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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의 과학공부 -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7월
평점 :
양자역학과 뉴턴의 고전물리가 몹시 궁금하다면 김상욱교수의 '떨림과 울림"을 먼저 또는 그 책만 보면 좋을 것 같다. 난 먼저 봤다. 거꾸로 읽은 느낌이다. '김상욱의 과학공부'로 워밍업을 하고 '떨림과 울림'을 보는 게 순서에 맞는 것 같다.
책은 에세이 형식을 띠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정교하게 이론들을 차례차례 엮어 물리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생각이 되지만, 그보다는 이 땅의 한 과학자가 어떤 고민으로 어떻게 사회를 바라보며 과학을 하고 있는지 엿보는 재미가 더 크다.
대학에서 '물리'를 하는 사람은 세상과 단절된 상아탑에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또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 누구보다도 술잔을 기울이며 사회에 대해 열렬히 토로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떨림과 울림'에서도 그랬지만, 김상욱 교수님의 인문학에 대한 조예는 아주 깊다. 다른 분야에도 박식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고대에 철학자라고 명명되는 사람들이 모든 학문을 한 것처럼, 결국 모든 학문은 하나로 연결되어있으니, 당연해야 할 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여러 분야에 대한 단상들이 쓰여 있어서 글은 쉽게 읽힌다. 거기에 묻어 있는 과학도 내가 그것들을 잘 알고 있는 착각을 하듯이 술술 읽을 수 있다. 우주, 시간, 결정론과 자유의지, 엔트로피까지는 친근해졌지만, 역시 양자역학은 어렵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니 위안으로 삼는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가 '양자역학'은 어렵고 자신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우주 만물의 이치를 알 수 있는 열쇠로 생각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모르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가 모순이라고 생각하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은 그것의 '정의'도 모를 것이고 '범위'도 모른다고 생각되고, 그래서 그것으로 우주의 모든 원리를 알 수 있을 듯이 말하는 것은 '양자역학'의 용도를 모르고 있거나, '우주의 모든 원리'의 번지수를 잘 못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난해함을 내세우기 위해 자주 예로 드는 '관측하는 순간 결정되거나 바뀐다'나는 것은 관측을 '인간이 눈으로 관측'하는 것을 연상 시켜 물체가 그 경계를 유지한 채 여기저기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저 나의 개똥철학이다.
'복잡하다는 것을 정리하기란 생각보다 복잡하다.' p211
그래도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읽어 볼 것이고, 같이 읽고 있어서 머리가 더 뒤죽박죽인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마저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