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책방 책방일지 - 동네 작은 헌책방 책방지기의 책과 책방을 위한 송가頌歌
조경국 지음 / 소소책방(소소문고)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책이 참 아담하다.

시댁에 가는 길에 챙겨야할 소지품이 많았는데도

가방은 비교적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시댁까지 오가는 발걸음이 참

가볍게 느껴졌다.

 

돌아오던 기차 안 자리를 찾아 들어섰을때 부터

목적지에서 내리던 시간까지 줄곧

책을 읽었다.

 

시끄러운 공간에서는 이어폰을 사용해야 할 만큼

집중력이 떨어지는 내가 이어폰의 도움없이

읽어본 책이기도 했다.

 

 

겉 표지를 감싸고 있는 투명 아스테이지를

바라보며, 책에  표지를 덧입힐때의

안타깝던 마음이 떠올랐다.

(나는 책을 받으면 투명 아스테이지로

표지를 감싸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선 표지가 더러워질꺼 같은 불안감에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만개한 벗꽃의 정취도 좋지만,

한꺼풀 벗겨내면 분홍색 귀여운

부엉이가 반겨주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그린 그림이여서 일까.

부엉이 그림이 더 앙증맞게

느껴진다.

'소소책방'을 찾아가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부엉이기도 하다.

 

 

'소소책방'의 책방지기이자,

< 소소책방 책방일지>의

편집자인 조경국 저자는

오래전부터 책에 관한 잡지를 만들고픈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이 시대에 사라져가는 헌책방에

대한 애찬보다도 책에 관한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다.

 

 

가장 나를 설레이게 만들던

글귀는,

 

'책방지기의 제일 큰 즐거움은

책을 파는데 있지 않고

들어온 책을 열심히 읽는 데

있다는 것을 무시로 깨닫는다' p54

 

던 구절이였는데 문득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진보초 헌책방 거리를 배경으로

삼촌 사토루가 운영하는 '모리사키'

헌책방에 실연의 상처를 안고 찾아온

타카코.

 

 

퀘퀘한 곰팡이 냄새 진동하는 곳에서

고작 100엔짜리 책을 판매하기 위해

헌책방을 운영하는 삼촌을 이해할 수

없던 타카코가 책에 관심이 생기고

좋아하는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삼촌의 일을 이해하게 되고 상처의

실연도 극복하게 된다는 비교적

진부한 이야기지만,

 

모리사키 서점에 들어온 책을 느릿 느릿

읽으며 책에 재미를 느끼고, 느낀만큼에

정성스런 가격을 붙이거나,

책갈피를 만들어 책을 구입하는

손님에게 나눠주고,

부탁한 손님의 책을 찾아주기 위해

여러시간의 상담도 마다하지 않는

모리사키 서점의 일상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밑줄이 그어진 책을 읽을때면

그 글귀에 함께 동화되어 가던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는데

 

우연하게도

조경국 저자 역시 그 영화를

보고 원작을 구입해 읽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나와 비슷한 부분에서

공감을 했음을

알고 행복한 마음을

느꼈다.

 

<소소 책방 책방일지>는

'사랑했던 책방과

책을 위한 송가(頌歌)'

라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1년에 4번 발행하겠다던

포부. 일지를 쓰기위해

고심했던 순간들이 꾸준히

이어져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기다려지는 <소소책방>이 되길

진심을 담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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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8-24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예쁘고 아름다운 책을, 숲노래님의 소개로 구입해서 다른 책들 읽는 사이사이
조금씩 조금씩 즐겁게 읽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 책을 바라 볼 때마다, 숲노래님과 해피북님이 함께 생각날 것 같아요~~*^^*

해피북 2015-08-25 18:09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저두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천천히 아껴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ㅎ
재밌게 즐겁게 행복하게 읽으시구 소식 전해주세요 맛있는 저녁식사 하세요^~^

보슬비 2015-08-27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와 제목이 참 마음에 들어요. 다음번 희망도서 신청할 목록으로 담아두었답니다.~~

2015-08-28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8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8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8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8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8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8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8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8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빨간 책방'을 듣고자 팟빵에 접속했다.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탓에 

업로드된 다양한 책이 반가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백석전집'이라는 제목이

눈에 밟혔다.

 

김서령 저자가 그리도 연정을 품었다던 백석 시인!

작가의 이야기는 이랬다.

 

' 오늘 낮 백석의 시를 읽었다.

내게 백석의 시를 읽는다는 말로는 적당하지 않다.

소설처럼 죽 페이지를 넘겨가는 방식이 아니고

시집을 눈 앞에 두고 잡히는 대로 뒤적거리다

맘 가는 아무 페이지나 코를 박고 들여다보다가

또 저만치 던져 놓는 식이다.  그러니 읽는게

아니라 코를 박고 들여다보다가 또 저만치 던져놓았다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읽다말고 저리로 던져둔다는 건 시가 별 볼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읽기를 할 수 없을 만큼 가슴속에

뻑뻑하게 격해져 오기 때문이다.

 

그걸 다스릴 시간이 필요해 시집을 저만치 던져

놓게된다. 이것도 노화의 일종인지 버거운 마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꼭지점 까지 올라가지 않으려 애쓴다.

8부쯤에서 멈추려 애쓴다.

그러자면 읽던 책을 저만치 던져두는게 상수다.

오늘도 그랬다.'p31

 

< 참외는 참 외롭다 / 김서령/ 나남>

 

책을 읽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그 기분을 어찌 모르리. 

먹먹해지고 전율하며

옮겨 쓰고 또 쓰인  종이를 가만히

읊조리던 그 시간들이

나는 참 좋았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만날때의 기분이란,

외딴섬에서 사람을

만난것처럼 반갑고도 기뻤다.

 

그래서 백석시인을 향한 김서령 저자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도대체 누구시길래  섬세한

감성을 흔들어놓고 마셨는지.

 

이럴땐 빨간 책방의 도움이

간절해진다.

백석 시인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익숙한  오프닝 멜로디를 뒤로하고

곧이어 적임자(이동진)와 신임자(이다혜) 그리고

노은실 작가님까지 세분이서 들려주는 백석 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토론보다도 찬양조에 가까웠다.

 

'시인들이 사랑하는 시인'

바람머리를 휘날리는 준수한 외모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연시(戀詩)로 대학시절 백석에게

푹 빠져 지냈다는 후일담들이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도대체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라는

시가 어떠하길래 이 시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이야기를 하는것인지.

궁금증이 일어 검색해봤다.

 

 

< 나타샤와 흰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처음  이 시를 접했을땐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았다.

 그런데 몇번씩 읽고 또 읽자

나타샤를 사랑하는 백석 시인의

마음이 하얀 눈이 되어 나리고,

그녀는 어느새 백석 시인의 마음속에

들어앉아, 세상을 향한 모진 마음을

다독여준다. 그렇게 하얀 눈은 나리고,

어데서 응앙응앙 흰 당나귀 울음소리가

들리는듯 하다고 느껴지니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김서령 작가도,

빨간 책방 작가님들도 한결같이 말한다.

백석의 시는 후루룩 읽혀지는 시가

아니라고.

 

평안도에서 태어난 백석 시인은

이 시대에서 만날 수 없는

감수성을 일깨운다고.

그래서 더 읽기 힘들테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성을

건네 주기에 결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 나도 백석을 알아가야 겠다.

이 시대에서 만날 수 없는 감수성

후루룩 읽혀지지 않는 시집을

붙잡고 끙끙대며 그를 만나고 싶다.

 

책을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책들에 놀랐다.

역시나 백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다.

 

그중에 몇권 간추려봤는데

 안도현 저자가 쓴

<백석평전>과

<백석 시 전집>이란

책을 먼저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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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20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도현 시인이 얼마나 백석을 좋아했냐면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라는 제목의 시를 쓴 적이 있어요.

해피북 2015-08-21 08:2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가 아직 안도현저자에 대해 잘모르지만 빨간책방에서 백석 시인의 적임자가 안도현시인 이라고 하더라구요~ 말씀해주신 시 찾아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우산 잘 챙기세요^~^

살리미 2015-08-20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학교다닐땐 백석 시인의 시를 배우지 못했어요. 월북했다는 이유로 그의 존재를 모른채 자랐죠. 그 얘기를 지금 애들한테 하면 어떻게 그렇게 유명한 시인을 모를 수 있었냐고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지금은 애들 교과서에 그의 작품이 많이 수록되어 있고요. 저는 맨처음엔 그를 북한의 동화작가로 만나게 되었어요. <집게네 네 형제>라는 동화를 아이들한테 읽어줄 때만 해도 이런 멋진 시들을 쓴 작가인 줄 몰랐는데 평전을 보고 그가 동화를 쓰게 된 이유도 알게 됐어요.
안도현 시인의 백석평전을 읽고 그의 삶을 알고 나니 시가 더 가슴에 와 닿았어요. 평전에 실린 몇장의 사진들을 보니 참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들더군요.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의 삶이 보이는 듯 했어요.

해피북 2015-08-21 08:29   좋아요 0 | URL
와~~오로라님 글보니 책을 빨리사고 싶다는 생각이!
저 어릴적에도 백석시인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행복하겠어요 다양한 정보를 왠만하면 학교에서 알 수 있으니 말이죠 학교시스템만 개선된다면 참좋을텐데요 ㅎ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의 삶이 보이는듯 하다는 그 이야기 저두 꼭 느껴볼께요 감사합니다 우산 잘챙기시구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참외는 참 외롭다
김서령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치과에 다녀오는 길에 오랜만에 커피숍에 들러

진하게 우려진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를 시켰다.

그리고 가지고 갔던 책을 몇장 넘겨 읽고 있을 무렵 무릎이 시림을 느꼈다.

 

반바지에 티 한장 걸쳤던게 화근이였다.

고속버스를 탈때도 얇은 담요는 꼭 챙겨다녔는데,

 생각지도 못한 커피숍 방문이라 챙겨넣지 못했다.

 '담요는 꼭 챙겨넣자' 라는 메모를 써넣을 무렵,

 앞으로 가방안에 넣어야할 물품이

얼마나 많아지게 되는 것일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스쳤다.

 

 

주위를 둘러봤다.

나보다 시원스런 복장의 남녀 커플들.

아이와 함께온 젊은 주부들의 모임.

사람들의 밝은 표정 속에

그 누구도 시린 무릎을 감싸는 이를 보지 못했다.

 

 

문득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그것은 축복이 되는 것일까. 재앙이 되는 것일까를 생각해보다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게 되었다.

 

 

'젊은 날의 시간과 쉰에 다다른 현재의 내 시간은

밀도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2,30대의 시간이 실크올처럼 촘촘하게 흘러갔다면

현재의 시간은 성글게 짠 삼베같이 허술하게 직조되어 있다.

같은 면적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섬유의 올이 젊은 날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전에는 한 시간 안에

100개의 씨줄을 직조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대략 5,60개밖에

짜낼 수 없다. 그러니 2,30대의 한 시간이 지금의 두 시간과 맞먹게 되고

시간의 속도가 두배쯤 빨라졌음을 황당하게 감각한다.'p125 

 

 

'성글게 짠 삼베' 라는 표현에 시선이 멎는다.

실크올 같아야할 내 젊은 시간은 성글게 짠 삼베 처럼

엉성해지고 삭혀지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지나면 두툼한 안경을 써야할테고

작은 글씨와 큰 글씨를 구별해서 읽어야 할테고,

간소하게 지녔던 젊은날의 가방은

세월의 묵직한 만큼의 무게를 달고 낑낑 대며 들고 다녀야 하리라.

생각만 해도 정말 서글픈 일이다. 

 

 

내가 살수 있는날을 60살로 가정했을때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은 절반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라기 보다 차라리

재앙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어본다.

그러니 김서령 작가의 푸념어린 회한들은 비수처럼 날아들며 

마음에 깊이 박혀버린다.

 

 

' 다시 젊어진다면 내 삶의 목표는 바로 저것에 두겠다.

그러나 다시 젊어질 일이 도대체 없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도 명백하다.

이를 어쩌면 좋으냐. 매사 알고 나면 너무 늦다'p124

 

 

 ' 나이 들기 전에 책을 읽어라.

나이 들기 전에 먼 길을 여행해라.

쉰이 넘으면 효율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그러니 그 이전에 충분히 해두어라!'

누군가 그러게 귀에 쏙 들어오게 충고만 해줬더라도!

그러나 그건 명백한 억지다.

내 귀에 대고 숱하게 경을 읽었던 사람들이 없었다고?

가만 꼽아보면 정다운 눈빛이 줄줄이 지나간다.

그들의 충고가 마이동풍으로 흘러간 건

내가 아직 시간을 감각하기엔 너무 젊었던 탓이렷다.

어느 재치있는 사람의 말대로

과연 청춘은 철없는 아이에게 내주기엔 너무 아까운 보물이였다.p126

 

 

 

올 해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만 되짚어봐도 김서령 작가와 다르지 않다.

'책을 많이 읽자''여행을 다니자''공부를 하자'

순례하듯 해마다 다짐하게되는 계획들이

 끝끝내 회한이 되어 비수처럼 꽂혀 버린다면

그 아픔을, 그 후회를 어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득만권서 행만리로(得萬卷書 行萬里魯)'

 하겠다는 그녀의 다짐에 나도 가만히 읊조려 본다.

아니.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걸어 인생의 의미를 깨치겠다는

그녀의 포부를 가만히 수정해 본다.

살아오면서 지키지도 못할 무수한 계획들이

비수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실행할 수 있는 포부를 지금이라도 세워본다.

득천권서 행천리로! 천 권 책을 읽고 천 리 길을 걸으리.

 

 

 

처음 만나본 김서령 작가의 책 < 참외는 참 외롭다>은

 펼쳐들때 부터 생경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와

며칠을 물고 늘어졌다.

생경한 단어들이 입에 찰썩 달라 붙어

마치 대사를 치듯 몇번 읊조려 보기도

했다. 그리고 사소함 속에서 위대함을 발견해내는

그녀의 매서운 눈길이 노릇 노릇 발효된 글밥이

되어 마음에 와 닿았다.

백석 시인을 향한 마음이,

윤택수 저자 향한 어린날의 연정이.

깊은 시샘을 일으키기도 했다.

 

 

 

책을 좋아한다는것. 그것은 책을 넘어 저자에 대한

무한한 사랑임을 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열렬한 마음을 담아내지 못한

내 마음이 허술하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부족하다. 많이 부족하다.

내겐 열렬히 사랑할 책이 필요하다.

그러니 읽고 또 읽자. 득만권서. 아니 득천권서로.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이 추억을 향유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또 '득만권서'를 향해 나아가는 삶의 추진력이 된다는 것이라면,

그리고 세상 만물의 이치를, 사소함의 위대함을, 인생을, 삶을,

가족을 매서운 눈맛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재앙이 아니요. 축복이라 그리 말해도 되는게 아닐까.

 

 

나도. 김서령 작가처럼 나이가 들고 싶다.

그녀 처럼 매서운 눈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딸과 아들에게, 때론 남편에게 이세상의 자잘한 일들이

결코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것을 함께 이야기 나누며 그녀처럼 세월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전철을 탈때면 루쉰의 얄팍한 산문집을 들고 탄다.

몇달동안 책을 바꾸지 않는다.

반복해서 읽어도 새로운게 루쉰이다.

나는 그 이유를 정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정직한 글을 쓰는 이에게는

괴로울 수 있지만, 읽는이에게는 싱그럽다.

다시봐도 새로운 힘이 느껴진다.'p331

 

 

' 정직하게 진심을 다해 관계를 맺어라!'

'돈을 모으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공부의 즐거움을 깨달아라'

 '오래된 물건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라'

'여행을 해라'

'모험을 겁내지 마라'

'물건에 치이지 마라'

'너만의 서재를 가져라'

'이삿짐에 책보다 옷가지가 많은 것을 부끄럽게 여겨라'p332

 

 

'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게서 점점 열망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원하는게 뭔지 모호해졌다. 통금, 순종, 방종 모두 해당사항이

없어졌건만 나는 여전히 동해행을 망설이기만 했다.

나는 어느새 걷는걸 두려워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

내 무릎은 10분만 걸어도 끼익거리는 경고음을 울렸다.

 이래서 7번 국도를 무슨 수로?

그 따윗 것 해봤자 무슨 소용인데? 자꾸 비웃고 도망치고 주저 앉았다'p417

 

 

' 책은 말하자면 한 인간의 생명을 종이 속에 흡착해 둔 물건이다'p199

 

 

' 인생의 숨은 메타포들은 제 몸으로 겪어낸 뒤에야 겨우 맥락을 읽힌다.

어려서는 알 수 없다. 안타깝게도'p180

 

 

' 새해가 밀봉된 시간으로 내 앞에 던져졌다. 8천 7백 시간

압축된 꾸러미다. 이 선물은 포장 상태가 정연해서 흡사 1인분씩

따로 묶인 국수 다발 같다. 24시간 짜리 묶음 중 이미 나는 다섯

개를 풀어 헤쳐 소비했다. 아니 소비라는 말은 온당치 않다.

시간이란 국수 다발처럼 먹어치워 없애는게 아니라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원재료에 가까우니

 차라리 털실 뭉치 같다고 할까.

새 털실 꾸러미를 헐었으니

무얼 어떻게 짜야 할지 사방에서 궁리가 넘쳐난다.

새해 나의 계획은 간단하다.

 너무 어려운 무늬를 짜 넣겠다는 욕심이

부질 없다는 걸

알아버렸다. 단순한 무늬가 더 아름답다는 것도 깨달았다.'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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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8-2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이분이 또 수필집을 낸다면 전 또 망설이지 않고 또 읽을 거예요.
요즘은 매일 더 재미있고 더 쉽게 사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한답니다.
몇년 전만 해도 그렇게 사는 삶에 가치를 두게 될 줄 몰랐어요.

해피북 2015-08-20 22:10   좋아요 0 | URL
앗 저는 hnine님 덕분에 읽게 되었어요 ㅎ 산문을 좋앙사고 쓰기위한 사람들에게 권한다던 첫 이야기부터 기억이 새록새록납니다 좋은책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은 책은 친구들과 함께보라는 메세지를 담아 동생에게 주고, 공지영을 좋아하시는 어머님께 드리고자 한권 더 구입했다. 어머님과 시금치 샐러드 레시피를 따라했던 수다도 떨고, 초간단 레시피로 차려본 소박한 식탁위에 인생이란 결국 이렇게 소박해 지는것이 행복이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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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8-25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읽은 책들을 이웃들에게 주는데, 이 책은 저도 한 권 소장해보고 싶더라구요.
아직 구매를 안 해서 못 읽어봤어요. ^^

해피북 2015-08-27 07:03   좋아요 0 | URL
앗 아리님은 책을 나눠주시는 멋진 일을 하시는군요^~^ 저는 책에 대한 집착도 많고 먼 훗날엔 헌책방도 하고 싶다는 바램이 있어 왠만한 책들은 다 끼고 살아요 ㅎㅎ 이 책으로 공지영씨 처음 느껴봤는데 청춘들에게 건내고픈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ㅎ 구입하시면 재밌게 읽으시구 소문내주세용 ㅋㅂㅋ
 
내 누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신랑이 자주 신는 신발은 세켤레.

운동화 하나, 구두 하나, 슬립온 하나.

 

결혼 초엔 운동화 한 켤레로 인생을 즐기는 모습에 소박함을 느껴

쇼핑몰에서 나름 엄선해본 신발을 들이밀며 개중 마음에 드는게 어떤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단박에 '필요 없어'라는 대답이 날아들었다.

그러면서 내게 물었다. 자신은 운동화 있는데 왜 사야하느냐고.

 

결혼 초엔 쇼핑을 나갈때 마다 실랑이 벌이는게 일이 되어버렸던 적도 있다.

신랑왈 집에 바지도 있고, 티도 있는데 왜 또 사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말끝마다 붙는 말은 '누가 본다고' 였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하루 삼시 세끼를 먹잖아.

밥상에 놓이는 밥은 똑같을지라도 어떤날은 된장찌개. 어떤날은 김치찌개.

어떤날은 부대찌개를 먹고 싶고 그렇게 먹은날은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지?

마찮가지야. 오빠라는 사람은 매일 똑같은 모습이지만,

어떤날은 젠틀하게 어떤날은 유니크하게 스스로 즐기고 행복함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다는데 왜 매일 같은 모습으로만 지낼려고해? '라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예전엔 아침에 준비해 놓은 옷을 말없이 입고 출근하던 사람이....

지금은 그 바쁜 출근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옷이 아니면 당장에 옷을 찾는다. 

그중에서 특히 난감할 때는 면바지를 찾는 날이다.

세탁 후 다림질을 해 놓아야하는데 덥다는 핑계로

잠시 미뤄둔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찾아대기 때문에...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 난감한 지고!!

 

 

마다스 미리의 책 <내 누나>를 읽다보니 이런 대목이 있었다.

쇼핑에서 돌아온 누나가 사가지고 온 옷과 어울리는 옷이 집에 없어 투정을 부리자

저렇게 많은 옷을 두고도 옷이 없다고 하는 누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네일아트를 하고

온 날이면 온종일 쇼파에 앉아 예쁜 손톱만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나, 읽지도 않을

책을 사들이고, 스트레칭 책을 따라하는 것은 한 번 뿐이고. 다이어트, 영어 공부, 핀란드 여행은 모두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일관성이 없이 이야기하는 누나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동생.

 

 

그러나 남동생이 알지 못하는 한 가지는

그런 행동속에 누나만이 가지고 있는 '행복의 기준'이 있다는 사실이지 않을까.

아무리 많은 옷을 가지고 있어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 옷은 입을 수 없고,

매일 들여다 보는 손톱이 알록 달록 예쁘게 꾸며져 있을땐 스스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고(하지만 난 아직 네일아트를 해보지 않았다는!)

한 번뿐인 스트레칭으로도 건강해진 느낌이들며,

읽지 않을 책을 사고 영어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이나

핀란드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결심 만으로도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행복에 있어 옳고 그른것의 정해진 기준이 무엇이랴.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에서 마음껏 느끼고 살아가면 그뿐이지 않을까. 

모두 무계획적이고 공수표일 뿐이고, 남이 알아주는 일이 아닐지라도

자기 '만족'과 자기 '행복'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데?

 

 

 

누나  : 없어, 없었어.

남동생  : 뭐가?

누나  : 아까 사온 티셔츠에 어울리는 바지가 없어.

남동생 : 바지 많잖아.

누나 : 많지만 아무것도 없어.

남동생 : 동화책 제목이야?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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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8-1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지만 아무것도 없어!! ㅎㅎㅎㅎㅎㅎ. 재밌어요. ㅎㅎㅎㅎㅎ

해피북 2015-08-15 09:33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저도 그 부분보고 빵~터졌어요 ㅎㅎ 재밌더라구요^~^

오후즈음 2015-08-14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정말 그렇죠. 어제 옷을 사와도 옷장을 열면 입을만한 옷이 늘 없잖아요.ㅋㅋ

해피북 2015-08-15 09: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오후즈음님!!
이 무슨 마법같은 일인지, 아무리 옷을 사도 옷이 없는거 같아요 ㅋㅁㅋ,,
늘 그렇쵸? ㅋㅋ

cyrus 2015-08-1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의 모습을 보니 인터넷에서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생각이 나요. 남자는 학교 갈 때, 여행 갈 때, 약속이 있을 때든 어디든지 외출을 하면 무조건 가방 한 개만 사용해요. 반면 여자는 학교 갈 때 쓰는 가방, 여행가방, 쇼핑할 때 쓰는 가방, 이렇게 외출할 때마다 쓰는 가방이 세 개 이상이에요. 이래서 남자들은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을 선호해요.

해피북 2015-08-15 09:40   좋아요 0 | URL
우스갯소리가 아닌걸요!!!! ㅋㅁㅋ,,
여자들이 모두 패션니스트가 아니지만,
옷에따라 장소에따라 구두, 옷, 신발, 악세서리까지 모두 바뀔 수 있어요 ~~
그런면에서 여자들은 일상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면이 많은것 같구,
남자들은 변함없는 안정적인 일상을 추구하며 묵직하게 지내는 편을 선호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봤답니다. 그런데 cyrus님은 어떤 스타일이시려나 궁금해지는걸요 ㅋ 단순함을 선호하시는지 아니면 변화를 추구하시는지 말이죠ㅋㅁㅋ~

보슬비 2015-08-1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요상하지요.
집에 걸린 옷들은 옷들이 아닌가... 맨날 옷이 없다고 느껴지니 말이지요..ㅠ.ㅠ;;

해피북 2015-08-18 23:2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ㅜㅜ 이상하게 옷이 없어요.
있어도 없어요 정말 ㅋㅁㅋ,,
바지를 꺼내놓으면 위에 옷이 없고, 위에 옷을 꺼내면 아래 바지가 없고 말이죠.
아! 그렇다고 제가 패션 리더는 절대 절~~대 아닌데 말이죠.
그냥 청바지에 티 하나를 입어도 색깔이 안맞으면 입을 수가 없어서 ㅋㅋ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만의 세계인가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