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지저분할 따름인데, 그 위에 걸쳐진 나무는 하나의 더위 없이 싱그러운 초록이다. 폭염을 부정하며 가을마냥 잘 보이지 않는 그래서 잎인지 무엇인지 분간하기 힘든 것들을 시원하게 흩날리는구나. 나는 어느새 여기에 와있담? 생경하지는 않지만 익숙할 필요는 없는 보도 위다. 여기는 왜 이렇게 지저분할까? 허리 높이의 화단 가장자리를 빗질한 것마저 그 지저분함을 더한다. 걸쳐진 나무 사이로 계절을 분간할 수 없는 파란 하늘이 보인다. 누군가 저 파란 하늘을 보고 울었다지. 울먹였다지. 그게 나였나?

길이 지저분해서 내 눈앞의 이 길만 토막 난 것 같다.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은 것 같은. 그런데도 차도 사람도 무심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머뭇거리기도 한다. 그들도 저 파란 하늘을 보는 걸까? 나에게만 박제된 저 하늘을 보면 안 되는데.

나는 고백하는데, 음치다. 화음을 맞출 줄도 모르고, 박자도 따라가지 못한다. 노래를 좋아하는데, 잘 흥얼거리는데, 핸들 위의 손과 그 손에 연결된 어깨로 박자도 곧잘 맞추며 장단 질을 하는데, 내 노래는 음치를 증거한다. 나는 매사에 이런 식이다. 그래도 나는 마냥 흥얼거린다. 어차피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을 한정된 자유는 가지고 있으니.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내 의식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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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맑음 2016-08-25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오늘은 제게도 우울한 하늘이네요.........

초딩 2016-08-25 20:00   좋아요 1 | URL
결국 지금껏 열어두었던 창문들은 틈을 타 배신을 해버렸어요. 쏟아지는 비가 베란다를 넘어 속절 없이 방 한 가운데까지 들이쳤어요. ㅜㅜ
오늘 하늘의 종지부를 찍었어요 ㅜㅜ

구름물고기 2016-08-26 1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런 날도 문득 그리워지는 순간도 있을거에요..좋은 글이네요

초딩 2016-08-28 02:42   좋아요 1 | URL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9-02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이 시 같이 노래같이 아름다워 몇번이고 따라 읽었어요.

저는 모든 노래를 동요처럼 불러내는 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곧잘 혼잣말 하듯 흥얼거린답니다.
저도 `어차피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을 한정된 자유는 가지고 있으니.`라고 님 따라쟁이하며 쿨녀가 되어보려구요.

여름은 지났습니다.
이 정도 쿨함이면 가을 맞는거죠?^^

초딩 2016-09-02 17:52   좋아요 1 | URL
우앗, 양철나무꾼님의 칭찬에 아주 부끄럽고 아주 좋아하고 있답니다. :-) 너무 감사드려요!!!

반팔에 반바지 입고 여름을 우기며 다녔는데, 네 쿨함이 느껴지는 가을 맞습니다 :-)

˝여름은 지났습니다.˝ 그 도장을 다시 한번 찍어 봅니다.

쿨한 금요일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