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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숲 속의 여왕이다. 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봄기운에 익숙히질무렵 숲에는 춤추듯 사뿐히 날개짓하는 꽃을 만난다. 한껏 멋을 부렸지만 이를 탓하는 이는 하나도 없다.


햇볕따라 닫혔던 꽃잎이 열리면 날아갈듯 환한 몸짓으로 숲의 주인 행세를 한다. 꽃잎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과한듯 싶지만 단정함까지 있어 우아하게 느껴진다. 숲 속에 대부분 무리지어 피니 그 모습이 장관이지만 한적한 곳에 홀로 피어있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넓은 녹색 바탕의 잎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얼룩덜룩해서 얼룩취 또는 얼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씨앗이 땅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4년 이상 자라야만 꽃이 핀다고 하니 기다림의 꽃이기도 하다.


뒤로 젖혀진 꽃잎으로 인해 '바람난 여인'이라는 다소 민망한 꽃말을 얻었지만 오히려 꽃이 가진 멋을 찬탄하는 말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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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올해 첫꽃으로 만난 꽃이 이 노루귀다. 복수초보다 빨리봤으니 무척 반가웠지만 이내 꽃앓이를 하게 만든 미운 녀석이기도 했다. 눈 속에서 살짝 보여주곤 성장을 멈춘듯 오랫동안 꼼짝않고 그대로 있어 속을 많이도 태웠다. 그래도 애정이 가는 것은 변함이 없다.


청색의 노루귀가 화사하고 신비스런 색감으로 단번에 이목을 끈다면 하얀색은 다소곳하지만 그래서 더 은근함으로 주목하게 만든다. 이 두가지 색이 주는 강렬한 맛에 분홍이나 기타 다른 색의 노루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지극히 편애하는 대상이다.


꽃이 귀한 이른봄 이쁘게도 피니 수난을 많이 당하는 대상이다. 몇년 동안 지켜본 자생지가 올 봄 파괴된 현장을 목격하곤 그 곱고 귀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안타까워 그후로 다시 그곳에 가지 못하고 있다. 자연의 복원력을 믿기에 시간을 두고 멀리서 지켜볼 것이다.


더디 온 봄이라 탓했더니 거의 모든 봄꽃이 속도전을 치루듯 한꺼번에 피었다 금방 져버리니 괜시리 마음만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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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뜰이 주인의 욕심으로 넘친다. 아직도 함께 하고픈 풀과 나무가 천지인데 더 이상 들어올 틈이 없어 보인다. 방법은 나누는 것일까? 보내야 들어올 틈이 생기리라.


모든 인연이란 것이 의도하고는 상관없이도 오나보다. 납매와 삼지닥나무가 들어오면서 함께온 나무가 둘 더 있는데 어린 묘목이라 무엇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한해를 잘 견더주더니 그 중 하나에 꽃이 피었다. 비로소 나무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되었다.


미선나무, 서울 나들이때 찾아간 경복궁에서 보았던 나무를 내 뜰에 들이고 싶었으나 방법을 찾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 이렇게 찾아와 주었다. 신비할 따름이다.


미선나무의 미선尾扇은 대나무를 얇게 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물들인 한지를 붙인 것으로 궁중의 가례나 의식에 사용되었던 부채를 말한다. 미선나무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일 때, 열매 모양이 이 부채를 닮았다고 하여 미선나무라 했다고 한다.


미선나무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고 오직 우리 강산에만 자라는 나무라 하니 더 마음이 가는 나무다. 하얀색의 미선, 분홍빛을 띤 분홍미선, 맑고 연한 노란빛의 상아미선,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나타나는 푸른미선 등이 있다.


앙증맞은 모습과 은은한 향기에 색감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도록 매력적인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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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봄을 기다린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같은 장소를 지켜보기를 4년째다. 올해는 유독 더디 깨어나 애를 태우더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더해질수록 보는 시선도 대하는 마음도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이쁜 꽃을 피우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존재하는 근거가 되는 공간에서 공존하는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너를 만난다. 그 안에 바라보는 나도 있다.


마냥 좋아 더 가까이 눈맞추는 것에서 이젠 적당한 거리를 둔다. 여기저기서 자생지가 파괴되는 소식을 접하고 조심한다지만 내 발길에도 상처 입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조심스런 마음에 스스로 출입하는 문을 닫기도 했다. 그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오랫동안 함께 공존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안다.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봄을 기다려 만나는 모든 생명들의 신비로움 속에 진정으로 주목해야할 가치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찾고 만들어지고 유지되어야 한다.


꽃에 기대어 조금씩 그 꽃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믿음', '신뢰'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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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부채'
꽃소식 따라 몸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도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꽃이 있기 마련이다. 알지 못하는 것이라면 이야기 꺼리도 못되지만 먼 곳이거나 가까이 있어도 때를 놓치면 볼 수 없어 언젠가 볼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눈을 녹이면서도 생명의 열정을 보여주는 앉은부채도 그렇게 보고 싶은 식물에 속했다. 지난 겨울에서야 멀지 않은 곳에 자생지가 있다는 것을 접하고 두 번째 발품을 팔아 눈맞춤 했다. 조금 늦은 때라 새 잎이 올라온 것까지 볼 수 있어 이제는 잎을 보고도 알아볼 수 있겠다.


'앉은부채'라는 이름은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부처님과 닮아서 '앉은부처'라고 부르던 것이 바뀐 것이라고 하고, 잎이 땅에 붙어 있고 부채처럼 넓게 펼쳐진 모양 때문에 앉은부채라는 이름이 생겼다고도 한다.


앉은부채는 꽃을 피울 때 스스로 열을 내고 온도를 조절하는 신비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눈을 녹이면서 꽃을 피울 수 있나 보다. 봄 눈 다 녹은 후에 가까스로 눈맞춤했다.


우엉취·삿부채풀·삿부채잎이라고도 하는 앉은부채의 꽃말은 '그냥 내버려 두세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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