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지저분할 따름인데, 그 위에 걸쳐진 나무는 하나의 더위 없이 싱그러운 초록이다. 폭염을 부정하며 가을마냥 잘 보이지 않는 그래서 잎인지 무엇인지 분간하기 힘든 것들을 시원하게 흩날리는구나. 나는 어느새 여기에 와있담? 생경하지는 않지만 익숙할 필요는 없는 보도 위다. 여기는 왜 이렇게 지저분할까? 허리 높이의 화단 가장자리를 빗질한 것마저 그 지저분함을 더한다. 걸쳐진 나무 사이로 계절을 분간할 수 없는 파란 하늘이 보인다. 누군가 저 파란 하늘을 보고 울었다지. 울먹였다지. 그게 나였나?
길이 지저분해서 내 눈앞의 이 길만 토막 난 것 같다.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은 것 같은. 그런데도 차도 사람도 무심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머뭇거리기도 한다. 그들도 저 파란 하늘을 보는 걸까? 나에게만 박제된 저 하늘을 보면 안 되는데.
나는 고백하는데, 음치다. 화음을 맞출 줄도 모르고, 박자도 따라가지 못한다. 노래를 좋아하는데, 잘 흥얼거리는데, 핸들 위의 손과 그 손에 연결된 어깨로 박자도 곧잘 맞추며 장단 질을 하는데, 내 노래는 음치를 증거한다. 나는 매사에 이런 식이다. 그래도 나는 마냥 흥얼거린다. 어차피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을 한정된 자유는 가지고 있으니.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내 의식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