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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나이를 먹으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의지' 보다는 '시스템'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의지는 '나는 무엇 무엇을 할 것이다'라는 Will을 의미한다. 시스템은 프로세스, 절차, 규칙, 환경을 말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넛지 (Nudge)에서 말하는 선택 설계자들에 의해 정교하게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의도된 것들을 말한다.
유현준 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는 건축이라는 도메인에서 우리의 다양성을 배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시작은 쾨베클리 테페라는 신석기 시대 유적이다. 탄소 연대 측정으로 이 건축물은 기원전 1만에서 8천 년경에 축조되었는데 그것은 기원전 7천 년경에 시작된 농업 혁명 이전에 지어진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말하는 인류의 인지, 농업, 과학 혁명 중의 하나인 농업 혁명이 건축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제사를 위한 쾨베클리 테페를 오랫동안 짓기 위해 사람들이 근처에 모여 살고 식량도 재배하면서 정착과 농업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건축이 주거라는 목적 이전에 신의 숭배라는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그 축조는 인간의 삼대 혁명 중 하나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진이 잦은 미국 서부에서는 낮은 층의 건물을 지었고, 이것은 고층 건물 보다 사람들이 더 소통하기 유리했고, 그래서 다양성이 풍부한 서부에서 실리콘 밸리의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창조적인 회사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개연성이 있어 보이지만 '다양성'이 인간의 창조성을 극대화하는 데는 절대 동의한다. 그러면서 낮은 천정보다 높은 천정에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창의적이라는 논문도 소개해준다.
한국의 이야기로 돌아와 전국의 학교가 동일한 모습이고 운동장을 접하기 힘든 구조에 개탄하고 획일화되고 다양한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없고 이웃과 소통하기 힘든 아파트도 다양성 추구를 저해하는 것으로 꼬집어 말한다. 더 나아가 한국 특히 서울의 건축물과 공원 조성이 뉴욕 등 선진 도시의 그것을 무작정 따라 베끼는 것을 거론하며 우리의 독창성을 위해 창의적인 건축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것과 있을 때, 그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계속해서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 함께하는 시간이 아주 길어지면 무의식마저 지배받을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도. 그래서 집, 학교, 공공시설의 건축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