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살나무'
때를 놓치고 보지 못한 꽃이 한둘이 아니다. 시나브로 꽃놀이를 다니지만 볼 수 있는 꽃은 한정되기에 늘 놓치게 된다. 이렇게 놓친 꽃에 대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열매로 집중되는 식물이 제법 많다. 이 나무도 그 중 히나다.
 
여름에 피는 꽃을 놓친 이유 중에 하나는 연한 자주색으로 피는 조그마한 꽃이 잎 속에 묻히는 것도 있다. 마주나는 잎 겨드랑이에서 피기에 유심히 봐야 보이는 꽃이다.
 
작살나무의 가지는 정확하게 서로 마주나기로 달리고 중심 가지와의 벌어진 정도가 약간 넓은 고기잡이용 작살과 모양이 닮았다. 작살나무라는 다소 거친 이름이 붙은 이유라고 한다. 비슷한 나무로 좀작살나무가 있는데 꽃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지만 열매를 보면 금방알 수 있다.
 
단풍 들어 산도 그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요란한 때를 지나고 나서야 주목을 받는다. 그 틈에서 보이는 열매들이 늦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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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 소'
겨울 첫날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서예가 박덕준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안으로만 파고드는 소리로 가만히 읊조린다.
 
素 소 = 맑다. 희다. 깨끗하다.
근본, 바탕, 본래 등의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근본 자리가 恒白항백이다.
 
겨울의 첫날이 가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다. 손끝이 저린 차가움으로 하루를 열더니 이내 풀어져 봄날의 따스함과 가을날의 푸르름을 그대로 품었다. 맑고 푸르러 더욱 깊어진 자리에 明澄명징함이 있다. 素 소, 恒白항백을 떠올리는 겨울 첫날이 더없이 여여如如하다.
 
素 소,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첫자리에 글자 하나를 놓는다.
 
*다시 1년을 더하여 5년째를 맞이한다. 素소를 가슴에 품었던 5년 전 그날이나 다시 1년을 더하는 오늘이나 지향하는 삶의 자세는 다르지 않다.
 
종이에 스며든 먹빛과 글자가 가진 독특한 리듬에서 한 폭의 그림의 실체를 봤다. 이 글자 素소가 가진 힘도 다르지 않음을 안다. 쌓인 시간의 무게를 더한 反映반영이 지금의 내 마음자리일까.
겨울의 첫날에 첫눈이 내린다. 손끝이 시린 아침을 건너가며 맞이하는 눈이 곱기만 하다. 희고 차가운 자리에 온기를 품어 더욱 깊어진 자리에 명징明澄함이 있고 그것이 素소와 다르지 않다.
素소, 그것을 빼닮은 차가운 공기가 성급하게 얼굴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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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돌거울에

울고 싶은 날은 울게 하라
비어있는 가슴에
눈이 내리네

차운 돌거울에
이마를 얹고
바람에 떠는 너울자락
첫 설움 옷깃에 적시듯
흰 눈이 눈썹에 지네

비어있는 가슴에
썰물로 밀려든 그대
어둠 속에 그대 있음에
그대 목소리 있음에
그 가슴에 울게 하라
그 가슴에 울게 하라

*김후란 시인의 시 '돌거울에'다. 문득 생각이나 가슴에 온기를 전하는 그대, 안녕을 빈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20)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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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聲竹韻 不濃不淡 송성죽운 불농부담
何必絲與竹 山水有淸音 하필사여죽 산수유청음

소나무 대나무 스치는 소리 진하지도 엷지도 않구나
무엇 때문에 실과 대나무가 필요하겠소 산수 속에 맑은 음악이 있는데

*중국 진나라 때의 시인 좌사의 '초은招隱'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실은 현악기를 대나무는 관악기를 이르는 말이다.

전해오는 말에 중국 양나라의 소명태자가 어느 날 뱃놀이를 하게 되었는데 그를 따르던 문인 후궤라는 사람이 아첨하여 말하기를 "이만한 뱃놀이에 여인과 음악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하자 소명태자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좌사의 이 시구절만 읊었다고 한다.

볕 좋은 날 푸른 하늘 가운데 하얀구름 떠가고 바람따라 흔들리는 나무가지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춤사위와 솔바람 소리에 화답하는 새 소리 들리는데 더이상 무엇을 더하여 자연의 소리에 흠뻑 빠진 감흥을 깨뜨린단 말인가.

산을 넘어오는 바람에 단풍보다 더 붉은 마음이 묻어 있다. 가을가을 하고 노래를 불렀던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 언제나 진하지도 엷지도 않은 맑은 소릴 들을 수 있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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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쑥부쟁이
머리 속으로 상상을 펼친다. 사방이 탁틔인 넓은 벌판에 보라색 꽃이 만발하여 바람따라 흔들거리는 모습을. 제주 바다와 만남을 횐상으로 바꿔준 꽃이다.

보라색으로 피는 꽃이 멋지다. 쑥부쟁이의 한 종류로, ‘갯’이 붙은 것은 바닷가에 산다는 뜻이다. 바위틈이나 절벽, 벌판일지라도 발딛는 곳에서 자기만의 세상을 펼친다.

낮게낮게 몸을 움츠렸지만 곱고 신비로운 속내는 숨기지 않았다. 꽃 세상으로 초대에 기꺼이 응하는 마음이다. 다시 그곳에 서는 날이 있다면 이 꽃이 만발한 그때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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