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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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모두 의사였다. '였다' 과거다.

아내는 수학 경시 대회를 휩쓸며 의대에 입학했고, 그렇게 의사가 되었는데, 자식 교육을 위해 의사의 길을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혼자만 의사인 남편이 분리수거를 도왔다.

분리수거를 마치고 돌아와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수학 문제집이 산더미처럼 많아. 얘들 공부 너무 과하게 시키는 거 아니야?


아내가 말했다.


그거 모두 내가 푼 거야.

내가 나로써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어.


타인에 강제되어 굴종했을 때 '비탄, 슬픔, 분노, 좌절'이라는 말들을 어떤 용도로든 쓸 수 있지만

스스로 굴복했을 때, 그 어떤 말로도 위로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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