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 노트 - 마음을 전하는 5초의 기적
가스 캘러헌 지음, 이아린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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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냅킨노트.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었다. 항암 중인 아버지가 자신의 딸 (아마 맞을 것이다)에게 매일 도시락에 냅킨으로 편지를 쓴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것이 책과 함께 유명해지면서 페이스북으로 볼 수도 있다.


몇 년 전 이 책을 읽고 아주 따뜻하게 감명받았고, 어느 날 아이에게 아주 호되게 야단을 치고 눈물로 후회하면서 냅킨 노트가 생각나서 노란색 포스트잇에 또박또박 7 ~ 8장의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의 책상에 붙여 두었다. 잘 보이게. 아이는 그것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했다. 자신의 책상 벽에 붙여두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집에서 이사를 나갈 때까지 붙어있었다.


책이 나의 행동을 이끌어 내주었다. 그리고 그 책을 육아에 힘들어하는 여동생에게 추천해주었다. 저자는 인류의 행복 총량을 그렇게 증가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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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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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던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이야기. 원본엔 거인국, 하늘을 나는 섬, 말의 나라가 있다고 알고만 있었고 언젠가는 읽어야지 했던 그 원본 무삭제 본을 오디오북으로도 듣고, 전자책으로도 보면서 읽었다.

어릴 때는 판타지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신랄한 풍자 소설이었다.


나는 습관과 편견의 엄청난 힘을 예시하기 위하여 이 이야기를 한다. p223


거인국으로 가서 소인의 관점에서 기이하게 봤던 거인국이, 그곳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익숙해지자, 자신의 나라에서는 항상 위로 보고 큰 소리로 말하는 등 거인국에 익숙해져 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소인국과 거인국에서는 그런 습관과 편견의 무서움을 이야기해준다.


천공의 섬 라퓨타에서는 인간이 현실과 동떨어진 형이상학적이고 현학적인 사유를 풍자한다. 라퓨터부터 인간 사회의 풍자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대망의 말의 나라. 인간은 과연 이성적일까? 이성적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잔인하고 이기적인 인간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인간이 과연 이성적인 존재냐 하는 것입니다. p496

따라서 나는 그대의 동족이 옷이라는 발명품으로 기형적인 모습을 서로 보여 주지 않는 게 다소 현명하다고 생각하네. p389


저자가 현실에서 겪었던 불합리와 부조리를 투영해서 써낸 걸리버 여행기는 상상이라는 것과 만나 그 풍자의 힘을 더 거대하게 만들어 세상에 던졌다. 그리고 말의 나라에서는 미래 사회도 비쳤다.


여기서 우리는 풍자 satire를 뜻하는 영어 단어가 라틴어 사태라 satire에서 온 것임을 상기하게 되는데 이는 여러 가지 과일이 뒤섞여 있는 식사 접시라는 뜻이다. p467

풍자는 호라티우스 풍의 부드러운 풍자와, 유벨리스 풍의 신랄한 풍자가 있습니다. p493


선입견과 편견은 인간이 여러 가지 생각할 것들을 줄여주고 더 집중해야 할 곳에 집중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준다고 한다. 어두운 곳은 위험한 곳처럼.

하지만, 그 자연적인 선입견과 편견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질 때는 잔혹해지고 비열해지고 그 자체가 더 큰 위험이 되는 것 같다. 그것을 후이넘과 야후의 말의 나라에서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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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8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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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를 죽인 놈. 장남 드미트리가 아버지 표도르를 죽였을 것이고, 재판장에서 위대한 심문과 변호가 있는 책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권에서 책은 드미트리가 성격은 괴팍하지만 오히려 순수하게 그려지며 그가 범인이 아닌 것으로 전개된다. 

추리 소설로 변신한 것이다. 먼저 떠난 둘째 이반인가? 거짓 발작을 일으킨 것 같은 스메르쟈코프인가? 1권 내내 타락한 인간과 같은 아버지와 아들이 이제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장남 드미트리와 그루센카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 알의 밀알과 양파 한 뿌리까지 알 수 없는 의미를 더해간다. 도스토옙스키는 타락한 불쌍한 인간의 편이었던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p15

"나는 평생토록 기껏 무슨 양파 한 뿌리를 주었을 뿐이야." p155

"질투! '오셀로는 질투심이 강했던 게 아니다, 그는 사람을 쉽게 믿었던 것이다." p212

"카라마조프답게 막무가내로." p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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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태양꽃 어른을 위한 동화 16
한강 동화,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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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태양꽃

한강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한다. 2002년. 한강이 이런 책도 썼구나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그림도 함께 있다. 태양꽃은 꽃잎이 처음엔 잠자리의 날개처럼 투명하다고 나온다. 이름이나 내용을 보면 해바라기인 것 같은데, 해바라기가 그런 투명한 잎을 가지나? 라고 궁금해하기도 했다. 자신이 잡초인 줄 그래서 꽃은 피지 않는 피었지만 예쁘지 않은 볼품 없는 꽃이라고 생각하고 양지의 예쁜 꽃들을 부러워하며 삐뚤어지기도 한 꽃이 땅에서 솟아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빗물에 다시 땅으로 주저앉은 잡초와 대화를 하며 성장하고 결국엔 예쁘고 폭우에도 살아남는 꽃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책과 그림은 담백하지만, 너무 담백해서 싱겁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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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날개는 난해하기에 앞서 매춘을 하는 아내와 커튼 하나 친 건너편에서 기생하는 남편의 두 관계를 이해할 수도 없고 바라보기조차 어렵다.

방황하는 지식인이 타락의 근처에서 고상하고 그로테스크하게 세상의 모든 일을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 포도주와 시에 젖어 있는 방관자처럼 그저 자신의 주위 세상을 그려본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해설을 읽고 그것이 일제 강점기의 조선과 친일과 일본을 나타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느 정도 수긍의 끄덕임을 하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단편들은 내가 더블린 토박이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지역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그 단편들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마찬가지로 해설을 읽고 조국 아일랜드를 아끼며 통렬히 비판한 조국애의 산출물임을 알았다.

사대주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날개와 더블린 사람들은 이처럼 배경과 은유의 기법이 비슷한데도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이상이 조선 총독부의 건축 기수로 일을 한 것이, 그 시절 엘리트로 건축과를 나왔으니 그렇게 일할 수도 있겠다고 이해도 할 수 있지만, 폐병으로 그만두고 문학을 시작한 것을 보면, 애국을 위해라기 보다는 문학을 했고 그때의 시대 상황이 제재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만약 더블린 사람들이었다면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분개하다 결국엔 부끄러워하고 각성했을 것처럼, 날개도 내가 강점기의 사람이었다면 분개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블린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각성한 자, 개혁자도 없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신성하게 조국애와 함께 보존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은 기둥서방 같은 주인공 남편이 각성의 의지로 '날개'가 돋기를 바라는 대목에서 각성하려고 한다. 그것은 식민치하의 나와 기둥서방인 내가 동일시되려고 하는 것이다. 달갑진 않다. 차라리 그 대목이 없었다면 좋았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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