若將除去無非草 약장제거무비초
好取看來總是花 호취간래총시화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송대의 유학자이자 사상가인 주자朱子의 글이다.

제 눈에 안경이고 내 안에 담긴 색으로 세상이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 무엇 하나라도 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리 다가오기 마련이다. 특별한 조건이 아닌 이상 애써 부정적인 시각으로 자신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나 스스로가 나를 따뜻한 가슴으로 품자.

가시를 품고 살지만 꽃을 피워내고 향기까지 잊지 않았다. 바위를 기대어 사는 버거운 일상이 좋은 향기를 만드는 근거가 되었으리라. 아직 떨구지 못한 잎에 한줌 볕이 머문다.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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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덩굴'
한겨울 산 속으로 길을 나선다. 속내를 보이는 숲에는 남은 아쉬움으로 숲을 찾는 이들을 반기는 녀석들이 있다. 잎에 숨어 때를 기다렸던 열매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꼬옥 다문 열매가 주황색의 보석처럼 알알이 맺혔다. 볕을 받아 한껏 빛나는 것이 지나온 수고로움을 보상을 받는 것처럼 환하고 따스하다. 혼자서는 서지 못하고 이웃에 기대어 사는 모습이 사람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늦은 봄에 피며 황록색으로 피는 꽃보다 열매에 주목한다. 콩만한 크기의 노란 열매가 가을이 깊어가면서 부터 껍질이 셋으로 활짝 갈라지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주황색의 씨앗이 화사하게 얼굴을 내민다.

평상시에는 사람들에게 별로 주목 받지 못하지만, 열매가 익는 늦가을이 되면서부터 눈길을 끈다. 봄에 나오는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먹기도 하며 열매를 짜서 기름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진실', '명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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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향 머무는 시간'

雪裡寒梅雨後蘭 설리한매우후난
看時容易畵時難 간시용이화시난
早知不入時人眼 조지불입시인안
寧把膽脂寫牧丹 영파담지사목단

눈 속의 겨울매화, 비 내린 후의 난초
보기는 쉬워도 그리기는 어려워라
세상사람 눈에 들지 못할 것을 일찍 알았던들
차라리 연지燕脂 잡고 모란이나 그릴 것을

*1498년 무오사화戊午士禍의 단서를 제공하고 부관참시를 당한 인물. 조선 전기 훈구파에 대항한 참신한 정치 세력이었던 사림파의 영수 김종직(1431~1492)의 시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은 세상에 대한 원성을 사뭇 심각하게 담았다. 그런다고 그로써는 세상 쫒아 모란을 그릴 수야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눈 속 매화의 절개와 비 맞은 난초의 기품을 알아버린 고수의 몫은 아닌 것이었기에ᆢ

시를 쓴 사람의 뜻이야 따로 있겠지만 이 시를 대하자니 마음은 대숲에서 눈맞고 고개숙인 차꽃에 머문다. 찬바람에 몸보다는 마음 깃을 잘 다독여서 섬진강 매화의 맑은 향기를 기다린다.

겨울이 춥기만하다고 마냥 피할것 만은 아니다. 매향, 차향 담은 꽃과 새 잎도 이 차가운 겨울 덕분에 가능한 일 아닌가. 그대 몸 버거운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니 마음 깃 잘 여며서 이른봄 매화향기 맞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별사면,
어떤 곳에만 눈 온다는 크리스마스 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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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
신기한 것이 어디 이것뿐이랴. 산들꽃을 마주하다 보면 신비롭고 신기하며 경이로운 것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눈맞춤하는 그 짧은 시간의 감흥을 잊지 못해 다시 길을 나서는 것인지도 모른다.

꽃 보기를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양하 역시 언젠가는 보겠지 했는데 올 여름 꽃도 보고 가을엔 열매까지 보았다.

제주도에서 몇뿌리 얻어와 담장 밑에 심었는데 새싹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근 절집 아래에도 있으니 기후조건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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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의자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 시인의 "의자"다. 모두는 누군가의 의자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자라는 것이 주목 한다. 나는 몇개의 의자일까.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23)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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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22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정록의 시집 어머니학교 좋아해요^.

무진無盡 2021-12-24 18:17   좋아요 0 | URL
찾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