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책방'을 듣고자 팟빵에 접속했다.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탓에
업로드된 다양한 책이 반가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백석전집'이라는 제목이
눈에 밟혔다.
김서령 저자가 그리도 연정을 품었다던 백석 시인!
작가의 이야기는 이랬다.
' 오늘 낮 백석의 시를 읽었다.
내게 백석의 시를 읽는다는 말로는 적당하지 않다.
소설처럼 죽 페이지를 넘겨가는 방식이 아니고
시집을 눈 앞에 두고 잡히는 대로 뒤적거리다
맘 가는 아무 페이지나 코를 박고 들여다보다가
또 저만치 던져 놓는 식이다. 그러니 읽는게
아니라 코를 박고 들여다보다가 또 저만치 던져놓았다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읽다말고 저리로 던져둔다는 건 시가 별 볼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읽기를 할 수 없을 만큼 가슴속에
뻑뻑하게 격해져 오기 때문이다.
그걸 다스릴 시간이 필요해 시집을 저만치 던져
놓게된다. 이것도 노화의 일종인지 버거운 마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꼭지점 까지 올라가지 않으려 애쓴다.
8부쯤에서 멈추려 애쓴다.
그러자면 읽던 책을 저만치 던져두는게 상수다.
오늘도 그랬다.'p31
< 참외는 참 외롭다 / 김서령/ 나남>
책을 읽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그 기분을 어찌 모르리.
먹먹해지고 전율하며
옮겨 쓰고 또 쓰인 종이를 가만히
읊조리던 그 시간들이
나는 참 좋았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만날때의 기분이란,
외딴섬에서 사람을
만난것처럼 반갑고도 기뻤다.
그래서 백석시인을 향한 김서령 저자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도대체 누구시길래 섬세한
감성을 흔들어놓고 마셨는지.
이럴땐 빨간 책방의 도움이
간절해진다.
백석 시인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익숙한 오프닝 멜로디를 뒤로하고
곧이어 적임자(이동진)와 신임자(이다혜) 그리고
노은실 작가님까지 세분이서 들려주는 백석 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토론보다도 찬양조에 가까웠다.
'시인들이 사랑하는 시인'
바람머리를 휘날리는 준수한 외모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연시(戀詩)로 대학시절 백석에게
푹 빠져 지냈다는 후일담들이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도대체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라는
시가 어떠하길래 이 시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이야기를 하는것인지.
궁금증이 일어 검색해봤다.
< 나타샤와 흰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처음 이 시를 접했을땐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았다.
그런데 몇번씩 읽고 또 읽자
나타샤를 사랑하는 백석 시인의
마음이 하얀 눈이 되어 나리고,
그녀는 어느새 백석 시인의 마음속에
들어앉아, 세상을 향한 모진 마음을
다독여준다. 그렇게 하얀 눈은 나리고,
어데서 응앙응앙 흰 당나귀 울음소리가
들리는듯 하다고 느껴지니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김서령 작가도,
빨간 책방 작가님들도 한결같이 말한다.
백석의 시는 후루룩 읽혀지는 시가
아니라고.
평안도에서 태어난 백석 시인은
이 시대에서 만날 수 없는
감수성을 일깨운다고.
그래서 더 읽기 힘들테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성을
건네 주기에 결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 나도 백석을 알아가야 겠다.
이 시대에서 만날 수 없는 감수성
후루룩 읽혀지지 않는 시집을
붙잡고 끙끙대며 그를 만나고 싶다.
책을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책들에 놀랐다.
역시나 백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다.
그중에 몇권 간추려봤는데
안도현 저자가 쓴
<백석평전>과
<백석 시 전집>이란
책을 먼저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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