에 상당히 무섭고 구속력이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끝이 불행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통념을 어기기도 한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더 끌렸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던 사랑, 그리고 파멸.


시골 귀족 가문의 외동딸로 태어난 ˝에피˝, 그녀는 아무 부족함 없이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누구보다 명랑하게 자란 17세의 소녀였다. 결혼 적령기의 그녀는, 과거 그녀의 어머니인 ˝브리스트 부인˝을 좋아했던 남자이자 독일의 한적한 바닷가 도시 ‘케신‘의 군수인 38세의 ˝인슈테텐˝ 남작과 결혼 한다.
(뭔가 막장의 느낌이 나지만, 막장은 아니다.)

[그녀는 가장 우아한 것만 마음에 들어했으며, 가장 좋은 것을 가질 수 없으면 둘째로 좋은 것은 아예 사려고도 하지 않았다. 둘째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에피는 단념할 수 있었으며, 그 점에서 브리스트 부인은 딸을 제대로 본 것이었다.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욕심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다 꼭 갖고 싶은 것은 언제나 아주 특별한 것이어야 했다. 그 점에서 그녀는 욕심이 아주 많았다.]



세상물정 모른체 명랑하고 귀하게 자란 ˝에피˝와 출세욕이 강하고 과묵한 ˝인슈테텐˝은 언뜻 봐서도 행복하게 지내기 힘든 조합이었다. 게다가 나이 차이는 20살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인슈테텐˝은 너무나 어리고 예쁜 부인을 몹시 사랑했고, 그녀 역시 처음에는 그에게 헌신을 했으며, 둘 사이에는 ˝아나˝라는 예쁜 딸도 태어난다. 하지만 ˝에피˝는 답답한 시골생활과 자꾸만 어린애 취급하는 남편에게서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간다.

[˝그애가 행복할까? 아니면 뭔가 가로막고 있는 걸까? 난 처음부터 그애가 인슈테텐을 사랑한다기보다 높이 평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오. 내가 보기엔 좋지 않아. 사랑도 항상 오래가는 건 아니지만 높은 평가는 절대 그렇지 않거든. 여자들은 누구를 높이 평가해야 하면 화를 내는 법이라오. 처음에 화를 냈다가 싫증을 내고 결국 비웃지.˝]  P.297



˝케산˝이라는 시골에서 가장 젊고 유쾌하며 유일하게 그녀를 즐겁게 해주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크람파스˝, 그는 과묵한 ˝인슈테텐˝과는 다르게  그녀를 웃게 하는데, 서로를 알아갈 수록 더욱 끌리게 된다. ˝에피˝는 이성적으로 ˝크람파스˝를 만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를 멀리하지만, ˝크람파스˝는 계속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어느 늦은 밤 썰매안에서 입을 맞춘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급격히 뜨거워진다.

[크람파스는 크리스마스 축하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그래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지 않았다. 크람파스의 숭배를 받으면 왠지 마음이 불안하면서도 그가 무관심하면 기분이 나빴다. 모든 것이 어긋나 있는 느낌이었다.]  P.206


이후 ˝에피˝는 몸이 안좋다는 핑계로 혼자서 계속 산책을 나가고, 이 시간에 몰래 ˝크람파스˝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밀애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그녀는 점점 불안에 빠진다. ˝에피˝는 간통이 적발되는 것 보다는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 더욱 괴로웠다. 감정적으로는 끌리지만 이성적으로는 이 관계를 조금이라도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

[나 자신이 부끄러워, 하지만 진심으로 후회하지도 않고, 진심으로 부끄럽지도 않아. 다만 계속 속이고 거짓말하는게 부끄러울 뿐이야. 내가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고, 또 거짓말할 필요도 없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거짓말은 너무 비열한 것인데 이제 영원히 크고 작은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하는 거야.]  P.302



하지만 남편인 ˝인슈테텐˝이 진급하여 ‘베를린‘으로 발령나게 되면서 ˝에피˝ 역시 ‘케산‘을 떠나야만 했고, 그녀가 그토록 바랬던 ˝크람파스˝의 헤어짐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부인의 간통을 알지 못했던 ˝인슈테텐˝은 가족과 ‘케산‘을 떠난다. 여전히 그녀에 대한 사랑이 충만한 채 말이다.

[에피가 예전보다 구김 없고 명랑해졌기 때문이다. 에피는 더 자유롭다고 느꼈기에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다. 지난 일이 아직도 가끔 그녀의 생활을 기웃거렸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또 불안하더라도 옛날처럼 자주 그러지 않아서 잠시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바르르 떨고 있는 기억으로 인해 에피의 태도는 독특한 매력을 띠게 되었다.]  P.287


그리고 ‘베를린‘에서 7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두 부부는 행복하게 살고, ˝에피˝ 역시 ˝크람파스˝를 잊고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불안은 결코 끝난게 아니었다. ˝에피˝가 요양 차 집을 비운 사이에, ˝인슈테텐˝은 우연한 계기로 곱게 포장되어 숨겨진 ‘편지뭉치‘를 발견하게 되고, 왠지 읽숙한 글씨채를 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편지들이 ˝크람파스˝가 ˝에피˝에게 보낸 연애편지임을 알게 된다.

[떠나자고, 도망가자고 썼지요. 불가능합니다. 나는 아내를 버리고 떠날 수 없습니다. 더욱이 가난 속에. 그럴 수는 없어요. 우리는 이 일을 가볍게 생각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는 가련해지고 그만 끝나는 거예요. 경박함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가치입니다. 모든 것은 운명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상황이 달랐고 우리가 아예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겠어요?]  P.302
(->크람파스가 보낸 연애편지 내용 중 일부)



분노와 배신감에 쌓인 ˝인슈테텐˝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모든 사실이 대중에게 드러나게 되고 사랑했던 ˝에피˝를 잃어버리게 됨에도 불구하고 ˝크람파스˝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하룻밤만에 ‘케산‘으로 달려간 그는 ˝결투˝를 하게 되고 그 결과 ˝크람파스˝는 죽는다.

[인슈테텐과 뷜러스도르프가 모래 골짜기를 올라가자 부덴브로크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그들은 인사를 나누었고 입회인들은 옆으로 가서 사무적인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앞으로 걸어나와 열 걸음째에 총을 쏘기로 했다. 부덴브로크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두 발의 총알이 발사되었다. 크람파스가 쓰러졌다.]  P.335



˝인슈테텐˝은 꼭 결투를 신청해서 상대를 죽여야만 했던 걸까? 부인의 간통으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고 분노했겠지만, 이미 7년전의 일이었고 현재는 누구보다 가족에게 헌신하는 ˝에피˝를 꼭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만 했던 걸까?


아마 그만큼 사랑했기에 그만큼 배신감도 컸겠지만 그럼에도 왠지 어렵게 쌓아올린 탑을 단 한순간에 무너뜨린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그 한번의 실수를 용서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던 걸까?


하지만 7년이 지났는데도 ˝예피˝가 아직까지 ˝크람파스˝의 편지를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그녀가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떻해 보면 그의 분노가 이해가 간다. 왜 ˝에피˝는 ‘베를린‘에서 남편과의 새로운 시작을 원했으면서도 바보처럼 편지를 보관하고 있었던 걸까? 무엇을 버리지 못했기에 그랬던 걸까?

[그런데 크람파스라는 남자는 누굴까? 정말 믿을 수가 없다니까. 쪽지며 편지를 쓴데다 그걸 보관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상대방 것까지! 난로와 벽난로는 도대체 왜 있대? 적어도 결투라는 터무니없는 짓이 존재하는 한 그러면 안 되지. 어쩌면 다음 세대는 편지 쓰는 열정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때는 그 열정이 위험하지 않을 테니까.]  P.359



이후 그녀는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사회의 시선 때문에 부모님 역시 그녀를 받아주지 않으며, 결국 그녀는 ‘베를린‘의 어느 작은 방에서 그녀의 하인이자 친구인 ˝로스비타˝와 함께 쓸쓸한 여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모두 인정하고 죄책감도 느끼면서도 귀족이라는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출발도 하지 않는다. 남편과 이혼한 ˝에피˝의 삶 앞에 과연 새로운 터닝 포인가 있을까? 그리고 딸 ˝아나˝와의 재회는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에피 브리스트>의 주인공 ˝에피˝의 간통은 19세기 기준으로 봤을때는 분명 죄가 맞고,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 죄 하나만으로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되어야 하는게 맞는 걸까? 사랑하는 딸도 못만나고, 부모님에게까지 버려져야 할 정도로?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게 끝나버린 ˝에피˝, 그런데 그게 그렇게 큰 실수 였는지,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을 가지고 그렇게 고통을 받았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당시 시대 정서상 어쩔 수 없다는걸 알지만 너무나 수동적일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이혼 후 삶은 더욱 안타까웠다. <에피 브리스트>의 작가인 ˝폰타네˝는 어쩌면 이 책을 통해 19세기 귀족 여성의 취약한 사회적 지위와 삶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소개를 보면 <안나 카레니나>, <보바리 부인>과 함께 결혼 3부작 이야기로 꼽힌다고 하는데, 솔직한 느낌으로는 그정도 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작품에 대한 물입도가 앞의 두 작품하고는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왜 ˝에피˝가 ˝크람파스˝와 불륜관계가 되었는지 공감이 안되었고, 두사람의 밀회 부분이 표현되어 있지 않아서 왜 그녀가 그토록 괴로워 했는지도 공감이 안되었다.
(그냥 연애편지만 주고 받은 사이였을지도 모른다...)


<보바리 부인>의 ˝보바리 부인˝이야 원래 그런 욕망이 다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해가 가고, <안나 카레니나>의 ˝브론스키˝는 나쁜 남자지만 매력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안나˝가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빠질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에피 브리스트>의 ˝크람파스˝는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에피˝가 사랑에 빠질만한 매력적인 인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감정을 숨겨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죄책감으로 인해 흔들리는, 이혼 후에도 괴롭지만 아픔을 담담히 견뎌내는 그녀의 행동과 감정을 표현한 문장들은 정말 좋았다. 이 책을 읽으신다면 ˝에피˝의 감정선을 따라 읽는 걸 추천한다.


Ps.  이 책을 읽고 나서 <안나 카레니나>가 다시 읽고 싶어졌다. 예전에 민음사 버전으로 읽었었는데, 이번에는 문학동네 버전으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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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14 17: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편지는 그때그때 태워야 합니다 ㅎㅎ 새파랑님 리뷰 너무 재미있습니다 뭔가 주홍글씨 같기도 하네요.~ 안나카레니나 명작이지요.

새파랑 2022-01-14 17:09   좋아요 7 | URL
제가 오늘 충동구매로 문학동네 버전 안나카레나나 세트를 구매했습니다 ㅋ

도대체 편지는 왜 숨겨놨는지, 아님 어디 땅에다 묻어놓든지 하지 ㅡㅡ

미미 2022-01-14 17:13   좋아요 4 | URL
땅에ㅋㅋㅋㅋ저 지금 길에서 크게 웃었어요ㅋ

mini74 2022-01-14 17:14   좋아요 4 | URL
땅에 묻음 막 편지들이 자라는거 아닌가 하는 상상하며 저도 웃었어요 ㅋㅋ

미미 2022-01-14 17:1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미니님 가까이 살았음 만나자고 했을꺼예요. 아무리봐도 제스타일입니다ㅋ

그레이스 2022-01-14 17:19   좋아요 4 | URL
발견되기 위해서...^^
불안하면 모든 장소 모든 방법이 안전해보이지 않죠!^^

새파랑 2022-01-14 17:20   좋아요 4 | URL
아마 꺼내서 보려고 자기 서랍에 넣어두었겠조? ㅎㅎ

새파랑 2022-01-14 17:25   좋아요 4 | URL
누가 그랬더라~ 책에 총이 나오면 발사되어야 한다고? ㅋ 편지도 나왔으면 이미 발견될 운명이었겠죠? ㅎㅎ

미미 2022-01-14 17:30   좋아요 4 | URL
영화에도 그 얘기 있어요! 총이 나옴 발사되어야한다ㅋ

새파랑 2022-01-14 17:31   좋아요 4 | URL
아 영화였나요? 😅 제가 머리가 나빠서 가물가물합니다

scott 2022-01-16 00:22   좋아요 4 | URL
안톤 체홉!이 말했습니다!ㅎㅎ
‘1장에서 총이 등장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반드시 그 총이 발사되어야 한다. 만약 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한다고 ㅋㅋㅋ

러쉬아 마니아 새파랑님에게 안카 세트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ㅎㅎ

새파랑 2022-01-16 08:45   좋아요 3 | URL
저도 왠지 체호프 글에서 본 기억이 있는거 같은데 제 자신을 신뢰할 수 없어서 😅 ㅋ1월 3차 구매 리스트를 쓸 만큼 책이 또 모였습니다~!!

그레이스 2022-01-14 17: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에피‘!
에피쿠로스가 생각나는 이름.
그런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안나 카레니나와 보봐리 부인과 이 작품을 묶어서 같은 류로 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제 소견에 안나 카레니나의 소설의 주인공은 안나 카레니나가 아니라는)

암튼 부지런하십니다. ㅎㅎ

새파랑 2022-01-14 17:23   좋아요 4 | URL
그럼 안나 카레리나의 주인공은 브론스키? ㅎㅎ 출판사의 주장일 수도 있지만 느낌이 비슷하긴 합니다 ^^ 저 부지런하고 단순합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1-14 17:40   좋아요 5 | URL
레빈으로 보게 되요^^
제가 알기론 제목도 안나 카레니나로 하려고 했던게 아니었다고...
독자 맘이죠. 뭐!

새파랑 2022-01-14 17:54   좋아요 4 | URL
레빈ㅋㅋ이 맞는거 같아요~! 지금 제 머리속이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가 섞여가지고 햇갈려요 😅

미미 2022-01-14 17: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일본인친구가 써준 연애?편지 안버렸는데 어디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일어라서 아무래도 안심하고 안버린거같은데 리뷰읽으니 생각나네요. 그사람과 연애는하지 않았지만..아 또TMIㅋㅋㅋ새파랑님 왜 안나카레니나 구입하셨는지 알것같아요. 댓글에서 울분이 느껴집니다 ㅡ집에못가고 웃고있는 미미ㅋ

새파랑 2022-01-14 17:28   좋아요 5 | URL
편지는 함부로 버리면 안되지만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안나 카레니나 새로 구입한건 정말 생각없이 구매한거에요. 재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기왕이면 다른 버젼을 읽어보자는 시도? 😅 집에는 가셔야 합니다~!!

미미 2022-01-14 17:55   좋아요 5 | URL
찾아서 땅에 잘 묻을래요ㅋㅋㅋㅋ😁

새파랑 2022-01-14 17:57   좋아요 5 | URL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편지 묻는 인증샷도 올려주세요 ^^

미미 2022-01-14 18:02   좋아요 3 | URL
아ㅋㅋㅋㅋㅋ북플에서 미니님이랑 새파랑님 제일 재밌어요!ㅋ

새파랑 2022-01-14 18:05   좋아요 3 | URL
저도 미니님이랑 미미님 ^^

물감 2022-01-14 17: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면 3부작중에 이책을 먼저 읽어야겠군요.
참고하겠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2-01-14 17:30   좋아요 6 | URL
3부작을 다 읽으실거면 괜찮은데, 혹시 그런게 아니시라면 아주재미있는 <보바리 부인>을 먼저 읽으시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안나 카레니나>는 분량 입박이 좀 있어서 이건 휴가때 ^^

페넬로페 2022-01-14 17:3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전혀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네요~~
이 책 품절인데 저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가봐요~~
정말 정 때문에 망치는 인생이 많아요.
간통의 기본이죠 ㅎㅎ
보봐리 부인을 먼저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2-01-14 17:56   좋아요 6 | URL
저도 우주점 오프라인에서 구매했어요 ㅋ 그런데 이건 양장 이고 무선은 아마 품절이 아닐거에요 ㅎㅎ

저도 이번에 이 작가의 작품 처음 읽어봤습니다 ^^

보바리부인 강!추! 입니다~!!

서니데이 2022-01-14 19: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실제 사례로 생각하기에는 불편하지만,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속에서 불륜은 극적 소재가 되어서 재미있는 작품도 많은 것 같습니다. ]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새파랑 2022-01-14 19:22   좋아요 7 | URL
전 평범한 일상보다는 이런 소재가 더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줘서 좋더라구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불금 보내세요 ^^

공쟝쟝 2022-01-15 13: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안나카레니나 읽는데 몇일 걸려요? 이번에 꼭 읽고 ㅋㅋㅋ 알려주세요!! 몇시간 걸려요? 저는 읽을까요? 말까요? 그거 읽으면서 다른 책 안읽을 수 있을까요?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1-15 13:38   좋아요 6 | URL
공쟝쟝님 이라시면 1권당 이틀, 총 3권이니까 6일에 리뷰쓰기 하루해서 총 7일 예상합니다~!!

공쟝쟝님과 비슷하게 매력적인 ˝안나˝가 나오기 때문에 꼭 읽으셔야 합니다 ^^

<안나 카레니나> 읽기 시작하시면 재미있어서 다른 책은 읽기힘드실겁니다 ㅎㅎ

공쟝쟝 2022-01-15 13:56   좋아요 5 | URL
저와 비슷하다고요? 그 여자 바람피우다 죽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 아놔 이사람이….

새파랑 2022-01-15 14:09   좋아요 5 | URL
헉 ㅋ 매력적(?)이라는게 비슷하다는거지 그 외에는 아닙니다 😅

미미 2022-01-16 09:01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희선 2022-01-16 01: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9세기 여성... 정말 편지를 왜 갖고 있었을까요 시간이 지나도 다른 사람한테 마음을 준 건 쉽게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건 지금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01-16 08:47   좋아요 5 | URL
너무 좋아하면 충분히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가지고 있었는지도 한편으로는 이해됩니다 ㅎㅎ 차라리 모르는게 더 나은 것도 많더라구요~!!
 

 

"하나의 진실이 있으면 또다른 진실이 있게 마련이다. 이세상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한다고 혹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로 가득하긴 해도, 사실,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과도 같다. 우리에 대한 진실에는 끝이 없다. 그 점은 우리에 대한 거짓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한다. 거짓말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을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을 뿐인데 이걸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꼭 무언가를 설명해야만, 설득헤야만 하는 걸까? 밝히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민약 상대방이 진실을 오해하고 있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태인으로 알려진 아테나 대학의 교수인 "콜먼 실크", 학장인 그는 진취적인 사고방식과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하여 학교의 활력을 불어 넣는 개방적인 인물이다. 나태한 교수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그리고 젊고 의욕적인 교수를 임용하는 그의 태도에 다른 교수들은 불만을 갖는다. 은퇴를 앞두고 있던 "콜먼"은 수업시간에 출석을 부르면서 두명의 학생이 한번도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나름 조크라고 여겨지는 말을 학생들 앞에서 한다.

 

["이 두 학생에 대해 알고 있 는 사람 없나요? 이 학생들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요. 아니면 유령들(spooks) 인가요?"]  1권 P.20

 

 

 

하지만 spooks란 말은 속어로 흑인을 지칭하는 말이었고, 공교롭게도 결석한 학생은 모두 흑인이었다. 어이없게도 그가 한 말은 그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잘못된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 교수 생활을 하면서 단 한번도 인종차별주의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건만, 그는 그렇게 부당한 취급을 당하게 되었으며, 평소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다른 교수들은 그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이런 부당한 취급에 단단히 화가 난 "콜먼"은 이후 교수직을 내려놓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오해였기 때문에 화가 날 수 도 있었지만, 대상 학생들에게 사과를 했더라면 쉽게 해결될 문제였는데도, 그는 사과를 하지 않는다. 오직 분노에 분노만 한다. 

 

[콜먼의 머리통, 한때는 누구도 감히 공격할 수 없던 학장 그리고 고전문학 교수의 두뇌를 감싸고 있던 머리통은 잘려나간 거나 마찬가지였고, 내가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는것은 손발마저 잘려나간 나머지 몸통이 중심을 잃고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1권 P.28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상대방이 잘못된 내용을 말할 때 보다 상대방이 진실을 건드렸을 때 더 화가나는 법이다. 그가 그렇게 분노한 이유는 "콜먼"이 흑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흑인이지만 피부색이 백인에 가까웠던 그는, 젊은 시절 2차세계대전 참전을 계기로 '백인'으로 패씽을 하였었고, 흑인이었던 과거를 숨기기 위해 자신의 가족과 의절까지 하고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궁금해하지 않는 유태인 아내 "아이리스"와 결혼을 해서 완벽하게 "유태인"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콜먼 어머니의 말 : "내가 내 손자 손녀를 만져볼 수 있는 기회는 브라운 부인이니 뭐니 하는 이름으로 너희 집에 내가 아기 보는 할미로 고용되어 애들을 재우거나 할 때뿐이라고 네가 말한다면 난 그것도 그대로 따를 거다. 브라운 부인이 되어 네 집에 와서 청소를 해달라고 해도 난 그대로 할 거다. 그럼, 그럼, 난 네가 하는 말은 다 따를 거야. 내겐 선택의 여지라곤 없으니까]  2권 P.253

 

 

 

그렇다고 그가 자신을 스스로 "유태인"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는 않았다. 다만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 원래부터 '흑인'이었던 그에게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딱지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흑인'임을 밝힐 수 없었다. 이는 자신이 가족과 인연을 끊으면서 까지 쌓아온 인생을 송두리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아내는 이에 대한 헛소문으로 화병이 나서 죽게 되고, "콜먼"의 인생은 박살난다. 자신이 숨겨왔던 과거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콜먼", 이를 그의 잘못으로만 말할 수 있을까? 왜 그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패씽'을 하며 살아야 했던 걸까? 

 

[이스트오렌지고등학교에서는 수석 졸업생이었던 그가 인종차별을 하는 남부에서는 단지 또다른 검둥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인종차별이 남아 있는 남부에서는 흑인들에게 개별적인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와 그의 룸메이트도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그저 검둥이였던 것이다. 세밀한 구별 같은 것은 허락되지 않았고, 그 충격은 그야말로 통렬한 것이었다. 검둥이, 그것이 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스트오렌지고등학교에서는 수석 졸업생이었던 그가 인종차별을 하는 남부에서는 단지 또다른 검둥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인종차별이 남아 있는 남부에서는 흑인들에게 개별적인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와 그의 룸메이트도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그저 검둥이였던 것이다. 세밀한 구별 같은 것은 허락되지 않았고, 그 충격은 그야말로 통렬한 것이었다. 검둥이, 그것이 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2권 P.192

 

 

이후 "콜먼"은 피폐해진 삶을 살아가면서 아무에게도 동정받지 못한, 은둔형 삶을 살아간다. 그런 가운데 그는 자신이 재직했던 대학의 청소부로 일하는 문맹인 30대 여성 "포니아"와 연인관계가 되고, 그녀와의 열정적인 사랑을 통해 위로를 받고, 그처럼 과거의 아픔이 많은 그녀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얻는다. 하지만 71살의 "콜먼"과 34살의 "포니아"의 관계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그에 대한 평판을 더욱 나쁘게 하고, 이러한 이야기는 "콜먼"의 자녀들에게 까지 들어가게 된다. spooks 사건 이후로 급격하게 전락하는 "콜먼"의 삶, "포니아"와의 만남으로 그의 육체는 오히려 젊은 시절처럼 활기를 찾으나, 그의 마음은 점점 죽어만 간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그것이 육체적 질병보다 한층 더 위험한 이유는 그걸 완화시키는 데 모르핀 점적 주사나 척수신경 차단 마취 혹은 환부를 도려내는 근치 수술 같은 것이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단 마음의 병이라는 녀석의 손아귀에 붙들리고 나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죽는 수밖에는 없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다.]  1권  P.30

 

 

 

이후 "포니아"의 전남편이자 베트남전 참전 후 PTSD를 겪고 있는 "레스터 팔리"가 그들 앞에 나타나고, "레스터"는 그들 주위를 맴돈다. 알콜과 마약에 찌들어 있고, 결혼생활 내내 "포니아"를 구타했던 "레스터", 전쟁 후유증으로 인해 극심한 폭력성과 불안을 가진 그의 등장으로 인해 "콜먼"과 "포니아"의 삶은 두번째 위기를 맞게 된다.

 

["베트남에서 복무할 때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나요?"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병사들 중에서 살인을 해보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다던가? 베트남으로 파병된 병사들이 거기 가서 하기로 되어 있던 게 바로 살인 아니었나?]  1권 P.133

 

 

 

과연 세 사람은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행복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 그렇게 진실이 밝혀지고 단지 얼룩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것 뿐이었다.  

 

[이제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네게 도망칠 길은 없고 네가 도망치려고 발버둥 쳐도 결국 네가 출발했던 자리로 되돌아오게 될 거라는 거란다.]  1권 P.254

 

 

 

 

 

 

 

미국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인 <미국의 목가>에서 "필립 로스"는 베트남전의 참상과 반전주의, 그리고 사회문제를 등한시하고 오직 개인의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미국에 대해 비판하였고,  

 

[다음 세대의 성공적인 레보브가 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정떨어지게 분노에 찬 말이나 뱉어내는 딸, 도망자처럼 숨어 있던 곳에서 스위드를 몰아내 또다른 미국으로 완전히 보내버린 딸, 스위드 특유의 유토피아적 사고 형태를 완전히 박살내버린 딸과 그 십 년의 세월, 스위드의 성으로 침투해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감염시킨 미국이라는 전염병, 그토록 갈망하던 미국의 목가로부터 스위드를 끌어내 그 대립물이자 적인 모든 것 속으로, 분노, 폭력, 반목가의 절망 속으로, 미국 고유의 광포함 속으로 집어넣은 딸]

 

 

 

 

 

미국 3부작의 두번째 작품인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에서 "필립 로스"는 이데올로기와 반공주의, 그리고 '메카시즘'에 대해 통렬히 피판하였다면,

 

[트루먼 씨가 국민에게 이 나라는 공산주의가 큰 문제라고 말하면, 국민들은 그 말을 믿는 이 잘나빠진 나라 때문에 정말 화가 나. 인종차별도 불평등도 문제가 안 돼. 공산주의가 문제라고, 사만 명, 육만 명, 십만 명밖에 안 되는 공산주의자가 문제라고, 그들이 인구가 일억 오천만인 이 나라를 전복시킬 거라고. 내가 바본 줄 아오? 이 빌어먹을 나라가 무엇 때문에 망해가고 있는지 얘기해볼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노동자에 대한 차별 때문이오. 우리나라를 망치는 건 공산주의자가 아니오. 우리나라는 인간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차별 때문에 저절로 망해가는 거야!]

 

 

 

"필립 로스"의 미국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휴먼 스테인>은 마지막 작품 답게 분노가 가장 극에 달해 있고, 미국에 대한 위선과 편견을 가장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에서 다뤘던 미국의 문제를 다시 한번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추가로 <휴먼 스테인>이 좀 더'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고 주인공도 유태인이 아니다.

 

 

 

 

혹시 "필립 로스"의 '미국 3부작'을 안읽어 보신 분들이 읽게 된다면 꼭 <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 스테인>의 출판 순서대로 읽기를 추천한다. 맛의 강도가 매운맛,  좀더 매운맛, 가장 매운맛 순서이다. 원래 음식도 강도가 약한 것에서 먹기 시작해야지 처음부터 강한맛으로 시작하면 이후 먹는 음식은 맛이 없어지기 떄문이다. 그러고보니 "필립 로스"는 순한 맛의 책을 쓸 줄 모르는 작가라는 생각도 든다. 재미면에서는 <휴먼 스테인>이 가장 좋았고, 그나마 읽기 수월한 책은 <미국의 목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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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12 23: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 권 중에서는 휴먼스테인의 소재가 좋은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2-01-12 23:49   좋아요 5 | URL
소재도 좋고 읽는 재미도 있더라구요 ㅋ 서니데이님도 좋은 꿈 꾸세요 ^^

mini74 2022-01-13 00: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휴먼 스테인을 제일 먼저 읽은 ㅠㅠ 넘 잘 쓰셨는데요 새파랑님 ㅎㅎ 👍

새파랑 2022-01-13 00:07   좋아요 4 | URL
저도 책표지 있는 글을 써보고 싶어서 PC로 써봤는데 쓰다가 힘 빠져서 용두사미가 됐어요 😅 다른 작품도 읽어보세요~!!

scott 2022-01-13 00: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담달 이달의 당선작 예약😎
2022년 새파랑님 폭풍질주 열독 열차 쉼없이 달려여😄

새파랑 2022-01-13 00:12   좋아요 4 | URL
그건 절대 아닙니다 ㅋ 다음 필립 로스 책은 스콧님이 강추하신 <네메시스>를 읽어야 겠어요~!!
아직 필립 로스 안읽은 책이 남아있어서 행복합니다 ^^

미미 2022-01-13 00: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내일 PC로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님 3부작 정말 만족하셨나봐요. 최근 본 중 가장 긴 새파랑님 리뷰인것 같습니다.
대략 훑어봐도 심오한 정서를 건드려준 작품이었구나 느낌이와요.^^

새파랑 2022-01-13 00:20   좋아요 4 | URL
책이 두꺼워서 줄거리가 길다보니 😅 근데 책에 있는 내용 7분의 1정도만 쓴거에요. 생각보다 복잡하고 이야기가 방대! 하더라구요 ㅋ <미국의 목가> 부터 읽으셔야 합니다~!!

페넬로페 2022-01-13 0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네, 꼭 새파랑님께서 추천하신 순서대로 읽어야겠어요.
어떤 결과를 파악하는 건 단순하지 않은 것 같아요. 여러 원인이 섞여져 있고 어떨 땐 아무것도 아닌것에서도 나오고~~
이 책 내용이 엄청 많을 것 같네요^^

새파랑 2022-01-13 08:23   좋아요 4 | URL
만약 읽으신다면 순서대로 읽으세요 ㅋ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많고 성격도 다면적이고 평범한(?)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희선 2022-01-13 0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소설 세 편을 매운맛으로 나타내다니... 다 매운맛이고 갈수록 세지는군요 반대로 보면 재미가 덜할지도 모른다니, 그런 말도 재미있네요 미국은 여전히 인종차별이 있고 그건 한국도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거기보다 덜하다 해도... 인종차별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도 하는군요


희선

새파랑 2022-01-13 08:25   좋아요 3 | URL
<휴먼스테인> 1권을 읽었을 때는 인종차별 문제를 중점으로 다루는줄 알았는데 2권 읽다보니 완전 다면 복잡한 문제를 그리고 있더라구요 ㅋ 우리나라도 같은 아시아인 차별하는 문제가 있긴 하죠 ㅜㅜ

물감 2022-01-13 07: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운 음식은 안좋아하지만 매운 작품은 너무 좋아합니다. 미국 3부작 킵해두겠습니다ㅋㅋ

새파랑 2022-01-13 08:27   좋아요 3 | URL
물감님에게 잘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감님이 좋게 읽으신 <네메시스>를 제가 읽고 뭐가 더 맞으실지 추천해 보겠습니다~!!

coolcat329 2022-01-13 0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산주의자, 휴먼 스테인은 있는데 첫 번째로 읽어야 할 미국의 목가 없습니다. 이걸 또 사야겠네요.
맛에 비유해주시니 너무 와닿습니다~^^

새파랑 2022-01-13 08:38   좋아요 3 | URL
쿨캣님의 월동준비는 역시 탄탄하네요 ^^ 저는 오늘은 좀 순한맛의 책을 읽고 정화를 해야할거 같습니다 ㅋ

키라키라 2022-01-13 1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의 책을 도전하기에 좋은 길잡이 같은 피드네요^^ 저에게 친절하고 좋은 길잡이 같은 새파랑님~ 필립로스 3부작도 책장목록에 담아봅니다 ^^ㅋ

새파랑 2022-01-13 13:03   좋아요 3 | URL
제가 필립 로스의 책을 다 읽은건 아니지만 혹시 필립 로스의 책을 안읽어보셨다면 <에브리맨> 이나 <울분>을 먼저 추천드리고 싶네요~!! 요 책들이 상대적으로 읽기는 수월하고 내용도 좋습니다~!!

키라키라 2022-01-13 1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 추천순으로 읽어보겠습니다^^
 
여름의 끝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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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05

˝그는 떠날 것이고,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될 것이다. 지금 아짐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가 있다는 사실인 것처럼.˝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리면서 시작하는게 바로 사람이고, 사랑이다. 결과를 걱정해서 시작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아무도 모르게 다가온 사랑, 아무도 모르게 시작한 사랑, 아무도 모르게 끝난 사랑, 하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사랑. ˝월리엄 트레버˝가 <여름의 끝>에서 써내려 간 사랑은 이런 사랑이었다.




1. ˝엘리˝

부모가 누구지도 모른 채 수도원에 버려져서 자란 ˝엘리˝는 성인이 된 후 농부 ˝딜러헨˝의 집의 가정부로 들어가게 된다. ˝딜러핸˝은 자신이 일으킨 사고로 첫번째 아내와 아이를 잃은 사람으로, 마음속에 큰 슬픔을 간직한 채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집에 들어온 ˝엘리˝에게 애정을 느낀 그는 그녀에게 청혼을 하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엘리˝는 이를 받아들인다. 사랑에 의한 결혼이 아닌, 상황에 의한 결혼을 한 그녀.


˝딜러헨˝은 그녀에게 잘 해 주었고 그녀가 어디 불편한게 있는지, 생활이 무료하지는 않는지 항상 배려를 해준다. 하지만 ˝엘리˝는 이런것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무엇인지 모를 공허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사진을 찍고 다니는 ˝플로리언˝이라는 남자를 보게 되고, 비슷한 또래의 그에게 왠지모를 호감을 느끼며 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다. 그는 어디서 온 걸까? 그는 누구일까?

[그가 궁금했고,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궁금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안녕하세요, 하고 말했을 때 누구인지 바로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P.111



우연한 기회에 둘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이 있음을 알게되며, 다른 사람의 눈에 뛰지 않는 장소에서 둘만의 만남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고, 매일 ˝플로리언˝에 대한 생각만을 하던 그녀는 이제 더이상 남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플로리언˝으로 가득차 있었다.

[두 사람이 친구가 되었을 때 그녀의 외로움은 그의 외로움이 되었다. 그러다 그는 지나친 욕심을 부려 우정에서 너무 많은 무엇을 바람으로써 위태로운 사랑이 피어나는 것을 무심히 내버려두었다. 그녀는 그에게 왔고, 이제 더 커진 죄책감은 연민을 더욱 키웠으며, 죄책감에는 연민이 가진 어떤 위엄까지 드리워졌다. 무모한 착각은 오늘 일어난 일로 인해 조금 덜 무모해 보였고, 가망없는 갈망은 조금 더 설득력을 지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고 시간은 멈춘 듯했다.]  P.254



하지만 ˝플로리언˝이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가 미리 말해주지 않은것에 대해 아쉬워하지만, 그동안 너무 순진하게 살아왔던 그녀는 지금 누리고 있는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그와 함께 떠날 결심을 한다. 뒤늦게 찾아온 사랑의 강렬함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엘리˝는 과연 현재를 포기할 수 있을까?

[그날 밤 엘리는 잠결에 울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릴까봐 애써 잠에서 깨어났다. 베개가 젖어 있어 뒤집었는데, 아침이 되어 보니 눈물은 마치 꿈속에서 흘렸던 것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음을 그녀는 알았다.]  P.190



그녀는 상점에서 녹색 여행가방을 사고 이를 헛간 볒집 속에 숨긴다.




2. ˝플로리언˝

이탈리아인 어머니와 아일랜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아들 ˝플로리언˝,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지금 그에게 남아있는건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 한 채 ‘셜해나‘ 뿐이었고, 이마져도 부모님이 함께 물려주신 빚 때문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가 살림을 잘 했더라면 그런 상황까지 않갔을 수도 있지만, 그는 생황력이 높지 않않았다. 그동안 너무 방만하게 살아왔던 삶.


모두 미술가였던 부모님은 아들인 ˝플로리언˝ 역시 미술적 재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고, 미술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그가 물려받은 재능은 없었다. 부모님의 기대를 맞출 수 없었고, 수줍음이 많고 사람과의 관계를 좋아하지 않았던 ˝플로리언˝은 외로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어린시절 부터 좋아하던 ˝이사벨라˝로부터는 더이상 편지가 오질 않았다. 이제 그와 관계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부모라서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너무나 대단하게 보았다. 플로리언은 그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의 기억 속에는 실패만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속상했지만 나중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 집에는 책이 가득했고 그는 책을 많이 읽었다.]  P.46



이렇게 외롭고 무료한 날들 속에서 그는 ˝엘리˝와 길에서 무언가를 물어보기 위해 우연히 대화를 한 이 후 거리에서 그녀를 보게 되고 그때마다 큰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 어느 상점 앞에서 두번째 대화를 하게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플로리언˝은 그녀가 결혼한 사람임을 늦게 알게 된다. 그녀의 손에 결혼반지가 있었다는 사실은 좀 더 친해진 후에 알게 된다. 그가 알아채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그녀가 초반의 만남에서는 반지를 숨겼던 걸까? 하지만 그런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지만, 그는 그녀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감을 알 수 있었다.

[플로리언은 거짓을 물리치며 부드럽게, 가능한 한 다정하게 그렇게 말했다. 거짓은 시간이 지나 진실이 드러나며 상처에 상처를, 고통에 고통을, 수치심에 수치심을 더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시간의 엄중한 지혜가 두 사람 모두를 벌할 터였다 무자비하게.]  P.234



하지만 ˝플로리언˝ 역시 그녀에게 숨겼던, 아니 말하지 않았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가 곧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는 초반에 그 사실을 말 할 수 없었다. 그는 둘의 관계는 결국 끝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깊어져 버린 감정 때문에 그는 갈등한다. ˝플로리언˝은 그녀가 자신과 함께 떠나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차마 말하지는 못한다.

[침묵하는 이유는 엘리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아서일까? 혹은 시작은 그렇지 않았으나 이제는 기쁨이 된 관계를 갑작스럽게 끝내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과거에도 자주 그랬듯이 뭐든 숨기고 싶어 하는 성향이 우세했던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미루고 있을 때는 그게 옳다고 느꼈지만 숨긴다고 해서 어떻게 해볼 수 일이 아니며, 자신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어쨌든 일어날 일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P.183



하지만 그녀 역시 자신과 함께 떠나고 싶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셜헤나˝의 지붕 위에서 그녀가 오기를 기다린다.    


‐------------‐----------


˝윌리엄 트레버˝가 <여름의 끝>을 81살에 썼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다소 놀랐다. 노년에도 이러한 감성으로 글을 쓸 수 있다니. 어쩌면 나이가 드는 건 육체일 뿐 감성은 결코 사라지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표현을 안해서 무뎌진 것일 뿐이지.


˝월리엄 트레버˝는 이 책에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담담하게 그린다. 다만 독자에게 상황과 대화를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을 직접 상상하고 느끼게 한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초반부의 다양한 인물들만 잘 이해하고 넘긴다면 ˝윌리엄 트레버˝가 선사하는 따뜻한 문장이 주는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처음이었던 ˝엘리˝의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이해가 되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플로리언˝의 돌아서는 모습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서 결핍을 채울 수 있었기에 잠시나마 행복했었고, 설레였었고, 간절했었기에, 어쩌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한건 아닐까?


뜨거운 그들의 여름은 그렇게 끝났고,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가겠지만 두 사람이 간직한 여름날의 추억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Ps 1. 주인공 두 사람만을 구분하여 그들이 느꼈을 감정의 흐름으로 리뷰를 써봤는데 줄거리 요약보다 어려웠다. 이게 다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를 읽은 탓이다. 개인적으로는 <펠리시아의 여정> 보다  좋았다.


Ps 2. 오랜만에 어울리는 노래 한곡 소개한다. 김동률 <희망>

https://youtu.be/5CAKn2XWbEQ

˝사랑에 눈이 멀어서 행복했던 날들 이젠 꿈이었어라˝

˝사랑은 참 잔인해라. 무엇으로도 씻겨지지 않으니. 한번 맘을 담근 죄로 소리없이 녹아내려 자취없구나.˝

˝사랑은 참 우스워라. 기나긴 날이 지나도 처음 그 자리에 시간이 멈춰버린 채로 이렇게 버젓이 난 살아 널 그리워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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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1-09 1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김동률 노래와 리뷰가 참 잘 어울려서 놀랐어요! 단편모음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나의 장편소설이었군요. 81살에 이런 작품을 쓰다니...전작하고픈 작가가 되었습니다 헤헷😄👍

새파랑 2022-01-09 13:11   좋아요 3 | URL
오늘부터 트레버의 책을 하나씩 사모을 예정입니다 ㅋ 저는 이 책 너무 좋았는데 미미님에게 맞으실지는 모르겠어요 ㅋ 약간 잔잔합니다 ^^

미미 2022-01-09 13:15   좋아요 4 | URL
저도 다 사려고요🙄(중고로!)잔잔한 이야기도 좋아합니다.엣헴^^

새파랑 2022-01-09 13:19   좋아요 3 | URL
역시 안좋아 하시는게 없으신 미미님 ㅋ 또 사신다구요? ^^ 전 미미님 리뷰 읽고 <밀회>도 구매했는데 이건 다음주에 읽어봐야 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1-09 14: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81세 쓴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니~~넘 대단해요^^
잔잔한 사랑노래라서 더 좋을듯요.
제 취향일 듯 해요~~
김동률 노래처럼요^^

새파랑 2022-01-09 14:59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은 이 책 괜찮으실거 같아요 ^^ 이책이 중간중간 시점이 바껴서 햇갈리기도 하던데 두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잡고 읽으면 괜찮아요 ~!!

모나리자 2022-01-09 16: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궁금해서 책 소개를 보니 목차가 없는 도서라고 나오네요.ㅎ 맨 부커 후보상에도 여러 번 오른 대단한 작가네요. 요즘 잃시찾 읽느라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지 못한지가 꽤 된 것 같아요.
어서 마무리 하고 저도 재미있는 명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네요.
작가의 감수성이란 젊을 때나 나이들어서도 간직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자 무기겠지요.^^

새파랑 2022-01-09 17:26   좋아요 4 | URL
찾아보니까 정말 목차가 없네요 😅 1장부터 33장인가? 로 표시되어 있던거 같은데~~
이 작품보다는 잃시찾 읽기가 더 좋죠 ^^ 전 잃시찾을 이제 잃어버렸습니다 ㅜㅜ

scott 2022-01-09 22: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끝!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새파랑님 트레버 옹 전작 읽기에 돌입 하실 것 같습니다
2022년 첫 번째 열독 주자로 트레버 옹!👆^^

새파랑 2022-01-09 23:23   좋아요 4 | URL
윌리엄 트레버 완전 제 취향이더라구요 ㅋ 여름에 이 책을 안읽은게 한입니다 ^^

그레이스 2022-01-09 22: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젠 새파랑님 전작읽기 놀랍지도 않습니다
이 책은 이미 장바구니에 있지만 언제 살지는 모르겠습니다^^

새파랑 2022-01-09 23:24   좋아요 4 | URL
내일부터는 전작하고 싶은 작가 작품 읽기를 하려고 합니다 ㅋㅋ 윌리엄 트레버도 리스트에 넣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2-01-09 23:28   좋아요 4 | URL
👍

독서괭 2022-01-09 23: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펠리시아의여정>보다 좋으셨다니 오오 궁금합니다!! 윌리엄트레버 전작 가시나요!

새파랑 2022-01-09 23:26   좋아요 6 | URL
완전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ㅋ <펠리시아의 여정>보다 읽는 재미는 떨어질 수 있어요 ㅋ 그래도 전 이런 이야기가 좋더라구요 😅

mini74 2022-01-10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주인공 둘을 리뷰하니까 더 좋은데요. ~ 결국 잠시만의 꼭짓점을 남기고 각자의 길을 가나요 ㅠㅠ 김동률 ~ 목소리가 넘 좋아요. ~~

새파랑 2022-01-10 12:05   좋아요 2 | URL
이책도 좋고 김동률도 좋습니다. 여름도 끝나고 만남도 끝나고 ㅋ 생각해보니 제목도 너무 좋네요 ^^

오늘도 맑음 2022-01-10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리면서 시작하는게 바로 사람이고, 사랑이다. 결과를 걱정해서 시작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이 부분이 너무 좋네요^^ 이 문장으로 책 한권이 축약되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81세에 집필하셨다는 이야기에 월요일 오늘 처음으로 미소지어봅니다.ㅎㅎ
시간이 지날 수록 새파랑님의 리뷰가 정말 훌륭하네요~!!
저는 사랑 이야기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데, 또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새파랑님 멋진 글 감사해요~!!

새파랑 2022-01-10 14:17   좋아요 3 | URL
리뷰가 점점 훌륭해진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글을 못써서 항상 걱정인데 ㅎㅎ 저는 사랑이야기가 제 취향인거 같아요 ^^

희선 2022-01-12 0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동률 노래와 소설이 잘 어울리는군요 노랫말... 윌리엄 트레버가 여든한살에 이 소설을 썼다니... 몸은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아주 다르지 않기도 한 듯해요


희선

새파랑 2022-01-12 07:41   좋아요 1 | URL
저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이 먹는건 싫네요 ㅜㅜ 노래도 완전 좋아요^^

유부만두 2022-01-13 15: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방금 다 읽었어요. 초반에 조금 지루해서 쉬었다가 새파랑님 리뷰 덕에 이어서 읽었죠. 감사합니다. 후반부 엘리의 심경 변화 묘사, 남편과의 ‘그 대화 장면‘의 긴장감!!!
중간 중간 행동이 조금씩 끊어져서 나오는 것도 너무 우아하고 또 ‘밀당‘의 맛이 있더군요.
트레버 더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좋네요. 아, 이런 게 진짜 소설 읽는 느낌이죠.
리뷰 정말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01-13 16:34   좋아요 1 | URL
앗 ㅋ 방금 유부만두님 글 보고 왔습니다~!! 초반이 좀 애매하긴 합니다 ^^ 전 강한(?) 것보다 이런 차분한 설레임(?)이 좋더라구요~! 저도 유부만두님을 따라 트레버를 찾아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