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묵사스레피
앙증맞다는 말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저절로 눈맞춤 하게 된다. 흰색의 아주 작은 꽃들이 오밀조밀하게 많이도 달렸다.

서해안 어디쯤에서 사스레피 나무는 본듯도 한데 이 우묵사스레피는 남해의 세찬 바닷바람에도 잘 견디는 늘 푸른 나무이다. 열매가 쥐똥같이 생겼다 하여 섬 지방에서는 섬쥐똥나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유사종으로 사스레피나무, 거제도에 나는 섬사스레피나무, 잎이 넓고 두꺼운 떡사스레피나무 등이 있다는데 구분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말만 들어도 가슴에 온기가 전해지는 제주 올티스에서 만났다. '기억 속에 새기다'라는 꽃말 처럼 올티스와 함께 기억될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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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21-12-13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스레피나무 란 이름 신비롭네요
막상 만나면 잘 알아볼수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무진無盡 2021-12-15 21:56   좋아요 1 | URL
제주에서 만난 신비로운 나무였습니다~

그레이스 2021-12-14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섬쥐똥나무로는 들어봤어요

무진無盡 2021-12-15 21:57   좋아요 1 | URL
아~ 그러시군요. 전 처음이었습니다 ^^
 

'대상화'
계절의 변화의 지표로 삼는 것들 중에서 꽃만큼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 생의 주기가 짧아 사계절 중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초본식물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연한 자주색 꽃잎에 노랑꽃술이 유난히 돋보인다. 서로를 빛나게 하는 꽃잎과 꽃술의 어울림이 좋다. 모든 힘을 꽃에 쏟아부어서 그럴까 열매를 맺지 못하고 뿌리로 번식한다.

가을을 밝히는 꽃이라는 의미로 추명국으로도 불리지만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는 뜻의 대상화가 정식 명칭이다. 봄맞이가 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름을 가졌듯 가을의 의미를 이름에 고스란히 담았다.

가을 서리에 맥 못추는 것들로 대표적인 것 역시 초본식물들이다. 이름에 가을의 의미를 품었지만 순리를 거스리지는 못한다는 듯 '시들어 가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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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타령

창밖에 국화를 심고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네
아이야 거문고 청쳐라 밤새도록 놀아보리라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청계수 맑은 물은 무엇을 그리 못잊는지 울며 느끼며
흐르건만 무심타 청산이여 잡을 줄 제 모르고 구름은 산으로 돌고 청계만 도냐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허무한 세상에 사람을 내일 제 웃는 길과 우는 길은
그 누가 내었든고 뜻이나 일러주오 웃는 길 찾으려고
헤매어 왔건마는 웃는 길은 여영 없고 아미타불
관세음보살님 지성으로 부르고 불러 이 생의 맺힌
한을 후생에나 풀어주시라 염불발원을 허여보세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만경창파 수라도 못다 씻은 천고수심이 위로주 한 잔
술로 이제 와서 씻었으니 태뱅이 이름으로 장취불성이 되었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 저것이 꿈이로다 꿈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은 꾸어서 무엇을 할거나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빗소리도 님의 소리 바람소리도 님의 소리
아침에 까치가 울어대니 행여 임이 오시려나
삼경이면 오시려나 고운 마음으로 고운 임을 기다리건만 고운 임은 오지않고 베게 머리만 적시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 동풍을 다 보내고 낙목한천
찬 바람에 어이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이
너 뿐인가 하노라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얄궂은 운명일세 사랑이 뭐길래 원수도 못보는 눈이라면 차라리 생기지나 말 것을 눈이 멀었다고 사랑조차 멀었든가 춘 삼월 봄 바람에 백화가 피어나 듯 꽃 송이마다 벌 나비 찾어가듯 사랑은 그 님을 찾아 얼기설기 맺으리라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지척에 임을 두고 보지 못한 이 내 심정 보고파라
우리님아 안보이네 볼 수 없네 자느냐 누웠느냐 애 타게 불러봐도 무정한 그 님은 간 곳이 없네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아깝다 내 청춘 언제 다시 올거나 철 따라 봄은 가고
봄 따라 청춘가니 오는 백발을 어찌 헐끄나
아이고 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https://youtu.be/sC_O8fLduXo

*자주 들어 익숙한 가락이지만 제대로 내용을 음미해 볼 생각을 못하다 이제서야 정독해 본다. 순전히 국화를 핑개삼아 듣는 것이라지만 영화 취화선에 나왔던 김수연 명창의 소리를 찾아 듣는다.

왜 흥타령인지 듣고 또 듣고 가락도 가사도 익숙해질 무렵에서야 짐작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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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국
비행기를 타고 짠물을 건너간 이유 중 하나가 이 꽃이 군락으로 핀 모습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가 한몫했다. 바다와 갯쑥부쟁이에 집중하는 일행을 뒤로 하고 먼저 길을 나선 이유도 그것이었다.
 
바닷가를 한가롭게 걷는 동안 언듯 보이는 모습에 때가 아닌 것이라 여겨 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다. 육지의 바닷가 바위에 걸쳐진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되었다.
 
감국, 꽃잎을 씹었을 때 단맛이 배어 나온다고 하여 달 감(甘)자를 써서 감국이라고 부른다. 만나면 한번씩 씹어보는 이유는 향과 맛을 동시에 품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섭지코지 그 바닷가 벼랑에 만발했을 감국의 향기를 마음 속으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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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큰 산에 피는 꽃은 키가 작다

드디어 여기에 도착했다
아직 만질 수 없고
닿지 않는 거리지만
기억하라, 수고로운 담의 능선
긴 탄식의 강물을 지나
도처에서 일어서는 철쭉의 시위
그리고 은밀한 안개의 방해를 뚫고
뿌리 깊숙히 이어지는 햇살을.
이제 더 이상의 악몽은 없다
그대여 상처받기 쉬운
지난날들을 되돌아보지 말자
그러나 한 생명도 빠뜨리지 않고
제각기 피어나 강력한 군집을 보라

거기 진리의 꽃무덤을 쌓고
다시 비바람치고 새 우는 저녁
스스로를 벼랑 위에 세운 채
자비를 구하며 지는 그늘 하나여.

*임동확 시인의 "큰 산에 피는 꽃은 키가 작다"이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21)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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