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부는 모두 의사였다. '였다' 과거다.

아내는 수학 경시 대회를 휩쓸며 의대에 입학했고, 그렇게 의사가 되었는데, 자식 교육을 위해 의사의 길을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혼자만 의사인 남편이 분리수거를 도왔다.

분리수거를 마치고 돌아와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수학 문제집이 산더미처럼 많아. 얘들 공부 너무 과하게 시키는 거 아니야?


아내가 말했다.


그거 모두 내가 푼 거야.

내가 나로써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어.


타인에 강제되어 굴종했을 때 '비탄, 슬픔, 분노, 좌절'이라는 말들을 어떤 용도로든 쓸 수 있지만

스스로 굴복했을 때, 그 어떤 말로도 위로조차 할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베스트셀러의 역사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지음, 이상해 옮김 / 까치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스트셀러. 이 말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이 책의 판매의 역사에 대해서 다룬다.

베스트셀러들은 19세기 중반 수공업 시대로 수만 부가 팔렸고,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산업화 시대로 수십만 부가 팔렸다. 그리고 현재는 한 저자가 수년에 걸쳐 수천만에서 수억 부를 파는 메가 베스트셀러의 시대이다. 저자는 베스트셀러의 역사에 대해 엄청난 조사를 다양한 관점 (Perspective)에서 했다. 출판사가 판매 부수를 10배 또는 그 이상으로 허위로 과장 광고해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된 책들. 대필 공장을 운영해서 거액을 번 작가들. 표절과 아류작들. 유럽과 미국 또 전 세계적으로 각각 다른 인기를 누렸던 책들.

초반에는 '돈'을 벌기 위한 출판사와 작가의 이야기를 한참 읽으니, 내가 알고 있는 작가와 책들에 의구심이 가득 들었다.

하지만 그 의구심은 당대의 수많은 작가와 책의 이야기 (Untold Story와 같은)의 흥미로 사라졌다. 셰익스피어, 돈키호테, 로빈스 크루소, 스탕달, 투르게네프, 발자크 등.

출판의 역사를 베스트셀러라는 어쩌면 다소 어둡고 야비할 수 있는 관점에서 흥미롭게 다룬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읽어야 할 책이 더 많아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드는 순간 반들반들한 표지의 타이틀과 그림이 심플하고 개구져서 좋았다. 근처에 있는 디자이너 분에게 그림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런 그림은 정물화와 같은 일반 그림을 마스터해야 그릴 수 있다고 하셨다. 예전에 피카소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 피카소는 일반 미술 과정을 아주 어린 나이에 천재적으로 잘 해냈다고 한다. 즉, 모든 기본이 되는 과정을 마쳐야 추상화와 같은 변형 또는 발전된 형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그림들은 그래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물에 걸린 사자를 구해주는 작은 생쥐와 사자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선녀와 나무꾼이 중후반부의 중심 소재가 된다.

동화책이긴 하나 구어체의 의성어가 (예를 들면 오오오~ 와우~~) 자주 나와 대화가 전달하려는 것을 흐린다. 이야기가 전달하려는 주제는 명징하지만, 반전과 극적인 사건들이 대부분 예상되어 평이하게 읽히는 장점은 있지만 최소한 어른인 나에게는 흥미를 일으키지 못하고 그 의도한 주제도 인상적이지는 못하다.

그런데, 그림이 나는 너무 좋다.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큰 아이가 그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떤 책이냐고 물어보며 관심을 보이길래, 읽자마자 큰 아이에게 책을 주었다. 큰 아이의 소감이 궁금하다. 큰애가 읽는 외국서적들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유아들을 위한 동화책과 성인을 위한 책 사이의 청소년 책이 많이 부족하고 그나마 눈에 보이는 책은 번역서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런 유아와 성인 사이의 연령대에 맞춘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림에 지면의 공간을 더 할애하고 대화는 더 함축해서 줄이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파브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에서 드넓은 여백은 그 함축된 시어의 문장들을 내 마음과 머릿속에 던지는 강한 제구력에 크게 일조한 것처럼.

글을 쓰시고 그림을 그리신 전김해님이 앞으로도 더 많은 책을 냈으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020-05-10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1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질문의 책 - 파블로 네루다 시집
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질문하는 책" 나는 이 책이 왜 이토록 끌렸던가. 그 제목을 보자마자.

나는 내가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혹시나 찾을 수 있을까하며 책을 들었기 때문에, 그 질문하는 행위로 지은 이 책의 제목에 매료된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책에서 이 책이 인용되었다.


어떤 언어에서 비는

괴로운 도시들 위로 떨어지나?


그것은 내가 오랜 시간 찾아 헤매다 그만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고, 찾고 있는 행위는 대상을 잃고 그 자체 또한 희미해져 습관이 되었다가 그 습관 마저도 빛바래고 없어져버린, 그게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 나에게 모든 것을 단번에 상기시켜주었다. 그 대상이 맞는지 그 행위가 확실한지 알길이 없지만, 어떤 무모한 확신에 가득차게 했다.


사유를 거부하는 은유의 나뭇잎 가득한 연못에서 시어들이 고개를 든다. 감은 두 눈은 맹렬하게 노려보는 눈 보다 강렬하다.


왜 나는 끝없는 바다의

무관심에로 돌아왔나?


그 어떤 확신에차고 열의에 들뜨면서도 논리적인 답변 보다 명징한 질문들.


파도는 왜 내가 그들에게 물은 질문과

똑같은 걸 나한테 물을까?


그리고 왜 그들은 그다지도 낭비적인

열정으로 바위를 때릴까?


질문의 책은 질문의 책 답게 답은 하나 없고 질문만 가득하다. 원래 질문은 답변과 짝이 아니었던 것처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020-05-09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9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윈의 내부담화 - 마윈 회장이 알리바바 직원들에게 고하는 개혁의 메시지
알리바바그룹 지음, 송은진 옮김 / 스타리치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내부담화답게 직원들을 쇠뇌 시키는 느낌이 다소 있다. 자신과 직원들은 평범하기 때문에 뛰어나지도 않고 본인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알리바바에서 지금의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열심히 겸손하게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을 이끌 때 리더가 직원들에게 하는 전형적인 그리고 필요한 말들이다. 멋진 신세계의 아기들에게 몇천 번 몇만 번씩 들려주는 쇠뇌처럼 말이다.

알리바바 B2B의 가입 중소기업이 4천만이라고 한다.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매출은 세계적이지만 매출 발생이 전 세계 인구 77의 18% 차지하는 14억 중국이라는 것은 지울 수 없지만, 어쨌든 대단하다.

내부 행사의 연설문이다 보니 반복 사용되는 예시들과 내용이 있어서,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1/3 정도로 줄이면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술도, 인프라도, 정치적 자유도 없는 중국. 그 중국의 거대한 인구와 중국의 변화 속에서 알리바바는 제대로 파도를 탄 것 같다.

'진입장벽'이 낮아서 누구나 할 수 있어서 경쟁이 치열하고 성공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나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마윈처럼.



사명감 좋다. GE는 세상을 밝게, 디즈니는 전 세계인을 즐겁게.

고질병: 저녁에 1,000갈래 길을 생각하고도 이튿날 아침에는 원래 가던 길을 가는 거죠. p117

여러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절대 CEO를 위해 일하지 마십시오. 기업의 사명과 가치관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p171

현명한 리더는 팀원을 이끌 뿐 비판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을 비판하죠. 어리석은 리더가 팀원을 탓합니다.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