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봄을 기다린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같은 장소를 지켜보기를 4년째다. 올해는 유독 더디 깨어나 애를 태우더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더해질수록 보는 시선도 대하는 마음도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이쁜 꽃을 피우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존재하는 근거가 되는 공간에서 공존하는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너를 만난다. 그 안에 바라보는 나도 있다.


마냥 좋아 더 가까이 눈맞추는 것에서 이젠 적당한 거리를 둔다. 여기저기서 자생지가 파괴되는 소식을 접하고 조심한다지만 내 발길에도 상처 입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조심스런 마음에 스스로 출입하는 문을 닫기도 했다. 그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오랫동안 함께 공존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안다.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봄을 기다려 만나는 모든 생명들의 신비로움 속에 진정으로 주목해야할 가치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찾고 만들어지고 유지되어야 한다.


꽃에 기대어 조금씩 그 꽃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믿음', '신뢰'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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