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돼지가 치었다니. 두 번 종묘장에 가서 씨를 받은 내 돼지 암퇘지 양돼지......."
99엉겁결에 외치면서 훑어보았으나 피 한 방을 찾아 볼 수 없다. 흔적조차 없다니기차가 달롱 들고 간 것 같아서 아득한 철로 위를바라보았으나 기차는 벌써 그림자조차 없다.
한방에서 잠재우고, 한 그릇에 물 먹여서 기른 돼지, 불쌍한 돼Z]......."
정신이 아찔하고 일신이 허전하여서 식이는 금시에 그 자리에 푹쓰러질 것 같았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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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도 금이면 앨 써 키워온 콩도 콩이었다. 거진 다 자란 허울 멀쑥한 놈들이 삽끝에 으츠러지고 흙에 묻히고 하는 것이다. 그걸 보는것은 썩 속이 아팠다. 애틋한 생각이 물밀 때 가끔 삽을 놓고 허리를구부려서 콩잎의 흙을 털어 주기도 하였다.

- P134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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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매몰스럽게 내어대는 모양.
"나의 천사, 나의 하늘, 나의 여왕, 나의 목숨, 나의 사랑, 나를 살려 주어요. 나를 구해 주어요."
사내의 애를 졸이는 간청
"우리 구경 가 볼까?"
짓궂은 셋째 처녀는 몸을 일으키며 이런 제의를 하였다. 다른 처녀들도 그 말에 찬성한다는 듯이 따라 일어섰으되 의아와 공구13와 호기심이 뒤섞인 얼굴을 서로 교환하면서 얼마쯤 망설이다가 마침내가만히 문을 열고 나왔다. 쌀벌레 같은 그들의 발가락은 가장 조심성많게 소리나는 곳을 향해서 곰실곰실 기어간다. 컴컴한 복도에 자다가 일어난 세 처녀의 흰 모양은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움직였다. - P85

"자. 우리 술이나 마자 먹읍시다."
하고 우리는 주거니받거니 한 되 병을 다 말리고 말았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우리가 어릴 때 멋모르고 부르던 노래를 읊조렸다.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요-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로 가고요-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공동묘지 가고요-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유곽으로 가고요-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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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보구 싶어요. 붉은 산이 그리고 흰 옷이!"
아아, 죽음에 임하여 그의 고국과 동포가 생각난 것이었다. 여는힘있게 감았던 눈을 고즈너기 떴다. 그 때에 ‘삶‘의 눈도 번쩍 뜨이었다. 그는 손을 들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미 부러진 그의 손을 들리지않았다. 그는 머리를 돌이키려 하였다. 그러나 그런 힘이 없었다. - P52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루 보지 못하고 천정만 바라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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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발가락 보게. 꼭 내 발가락 아닌가. 닮았거든......"
M은 열심으로 찬성을 구하듯이 내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나 닮은 곳을 찾아보았기에 발가락 닮은 것을 찾아내었겠습니까? 나는 M의 마음과 노력에 눈물겨워졌습니다. 커다란 의혹 가운데서 그의혹을 어떻게 하여서든 삭여 보려는 M의 노력은 인생의 가장 요절할 비극이었습니다. M이 보라고 내어놓은 어린애의 발가락은 안 보고, 오히려 얼굴만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나는 마침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발가락뿐 아니라 얼굴도 닮은 데가 있네."
그리고 나의 얼굴로 날아오는 의혹과 희망이 섞인) 그의 눈을 피하면서 돌아앉았습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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