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몽상을 꿈꾸는 현실주의자
그녀는 성실한 지구인
나는 우주를 말하고
그녀는 저녁 반찬을 걱정했다
난 그걸 외면했고
그녀는 내가 외면한 줄도 몰랐다
탓할 수 없었지만
함께할 수 없었고
같은 방에서
나는 혼자
그녀 역시 혼자
아내의
단순한 마음 하나
그 작은 굴곡을
나는 끝내 읽지 못했다
그러고도
우주를 꿰뚫는다며
진리를 말했고
삶을 논했다
무에 그리 대수일까
그 모든 깨달음이
단 한 사람의 마음 하나
이겨내지 못하는데
너무 늦기 전에 안아주세요.
안아줄 수 있을 때 안아주세요.
그게 무에 그리 어렵다고.
미루고 미루나요.
지금 안아주세요.
살포시...
토닥토닥...
<멀리 떠난 동료를 기리며......>
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
[少年易老 學難成(소년이로 학난성)]
순간 순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一寸光陰 不可輕(일촌광음 불가경)]
연못가의 봄풀이 채 꿈도 깨기 전에
[未覺池塘 春草夢(미각지당 춘초몽)]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이 가을을 알린다
[階前梧葉 已秋聲(계전오엽 이추성)]
<주희>
야속한 시간이로다.
이제 공부하려니
가을이라네.
소년은 늘
노인이 되어야 아니
참 고약한 삶이구나.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은 재능이 있어서 성공했고
실패한 사람은 노력이 부족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정작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노력해서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실패한 사람은 그 원인을 재능이 없는 탓으로 돌린다.
왜 성공한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노력을 믿고 강조하는데
정작 성공하지 못한 나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재능에 집착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