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에 관심이 생기면서 그림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한때 <아동문학>(채종옥,이경화,김소영 지음/ 공동체)론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아동문학의 개념에서 부터 문학을 분류하고 아동의 발달특성에 따른 연령별 도서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입문서다. 특히 아이들의 발달 특성에 맞춰 책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 아동문학 활동의 실제' 코너에는 동화를 활용한 놀이방법을 담고 있는 값진 책이다. 그러나 동화의 특성인 '그림'에 대한 설명이 없어 큰 갈증을 느꼈다. 그림에서 담고있는 선, 구도, 색, 명암, 재질감, 그림언어의 문법등이 빠져서 다른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찾아 읽게된 책이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마쓰이 다다시지음 이상금 옮기고 엮음/ 한림 출판사) 이다. 이 책은 그림책의 필요성과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0~3세까지 단계별로 그림책을 살펴 볼 수 있고 그외로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림'에 대한 설명이 없어 역시 아쉬움을 크게 느꼈었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알게된 <그림책의 그림읽기>(현은자 외/ 마루별)은 그동안 궁금했던 '그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책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그림책'에 대한 정의 다.

 

' 그림책에서 글은 그림을 반복하지 않으며, 그림은 글을 반복하지 않는다. 글과 그림은 대위적 관계로 서로를 보완하고 완성한다' - 유리 슐레비츠

 

' 글이 그림없이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고, 그림이 없다면 이야기의 의미가 불분명 해지는 책, 그림에는 글에 담겨 있지 않은 추가 정보가 있을뿐 아니라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으로 그림책의 전체 의미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그림에서 그림은 의미를 전달하고 명료하게 만든다'

 

' 글은 그림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들려주는 역할(동작포함), 그림은 장면을, 글은 소리를 재현'

 

우리가 보통 '그림책'이라고 부르는 책중에는 그림책이라 불리지 못하는 책들이 많았다. 그런 책들은 '그림이야기 책'이라 정의하는데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상호보완적인' 상태를 일컫고, 그림이야기 책은 그림이 없어도 글로써 모든 설명이 가능한 책을 말한다. 예를들어 모리스 샌닥의 <괴물이 사는 나라>는 '그림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토끼의 이야기>처럼 그림이 없어도 글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은 '그림이야기 책'이 되는 것이다.

 

그림책에서 살펴봐야 할 원칙을 보면 의미가 언어학적으로 어떻게 구성이 되며, 글의 의미를 어떻게 확장하며 지지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데, 그림은 그림이 담고 있는 시점이나 이야기의 문맥 또는 시·공간적 상황과 관련된 담론을 가능케 하는 시각언어인 셈이된다.

 

 

 < 그림책의 그림 읽기 중에서 >

 

 

동화책을 읽을때 어른들은 글을 먼저 읽고 아이들은 그림을 먼저 읽는다고 한다. 어른들의 급한 마음은 그림보다는 글을 향한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전달하는 그림의 이야기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 책에서 제시해주는 그림의 구도, 선, 명암, 색깔, 캐릭터의 움직임, 글과의 상호관계, 작가의 숨은 의도를 살펴 그림책을 읽는다면 더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특히 존버닝햄의 < 지각대장 존>에 대한 내 잘못된 시각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에게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을 찍어 상처입히는 권위와 위선을 담은 동화< 지각대장 존>은 전반적으로 사용된 어두운 톤이나 선의 날카로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좋아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림책의 그림읽기>를 통해 날카로운 선과 어두운 색채감은 아이들이 느낄 공포심과 위압감을 나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그림책은 온전히 '독자의 시선'이 아니라 '작가의 시선'으로 읽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과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적당한 단어를 고심하는것 처럼, 그림작가들은 의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색깔, 재질, 모양, 선, 시선의 변화, 캐릭터등을 세세히 살필 수 있을때야 비로소 즐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 커다란 몸을 앞으로 구부린 자세와 아래로 깔린 시선, 날카로운 코와 길다란 손가락들이 아이에겐 위압감을 주고 있다 - 지각대장 존중에서)

 

  

그렇기 때문에 그림은 '본다'는 표현보다 '읽는다'는 표현이 적당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이들의 그림책이라고 해서 얕게 볼 사항이 절대 아님을 깨닫기도 했다.  이 책의 뒤면에는 참고문헌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책을 발판삼아 다른 책들도 한 권씩 찾아읽으며 그림의 세계에 좀 더 깊이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리미 2015-10-19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어릴 때 그림책 읽어주면서 제가 더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확실히 그림을 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저보다 더 섬세해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찾아내곤 했었어요. 그래서 좋은 그림책들은 아직도 정리하지 못하고 간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와의 추억이 거기 다 새겨진 듯 해서요^^

해피북 2015-10-19 2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어른보다 아이들 눈이 밝고 맑고 순수해서인지 더 잘 이해하는거 같더라구요ㅎ 아이들과 추억이 담긴 동화책 정말 멋져요 오로라님 ^~^

지금행복하자 2015-10-1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읽어야 하고 사진도 읽어야 하고~ 지금은 글 읽기도 너무 바쁜데 말이에요~ ^^

해피북 2015-10-20 07:22   좋아요 0 | URL
지금행복하자님의 멋진 사진은 자꾸 들여다보고 읽고 싶어지는것 같아요 ㅋㅂㅋ

지금행복하자 2015-10-20 08:37   좋아요 0 | URL
ㅎ 자꾸 보고싶다는 말.. 최고 칭찬인데요~ 아침부터 어깨 으쓱으쓱해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