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연히 시내로 나가는 길에 플래카드를 보게 되었는데, 글쎄 유홍준 교수님의 강의를 알리는 글이였어요. 너무 놀라고 기뻐서 날짜를 확인 한 후 유홍준 교수님을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제가 유홍준 교수님을 좋아하게된 계기는 아무래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 때문인거 같아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재밌고 쉽게 설명하시는 지식과 해설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내 서재 속 고전>의 서경식 저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뛰어난 미의 향유자' '박식한 전문가''계몽적 정열을 지닌 해설자'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 인용구는 '케네스 클라크'라는 런던의 갤러리 관장님을 호칭한 표현이지만, 저 보다 적절한 표현은 없는것 같아요.

 

강의가 있던 당일날. 처음 가보는 길이라 무척 긴장도 되고 또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될까하는 엉뚱한 고민을 하면서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강의가 시작하기 전 싸인을 먼저 해주신다기에 가지고 있던 책에 싸인을 받게 되었어요!

 

 

너무 떨려서 가까이서 사진을 찍진 못하고 멀리서 다른 분들 사진 찍으실때 도촬하다싶이 찍게 되었어요 ㅋㅋ

그리고 제 차례가 되어 이름을 물어보시는데 제가 '해피북이예요' 했더니 많이 당황을 하셨답니다 ㅋ 교수님이 당황해하시니 저도 당황스러운 마음에 이름을 말씀드릴까 하다가 지난번에 출판사에서 받아던게 있던터라 닉네임으로 받게 되었어요. ㅎㅎ 아마도 많이 당황스러우셨을듯 합니다.

 

무튼 그렇게 사인을 받고 강의가 시작되었는데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주지 않으셔서 얼마나 많이 말씀하셨는지 몰라요. 벨소리도 여기 저기서 울려대서 아마 많이 힘드셨으리라 생각이 들었어요

 

 싸인을 받기 전에는 앞 자리를 잡아는데 싸인을 받고 오니까 자리가 없어져서 결국 멀리서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강의 주제는 문화유산을 보는 방법에 관한 것이였는데, 역시 많이 볼 수록 좋은거라시면서 다양한 ppt자료와 재밌는 말씀을 참 많이 해주셨답니다. 책에서 읽었던 내용도 있었구요. 무엇보다도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제겐 참 값진 시간이였어요. 이런 기회가 흔치 않으니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였구요 ㅎㅎ 아마도 직접 싸인 받은 책은 저희집 '유산'이 될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건강 잘 지키시면서 문화 와 역사에 관한 이야기 들려주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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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 2015-10-2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

해피북 2015-10-25 10:47   좋아요 0 | URL
네 정말 행복한 시간이였어요. 감사합니다 풍문님^~^

살리미 2015-10-23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아직 교수님 강의를 못들어봤어요. 지난번 알라딘 이벤트에 교수님이랑 같이 답사여행 하는게 있던데 얼른 신청했다가 떨어졌고요~~ ㅠㅠ
좋은 시간 되셨겠네요^^

해피북 2015-10-25 10:49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혹시 서울탐방에 신청하셨을까요? 작가님을 직접만나고 싸인받고 강의 듣는걸 처음해봐서 이날은 정말 행복하면서도 떨렸답니다 ㅋㅂㅋ 오래동안 추억이 될거같아요 ㅎㅎ

caesar 2015-10-2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며칠 전 구미에 계시는 분이 유홍준 교수님 강의도 듣고 싸인도 받아왔다고 하셨는데 혹시 구미에서 들으셨나요? 아무튼 부러워요… 저도 꼭 듣고싶습니다

해피북 2015-10-25 10:51   좋아요 1 | URL
옷. 그러셨군요. 예 구미 맞아요 ㅎㅎ 저두 지역에서 하는 강의는 처음들어봤는데 혹시 사시는곳에 평생교육원이나 시 주관의 교육청 홈페이지나 도서관 홈페이지 살펴보시면 가끔 이런 정보 만날수 있더라구요ㅎ

살리미 2015-10-2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사기 8권 나온 기념으로 부여와 공주권 답사 하는거였어요. 출판사에사 주최하는 거였나? 암튼 답사기 사고 이벤트 있길래 설마 당첨되겠어 하는 맘으로 신청하긴 했지만 진짜 꽝이더라고요^^
답사기 읽다보면 교수님이랑 같이 여행하면 참 좋겠다 싶잖아요?

해피북 2015-10-29 14:36   좋아요 0 | URL
아. 부여와 공주권이였군요! 제가 지난번에 서울답사기 신청받는걸 봤었거든요 ㅎㅎ 꽝되셔서 속상하셨겠어요 ㅎ 저 역시도 그런 기회가 있을때마다 참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하면 가볼 수 있을까 궁리해보기도 하는데 말씀처럼 실제 교수님을 따라다니며 육성으로 듣고 눈으로보면 얼마나 좋을까 싶거든요 ㅎㅎ 다음에 기회있을땐 꼭 당첨되시길 바랄께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로라님^^

2015-10-27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9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5-11-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자주 뵈요.^^
그리고 감기조심하세요.
 

요즘 의도치 않게 1日1讀 하고 있다. 얼떨결에 한 주 그렇게 보냈더니 이젠 계속 유지하고 싶은 욕심에 빠져 진행 중에 있다. 이럴 때 가장 힘든 책은 두껍고 읽기 어려운 책도 있지만, 사실 그런 책보다 문장마다 오감을 깨우는 책이 내겐 더 어렵고 힘든 책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옷을 빨기 위해 세탁망에 옷을 분리해 세탁기에 집어 넣었다. 세탁기 전원선을 꼽아 버튼을 누르니 1시간 5분이라는 알림창이 떴다. 나는 건조대에 있던 솜이불과 옷가지를 정리하여 안방으로 들여와 후다닥 정리하며 꼬들꼬들하게 말려진 옷감의 감촉에 개운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정리를 마치고 서둘러 사노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를 읽기 시작했다. 마침 읽던 장면은 ' 귤착즙기' 사건이 한참 진행 중이였다. 내용인즉 예전에 사노요코가 친구에게 선물받은 귤착즙기를 유용하게 잘 사용했는데 작업실에 두고 오는 바람에 집에 없어 아쉬워하던 참이였다. 때마침 이사를 한 사노요코에게 친구가 필요한 물건이 없는지 물었기에 망설임없이 귤착즙기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배송 받던 날, 기분이 좋은 사노요코는 귤착즙기를 놓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똑같은 귤착즙기가 집에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사노요코는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며 치매가 아닐까싶은 걱정스런 마음에 울고 싶다 토로하는 장면이였고 나는 깔깔거리며 읽고 있었다. 그때 마침 세탁기에서 촥~하고 물빠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내 머리에서는 느닷없이 세제가 떠올랐다.

 

'세제' 갑자기 떠오른 단어에 후다닥 세탁기로 달려갔더니 남은시간 20분. 나는 40분 가량 세제없이 돌렸던 것이다. 내 머리카락도 사노요코 처럼 쭈뼛 쭈뼛 거리기 시작하며 울고 싶었다. 도대체 사노요코와 다른게 뭐냐며 묻고 싶었다. 인상 좋은 사노요코의 사진이 나를 비웃고 있는것만 같았다. 또는 사노요코가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면 내 머리속은 어린시절 엄마가 해주던 '고등어 조림'이 두둥실 떠올라 책 읽기가 어려운 시간도 있었다.

 

' 나는 원래 꽁치 영양밥을 아버지 고향의 조리법대로 만든다. 생물 꽁치와 마늘잎을 넣고 밥을 짓는 게 다인 요리다. 밥은 간장이 들어가 갈색이 감돌고, 갓 지은 후 꽁치 머리를 들면 살과 내장이 깨끗하게 떨어진다. 머리와 꼬리 사이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꽁치 뼈. 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꽁치 머리와 꼬리를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때마다 놀란 토끼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엄마는 내장을 깜싼 잔뼈를 젓가락으로 발라냈다. 그 시절 이후 나는 마늘잎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엄마가 해준 고등어 조림을 무척 좋아한다. 시장에서 갓 사온 싱싱한 고등어 한 손을 큼지막한 무와 감자를 넣고, 고춧가루와 마늘, 파, 양파, 간장을 넣은 후 30~40분 조리면 얼큰하면서도 고등어의 기름진 맛이 일품인 고등어 조림이 된다. 

 

친정과 떨어진곳으로 이사를 와서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 '고등어 조림' 이였다. 엄마가 해준 그 맛은 이렇게 찬 바람이 살랑 살랑 불때 뜨끈한 국물과 기름진 고등어 살을 발라 입안 가득 넣고 오물 거려야 제맛이던 기억이 났다. 거기다 뜨거울때 먹어야 맛있다며 큼지막한 감자를 내 밥그릇 위에 올려 주시던 그 손길과 양념을 한껏 머금은 뜨거운 감자를 젓가락으로 쪼개 후~후 불어가며 입에 넣던 그 맛이 너무 그리워 진다.

 

하지만 고등어를 사다가 집에서 하면 엄마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고등어의 기름진 맛을 느낄 수 없다. 사노요코의 책을 읽으며 집에서 번번히 실패하던때가 떠올랐다. 엄마의 아련한 맛이 떠올랐다. 아니 그리움이 생겨났다고 해야할까. 사노요코의 책은 이렇다. 문장마다 생각들이 떠올라 읽기 어렵게 만든다. 사문난독. 정말 사문난독한 책 읽는 시간이였고 즐거웠다. 작가라고 하면 왠지 나와는 다른 세상과 시선을 갖고 살아가리라 생각했는데 어쩜 이렇게 친근하게 살갑게 사셨는지. 마치 옆집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것 처럼 좋았다. 드라마를 좋아하고, 치매가 아닐까 좌불안석한 생활을 하면서 실제 치매가 걸린 엄마를 뭉클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들이 따뜻하게 전달된 시간이였다. 조금 더 빨리 그녀를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녀가 살아있을때 알았더라면 큰 용기를 내서 팬레터라도 한 장 써보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물론 한국말로! 이 책을 선물 받아서 더 즐겁고 행복하게 읽었던거 같다. 이렇게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이웃님은 분명  자자손손 큰 복을 받으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정말 행복한 읽기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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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19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잖아요. ^^
정신줄 놓고 우왕좌왕 하는 날이 이제
너무 잦아서 원래 안그랬는데..를 버리기로 합니다.
아무래도 스마트 폰 의영향이지 하면서..이젠 집 나가며
열쇠를 잊곤합니다..이런 덴장. ..ㅎㅎㅎ

해피북 2015-10-19 21:30   좋아요 1 | URL
ㅋㅂㅋ 웃으면 안되는데 ㅎㅎ 요즘들어 자꾸 깜박거리는게 심해진거 같아요. 은근 걱정하고 있었는데 사노요코를 보면서 위안과 즐거움을 느꼈답니다. 그장소님 말씀처럼 멋지기도 했구요 ㅋㅂㅋ

살리미 2015-10-19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급.. 고등어조림이 먹고 싶어졌어요^^ 전 이 책에서 한국 드라마 설명하는 장면이 너무 재밌었어요. ㅋㅋ

해피북 2015-10-19 21:32   좋아요 1 | URL
그쵸 그쵸. 저 오늘 먹었어요 ㅋㅂㅋ 그렇지만 역시 제가 만든건 맛이 없어서 아쉽더라구요 ㅋ 저두 용사마에게 빠지던 사노요코를 큽큭 거리여 봤어요ㅎ 역시 유쾌한 할머니 같았어요 으흐흣^~^

지금행복하자 2015-10-19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풋마늘 엄청 올리고 고등어 조림해도 맛있는데... 고등어 기름맛이 오른 마늘잎이 제법 달큰해요~
얼려두었던 마늘쫑으로 고등어조림해도 맛있어요~~
방금 밥 먹어서 배부른데 또 먹고싶어졌어요~~ ㅎㅎㅎ

[그장소] 2015-10-19 23:01   좋아요 0 | URL
아...해먹어야겠죠? 고등어 조림..안질리는 음식!!!

해피북 2015-10-20 07:18   좋아요 1 | URL
앗! 이런 레시피 너무 좋아요 ㅎㅎ 그동안 무와 감자만 했는데 마늘쫑도 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지금 행복하자님 ㅋㅂㅋ

해피북 2015-10-20 07:19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그쵸 고등어조림은 자꾸 먹어도 크게 질리지 않는거 같아요 특히 이맘때는 더 그리운 맛 같아요 ㅋㅂㅋ

[그장소] 2015-10-20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 님 꽁치도..묶은지에..고등어도..잘어울려요.ㅎㅎ

해피북 2015-10-20 07:23   좋아요 1 | URL
으흐흣 그쵸. 어제 저녁에 고등어조림 먹었는데 신랑이 묵은지 안넣었다가 투덜거렸어요. 역시 묵은지 고등어조림도 짱 좋죠? 아 배고프네요 ㅋㅂㅋ 아침 식사 맛있게하세요 그장소님^~^

[그장소] 2015-10-20 07:24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도요^^ 좋은 아침!

해피북 2015-10-20 07:25   좋아요 1 | URL
넵^~^ㅋㅋㅋ

보슬비 2015-10-2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고등어 조림하니깐 떠오르는것이 엄마보다 동생이예요. ㅋㅋㅋㅋㅋ
사실 저희 엄마 요리 솜씨가 별로고 동생이 잘하거든요. 엄마도 동생에게 얻어 먹는다는....^^

저도 몇번 생선조림을 했는데, 이상하게 비린맛을 못 잡겠더라구요.
동생은 쉽다고, 막 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냥 생선 조림은 동생에게 얻어먹고 있어요.
대신 저는 고기 요리로...^^
 

동화책에 관심이 생기면서 그림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한때 <아동문학>(채종옥,이경화,김소영 지음/ 공동체)론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아동문학의 개념에서 부터 문학을 분류하고 아동의 발달특성에 따른 연령별 도서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입문서다. 특히 아이들의 발달 특성에 맞춰 책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 아동문학 활동의 실제' 코너에는 동화를 활용한 놀이방법을 담고 있는 값진 책이다. 그러나 동화의 특성인 '그림'에 대한 설명이 없어 큰 갈증을 느꼈다. 그림에서 담고있는 선, 구도, 색, 명암, 재질감, 그림언어의 문법등이 빠져서 다른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찾아 읽게된 책이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마쓰이 다다시지음 이상금 옮기고 엮음/ 한림 출판사) 이다. 이 책은 그림책의 필요성과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0~3세까지 단계별로 그림책을 살펴 볼 수 있고 그외로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림'에 대한 설명이 없어 역시 아쉬움을 크게 느꼈었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알게된 <그림책의 그림읽기>(현은자 외/ 마루별)은 그동안 궁금했던 '그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책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그림책'에 대한 정의 다.

 

' 그림책에서 글은 그림을 반복하지 않으며, 그림은 글을 반복하지 않는다. 글과 그림은 대위적 관계로 서로를 보완하고 완성한다' - 유리 슐레비츠

 

' 글이 그림없이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고, 그림이 없다면 이야기의 의미가 불분명 해지는 책, 그림에는 글에 담겨 있지 않은 추가 정보가 있을뿐 아니라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으로 그림책의 전체 의미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그림에서 그림은 의미를 전달하고 명료하게 만든다'

 

' 글은 그림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들려주는 역할(동작포함), 그림은 장면을, 글은 소리를 재현'

 

우리가 보통 '그림책'이라고 부르는 책중에는 그림책이라 불리지 못하는 책들이 많았다. 그런 책들은 '그림이야기 책'이라 정의하는데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상호보완적인' 상태를 일컫고, 그림이야기 책은 그림이 없어도 글로써 모든 설명이 가능한 책을 말한다. 예를들어 모리스 샌닥의 <괴물이 사는 나라>는 '그림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토끼의 이야기>처럼 그림이 없어도 글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은 '그림이야기 책'이 되는 것이다.

 

그림책에서 살펴봐야 할 원칙을 보면 의미가 언어학적으로 어떻게 구성이 되며, 글의 의미를 어떻게 확장하며 지지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데, 그림은 그림이 담고 있는 시점이나 이야기의 문맥 또는 시·공간적 상황과 관련된 담론을 가능케 하는 시각언어인 셈이된다.

 

 

 < 그림책의 그림 읽기 중에서 >

 

 

동화책을 읽을때 어른들은 글을 먼저 읽고 아이들은 그림을 먼저 읽는다고 한다. 어른들의 급한 마음은 그림보다는 글을 향한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전달하는 그림의 이야기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 책에서 제시해주는 그림의 구도, 선, 명암, 색깔, 캐릭터의 움직임, 글과의 상호관계, 작가의 숨은 의도를 살펴 그림책을 읽는다면 더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특히 존버닝햄의 < 지각대장 존>에 대한 내 잘못된 시각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에게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을 찍어 상처입히는 권위와 위선을 담은 동화< 지각대장 존>은 전반적으로 사용된 어두운 톤이나 선의 날카로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좋아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림책의 그림읽기>를 통해 날카로운 선과 어두운 색채감은 아이들이 느낄 공포심과 위압감을 나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그림책은 온전히 '독자의 시선'이 아니라 '작가의 시선'으로 읽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과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적당한 단어를 고심하는것 처럼, 그림작가들은 의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색깔, 재질, 모양, 선, 시선의 변화, 캐릭터등을 세세히 살필 수 있을때야 비로소 즐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 커다란 몸을 앞으로 구부린 자세와 아래로 깔린 시선, 날카로운 코와 길다란 손가락들이 아이에겐 위압감을 주고 있다 - 지각대장 존중에서)

 

  

그렇기 때문에 그림은 '본다'는 표현보다 '읽는다'는 표현이 적당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이들의 그림책이라고 해서 얕게 볼 사항이 절대 아님을 깨닫기도 했다.  이 책의 뒤면에는 참고문헌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책을 발판삼아 다른 책들도 한 권씩 찾아읽으며 그림의 세계에 좀 더 깊이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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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19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어릴 때 그림책 읽어주면서 제가 더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확실히 그림을 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저보다 더 섬세해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찾아내곤 했었어요. 그래서 좋은 그림책들은 아직도 정리하지 못하고 간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와의 추억이 거기 다 새겨진 듯 해서요^^

해피북 2015-10-19 2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어른보다 아이들 눈이 밝고 맑고 순수해서인지 더 잘 이해하는거 같더라구요ㅎ 아이들과 추억이 담긴 동화책 정말 멋져요 오로라님 ^~^

지금행복하자 2015-10-1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읽어야 하고 사진도 읽어야 하고~ 지금은 글 읽기도 너무 바쁜데 말이에요~ ^^

해피북 2015-10-20 07:22   좋아요 0 | URL
지금행복하자님의 멋진 사진은 자꾸 들여다보고 읽고 싶어지는것 같아요 ㅋㅂㅋ

지금행복하자 2015-10-20 08:37   좋아요 0 | URL
ㅎ 자꾸 보고싶다는 말.. 최고 칭찬인데요~ 아침부터 어깨 으쓱으쓱해지는데요~^^
 
비밀의 집 1 비룡소 걸작선 10
크리스 콜럼버스.네드 비지니 지음, 송은주 옮김 / 비룡소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바람의 마녀의 욕망으로 세 권의 책속에 갇힌 워커남매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겪는 판타지 소설인데, 워커 남매라는 캐릭터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고 또 스토리의 개연성이 다소 부족해 긴장감과 긴박함을 제대로 즐길 수 없어 아쉬웠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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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2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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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책을 읽으며 길을 걷는 이십 대가량의 여성분을 보게 되었다.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던 길이였기에 나는 책의 표지를 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도 여성분 코앞에 놓인 차량 방지턱을 보지 못하고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은근한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물론 그 여성분은 걸려 넘어지지도 않았고 나는 책의 제목을 훔쳐보는데 성공했다. 마다스 미리의 『하기 힘든 말』 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타인이 읽는 책에 관심이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속버스나 기차에서 혹은 간혹 타는 지하철에서 책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제목을 보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곤한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보기위해 염탐하는 시간이 즐겁기까지 하다. 이런 내가 미친 게 아닐까?(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지하철이나 버스나 기차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제발, 눈높이로 책을 들어주시기를!!)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반가움에 얼마나 신이 났던지 나는 다락방님의 책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깔깔거리며 읽게 되었다. 심지어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남성에게 책을 건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저자의 생각들이 너무 좋았고 깊은 공감에 깔깔거리게 되었으니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비슷한 감정을 양산하는 모양이라 생각이 든다.

 

 

소설의 무한한 애정 공세를 펼치는 다락방님의 책 읽기는 마치 책을 좋아하는 친구와 무한한 수다를 떠는 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 읽지 못할 책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방이 무거워져 활동하기 힘들 걸 알면서도 기어이 책을 가방에 넣고 뒤뚱거리며 걷던 그 길이 내가 걷던 길과 같았고, 기차를 타고 가는 시간에 책 읽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길다던 토로도 마냥 내 이야기 같아 맞아 맞아~라는 기쁨에 겨운 흥분을 터트렸다.

 

 

도서관에 가는 날이면 반납해야 할 책이 산더미다. 그러면서도 내 책을 한 권더 챙겨 넣는다. 읽을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기어이 한 권 챙겨 넣는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이십분 정도 끙끙 거리며 걸어야 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혹시나 도서관에서 빌리고 싶은 책이 없다면 이 책이라도 잠시 읽다 와야지 하는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내 곁엔 그렇게 책이 따라다닌다. 반 페이지도 읽지 못할지라도. 그것뿐이랴,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3시간에서 3시간 30분을 소요한다. 어떤 책을 골라볼까 책등을 쓰다듬으며 골라내는 그 기쁨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가방 안에는 휴대폰 충전기와 간단한 화장품과 필기구, 메모지와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책과 함께 포화상태다. 가끔 시댁까지 가다 보면 어깨가 너무 아프지만, 단 한 시간이라도 기차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행복하기에 꼭 챙겨 넣는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시간은 길지 못하다. 점점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도 어느새 잠들어버리는 모습이 마치 다락방님 모습과 같아서 역시나 하는 흐믓한 생각들이 책을 읽는 동안 기쁘게 했다.

 

 

그리고 느낀다. 이런 글을 쓰는 다락방님은 참 좋은 사람이라는걸. 부모님을 울컥 울컥 떠올리게 만들고 직장 생활의 비애와 인생의 고독함을 오독오독 씹는 삼겹살로 승화하는 다락방님이야말로 참 좋은 사람이라는걸. 이렇게 멋지게 '책'을 주제로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이 그러니까 내 주위에 얼마나 될 수 있을까를 떠올리다 보면, 다락방님의 친구분들이 마냥 부러워지기는 밤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가지 다락방님께 배운 게 있다면, 힘든 책을 읽은 후엔 맛있는 와인과 음식이라던지, 달콤한 도넛으로 스스로에게 보상을 한다는 점이다. 내가 소설을 잘 읽지 않던 이유가 질펀한 문제 속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점이 있었는데, 그렇게 스스로에게 보상하므로써 잠시나마 그 시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 참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고수는 다르구나 하고 깊이 깨치는 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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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5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5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10-1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은 그니까 흠....
`농약같은 가스나` 랄까요 ^^::::::::::::

해피북 2015-10-15 21:28   좋아요 0 | URL
ㅎㅎ `농약`처럼 중독성이 강한거 같아요. 읽기 시작하면 헤어나기 힘든 매력이랄까요~ ㅋㅂㅋ

AgalmA 2015-10-1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길에서 이제껏 가장 많이 목격한 책의 작가는 하루키였던 거 같아요ㅎ

해피북 2015-10-19 18:10   좋아요 0 | URL
와우! 하루키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으시는 군요 ㅎㅎ 저는 하루키 작가의 책이라곤 `먼북소리`를 읽다가 말았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도전해봐야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2015-10-19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9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