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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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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 처음으로 읽은 책은, 모든 것이 새로워야 할 것 같음을 조소하듯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이다.

'시작'과 '끝'도 따지고 보면 백지장 한 장 차이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 모든 밝은 '시작'에 '끝'을 어색하지 않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작년 이 책이 배송되고 나서 한 번씩 펼쳐본 이야기와 죽음보다 따뜻한 초록색 바탕의 페이지에 쓰인 문구들에 엄청 매료되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는 것은 멀리서 본 니트 (neat)한 차의 뒷모습을 어거지로 추월해 그에 반해 클리셰하고 볼품없는 앞모습을 확인해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표지에 한창 자랑하고 있는 촌철살인 같은 인용구와 절망적인 노화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은 인용거리로 쟁여놓을만 하다.

지금까지는 책을 읽으며 그은 밑줄들의 내용을 독후감 쓸 때 반추하며 사용했다. 올해는 두가지 방법을 더 병행해 보기로 했다. 하나는 책을 읽으며 사유하는 것을 짧게 노트한 것을 옮겨 쓰는 것이다. 두권 이상으로 이루어진 긴 책을 독후감 쓸 때 제대로 기억하고 각각의 감상들을 온전히 쓰기에는 최전성기의 ‘뇌’ (5-7세)를 지난 나에겐 곤욕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조금 귀찮더라도 포스트잇과 펜을 항상 옆에 두고 메모해보기로 했다. 또 하나는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마지막 장에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책에서 언급된 저자와 책들을 읽으며 메모하고 이 것을 독후감에 첨부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얻는 소중한 것중의 하나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와 책들을 알게되는 것이니, 이 것을 꼼꼼히 기록해두고 또 찾아 읽어가 보자는 것이다.

‘밑줄’, ‘책 속의 사유 노트’, ‘책 끝의 레퍼런스 노트’ 이 세 가지를 도입한 첫 번째 독후감을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로 시작해보려 한다.




* 책 속의 밑줄


“내가 쓴 책이면 좋겠다.” p9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찬사 중


“독자와 작가 사이의 그 좁은 틈새에 절묘하게 주파수를 맞추고 있어” p10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찬사 중


“이 것은 내 몸의 자서전이고, 내 아버지 몸의 전기이고, 우리 두사람 몸의 해부학이다.” p15 프롤로그


“생존의 잔인한 현실, 벌거벗은 육신의 탈을 쓴 연약하고 덧없는 생명, 불쌍하고 발가벗은 두 짐승 (‘리어 왕’ 3막 4장) p15 프롤로그


“99.9퍼센트는 남들의 유전자와 같다. 사람의 차이는 나머지 0.1퍼센트에서 온다” p21


“‘바가바드기타’는 사람의 몸을 가리켜 구멍 9개가 뚫린 상처라고 했다” p23


“우리가 주먹을 쥐고 세상에 나오는 것은 ‘세상은 내 것이야. 내가 다 물려받겠어’라는 뜻이다. 우리가 손을 편 채 세상을 떠나는 것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p26


“프랜시스 톰프슨은 말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자신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p27


“우리는 단지 영원이라는 두 어둠 사이 잠시 갈라진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과 같은 존재다.” p27


“니체는 말했다. ‘그 어떤 심오한 철학보다 더 큰 지혜가 육체에 담겨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우리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일은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마사 그레이엄은 말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p54


“톨스토이는 말했다. ‘나는 5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인생의 전성기는 7세이다.” p57


“18세에서 19세에 술을 마신 남자들은 지금 다들 안전하게 무덤 속에 누워 있지” p84


“젊은 야구선수들에게 지장이 되는 것은 섹스가 아니라 섹스를 기대하면서 밤늦게까지 안 자는 것이다” p137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인생의 첫 30년은 삶을 사는 데 쓰이고, 이후 40년은 삶을 이해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믿었다. 쇼펜하우어는 숫자를 역전시켜 말했다. ‘인생의 첫 40년이 텍스트라면 나머지 30년은 그것에 대한 주석이다.’” p143


“인간사 거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 해답이 부족한 경우는 절대 없지만 원하는 해답은 없다.” p176


“새끼를 낳고, 죽어라” p194


“친구를 원하면 개를 샀겠지” p202


“필라델피아 최초의 신문을 발행한 앤드루 브래드퍼드는 말했다. ‘주여, 오탈자를 용서하소서!’” p292


“감정은 타인들에게나 속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솔직하지 못하게 돌려 표현할 수 있을 뿐이지 온전히 가질 순 없다는 생각이 든다.” p296


“우리는 남과 결합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은 분열한다.”

“우리는 오로지 타인 속에서만 자신을 소생시키고 이어갈 수 있다” p304


“우리는 모두 언젠가 진다” p327




* 책 속의 사유 노트

1. 도대체 이 꿈 이야기는 무엇일까? 경쾌하게 전용도로를 달리다 질퍽거리는 진창길에 빠진 것 같다. 활자가 종이에 끈끈하게 붙어 도저히 읽히지 않는다. p41


2. ‘스타에게 족보 잇기’는 왜 하는 것일까? 왜 이 책에서 다루어질까? 설명은 해주지만 동의할 수 없다. p71


3. 신체적 (물리적 신체와 물리적 뇌를 포함해) 최절정기를 지났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인생 전체가 두 영원 사이에 잠시 갈라져 나오는 찰나의 빛과 같듯이 그 최고의 절정기도 무척 짧을 뿐이다. p137


4. 두 부자의 야구에 대한 사랑과 실즈의 농구 이야기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 보는 것을 말이다 - 곤욕스러운 페이지들이다. 콜로세움의 던져지는 - 모든 것을 잊어라. 다 잘될테니 우리에게 맡기라는 약속의 맹목적인 달콤한 사탕 같은 - 빵을 열광하며 먹는 것 같다. 관람은. 특히, 이 책에서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것은 찰나와 같은 젊음이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인스턴트적인 애도와 같이 비친다. p234




* 책 끝의 레퍼런스 노트

쇼펜하우어, p143

톨스토이

체호프, 바냐 아저씨

앙드레 지드, p257

O. 헨리, p298



조금은 남성적이고 - 작가가 남자라고 해도 - 또 조금은 인용과 과학적 사실에 익사할 것 같고, 책의 제목과는 동떨어진 시시콜콜한 일기가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내가 쓴 책이면 좋겠다." p9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찬사 중

"독자와 작가 사이의 그 좁은 틈새에 절묘하게 주파수를 맞추고 있어" p10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찬사 중

"이 것은 내 몸의 자서전이고, 내 아버지 몸의 전기이고, 우리 두사람 몸의 해부학이다." p15 프롤로그

"생존의 잔인한 현실, 벌거벗은 육신의 탈을 쓴 연약하고 덧없는 생명, 불쌍하고 발가벗은 두 짐승 (‘리어 왕’ 3막 4장) p15 프롤로그

"99.9퍼센트는 남들의 유전자와 같다. 사람의 차이는 나머지 0.1퍼센트에서 온다" p21

"‘바가바드기타’는 사람의 몸을 가리켜 구멍 9개가 뚫린 상처라고 했다" p23

"우리가 주먹을 쥐고 세상에 나오는 것은 ‘세상은 내 것이야. 내가 다 물려받겠어’라는 뜻이다. 우리가 손을 편 채 세상을 떠나는 것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p26

"프랜시스 톰프슨은 말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자신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p27

"우리는 단지 영원이라는 두 어둠 사이 잠시 갈라진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과 같은 존재다." p27

"니체는 말했다. ‘그 어떤 심오한 철학보다 더 큰 지혜가 육체에 담겨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우리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일은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마사 그레이엄은 말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p54

"톨스토이는 말했다. ‘나는 5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인생의 전성기는 7세이다." p57

"18세에서 19세에 술을 마신 남자들은 지금 다들 안전하게 무덤 속에 누워 있지" p84

"젊은 야구선수들에게 지장이 되는 것은 섹스가 아니라 섹스를 기대하면서 밤늦게까지 안 자는 것이다" p137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인생의 첫 30년은 삶을 사는 데 쓰이고, 이후 40년은 삶을 이해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믿었다. 쇼펜하우어는 숫자를 역전시켜 말했다. ‘인생의 첫 40년이 텍스트라면 나머지 30년은 그것에 대한 주석이다.’" p143

"인간사 거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 해답이 부족한 경우는 절대 없지만 원하는 해답은 없다." p176

"새끼를 낳고, 죽어라" p194

"친구를 원하면 개를 샀겠지" p202

"필라델피아 최초의 신문을 발행한 앤드루 브래드퍼드는 말했다. ‘주여, 오탈자를 용서하소서!’" p292

"감정은 타인들에게나 속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솔직하지 못하게 돌려 표현할 수 있을 뿐이지 온전히 가질 순 없다는 생각이 든다." p296

"우리는 남과 결합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은 분열한다."
"우리는 오로지 타인 속에서만 자신을 소생시키고 이어갈 수 있다" p304

"우리는 모두 언젠가 진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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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04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인용문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진다.” 좀 더 순화적으로 말을 바꾼다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 (일어나지 못하는 잠을) 잔다.”라고 하고 싶군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잠의 신이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형제지간입니다.

초딩 2016-01-04 18:14   좋아요 1 | URL
아!!! 이래서 신화를 좀 읽고 싶어요 :-) 일단 변신이야기부터 1월에 도전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AgalmA 2016-01-04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좌절시기를 겪은 사람이 인용문 많이 섞어 발표한 자기계발서 같았어요-ㅅ-;;

초딩 2016-01-04 18:15   좋아요 0 | URL
`사진에 관하여`에서 수전 손택이 소개한 사람이 생각 났어요. 이름은 기억 안 나고. 인용으로만 책을 쓰기 위해 인용구를 엄청 모으는 사람이요. ㅎㅎ 결국 책은 못 냈다고 하네요. 비평가였던 것 같은데 :-)

AgalmA 2016-01-04 18:17   좋아요 1 | URL
어, 저도 기억하는데, 이름이! ㅜㅜ 책은 역시 가져야 되는구나...빌려서 읽었던 터라 확인을 할 수가...흑)

초딩 2016-01-04 18:47   좋아요 1 | URL
책을 두번 뒤져 찾았어요!!! 밑줄도 표시도 없었는데 느낌이 와서 성공했어요. `우울한 오브제` 장에서 언급된 `발터 벤야민`이에요!!! 그 미완의 프로젝트는 `피사젠베르크`라네요 :-) p119부터 나와요~

AgalmA 2016-01-04 18:49   좋아요 1 | URL
앗! 초딩님 잘하셨어요ㅜㅜ!! 아니, 발터 벤야민을 어떻게 잊고 있었지...어흑ㅜㅜ 내 뇌를 혼내 줄 수도 없고...

프레이야 2016-01-04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3쪽 인용문이 인상적입니다

초딩 2016-01-04 23:23   좋아요 0 | URL
저도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 위트가 넘치는 인용구도 많았지만 아주 강하게 인상적인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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