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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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책을 읽으며 길을 걷는 이십 대가량의 여성분을 보게 되었다.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던 길이였기에 나는 책의 표지를 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도 여성분 코앞에 놓인 차량 방지턱을 보지 못하고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은근한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물론 그 여성분은 걸려 넘어지지도 않았고 나는 책의 제목을 훔쳐보는데 성공했다. 마다스 미리의 『하기 힘든 말』 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타인이 읽는 책에 관심이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속버스나 기차에서 혹은 간혹 타는 지하철에서 책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제목을 보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곤한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보기위해 염탐하는 시간이 즐겁기까지 하다. 이런 내가 미친 게 아닐까?(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지하철이나 버스나 기차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제발, 눈높이로 책을 들어주시기를!!)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반가움에 얼마나 신이 났던지 나는 다락방님의 책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깔깔거리며 읽게 되었다. 심지어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남성에게 책을 건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저자의 생각들이 너무 좋았고 깊은 공감에 깔깔거리게 되었으니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비슷한 감정을 양산하는 모양이라 생각이 든다.

 

 

소설의 무한한 애정 공세를 펼치는 다락방님의 책 읽기는 마치 책을 좋아하는 친구와 무한한 수다를 떠는 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 읽지 못할 책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방이 무거워져 활동하기 힘들 걸 알면서도 기어이 책을 가방에 넣고 뒤뚱거리며 걷던 그 길이 내가 걷던 길과 같았고, 기차를 타고 가는 시간에 책 읽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길다던 토로도 마냥 내 이야기 같아 맞아 맞아~라는 기쁨에 겨운 흥분을 터트렸다.

 

 

도서관에 가는 날이면 반납해야 할 책이 산더미다. 그러면서도 내 책을 한 권더 챙겨 넣는다. 읽을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기어이 한 권 챙겨 넣는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이십분 정도 끙끙 거리며 걸어야 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혹시나 도서관에서 빌리고 싶은 책이 없다면 이 책이라도 잠시 읽다 와야지 하는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내 곁엔 그렇게 책이 따라다닌다. 반 페이지도 읽지 못할지라도. 그것뿐이랴,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3시간에서 3시간 30분을 소요한다. 어떤 책을 골라볼까 책등을 쓰다듬으며 골라내는 그 기쁨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가방 안에는 휴대폰 충전기와 간단한 화장품과 필기구, 메모지와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책과 함께 포화상태다. 가끔 시댁까지 가다 보면 어깨가 너무 아프지만, 단 한 시간이라도 기차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행복하기에 꼭 챙겨 넣는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시간은 길지 못하다. 점점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도 어느새 잠들어버리는 모습이 마치 다락방님 모습과 같아서 역시나 하는 흐믓한 생각들이 책을 읽는 동안 기쁘게 했다.

 

 

그리고 느낀다. 이런 글을 쓰는 다락방님은 참 좋은 사람이라는걸. 부모님을 울컥 울컥 떠올리게 만들고 직장 생활의 비애와 인생의 고독함을 오독오독 씹는 삼겹살로 승화하는 다락방님이야말로 참 좋은 사람이라는걸. 이렇게 멋지게 '책'을 주제로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이 그러니까 내 주위에 얼마나 될 수 있을까를 떠올리다 보면, 다락방님의 친구분들이 마냥 부러워지기는 밤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가지 다락방님께 배운 게 있다면, 힘든 책을 읽은 후엔 맛있는 와인과 음식이라던지, 달콤한 도넛으로 스스로에게 보상을 한다는 점이다. 내가 소설을 잘 읽지 않던 이유가 질펀한 문제 속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점이 있었는데, 그렇게 스스로에게 보상하므로써 잠시나마 그 시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 참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고수는 다르구나 하고 깊이 깨치는 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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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5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5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10-1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은 그니까 흠....
`농약같은 가스나` 랄까요 ^^::::::::::::

해피북 2015-10-15 21:28   좋아요 0 | URL
ㅎㅎ `농약`처럼 중독성이 강한거 같아요. 읽기 시작하면 헤어나기 힘든 매력이랄까요~ ㅋㅂㅋ

AgalmA 2015-10-1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길에서 이제껏 가장 많이 목격한 책의 작가는 하루키였던 거 같아요ㅎ

해피북 2015-10-19 18:10   좋아요 0 | URL
와우! 하루키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으시는 군요 ㅎㅎ 저는 하루키 작가의 책이라곤 `먼북소리`를 읽다가 말았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도전해봐야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2015-10-19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9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