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잎꿩의비름'
첫만남은 어느 골짜기였다. 벼랑에 걸쳐 늘어진 모습이 위험스럽기보다는 유유자적 노니는 여유로 다가왔다. 끝에 매단 붉은구슬 같은 꽃봉우리와의 조화도 눈길을 끌었다.
 
그렇게 눈으로 마음으로 담았던 모습을 기억한다. 올해는 그곳을 찾지 않았다. 때를 맞추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다른 끌림이 더강했다. 어느 골짜기에 들어 사람의 정성이 깃든 모습으로 다시 만났다. 올 봄 평창에서 얻어어 뜰에 안착한 모습까지 보았으니 지난해 그 골짜기를 기억하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겨본다.
 
꿩의비름과 비슷하나 잎이 둥글어서 둥근잎꿩의비름이라고 한다. 붉은색 꽃봉우리를 들여다보면 옹기종기 모여 핀 꽃들이 참으로 이쁘다. 한국특산종으로 꽃이 매우 아름답고, 번식도 잘 되며, 키우기도 쉽기 때문에 관상용으로도 많이 키운다고 한다.
 
다시 기회를 얻어 그 골짜기에 든다면 보다 차분하게 눈맞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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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밥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듯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함민복 시인의 시 '긍정적인 밥'이다. 가치는 그것을 알아보는 이에게 의미를 가진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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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이 피면 한 차례 모이고, 복숭아꽃이 피면 한 차례 모이고, 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차례 모이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 서지에 연꽃이 피면 구경하기 위해 한 차례 모이고, 국화꽃이 피어나면 한 차례 모이고, 겨울에 큰눈이 오면 한 차례 모이고, 세모에 화분의 매화가 피면 한 차례 모인다.

모일때 마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준비하여 술을 마시며 시가를 읊조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부터 준비물을 마련토록 하여, 차례대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까지 한 바퀴 돌아가 다 끝나면 다시 시작하여 돌아가게 한다."

*정약용의 '죽난시사첩서竹欄詩社帖序'에 나오는 문장이다. 죽난시사는 정약용 선생이 시詩 짓는 사람들과 만든 차茶 모임이다. 나이가 4년 많은 사람으로부터 4년 적은 사람까지 모이니 15명이었다. 이들이 모여 약속한 것이 이 내용이다.

옛사람들의 이 마음이 부러웠다.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모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옛사람들은 그들대로 지금은 또 나름대로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누리면 되는 것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마음자리가 이어지는 이유다.

해가 바뀌어 남쪽으로부터 꽃소식이 전해지면 섬진강 매화와 눈속에 복수초 필때 한번, 변산바람꽃과 노루귀 필때 한번, 동강할미꽃 필때 한번, 깽깽이풀과 얼레지 필때 한번, 한계령풀 필때 한번, 병아리난초와 닭의난초 필때 한번, 참기생꽃 필때 한번, 지네발란 필때 한번, 병아리풀과 남개연 필때 한번, 금강초롱꽃 필때 한번, 해국과 물매화 필때 삼삼오오 모였다.

챙길 준비물은 따로 있을 까닭이 없다. 꽃 담을 폰이든 카메라든 이미 있고, 꽃보며 행복했던 눈과 마음이 있기에 빈손으로도 충분하다. 꽃을 사이에 두고 가슴에 품었던 향기를 꺼내놓고 꽃같은 마음을 나누면 그만이다.

꽃이 시들해지는 때가 오니 꽃길에서 만나지 못한 벗이 그리워 갯쑥부쟁이를 핑개로 다시, 바다를 건너 꽃놀이를 다녀왔다. 한해를 마감하기에는 턱없이 이른 때이긴 하지만 꽃쟁이들의 발걸음이 멈추는 시기이니 그것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벌써 섬진강 매화피는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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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바위솔
먼길 나선 차에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을 보자고 청했다. 경북인지 강원도인지 어느 이름 모를 협곡에 들어서니 너덜에 오르거니 물이 불어난 냇가를 건너 바위틈에 자리잡은 식물과 마주한다.

벼랑 끝이나 바위 위에 자리잡고 사는 것이 신비롭다. 필요한 양분은 어떻게 얻는 것인지도 모른다. 잎은 둥근 모양이고 연한 자주색 무늬가 있는 분녹색이다. 겨울눈으로 월동하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한다.

고만고만한 생김새라 이름을 달리부르는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 구분하여 알아보기 보다는 절묘한 환경에서 자리잡고 사는 모양새가 눈에 먼저 들어오니 그것만으로도 우선은 된 것이라 위안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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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바위솔
그래, 여기 어디쯤인데ᆢ. 몸이 기억하는 것은 거의 빈틈이 없다. 처음 본 꽃자리는 시간이 흘러도 그곳에 가면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게 된다. 지난해 보았던 그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하나하나 눈맞춤하며 담았던 사진은 바다로 돌아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하여, 다시 처음 본 마음으로 긴 눈맞춤을 했다.
 
바닷가 바위틈이나 자갈밭, 산비탈 등지에서 자란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5개이고 꽃은 흰색, 꽃밥은 자줏빛이 도는 적색이다. 비슷한 모양의 다른 바위솔과 구분이 쉽지가 않다.
 
해국 흐드러지게 핀 울진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꽃대 올린 모습은 많이 봤으나 흰색의 꽃과 꽃밥이라고 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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