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 속에서 우리는 진짜 얼굴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유가없다면 그조차 불가능하다. 고통스럽더라도 자기 자신을 보는시간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삶의 가장 큰 가치는 물질이 아니라 시간이다. 시간을 가졌을 때만 인간은 자기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 없는 삶은 성취를 쌓는 듯 보이지만사실은 자기를 잃어버린 삶이다.  - P76

인간은 순간마다. 어떤 나이마다, 특정 상황마다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지 않다. 내가 변하는 만큼 나를 마주•한 타인도 변한다. 따라서 관계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그것을 거부하는 일은 시간의 흐름 자체를 거부하는것과 같다. 흔히 변하지 않는 관계를 갈망하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려는 욕망일 뿐이다. 관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은 죽어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관계는 반드시 변한다.
- P78

인간은 모두 다른 길을 걷는다. 함께하던 길이갈라지는 순간도 오고 다시 만나 교차하는 순간도 온다. 우정이 떨어진다고 해서 그 우정이 거짓이었던 것은 아니다. 관계가 깨진다고 해서 그 시간이 허망했던 것도 아니다. 그것들은그때의 삶 속에서 충분히 진실했다. 시간이 지나며 형태를 바꾼 것뿐. - P79

변화 없는 관계를 갈망하지 말라. 그것은 돌로 된 꽃을 찾는것과 같다. 살아있기에 시들고 시들었기에 다시 피어나는 것이관계다. 모든 관계는 변한다. 영원히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우정이나 사랑은 없다. 그러나 그 변화를 받아들일 때 오히려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진다. 관계를 가장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은 모든 관계는 결국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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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우리를 위로하지 않는다. 그러나 철학을 통해서만 우리는 진짜이 숨기고 싶었던 동기, 본능, 욕망을 마주하는 일이다. 철학은인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철학은 인간을 칭송하지 않지만•대신 인간이 숨겨온 본성을 끝까지 드러낸다. 철학은 불편하고때로는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오직 철학만이 우리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줄 것이다. 철학은 위로가 아닌 직면이다.
그 직면에서만 인간은 비로소 진짜 자신을 알게 된다. - P70

삶은 직선이 아니다. 우회와 지연, 반복과 모순으로가득하다. 한쪽에서는 만족을 얻지만 다른 쪽에서는 좌절을 맛본다. 같은 사건 속에서도 기쁨과 슬픔이 뒤섞이고, 욕망과 환멸이 교차한다. 그 모순된 경험과 깊은 시련이야말로 우리가성장하는 토대다. 단순히 기쁨만 얻고 적당한 고통만 얻었다면성숙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흔들 만큼의 큰 고통이 찾아와야 내가 바뀐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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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을 부끄러워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단순한 옷차림, 단순한 생활, 단순한 태도를 천박하다고 여기는 사회는 이미 가치가 뒤집혀 있는 것이다. 꾸밈은 일시적인 찬란함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미덕의 자리를 대신할 때 사회는 타락으로 들어선다.  - P53

빛나는 장식이 가리는 것은 본질이다. 사람들은 화려함에 눈이 멀어 쉽게 현혹된다. 단순하고 정직한 태도는 촌스럽다며외면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모습은 높이 평가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아무리 많은 장식이 있어도 신뢰가 없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속임을 알기에 겉으로는 존중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경멸한다. 겉으로는 가장 화려하지만 인간 사이에 유대관계는 가장 멀어진 상태가 바로 화려함을 추구하는 사회다.
- P54

병든 사회의 징후는 언제나 같다. 사람들은 진짜를 비웃고가짜를 숭배한다. 단순한 진실보다 번지르르한 허상을 택한다.
그런 사회는 이미 방향을 잃었다. 화려한 것을 추구하고 꾸밈으로 자신을 지탱하는 사회는 오래가지 못한다. 자신의 소신없이 사는 사회는 반드시 스스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화려함만추구하는 사회는 이미 병들어있다. 진짜 힘은 절제 속에 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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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월자는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의 두려움과 타성, 편안하고 익숙한 것을 뛰어넘는 모든 인간을 뜻합니다. - P3

인간은 고독을 두려워하고 외로움 없는 삶을 갈망하지만 외로움이 없다면 길도 없다. 편안함 속에 머무는 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멈춰 서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자는 반드시 고독을 통과해야 한다.  - P13

승리는 재능의 것이 아니다. 재능은 빠르게 빛날 수 있으나오래 타오르지 못한다. 승리는 인내의 것이다. 고통을 견디고시간을 견디고 불안을 견디는 자만이 결실을 본다. 인내 없는결실은 없다. 버티는 자는 쓰러지지 않는다. 버티는 자는 끝내도착한다. 버티는 자는 결국 이긴다. 인내는 삶의 가장 큰 무기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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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 -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주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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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품을 읽게 된 건 실로 오랜만이다. 벚꽃이 피던 4월에 읽기 시작했는데 6월 중순이 되어서야 마칠 수 있었다.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인 이주란의 <겨울 정원>과 후보작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수상작을 포함하여 인상적이었던 후보작 한 편의 감상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겨울 정원>은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마당 있는 집에서 나무를 심고 꽃들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로망이 있다. 텃밭을 일구고 정원 일을 하다가 힘들면 낮잠도 자고 나만의 작업실에서 글을 쓰면 좋겠지, 상상도 해본다. 소설 속의 주인공 혜숙도 정원을 좋아했다. 막내 언니까지 다 떠나보낸 60세의 혜숙이 친구의 배려로 정원이 있는 주택에 살게 된다. 혼자 오랫동안 살다가 독립해 나갔던 딸 미래가 다시 집에 돌아오고 활력이 생기는 듯했다. 모녀의 생활은 단출하고 소박하다. 혜숙은 오피스텔 청소 일을 하고 미래는 소설을 쓴다. 어느 날 미래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고백하더니 그 사람과 첫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고 흥분했다. 행복해하는 딸을 보며 혜숙의 마음은 조금 동요가 이는 듯했다. 큰글자도서 모임에서 만난 사람과 1년 넘게 교제하며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었는데. 혜숙은 딸 미래에게 생겨난 그 마음이 내게도 다시 찾아올까 못내 아쉽고 슬퍼지는 것이었다. 화자인 혜숙의 차분하고 절제된 감정 묘사에서 어떤 연민을 느끼게 했다. 속마음을 딸에게 털어놓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면 덜 슬펐을까.

 



김성중의 <새로운 남편>은 지금 우리 앞에 바짝 다가온 AI 시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자는 ‘열린 가족 문화 조성을 위한 인공지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프로젝트는 쉽게 말하면 ‘인공지능 남편’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화자는 ‘새로운 남편’으로 부르기로 한다. 결혼 재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면서 중증의 돌봄 중독, 동반 의존증을 보이는 기혼 여성이 대상이며 내담자에게 소개하고 체험해 보게 하는 내용이다. 인공지능 남편은 ‘프로테시스(prothesis)’ 장치 즉 문제적 남편을 치우고 그 자리에 가져다 놓은 보철물이자 전기신호다. 실제 남편과 똑같은 외형과 목소리를 하고 있는데 공격적인 말투나 통제적인 잔소리가 거세된 ‘이빨 빠진 호랑이’ 정도로 바뀐 모습이고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 속에서의 의사소통, 이것이 핵심이다.

 



몇 명의 내담자가 체험한 인공지능 남편 이야기는 참 흥미로웠다. ‘나쁜 점이 거세된’ 남편이었지만 원래 남편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꿔버렸다는 점이다. 육체가 없는 홀로그램과 지내면서 원래의 남편과 똑같아지다니.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진리를 증명한 셈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어떤 것에 중독이 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중요한 일을 넘기고 시간을 낭비하고 결심해 놓고 지키지 않고 넋을 잃고 작은 일에 분개하기도 한다. 이런 타성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야 하는데.

 



‘자기 인생을 살라고? 그 여자들한테 물어봐. 자기 인생이라는 게 원래 있었는지 말이야. 그녀들은 남편에 관해서는 많은 정보가 있어. 언제 격분하는지, 어느 때 달아나야 하는지. 모르는 건 자신에 대한 정보야.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무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지……고립 속에서 의무가 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루틴이 이 자리를 잡은 거야. 노예를 풀어주고 자유롭게 살아보라고 하면 그 노예가 어디를 기웃거리겠어?’(p59)

 



화자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자신을 향해 말한 외침이다. 대개의 여성의 인생이란 거의 비슷하지 않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요즘 그야말로 AI가 초호황의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산업 로봇은 물론이고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머지않아 가정에서도 인간과 로봇이 공생하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이런 소재의 소설까지 나오는 걸 보니 인공지능 시대가 마냥 두려운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간의 마음이란 흥미롭고 경이롭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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