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수어사이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8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 민음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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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48

자살의 반대말은 살자라고 한다. 예전에는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텐데 왜 자살하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좀 바꼈다.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누군가의 아픔의 크기는 타인이 감히 평가할수 있는게 아니라고 본다.


이번에 <버진 수어사이드>를 읽으면서, 아 자살이 절실한 사람도 있겠구나 라는걸 다시금 깨달았다. 남아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자살일 만큼 궁지에 몰린 사람의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 책은 다섯자매의 자살을 다루고 있는데, 첫 문장부터 강렬하다.

[그날 아침은 리즈번가에 남은 마지막 딸이 자살할 차례였다. 이번엔 메리였고, 터리즈처럼 수면제를 삼켰다, 집에 도착한 두 구급 요원은 이젠 칼이 들어 있는 서랍이며 가스 오븐, 빛줄을 맬 만한 지하실의 들보가 어디 있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훤히 알고 있었다.] P.11




시작은 다섯재매의 막내 서실리아였다. 책에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열세살이던 그녀는 손목을 그어 첫번째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다행히 자살은 미수로 끝나고 그녀는 입원한다. 그동안 리즈번 가족은 다섯자매를 철저히 통제했었다. 다섯 자매의 취미, 사람들과의 만남, 복장 등 모든 분야에서 말이다. 그들이 여자여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종교적인 이유 때문인건지 그들에게는 자유가 없었다.

["열세 살의 서실리아에겐 친구들과의 유대를 위해서도 그 또래 소녀들이 좋아하는 화장을 하도록 허락해야 한다. 공유된 관습을 따라 하는 것은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P.33




서실리아의 자살기도 사건 이후 리즈번가는 변한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잠시나마 약간의 자유를 주고, 남편은 아내를 설득해서 집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파티를 열어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파티날 서실리아는 창문밖으로 투신한다. 저번이 구조신호 였다면 이번에는 진짜였다.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한걸까?

["아가. 여기서 뭐 하는 게나? 너는 아직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알 만한 나이도 아니잖니." 그제야 서실리아는 유일한 유언이라고 할 만한 말을 내뱉었다. 이미 고비를 넘긴 그 시절엔 필요가 없었지만 말이다. "분명한 건요, 선생님은 열세 살 소녀가 돼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P.16




이후 리즈번가(특히 부인)는 남은 네자매를 더 통제하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학교도 못가게 하고 집에만 가둬둔다. 주위사람들의 시선도 무겁다. 주위사람들은 리즈번가의 가족을 진심으로 위로하지 못하고, 그저 머뭇거리고 구경하기만한다. 자신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줄까봐 피하기만 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렇게 리즈번가는 이웃으로부터 소외당하고, 한참 꿈많았을 네자매는 그저 집에서만, 네 자매끼리만 지내게 된다.

["ALS(자살로 죽은 청소년)의 형제들이 슬품을 극복하려는방편의 하나로 자학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한 가정 내에서 자살은 반복될 확률이 높다." ] P.205




누군가의 자살은 가족에게 큰 악영향을 준다. 가족중 누군가가 자살을 하면 남은 가족도 자살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상식일뿐, 중요한건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치료다. 하지만 누구도 네자매에게 이를 해주지 않았다. 특히 리즈번가 부모는 모든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었는데, 사실 가장 큰 원인은 집안, 부모에게 있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자살은 러시안룰렛과도 같다. 총알은 오직 한 개의 약실에만 들어 있다. 리즈번 자매들의 경우에는 모든 약실에 총알이 들어 있었다. 부모의 학대라는 총알. 유전적 성향이라는 총알. 시대적 병리라는 총알. 피할 수 없는 관성의 법칙이라는 총알. 나머지 두 개의 총알에는 딱히 이름을 붙일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약실이 비어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P.320




결국 견디다 못한 네자매의 유일한 탈출구는 자살이었고, 네자매는 같은날 다른 방법으로 함께 자살을 시도한다. 그렇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갈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끝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중요한 건 오직 우리가 그들을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부르는 소리를 과거에도 듣지 못했고 지금도 들지 못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나무 위 집에서, 가늘어저 가는 머리카락과 물렁한 뱃살을 하고, 그들이 영원히 혼자 있기 위해 간 방, 홀로 죽음보다 더 깊은 자살을 한 곳,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조각들을 영원히 찾아낼 수 없을 그곳에서 나오라고 그들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P.322




타인의 아픔을 감히 재단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죽는것 보다는 살아있는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 주변 누군가가 자살을 생각한다면, 자살의 징조가 보인다면 먼저 손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그들의 시도는 자신들을 이해해 달라는, 도와달라는 구조 신호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Ps. 자살이라는 소재여서 처음에는 무겁게 느껴질수 있는데, 읽다보면 엄청 심각하지는 않고 희극적인 요소가 많아서 나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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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5-20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의 내용이 끔찍하면서도 흥미로워요. 왜 그렇게 된 건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역시 소설을 통해 타인을 이해할 수 있어 좋네요. 그래서 저나 새파랑님은 소설 예찬자인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5-05-21 07:51   좋아요 1 | URL
특별한 이유가 안나오더라고요. 극단적 행동에 특별한 이유를 찾는건 어려운거 같습니다. 충분히 살만한 이유도 많은데..
 

최근에 다른 관심사가 생겨서 리뷰를 못쓰고 있다. 그래도 책은 꾸준히 읽는다. 그리고 최근에 알라딘 만권당 서비스를 이용중인데, 밀리의 서재나 yes24보다 괜찮은거 같다. 책도 많아 보이고. 잠시 시간날때 읽으려고 한다. 그래도 난 여전히 종이책이 좋다.


마지막 리뷰를 쓴 이후 읽은 책이 7권이다. 간단히 리뷰해 보면,


N25041.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한강 작가님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단 서사가 있고, 추리소설처럼 결말이 예측 불가능해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사람의 마음은 달의 뒷면과 같아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불행은 세대를 넘어도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불행함에도, 연악하더라도 인간의 살고자 하는 의지는 강하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하는게 인간이고 인생이라는 걸 말해주는 작품. 단 한명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아픈 곳은 달의 뒷면 같은 데에요. 피 흘리는 곳도, 아무는 곳도, 짓무르고 덧나는 곳, 씩어가는 곳도 거기에요.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아요.]  P.219




N25042.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이반 부닌

내가 좋아하는 이반 부닌의 새로나온 작품. <가벼운 숨결>, <창의 꿈>을 제외하고는 처음 읽는 듯 했다. 초반부에 실려있는 표제작과 <창의 꿈>, <수호돌>과 후반부에 실려있는 <일사병>, <옐라긴 소위 사건>, <미탸의 사랑>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초반부는 약간 톨스토이 느낌이라면 후반부는 이반 부닌 특유의 사랑이야기 인데, 나는 후반부 작품들이 좋았다.  내가 이 책에 기대했던 것도 그런거고. 이반 부닌을 처음 접한 분들 보다는 몇번 읽어본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가장 큰 희극이 뭔지 알아?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설득해도 믿을 수가 없다는 거지. 바로 그게 문제야, 창. 그렇지만 삶이란 얼마나 멋진가. 정말 멋져!˝]  P.51




N25043. <정신과 의사>  마샤두 디 아시스

알라딘 ˝만권당˝ 서비스 가입 후 처음 읽은 책. 예전부터 읽고 싶었으나 구매하기는 좀 꺼려졌었는데, 이렇게 이북으로 읽으니 좋았다. 표제작인 <정신과 의사>가 중편이고, 나머지는 단편임. 표제작이 가장 좋았고 인상깊었다. 정신적으로 불균형한 사람은 모두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면 아마 대다수의 사람이 정신병원에 가야할 건데, 그렇다면 정신적으로 불균형한 사람이 정상인거고 오히려 정신적으로 균형잡힌 사람이 비정상적인게 아닐까?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안읽어 보신 분들께 이 표제작만이라도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셋째, 이러한 조사와 통계적 사실로부터 정한 이론은 기존의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따라서 기능이 불균형한 사람들을 정상적인 표본으로 여겨야 하며 오히려 그러한 균형이 지속되는 사람들이야말로 모두 병리학적 가설 사례라고 인정해야만 했다.]  P.157




N25044.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구매한 작품. 정말 어떤 사람의 연애가 모두의 관심사일까? 난 반대로 무관심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모두의 관심사는 아니고 주변의 관심사 정도는 될거 같다. 장강명, 차무진, 소향, 정명섭 작가님들이 단편들이 한작품씩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이 가장 좋았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N25045. <흰> 한강

어쩌다 보니 한강작가님의 작품을 두편이나 읽었는데, 산문같은 소설이었다. 흰색에 관한 이야기인데, 내가 생각하는 흰색은 순수에 가까웠는데, 그건 흰색이 아니라 하얀색이었다. 작가님이 말한 흰색은 삶과 죽음 이었다. 특별한 서사는 없지만 시각적인 묘사가 강렬하고 읽는 내내 눈밭에 있는 기분이었다. 슬프지만 아름답고, 연약해 보이지만 강한 인간을 그린 작품이라고 하고 싶다. 죽지마라 제발. 다시 숨을 쉬어바 제발.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말을 모르던 당신이 검은 눈을 뜨고 들은 말을 내가 입술을 열어 중얼거린다. 백지에 힘껏 눌러쓴다. 그것만이 최선의 작별의 말이라고 믿는다.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  P.133




N25046. <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국적을 불문하고 사랑에 대해  ‘빠지다‘ 라는 표현을 쓰는데 탁월한 표현이라고 본다. 사랑에 대해 이성적으로, 계산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아마 제대로 된 사랑을 안해본 사람들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사랑은 분석할 수 없다. 어느 한순간 별다른 이유 없이 빠지고, 괴로워 하면서도 빠져 나올 수 업ㅎ는게 사랑이다. 타인이 거기에서 이유를, 불합리성을 찾는건 무의미하다. 이 책은 이런 사랑의 속성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편에다가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




N25047. <가난한 사람들> 도스토예프스키

만권당 가입 기념 다시 시작하는 도스토예프스키 전작 읽기. 다시 읽으니 예전에 안보이는 것들이 보였다. 가난이 비극인 건 사람을 비참하게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빈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난은 삶도 사랑도 지키지 못하게 한다. 가난은 또 가난을 불러오는데 이는 구조적인 문제인건지, 개인의 문제인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19세기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린 가난은 현재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대가의 시작을 알린 작품. 러시아 문학을 좋아하는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이제는 제가 살아 있으므로 당신이 살아 있고, 당신은 저의 기쁨, 슬픔, 감정만 바라보며 살고 계십니다! 그런 당신을 바라보는 저는 어떨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남의 일 때문에 항상 그렇게 마음을 쓰시고 깊이 동정하시다가는, 당신은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실 거예요.]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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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5-15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만권당 좋다고요? 밀리보다 낫다면 가능성이 있네요. 알라딘 흥해라~ㅎㅎ

새파랑 2025-05-15 13:58   좋아요 1 | URL
지금 가입하면 첫달은 꽁짜 이후 50퍼센트 할인인가 그래요 ㅋ 삼성카드 만드시면 알라딘 할인도 되고 좋습니다~!!

다락방 2025-05-1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권당 좋다고요? 2

그나저나 최근 생긴 다른 관심사는 뭐죠? 네?

잠자냥 2025-05-15 16:13   좋아요 0 | URL
테니스

다락방 2025-05-15 16:22   좋아요 0 | URL
아?!
곧 잠자냥 님과 대결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5-05-15 16:51   좋아요 0 | URL
앗 ㅋㅋㅋ 맞습니다 ㅋㅋㅋ 그러나 전 테린이일뿐...

저는 만권당 좋던데요?

페넬로페 2025-05-15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작가의 작품 읽으시네요.
만권당이 밀리보다 낫다고요?
북플이나 알라딘 서버가 자주 불안정해 신뢰가 안 갔거든요~~

새파랑 2025-05-16 10:52   좋아요 1 | URL
밀리보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 많아보이더라구요 ㅋ 요새 잡식성으로 읽고 있습니다~!!

바람돌이 2025-05-16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이 분다 가라가 제일 재밌군요. 음 기억하고 읽어보겠습니다. 한강 작가님 작품 사실 다 재미는.... ㅎ

새파랑 2025-05-16 10:53   좋아요 1 | URL
바람이 분다는 쪼끔 재미있습니다 ㅋ 내용이 많이 무겁긴 하지만요 ㅋ
 

N25039, N25040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난 사람은 끝끝내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울어야만 한다. 그 가운데에 약간의 변화쯤 있다 하더라도 속지 말라. 그것은 다만 그 ‘불행한 운명‘의 굴곡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과거 한국문학의 천재였던 이상의 삶을, 현재 한국문학의 천재인 김연수가 재구성한 작품이 <꾿빠이, 이상> 이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주인공은 이상이 맞지만 이상이 살았던 시대는 단지 소재일뿐, 이상 사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다 가상의 이야기이냐? 그건 아니고 왠지 사실인듯한 이야기를 다룬다.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짜냐 가짜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믿느냐 안맏느냐가 문제일 뿐.


<데드마스크>, <잃어버린 꽃>, <새> 세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작품은, 언뜻 보면 연관없어 보이지만 김연수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상의 작품집과 오감도를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상의 작품집은 너무 어려웠다. 잘 읽히지도 않고 내용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도 읽은 <날개>와 <봉별기> 외에는 쉽게 읽히지 않았고, 그나마 중편인 <12월 12일>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오감도는 내 이해 범위 밖이었다... 그럼에도 이상이 천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꾿빠이, 이상>을 쓰기 위해 김연수 작가님이 정말 고생하셨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김연수 작가님 입문용으로는 다소 어렵긴 하지만, 이상을 좋아하거나  아직 김연수 작가님의 안읽은 작품을 찾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추가) 리뷰를 대충 쓴 대신 마무리는 김연수 작가님 책탑으로~!!


다 좋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해보자면,

장편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단편집 :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입문용 : <너무나 많은 여름이> 이고,


아직 안읽은 김연수 작가님 소설은 <7번국도>, <스무살> 두편 남아있다. 전작읽기 도전은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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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30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작 읽기 도전, 을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5-05-01 07:55   좋아요 0 | URL
넵 감사합니다~! 얼마 안남았습니다~!! ㅋ

그레이스 2025-04-30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멋져요~
이상하게도 저는 아직 김연수를 못 읽어봤네요
정말 이상하게도^^ㅋㅋ
몇권 있는데...

새파랑 2025-05-01 07:56   좋아요 1 | URL
김연수 작가님 저의 최애 작가입니다. 읽으시면 깜짝 놀라실겁니다~!!

페넬로페 2025-04-30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의 작품 읽기와 책탑 멋지네요.
새파랑님께서 추천하신 책만 안 읽은 것 같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5-05-01 08:00   좋아요 1 | URL
앗 ㅋ 저의 추천작을 추천합니다~!! 다 좋긴 하지만~!!!

coolcat329 2025-05-01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새파랑님 진정 김연수 작가의 찐팬이네요. 저는 에세이 한 권만 읽어봤는데 추천작들 읽어볼게요~

새파랑 2025-05-01 11:33   좋아요 0 | URL
저는 김연수 작가님 에세이는 아직 안접했습니다 ㅋ 소설은 장편 단편 다 좋습니다~!!!

다락방 2025-05-09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새파랑 님 책들을 다 어디에 보관하시나요?

새파랑 2025-05-09 09:35   좋아요 0 | URL
옷장(?)에 책탑 그대로 보관합니다 ㅜㅜ 나머지 책들은 박스에다가... 제가 책장을 살 형편이 안되가지고 ㅜㅜ

이작가님처럼 바닥(?)에 쌓아 놓기에는 책이 손상될거 같아서 안합니다 ㅋ

독서괭 2025-05-09 13:38   좋아요 1 | URL
오오 옷장 활용! 책탑 그대로 보관 ㅋㅋㅋ

독서괭 2025-05-09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책탑이네요. 저는 <사랑이라니 선영아> <세계의 끝 여자친구> <이토록 평범한 미래> 세권 읽은 것 같습니다. <일곱 해의 마지막>은 가지고 있는데 예전에 읽다 중단되어버려 다시 못 읽었군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읽어보고 싶어요.

새파랑 2025-05-09 15:02   좋아요 0 | URL
일곱해의 마지막이 잘 안읽히긴 하더라고요. 꾿빠이 이상도 그렇고요. 백석, 이상 같은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보니 배경지식이 중요하더라구요. 환희괭님 김연수 작가님 작품 많이 읽으셨군요^^
 
등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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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37

"내일 날이 맑지 않더라도...내일은 또 다른 날이 될 거야."


어느날 과거의 특정 순간의 기억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똑같은 장소에 다시 갈 때, 혹은 어떤 생각을 할 때, 혹은 음악을 들을 때 그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때 그랬었지, 그때 누군가를 좋아했었지, 그때 정말 기뻤거나 슬펐던 과거의 감정들.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내가 이 순간을 애뜻하게 떠올릴 줄 알았을까? <등대로>를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등대로>는 큰 사건 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줄거리를 보자면, 과거에 등대에 가려고 했으나 날씨기 안좋아 등대를 못갔었고(1부),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변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라졌지만(2부), 현재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등대에 가려고 하는(3부) 이야기이다. 줄거리만 보면 엄청 간단한데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 작품답게 문장들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있고, 주인공 격인 렘지부인, 릴리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 자신들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게다가 타인에 대한 감정은 시도때도 없이 바뀌고 이에 맞춰서 화자도 계속 바뀐다. 텍스트만 따라 읽다보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바로 지금, 고통스럽게도 인간관계의 불완전함, 가장 완벽한 관계에도 흠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진실에 대한 본능적 갈구 탓에 진실을 직시하려 하지만 견딜 수 없던 바로 그 순간에, 고통스럽게도 자신의 무가치함이 입증되었다고 느끼고 이런저런 거짓과 과장 탓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에, 고양된 기분의 여파로 이처럼 비참하게 초조해진 바로 이 순간에, 카마이클 씨는 노란 슬리퍼를 신고 발을 질질 끌며 지나가고 있었고, 내면의 어떤 악마적 충동으로 그녀는 지나가는 그를 소리쳐 부를 수밖에 없었다. ] P.86




머리속에 있는 생각을 모두 글로 끄집어 내어 한편의 그림처럼 묘사한 작품이 <등대로>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등대로>를 읽으면서 각 파트별로 같은 장소에 대한 세편의 그림을 그려봤다.


1부 : 창

일몰이 조금 지난 저녁 시간, 별장의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등대가 있다. 그 등대 주위로 파도가 높게 친다. 별장 옆으로는 몇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거닐고 있고, 별장 안에서는 만찬이 이뤄지고 있다. 어른들의 표정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실망이 엿보인다. 그리고 아이들 옆에있는 엄마는 아이들을 달래고 있다. 등대를 가고싶어 하는 아이들, 그리고 날씨가 안좋아 등대에 갈 수 없다고 단정짓는 어른들.

[그날 오후에 다른 일로 이미 느꼈던 것처럼 사물에는 응집성과 영속성이 있다. 덧없이 흘러가고 사라지고 유령처럼 형체를 잃어버리는 것에 맞서 변화를 초월한 어떤 것이 루비처럼 빛을 발한다는 뜻이다.(그녀는 반사된 빛이 잔물결을 일으키는 창문을 힐끗 바라다보았다.) 그래서 오늘 밤에 다시 그녀는 이미 낮에 한 번 느꼈던 감정, 평화로움과 평안함을 느꼈다. 앞으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이런 순간들로 이루어진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 순간이 남을 것이다.] P.234




2부 : 세월이 흐르다

밖은 한밤 중이며, 집안은 적막이 느껴진다. 가족들은 촛불을 켜놓고 테이블 주위에 모여 있다. 이젠 더이상 아이들이 아닌 청소년들 처럼 보이는데, 숫자도 줄고 표정도 좋지 않다. 하지만 별장의 바깥에는 여전히 등대가 보인다. 희미하지만 빛나는 빛을 비춘다. 파도는 어둠에 가려 보이지는 않는다. 좋은 날씨일까, 나쁜 날씨일까.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빠의 모습은 어딘지 외로워 보인다.

[램지 씨는 어느 어둑한 날 아침에 비틀거리며 복도를 따라 걷다가 양팔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가 팔을 내민 전날 밤에 램지 부인이 다소 갑작스레 죽었기에, 그의 팔은 텅 빈 채로 남고 말았다.] P.287

[그해 여름 프루 램지는 출산 중에 죽었다. 정말 비극적인 일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녀보다 더 행복해야 할 사람은 없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P.297

[포탄이 폭발했다. 프랑스에서 청년 이삼십 명이 포탄에 맞았고, 그중에 앤드루 램지가 끼어 있었다. 다행히도 그는 즉사했다.] P.299




3부 : 등대로

해가 떠 있고 별장의 창 밖으로 등대가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등대 주위의 파도가 잔잔하다. 그리고 등대 주위에 작은 배가 한척 보인다. 그곳에는 대여섯명의 사람이 타고 있는데 아마 등대로 향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등대와 작은 배를 그리고 있는 한 여인이 보인다. 한 가족이 등대로 가기 까지의 우여곡절을 다 보고 있었던 건까? 장소는 그대로다. 등대는 계속 거기에 있었다. 다만 시간이 흘렀을 뿐이고 많은 것이 변했다. 사람도, 감정도 말이다. 그래서 옛시절이 그립다. 변한게 없었다면 그리울게 있겠는가.

[그녀는 그림을 보았다. 어쩌면 그림이 그의 답일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그녀’가 지나가고 사라진다는 것, 그 무엇도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 그러나 단어들이나 그림은 그렇지 않다는 것. ] P.401



예전에 열린책들 버젼으로 등대로를 처음 읽었고, 이번에 민음사 버젼으로 다시 읽었는데, 확실히 재독하니까 안보이던게 보이고 훨씬 이해하기도 쉬웠다. 괜히 명작이 아니었다. 다음번에는 <댈러웨이 부인>을 재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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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4-24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등대로, 정말 좋게 읽었어요.
여성의 삶은 시대와 장소에 상관없이 비슷한 것 같아요.
램지부인과 앤드류 램지의 죽음과 그 이후 남겨진 가족의 삶이 슬퍼더라고요.

새파랑 2025-04-25 16:12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버지니아 울프 많이 읽던데 요즘은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거 같습니다~!
언제나 남겨진 사람은 슬픈거 같아요 ㅜㅜ

희선 2025-04-25 0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흘러서 바뀌는 것도 있지만, 그대로인 것도 있겠습니다 등대는 그대로겠네요 예전보다 낡았겠지만... 날씨가 안 좋아도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싶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5-04-25 16:13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바뀌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거 같아요. 사소하지만 인상깊었던 그 순간은 남아 있을거라는..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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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34

<더 이상 평안은 없다>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 이은 치누아 아체베의 아프리카 반식민문학 두번째 이야기이다. 전작이 서구 문명에 대항하여 나이지리아의 전통을 지키려는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서구 문명과 전통 사이에서 무엇도 지키지 못하고 타락하는 나이지리아의 젊은 엘리트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오비 오콩고는 이보족 출신으로, 그는 부족의 장학금을 받고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 이후 귀국한 그는 나이지리아의 고위 공무원으로 일하게 되고, 남들은 일년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한달만에 벌 정도로 성공한다. 하지만 소설의 첫 부분에서 그는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게 된다.


오비 오콩고가 살던 시기에 나이지리아의 공무뭔 세계는 부정부패가 판치는 곳이었었다. 지식인이 된 그는 처음에는 이런 뇌물을 거부하고 서구 식민주의에 저항했지만, 경제적으로 점차 쪼들리게 되고 결국 뇌물 수수죄로 제판을 받게 된 것이다.

[뭣 때문에 교육을 받는 거지?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가능한 한 최대의 이득을 취하려고 하잖아. 날마다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 가는 수백만 명의 동포들에 대해서는 눈곱만치의 관심도 없단 말이지.] P.171




게다가 사랑하는 연인이 천민 출신이어서 집안의 강력한 반대로 헤어지게 되고, 자신을 유학보내준 부족 모임에서 눈밖에 난 오비 오콩고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음모였을까? 아님 그가 나쁜 사람이었던걸까? 아님 구조적으로 뭔가가 잘못된 것이었을까? 그 결과 오비 오콩고는 본인의 이름이 의미하는 ˝마침내 평안해진 마음˝을 얻지 못하고 이제 ˝더이상 평안은 없게˝ 되버렸다.

[왜 그랬을까 모두들 이상하게 여겼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박학다식한 판사는 교육받은 젊은이가 어떻게 저따위 짓을 할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영국 문화원 직원도, 심지어는 우무오피아 사람들도 알 수 없었다. 또한 그토록 확신에 차 있던 그린 씨 역시 알지 못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P.246




낯선 아프리카 문학이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왜 식민사회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 밖에 없는지, 고급 교육을 받은 사람 역시 타락하게 되는지를 너무 잘 그린 작품이었다. 세상 사는게 어디나 다 비슷한것 같다. 특히 나쁜 쪽으로는 말이다.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어떤 반전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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