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신랑이 자주 신는 신발은 세켤레.

운동화 하나, 구두 하나, 슬립온 하나.

 

결혼 초엔 운동화 한 켤레로 인생을 즐기는 모습에 소박함을 느껴

쇼핑몰에서 나름 엄선해본 신발을 들이밀며 개중 마음에 드는게 어떤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단박에 '필요 없어'라는 대답이 날아들었다.

그러면서 내게 물었다. 자신은 운동화 있는데 왜 사야하느냐고.

 

결혼 초엔 쇼핑을 나갈때 마다 실랑이 벌이는게 일이 되어버렸던 적도 있다.

신랑왈 집에 바지도 있고, 티도 있는데 왜 또 사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말끝마다 붙는 말은 '누가 본다고' 였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하루 삼시 세끼를 먹잖아.

밥상에 놓이는 밥은 똑같을지라도 어떤날은 된장찌개. 어떤날은 김치찌개.

어떤날은 부대찌개를 먹고 싶고 그렇게 먹은날은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지?

마찮가지야. 오빠라는 사람은 매일 똑같은 모습이지만,

어떤날은 젠틀하게 어떤날은 유니크하게 스스로 즐기고 행복함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다는데 왜 매일 같은 모습으로만 지낼려고해? '라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예전엔 아침에 준비해 놓은 옷을 말없이 입고 출근하던 사람이....

지금은 그 바쁜 출근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옷이 아니면 당장에 옷을 찾는다. 

그중에서 특히 난감할 때는 면바지를 찾는 날이다.

세탁 후 다림질을 해 놓아야하는데 덥다는 핑계로

잠시 미뤄둔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찾아대기 때문에...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 난감한 지고!!

 

 

마다스 미리의 책 <내 누나>를 읽다보니 이런 대목이 있었다.

쇼핑에서 돌아온 누나가 사가지고 온 옷과 어울리는 옷이 집에 없어 투정을 부리자

저렇게 많은 옷을 두고도 옷이 없다고 하는 누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네일아트를 하고

온 날이면 온종일 쇼파에 앉아 예쁜 손톱만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나, 읽지도 않을

책을 사들이고, 스트레칭 책을 따라하는 것은 한 번 뿐이고. 다이어트, 영어 공부, 핀란드 여행은 모두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일관성이 없이 이야기하는 누나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동생.

 

 

그러나 남동생이 알지 못하는 한 가지는

그런 행동속에 누나만이 가지고 있는 '행복의 기준'이 있다는 사실이지 않을까.

아무리 많은 옷을 가지고 있어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 옷은 입을 수 없고,

매일 들여다 보는 손톱이 알록 달록 예쁘게 꾸며져 있을땐 스스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고(하지만 난 아직 네일아트를 해보지 않았다는!)

한 번뿐인 스트레칭으로도 건강해진 느낌이들며,

읽지 않을 책을 사고 영어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이나

핀란드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결심 만으로도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행복에 있어 옳고 그른것의 정해진 기준이 무엇이랴.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에서 마음껏 느끼고 살아가면 그뿐이지 않을까. 

모두 무계획적이고 공수표일 뿐이고, 남이 알아주는 일이 아닐지라도

자기 '만족'과 자기 '행복'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데?

 

 

 

누나  : 없어, 없었어.

남동생  : 뭐가?

누나  : 아까 사온 티셔츠에 어울리는 바지가 없어.

남동생 : 바지 많잖아.

누나 : 많지만 아무것도 없어.

남동생 : 동화책 제목이야?

<p39>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몬스터 2015-08-1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지만 아무것도 없어!! ㅎㅎㅎㅎㅎㅎ. 재밌어요. ㅎㅎㅎㅎㅎ

해피북 2015-08-15 09:33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저도 그 부분보고 빵~터졌어요 ㅎㅎ 재밌더라구요^~^

오후즈음 2015-08-14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정말 그렇죠. 어제 옷을 사와도 옷장을 열면 입을만한 옷이 늘 없잖아요.ㅋㅋ

해피북 2015-08-15 09: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오후즈음님!!
이 무슨 마법같은 일인지, 아무리 옷을 사도 옷이 없는거 같아요 ㅋㅁㅋ,,
늘 그렇쵸? ㅋㅋ

cyrus 2015-08-1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의 모습을 보니 인터넷에서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생각이 나요. 남자는 학교 갈 때, 여행 갈 때, 약속이 있을 때든 어디든지 외출을 하면 무조건 가방 한 개만 사용해요. 반면 여자는 학교 갈 때 쓰는 가방, 여행가방, 쇼핑할 때 쓰는 가방, 이렇게 외출할 때마다 쓰는 가방이 세 개 이상이에요. 이래서 남자들은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을 선호해요.

해피북 2015-08-15 09:40   좋아요 0 | URL
우스갯소리가 아닌걸요!!!! ㅋㅁㅋ,,
여자들이 모두 패션니스트가 아니지만,
옷에따라 장소에따라 구두, 옷, 신발, 악세서리까지 모두 바뀔 수 있어요 ~~
그런면에서 여자들은 일상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면이 많은것 같구,
남자들은 변함없는 안정적인 일상을 추구하며 묵직하게 지내는 편을 선호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봤답니다. 그런데 cyrus님은 어떤 스타일이시려나 궁금해지는걸요 ㅋ 단순함을 선호하시는지 아니면 변화를 추구하시는지 말이죠ㅋㅁㅋ~

보슬비 2015-08-1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요상하지요.
집에 걸린 옷들은 옷들이 아닌가... 맨날 옷이 없다고 느껴지니 말이지요..ㅠ.ㅠ;;

해피북 2015-08-18 23:2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ㅜㅜ 이상하게 옷이 없어요.
있어도 없어요 정말 ㅋㅁㅋ,,
바지를 꺼내놓으면 위에 옷이 없고, 위에 옷을 꺼내면 아래 바지가 없고 말이죠.
아! 그렇다고 제가 패션 리더는 절대 절~~대 아닌데 말이죠.
그냥 청바지에 티 하나를 입어도 색깔이 안맞으면 입을 수가 없어서 ㅋㅋ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만의 세계인가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