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균호 작가님의 이번 새 책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은 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잊고 있었던 시선 (Perspective)를 일깨워준다.

하지현 선생님의 '정신과 의사의 서재'도 비슷한 맥락을 전한다. 하지현 선생님은 작가로서 '쓰기 위한 읽기'에 대해 다루었다면, 박균호 작가님은 '왜 쓰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마치 어느 한 작가의 탄생 신화를 보는 것 같다. 즉, 박 작가님이 쓰게 된 동인을 끄덕끄덕하게 된다.

나는 요즘 파타고니아 옷에 빠져있다. 조금 비싸고 인터넷으로는 찾는 모델이 없어 매장을 가야 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옷을 만드는 철학을 알고 나서부터는 다른 브랜드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더 나아가 어떤 브랜드는 혐오까지 하게 된다. 파타고니아는 물을 아주 많이 아껴 옷을 만들고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수선을 잘해주며, 심지어 각 나라의 환경 보호를 위한 서명 활동 (우리나라는 '보' 제거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상품 구매를 스토리 구매라고 한다. 그것처럼 '책' 또한 그 내용 뿐만 아니라 책을 집필한 저자의 스토리에 박 작가님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출판사, 편집자를 포함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더 의미있게 된 것 같다.

집이 터져나갈 것 같아 책을 선물도 하고 기증도 하고 ㅜㅜ 재활용에 가져다 놓기도 하며 (그래도 누가 가져가라고 고이 둔다) 소장용 책만 남기려고 할 때, 박 작가님의 수집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내 아이폰 알라딘 eBook에는 수십 권의 전자책이 있고, 책마다 또 수십 개의 밑줄이 그어져 있지만, 책상과 책꽂이에 있는 책처럼 보이지도 않고 (책이 그저 아이콘 하나로 보일 뿐이니), 앱을 웬만큼 잘 만들어도 책을 들고 후루룩 넘기며 필요한 것을 이리저리 찾는 것은 굉장한 한계가 있다.

비싼 뉴욕 땅에 서점들이 다시 생기고 있다고 한다.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이야기하듯이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 원하는 책을 말하면 양자들을 조합해서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게 하는 미래가 아닌 이상,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은 사라져가는 책 이야기와 책 수집을 극단적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 극단은 문학이 그렇듯,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을 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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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2-06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얄라알라 2021-02-01 0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파타고니아....맥주를 먼저 떠올렸던 불량한 소비자 1인.^^;;

초딩 2021-02-01 00:13   좋아요 2 | URL
현재 1865 마시고 있는데, 아 테라 마시고 싶어졌어요 북사랑님 댓글에 ㅎㅎㅎ

2021-02-01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2-01 0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맥주 마시고 싶어서 냉장고로 뛰어갑니다. 저는 얼마전에 지인이 선물해준 산청맥주
경상남도 산청에서 만드는 지역맥주인데 맛이 괜찮아요. ㅎㅎ

2021-02-01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6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6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6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21-02-06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래도 그 주소 다시 찾고 있던 참인데요 ㅠㅠ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