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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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18

"믿지 않는다는 건 특별히 자네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네. 인간 전체를 믿지 않는다는 거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질투의 끝>을 읽고나서 자연스럽게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마음>을 다시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질투의 끝> 보다는 <마음>이 질투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왜그러냐고?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음>은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이렇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혹시 시간은 없는데 이 책을 읽고 싶다면 마지막부인 <선생님과 유서>만 읽어도 된다. 마지막부가 진정한 핵심이다.



1. 선생님과 나


나는 여름방학때 해수욕장에서 우연히 선생님을 만난다. 그곳에서 나는 알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선생님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어느정도 친분을 쌓는데 성공한다. 이 친분은 두사람이 살고 있는 도쿄까지 이어지게 되고, 나는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선생님댁을 종종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선생님은 나에게 마음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나는 왠지 모르게 선생님이 거리를 두는 것처럼 느낀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손을 벌려 안아줄 수 없는 사람, 그가 바로 선생님이었다.] P.60



어느 날 선생님 집에 갔는데 선생님은 없었고, 선생님의 사모님으로부터 선생님은 매달 특정일에 어떤 묘지에 가서 어느 고인에게 꽃을 바친다고 한다. 과연 그 고인은 누구일까? 나는 선생님이 간 묘지를 찾아가고, 다행히 그곳에서 선생님을 만난다. 그곳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묘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호기심은 깊어진다. 그런데 나는 왜 선생님에게 이렇게 집착하는걸까?

[자네는 아마 나를 만나도 여전히 어딘가 외로운 기분이 들 거네. 나한테는 자네를 위해 그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없애줄 만한 힘이 없으니까 말이야. 자네는 조만간 다른 방향으로 팔을 벌려야 하겠지. 그러면 곧 이 집으로는 발길이 향하지 않을 거네.] P.71



선생님과 좀 더 친해지면서 전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선생님의 마음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는데...그러면서 선생님으로부터 '사랑은 죄악'이라는, '나는 인간 전체를 믿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는다. 여전히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는다. 나는 더이상 물어볼수 없어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어떤 경험을 하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은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 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 P.205



나는 사모님으로부터, 선생님이 염세적으로 변한게 아마 친한 친구의 죽음때문일거라고, 선생님이 찾아가는 묘지 역시 그 친구의 묘지일 거라는 추측성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고 얼마 후 나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가게 된다. 내려가기전 선생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자네는 정말 진실한가?" 선생님이 거듭 확인했다. “나는 과거의 불행한 일로 남을 믿지 않는다네. 그래서 실은 자네도 의심하고 있지. 하지만 아무래도 자네만은 의심하고 싶지 않네. 자네는 의심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것 같으니까.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남을 믿고 싶네. 자네가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겠나? 그래주겠어? 자네는 뼛속까지 진실한가?"] P.227




3. 선생님과 유서

처음에 집에 내려왔을때 아버지의 상태는 나빠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몇일이 지나자 아버지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그러던 와중에 선생님으로부터 두꺼운 편지를 받는다. 나는 아버지의 간호때문에 바로 편지를 읽지는 못했다. 잠시 후 펼친 편지의 첫문장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 편지가 자네 손에 닿을 무렵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걸세. 진작 죽었겠지.] P.378


아버지 역시 살날이 얼마 안남아 보였지만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집을 나와서 됴쿄행 열차에 탔다. 그리고 선생님이 남긴 유서를 읽는다. 그 속에는 충격적인 진실, 선생님이 사랑과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된 배경이 쓰여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질투심을 결코 부정할 생각은 없네. 내가 이따금 되풀이한 것처럼 사랑의 이면에 있는 이런 감정의 작용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옆 사람이 보면 거의 하잘것없는 사소한 일에 그런 감정이 꼭 고개를 쳐들려고 했으니까. 이건 여담이지만 그런 질투가 사랑의 다른 일면이 아닐는지. 나는 결혼하고 나서 그 감정이 점점 옅어져가는 것을 자각했네. 그 대신 애정도 결코 처음처럼 맹렬하지 않았지.] P.600



그래도 나름 사모님과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모님도 모르는 비극이 있었던걸까? 선생님이 경험한 질투심은 어떤것이었기에 죽음까지 부른걸까?

[사람들에게 질린 나는 자신에게도 질려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네.] P.721





어떻게 보면 별일 아닌것 처럼 보여도 누군가는 별일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고, 평생을 괴로워 하며 살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죽기도 하고...도대체 마음이 뭐길래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걸까? 왜 털어내지 못하는 걸까?

마음은 사람마다 다른기 때문에 섣불리 상대방의 마음을 재단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Ps. 이 책에 대한 인상적인 해설 부분을 소개해보자면...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우리가 소설에서 기대하는 그 무엇의 전부가 담겨 있는 소설이다. 자아가 있고, 세계가 있으며, 갈등이 있고 그'가운데서 오롯이 솟아오르는 내면이 있다. 이 내면적인 자아를 통해 우리는 세상 속에 섞여 구분하기 힘든 현실적인 '나'에게 은닉된, 진짜 자아를 찾아보게 된다. 무릇 좋은 소설이란 돈을 벌고 잠을 자고 사랑을 나누는 몸의 주인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 모르나 분명히 감지되는 마음의 주인인 자아와 만나는 허구적 공간아니었던가? 소설 본연의 매혹과 위엄을 지닌 우아한 소설, 그것이 바로 나쓰메 소세키의『마음』이다.'



가을은 나쓰메 소세키를 읽기에 좋은 계절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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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09 18:03   좋아요 2 | URL
쿠키님에겐 마음이 최고시군요~! 저도 최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꼭 다시 읽어보세요. 더 좋아하실 겁니다~!!

거리의화가 2022-10-10 1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 역시 새파랑님. 당선 축하드려요^^
<마음>이 질투의 끝판왕이라고 해서 질투가 없는 저는 어떤 심정이 들까 궁금해지기도 하던 리뷰였습니다~^^

새파랑 2022-10-11 08:02   좋아요 2 | URL
질투가

없는 사람도 있군요? ㅋ 전 질투가 있어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ㅋ 소세키 작품은 심심하지만 큰 울림이 있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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