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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ㅣ 제안들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1월
평점 :
N22116
나는 꿈을 자주 꾼다. 꿈에서 깨어나면 어느정도 기억이 나지만 몇시간만 지나면 꿈은 더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실제 있었던 일은 인상깊었던 일이라면 몇일이 지나도 기억이 나지만, 인상싶었던 꿈은 바로 휘발되어버린다. 왜그런걸까? 원래 인간의 기억이란 그렇게 만들어진걸까? 아니면 기억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걸까?
<꿈>은 카프카의 꿈과 관련된 글을 모은 작품이다. 일기에 썼든,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든, 그가 꾼 꿈에 대한 모든 기록이 이 책안에 담겨있다. 처음에는 단편집인지 알았는데 단편집도 아니었다. 꿈에 대한 잡문이라고 보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너무 교활한가요? 그렇다고 나에게 반감을 갖지는 말아주십시오. 나는 오직 꿈에서만 음침하니까요.] P.89.
카프카는 꿈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이렇게 꿈에 대한 기록을 남겨놨다. 그런데 이 꿈에 대한 기록이 대단히 기괴하면서도 평범하다. 특별한 이야기도 없고 정제되어 있지도 않고,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다. 내가 꾸는 꿈이랑 그렇게 차이도 없다.(응?) 그래서 더 진실로 다가온다. 사실 꿈을 현실처럼 선명하게 그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거짓이지 않을까?
[꿈과 같은 내면의 삶을 묘사하는 일이 운명이자 의미이고, 나머지는 전부 주변적인 사건이 되었다. 삶은 무서울 정도로 위축되었고, 점점 더 계속해서 위축되어간다. 그 어떤 일에서도 이처럼 큰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P.29.
누군가의 꿈을 엿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나도 오늘부터 꿈을 꾸면 다음날 기록이라도 남겨봐야 겠다. 요즘 악몽을 자주 꾸긴 하지만...
[창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나는 산산이 조각난 생각의 파편 속에서, 15분 동안 끊임없이 창문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러면 열차들이 나타났지요. 열차는 선로에 누운 내 몸 위로 한 대 한 대 차례로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목과 다리의 절단된 상처를 점점 더 크고 깊게 벌려 놓았습니다.] P.64
Ps. 해설을 보고 알게된 건데, 카프카의 작품은 자고 일어나보니 어? 뭐지? 이렇게 시작하는 작품이 많다. <변신>, <소송>이 대표적이다. 사실 난 이 두 작품만 제대로 읽어봤는데, 돌이켜보니 두 작품 모두 꿈인것처럼 느껴졌었다. 뭐 인생이 어차피 꿈의 일부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