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 좋은 카피를 쓰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5
이원흥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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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좋은습관연구소의 습관시리즈 중 다섯 번째 책이고 나는 세 번째로 읽게 된 책이다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카피라이터의 직업의 세계가 궁금했고 『책은 도끼다』로 유명한 박웅현님의 단독 추천에 무엇보다 깔끔하고 멋진 표지 디자인에 반했기 때문이다.

  



 


  역시 실물을 받아보니 마음에 꼭 들었다짧은 문장에 전하려는 메시지를 농축시켜 명문장을 뽑아내는 카피라이터의 책답게 시집처럼 얇은 두께감과 표지디자인이 손에 착 달라붙는다저자 이원흥은 광고 카피만 카피랴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라고 주장하는 28년차 카피라이터다고려대 불문학과를 나와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광고에 입문하여 컴온한컴, TBWA에서 크리에이티브 담당 임원을 거쳐 현재 농심기획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삼성), 장애라는 말이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삼성), 오징어 없는 짬뽕이 짬뽕이니?(오징어짬뽕등의 카피를 다수 썼다.

 

 이 책을 단독추천 했다는 박웅현 님에 대해 먼저 알아보려고 다시책은 도끼다(책은 도끼다가 없어서 꿩 대신 닭으로.)를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미리 읽어보았다책을 읽을 때는 천천히 읽을 것을 권한다는 말과  김사인 선생의 시를 어루만지다』에서 시를 읽는 방법을 언급한, '사랑이 투입되지 않으면 시는 읽힐 수 없다.'는 대목을 만났다. 이 책은 시인의 감성을 가진 카피라이터의 이야기니까 시를 대하는 마음으로 읽기로 했다장황하지도 길지도 않은 이야기에 과연 독서가다운 독서의 흔적들, 세상과 일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긍정적인 마음시적인 감성이 느껴져서 좋았다게다가 재미까지 있다금세 읽을 정도로 이야기는 짧지만 우리가 평소 모르고 지나치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먼저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언급하며 그것을 뒤집은 회의실의 분위기를 얘기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행복한 제작회의는 제각각 다르고 불행한 제작 회의는 모두가 비슷하다.”


 역시 즐거운 분위기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샘솟듯 떠오른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쥐어짠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리 없을 것이다대부분의 회사가 경직된 회의실 분위기인 것을 생각할 때 행복한 직장의 이미지가 상상되었다또 좋은 카피를 뽑아내기 위해 모인 회의실을 목욕탕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재치가 느껴졌다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식구 같은 동료의식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 일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실행되지 못한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가 아니며실행은 결코 저절로 되는 법 없이 집요한 노력과 영리한 계산이 이뤄져야 개시된다실행을 잘하기 위해선 집중력이 필요하다그리고 카피를 쓰는 일에서도 순발력보다는 집중력을 더 필요로 한다잘 쓴다는 건 설득에 유능하다는 말과 동의어이다설득력이 높은 카피는 톡톡 튀는 순발력이 아니라 놀라운 집중력즉 몰입에서 나온다.’(p23)-몰입에 대하여 


 순발력이 아니라 집중력이 더 중요하단다톡톡 튀는 신선한 발상에서 좋은 카피가 나올 것 같은데 몰입에서 나온다고 했다이에 대한 인용으로 성석제 작가의 <몰두>를 언급하며 개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예로 들고 있는데 음.. 좀 끔찍하다개의 몸 속살에 파고드는 진드기 같은 정신으로 카피를 써야 한단다공부에도 저렇게 몰입할 수 있다면 대단할 텐데.

 


경의선의 종착역은 신의주가 아닙니다.

압록강을 건너 모스크바를 지나

파리와 런던까지 이어집니다.

 

경의선은 이산가족만을 실어 나르지 않습니다.

대륙과 대양을 오가는 세계의 물자들까지

실어 나릅니다.

 

경의선은 남북을 잇는 길만이 아닙니다.

한반도가 다시 대륙으로 이어지고,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경의선은 기찻길이 아닙니다.

경의선은 경제입니다.(P25)


 

 DJ정부 시절지금의 TBWA의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와 저자가 같은 팀 카피라이터 시절에 쓴 카피라고 한다.

 

좋은 카피를 쓰고 싶은가우선사실과 상황을 냉정하게 이해하자그러려면 잘 들어야 한다클라이언트의 말을소비자의 목소리를회의실 동료들의 견해를그래서 하게 이해했을 때그때써라.‘(p31)-경청에 대하여 


 잘 들어야 하는 일이 어디 카피에만 해당할까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내 말만 주장하다가는 관계가 틀어지기 쉽다광고주를 비롯하여 소비자 등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공통분모로 설득해야 하니 잘 듣고 공감할 수 있는 데서 좋은 카피가 탄생한다는 것은 당연하지 싶다.


놀라움은 그 자체로 하나의 능력이며아무것도 아닌 것에서도 놀라움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과 놀랄 만한 대상에게조차도 심드렁한 사람의 성장그래프는 시간이 갈수록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고.’(p34)-경탄에 대하여  


 감탄하는 능력도 능력이다웃긴 코미디를 보고 웃을 줄 아는 것도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웃긴데도 뭐가 웃기냐며 썰렁하게 구는 사람이 간혹 있다그런 사람은 별로 친하고 싶지 않다시인들이야말로 감탄하는 능력의 대가가 아닐까 싶다우리는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사물을 보고서도 시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그들의 탁월한 관찰력과 직업정신(?)에 놀라게 된다점점 삭막하게 변해가는 우리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배워야 할 것이 감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카피라이터를 위한 독서라면 남들이 다 알고 있는 카뮈가 아닌 새로운’ 카뮈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그러니 무턱대고 남들이 좋다는 책을 펼쳐보기에 앞서 나를 들여다보는 일에 더욱 시간을 쏟을 일이다.

 

 나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산책만한 이 없다. 산책은 굳이 멀리 제주 올레길이나 산티아고 순례길일 필요는 없다내가 사는 동네의 익숙한 골목길이면 어떻고차로만 다녀 오히려 눈에 닿는 풍경이 낯선 출퇴근길이면 또 어떠하랴.'(P46)-산책에 대하여-


 뭔가 달라도 달라야 할 것 같다카피라이터의 독서방법이란책보다 낫다는 산책을 권하고 있다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도 생각이 정체될 때가 있다그럴 때는 다 털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곤 한다바람 소리새 소리를 들으며 걷는 동안에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는 신기함이란독특하고 신선한 발상과 함께 공감을 주는 카피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할 것 같다카피라이터에게 제일 좋은 책이란 산책이라는 것을, 나를 들여다보는데도 가장 좋은 것은 산책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오늘의 일정에 집중해서 오늘을 산다이렇게 살다보면 인생을 멀리 계획하지 못해 생기는 필연적인 약점이 있을 수 있다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대충 미루거나갑자기 술이나 한잔하자는 동료의 제안에 우물쭈물 고민하거나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전전긍긍하게 될 일은 없게 된다오늘 해야 할 일을 오늘 다하기에도 오늘은 늘 짧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발밑만 보면서 오늘을 산다오늘이 쌓여 인생이 된다.’

(P97)-일정에 대하여  


 우리는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무계획이 계획이라는 얘기도 어디서 본 것 같다. ‘오늘의 일정에 집중해서 오늘을 산다.’는 문장을 만나고 나는 오늘을 대충 두루뭉술하게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계획이란 건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은 아니니까오늘 하루쯤은 좀 느슨하게 보내도 되지 않을까 그런 태도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오늘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말을 명심하고이제부터 오늘에 집중하는 태도를 내 일정에 포함시켜야겠다.

 

삶은 언제나 글에 우선한다쓴다는 것 이전에 삶이 있다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부정적인 뉴스의 주인고이 되고또 다른 누군가는 감동적인 에세이의 필자가 되기도 한다타인과 세상에 대해서 또 자기 자신의 현재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갖느냐의 문제는내가 어떤 삶을 사느냐 일 뿐만 아니라 내 동료들과 어떻게 일을 도모해 가느냐와도 반드시 연결된다.’(P126)-집요한 긍정에 대하여 


 이 이야기는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10대들의 명문대 지원 에세이 일부를 소개한 후 감회를 쓴 부분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아버지를 따라 배관을 청소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을 하면서도 초 긍정적인 마음과 열정을 가진 10대들을 보고 정말 놀라웠다세상은 그렇게 집요한 긍정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에 의해서 조금씩 변화해 가리라 생각되었다변화무쌍한 날씨에도 잘 적응하는 사람이 카피라이터의 일이라고 했다그들 날씨의 인간처럼 유연한 삶의 태도와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을 나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읽었던 김고명 번역가의 책과 바쇼의 하이쿠가 나와서 반가웠다.

SNS가 카피의 연습장이 될 수 있다니 활용해 봐야겠다.

 

 1,2분 정도의 짧은 광고 한 편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여러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담긴 광고를 우리는 참 쉽고 간단하게 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영화의 한 장면 같은 멋진 아우라를 느끼게 하는 광고가 탄생하기까지 과정과 광고인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이제 광고 방송을 보게 되면 그 과정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이 책에는 카피를 잘 쓰는 비결은 나오지 않는다좋은 카피를 쓰기 위한 스물세 가지의 태도와 습관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습관은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싶었고, 세상만사가 프레젠테이션 아닌 게 없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은 카피를 잘 쓰고 싶은 카피라이터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따뜻하고도 공감어린 한 마디를 건네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좋겠다.

 

 

오른쪽 책은 『바쇼 하이쿠 선집』과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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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부자 2021-08-2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박웅현 저자의 책을 읽고 짜릿한(?)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저는 <여덟단어>를 먼저 읽고 <책은 도끼다>를 읽으며 카피라이터의 시선이 참 흥미로웠던 기억도 나는데 이 책 역시 카피라이터의 시선은 일반인들과 다르게 예리하면서 깊다는 느낌이 드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주 옛날이지만 우수리뷰 축하드려요 ㅎ

모나리자 2021-08-28 08:5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바람개비님.^^
정말로 카피라이터의 시선이나 말들은 시적인 느낌이 들더라구요. 남들이 못보고 놓치는 것을 찾아내는 능력에 감탄했어요. 1년 전 기쁨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아요. ㅎ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덥던 여름도 이제 서늘함이 느껴지네요.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8월 마무리도 잘 하세요. 바람개비님.^_^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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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번역에 대한 관심으로 읽었다. 번역 관련 이야기와 가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감동이었고, 번역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단연 으뜸! 나도 꼭 일본어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다짐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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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방법 -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김봉진 지음 / 북스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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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이 다른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책읽기의 방법도 다양한 것 같다보통은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다음 책을 보는 경우가 가장 흔할 것이다하지만 독서의 고수들을 보면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경우가 많아서 관심이 생긴다나도 전자의 경우인데 요즘 일본어 원서와 다른 책 한 권을 아침저녁으로 교대하거나 하루걸러 읽는 방식을 활용해 봤는데 나름 만족스러웠다생각해 봤더니 아침저녁 독서캠페인 이벤트가 있어서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읽고 정리하는 습관이 좋은 효과를 본 것 같다아마도 좀 어려운 책이나 소설의 경우는 그 흐름을 방해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자기계발 분야나 실용서독서법과 글쓰기 관련 책이 이 방법에 적합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김봉진은 스스로를 과시적 독서가로 칭하며 서점에서 과소비를 즐기고 읽은 책이나 감명 깊게 읽은 문장을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또 배달의민족에서 한나체주아체도현체연성체기랑해랑체 같은 폰트를 디자이너들과 함께 만들어 배포하는 등 부업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하여 배달의민족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1장은 책 잘 아는 법, 2장 책 잘 읽는 법, 3장 책 잘 써먹는 법부록으로 저자의 도끼 같은 책 31권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독서법을 알려준다발췌해서 읽기속독의 방법으로 읽기, 3~5권씩 동시에 읽기 등이다책을 여기저기 눈에 띄게 놓고 손에 걸리는 대로 들춰보는 방법도 있다책을 다 못 읽고 쌓아 두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단다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책을 깨끗이만 보는 것보다는 접거나 낙서도 하고 그래야 책에 대한 애정이 생기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나는 최소한의 밑줄을 치거나 거의 깨끗하게 보는 편인데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언젠가 꼭 읽어야 한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고전을 읽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만화책으로 고전 읽기라고 한다또 중학생들이 즐겨 읽는 중학생을 위한 시리즈등을 먼저 읽고 본서를 읽으면서 이해를 높이는 방법도 소개한다실용서적은 직장의 선배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찾을 수 있으며 시대정신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베스트셀러의 목록도 눈여겨 볼 것을 권하고 있다또 6개월 간격으로 어려운 책 읽기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쉽게 읽히는 책만 읽다보면 독서 편식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다순서대로 안 읽고대충 읽고두껍고 어려운 책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넘기면서 그렇게 2~3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 데 이것을 지식의 거름망이라고 한다이제까지 고수해왔던 독서방식을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의도적으로 노력한다면 독서로 인해 사고의 확장과 함께 글쓰기 능력도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도끼 같은 책 31권은 책 소개와 더불어 저자가 감명 받은 바를 간략하게 얘기하고 있어서 책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책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책과 친숙해지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정통적인 책읽기 방식을 고수해 온 독자라면 변화를 모색하여 입체적인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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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 어느 젊은 번역가의 생존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3
김고명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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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을까그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이 책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는 12년 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고명 저자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해 준 좋은 습관 20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책을 좋아하고 영어 좀 하니까 번역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영문학을 전공하고 혹시 모르는 일에 대비하여 경영학도 전공했다 한다대기업 인턴에서 미끄러진 후 미련 없이 번역가의 길을 선택하여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대표 역서로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등 40여 종의 번역서를 출간했다번역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번역가의 일상 루틴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으로 읽었다출판사 좋은 습관 연구소’ 에서 펴낸 습관 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이었다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저자답게 맛깔스런 글 솜씨와 핵심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멘트 덕분에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를 들은 기분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미래의 저에게 보내는 나의 분투기 같은 것입니다.

아니분투기라고 하긴 좀 그렇네요제가 뭔가 남들이 하지 못하는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말씀드렸다시피 이 책에 대단한 건 없습니다그저 좋은 습관일 뿐입니다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찌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그저 좋아하는 것을 좇아 그걸 잘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만들고그냥 조금씩 걸어왔을 뿐.’ (P6- 프롤로그)

 

 어떤 일을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면서도 끝까지 지속하지 못하고 후회하곤 했던 일이 얼마나 많은가그렇기에 그저 좋은 습관일 뿐이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으며 대단한 건 없다고 하는 저자의 말은 따듯한 겸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그러면서 그래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다시 힘을 내서 해볼까 하는 마음이 불끈 솟는다.

 

1. 원서 읽기의 시작은 어린 왕자부터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 시작은 원서 읽기가 아닐까저자는 너희 중에는 나중에 영문과 나왔다는 게 부끄러울 사람도 있을 거야.”(P11)라는 교수님의 일성을 들은 뒤 어린 왕자를 읽기 시작하고 인생 최고의 책이 되었다고 한다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선택했지만 읽기를 마친 후 감동은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고 공익 시절 동안 읽은 서른 권의 책이 번역가가 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했다짧은 분량의 원서를 읽으면서 성취감을 늘리고 많이 읽고 다양한 문장에 노출되는 것이 핵심이다여기에 이어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법좋아하는 분야 덕질 하기집중력을 발휘하는 뽀모도로’ 기법메모 습관미니멀리즘일의 성과를 내기 위한 운동 등 번역에 집중하여 능률을 올리는 방법과 수입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이 좋은 습관 스무 가지는 번역가 지망생이나 번역에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이기도 하지만 대번역가를 꿈꾸는 미래의 저자를 위한 좋은 습관의 목록들이기도 하다.

 

2. 레벨 정도의 글을 쓰는 방법


원서 읽기도 그렇고 뭐든 꾸준하게 해야 늡니다일주일에 한 번씩 90점짜리 글을 쓰는 것보다 이틀에 한 번씩 50점짜리 글을 쓰는 게 좋아요점수를 합치면 전자는 한 달에 360후자는 750점이죠실제로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그 정도 차이가 납니다매일 써야 감각이 길러져요소설가 김연수스티븐 킹무라카미 하루키가 공통으로 하는 말이 뭔 줄 아세요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무조건 매일 꼬박꼬박 쓰라는 겁니다내로라하는 작가들이 그런 말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P25)


 번역가에게 있어 해당 외국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실력은 더 중요하다고 했다글 솜씨의 레벨을 편의상 1~5로 나누어 볼 때 기본적으로 레벨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글쓰기는 훈련을 통해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쉽게 알려주어서 좋았다마음에 드는 글을 쓰려는 욕심이 앞서다 보면 이상하게 더 안 써질 때가 있다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글이 써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글이라도 쓰는 횟수를 늘리다보면 언젠가는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있을 거라는 저자의 조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글은 쓴 만큼 늘게 되어 있으며글쓰기는 정직한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글 솜씨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정리하면,


1. 블로그에 쓴다.

2.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쓴다.

3. 최소 열 문장씩 쓴다.

4. 준비 없이부담 없이 편하게 쓴다.(P31)


 번역에 대한 관심으로 카페 회원이 되고 우연히 블로그를 개설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잘 한 일 같다자주 쓰고 부담 없이 마음 편하게 쓰는 것이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일이라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4. 25분씩 집중하는 뽀모도로 기법 아세요?



그걸 간파한 형님이 제게 가르쳐준 게 지금부터 소개할 뽀모도로 기법입니다사실 소개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을 만큼 간단해요. 25분 일하고 5분 쉬는 것을 반복하는 게 다거든요그렇게 네 번을 반복했으면 20~30분씩 길게 쉬어주고요정말 그게 다예요.’(P47)

 

뽀모도로기법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다보통 강의나 학교 수업은 40분 내지 50분에 휴식 시간 10분이다그런데 이 방법은 한 시간을 둘로 나누어 30분씩 사용한다. 25분 집중, 5분 휴식이라는 것이다특히 공부할 때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공부하는 분량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더구나 고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건강상의 문제도 생기기 쉽고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다이 방법을 1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으며총 작업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한다.

 

7. 중도 포기 없이 꾸준히 운동하는 비법


 운동의 중요성이 번역가에게만 해당 될까공부하는 학생이든 일을 하는 직장인이든 체력이 있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하지만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결심하지만 꾸준히 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첫 마음과 달리 한두 번 거르다 보면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그런 우리를 응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벼운 제안을 한다.


1. 번역가로 오래 살려면 주 3일은 운동을 해야 한다.

2. 운동은 가까운 데서 하는 게 최고다.

3. 10분 만 해도 운동한 것으로 치면 운동이 만만해진다.

4. 운동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덜 지친다.(P84~P85)


 오늘 운동을 빼먹었다고 자책하기 보다는 이만큼이라도 했으니 다음엔 좀 더 하면 되지하고 넘어가면 된다공부든 운동이든 너무 중압감을 가지기보다 짧은 시간을 하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8. 번역은 연기연기를 위해 필사를 합니다



제가 들었던 조언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하나는 한자를 줄여보라는 것한자어는 순우리말보다 딱딱한 느낌이 강합니다그래서 한자어를 의도적으로 줄였어요다른 하나는 한국 소설을 많이 읽어보라는 것이었어요언어의 귀재들이 어떻게 언어를 요리하는지 맛보라는 거였죠그래서 한국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그리고 그것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필사를 했습니다김애란 작가의 침이 고인다를 주로 필사했어요남성적인 느낌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러 여성 작가의 책을 선택한 거죠.’(P83)


 번역서들을 읽다보면 매끄럽게 잘 읽히는 책이 있는 반면자꾸만 겉돌아서 이해하기 힘든 문장을 만나기도 한다저자도 문장이 너무 건조하고 딱딱하게 읽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그래서 한자어를 줄여보거나 한국 소설을 읽고 필사를 한 노력 덕분에 도둑 비서들은 역서 중 가장 많은 서평이 올라온 책이며 호평 일색이라는 평가를 받았단다그 후 번역한 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은 천명관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라는 평가를 들었다는데바로 그 작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필사했던 덕분이라고 했다필사를 함으로써 다른 성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그게 바로 감정이입의 효과인 걸까또 원저자의 성격이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동영상을 시청하기도 하는데 일방적이지만 그렇게 대면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저자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잘 아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한다이런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아무래도 글 속에서 저자와의 교감하는 부분도 생기고 저자의 분위기나 말투를 잘 살려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번역 원고를 검토하는 방법번역 작품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검색을 하는 방법영단어 암기법편집자와의 관계 등 번역가가 하는 일의 전반적인 내용과 슬럼프를 극복한 사례도 알려 준다인공지능 발달과 4차 산업 혁명의 영향으로 번역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얘기가 무성했었다그런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하게 되는지 궁금했는데언급된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아무리 기계 번역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의 감정적인 부분까지 교감할 수 없기 때문에 큰 걱정은 기우라는 말을 과학 관련 책에서 본 것이 생각났다좋아하는 일이라면 이것저것 재며 망설이기보다는 먼저 발을 들이는 것도 상책이 아닐까 싶다번역가는 못 되더라도 원서를 읽는 것이 만만해 질 수도 있을 테니까.


 각 장마다 번역에 대한 유용한 깨알 팁을 소개하고 있다.


20. 저와 일의 가치를 매일 되새깁니다


 어떤 일에 10년을 바쳤으면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돈과 명예를 먼저 생각한다면 결코 할 수 없다는 번역 일을 이 만큼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어디에 소속된 것도 아닌 프리랜서로서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해야 하고 모든 일정을 마감 기한에 맞추어 조절해야 하는 직업이다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나 한 달 넘게 일이 안 들어 와서 막막했던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다그런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1.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2. 나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3. 내가 빛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P214)

 

 저자는 프리랜서 번역가로 꿋꿋이 살아가기 위해 이 세 가지를 습관적으로 되새긴다고 한다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쉽게 일하고 쉽게 성공하는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어려움을 갖고 살아간다일전에 일본문학 번역가 권남희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300여 권이나 역서를 낸 베테랑 번역가라면 부러움의 대상이기만 할 것 같았다하지만 들여다보니 마냥 화려한 것만은 아니었다저자와 닮은 점이 있다면 그 일이 좋아서 하다 보니 30여 년이나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그러니 좋아한다면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를 믿고 자신의 가치를 믿으라고 조언을 한다여기서 알려주는 좋은 습관 스무 가지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적용하거나 응용할 수 있는 분분이 많았다로망으로 여기던 번역가들의 시간관리나 번역 일의 전반적인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영어책 번역가의 이야기지만 다른 언어에 관심이 있더라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변역가 지망생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게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또 지금 하는 일에서 성과를 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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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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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문학을 번역하고 있다는 권남희의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다. 프로필 소개를 보고 알았는데 전에 읽었던 <츠바키 문구점>이 그녀가 번역한 작품이라고 해서 반가웠다. 포포가 문구점을 운영하면서 할머니에게 대필업을 물려받아 대필을 의뢰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웃 사람들과 훈훈한 정을 주고받는 이야기여서 따듯하게 느껴졌었다.


  이 에세이는 그동안 일본문학을 번역하면서 만난 편집자, 일본 작가들의 이야기와 일상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가 많이 들어있다. 웃음도 주었고 때로는 살짝 눈이 젖어드는 뭉클한 감동도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왠지 번역가들은 그 언어권 작가와 친근감이 있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도 번역가들의 특권이 아닐까. 또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단출한 가족 이야기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고 약간의 외로움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번역일이라는 게 먼발치로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 낭만적인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녀는 근사한 서재도 없이 거실에서 책상을 두고 일을 한다고 했다. 물론 소박한 공간을 좋아해서 일 것이다. 자신은 번역가라는 호칭보다 번역하는 아줌마로 불리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거의 뿌리 깊은 집순이 라고. 게다가 앞 못 보는 애완견 나무를 돌보아야 해서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미 한글을 독학으로 떼고 만화방을 다녔단다. 역시 어릴 때부터 활자와 친했어. 중학교 때부터 인생의 계획을 세우면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다. 그때부터 번역을 생각했는지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꿈과 계획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밀고 나가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를 추억하는 부분은 좀 먹먹하기도 했다. 왜 옛날 아버지들은 그렇게 자기밖에 몰랐을까 싶다. 시골에서 목욕탕과 여관을 운영할 정도였으면 집안 살림은 큰 걱정 없이 살았을 것 같다. 그런데 뼛속까지 부지런하고 뼛속까지 구두쇠인 일중독인데다 다혈질 성격 때문에 가족들을 평생 힘들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가보다. 아무리 그렇게 힘들게 했더라도 가족은 가족이다. 이별의 순간이 가까워지면 그냥 그걸로 잊어버리고 안타까운 마음이 되는 건가 보다. 말년에는 와병 환자로 지내던 아버지를 어머니가 돌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가까운 곳에 요양원 입소를 결정했는데 1시간 만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요양원 들어가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다는데.


  좋아하는 일을 해서 평생 밥 먹고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로망일 것이다. 종일 책과 씨름하면서 번역을 하고... 멋진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일 년에 한번쯤 34일 이내로 일본 여행 정도를 다녀올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이 좀 짠해졌다. 왜냐하면 일거리는 계속 대기하고 있을 것이고 마감에 맞추려면 어디 돌아다니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래서 정말 그 일이 좋고 밖에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을 감수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구나 싶었다. 나이 50에 국카스텐에 빠져 들다가 그들의 콘서트를 섭렵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단조로운 일상에 가끔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


  예전에 사오정 시리즈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로 추억의 사오정을 소환하는데 너무 웃겨서 몇 번을 읽었다. 웃다가 눈물이 나기도. 크게 웃을 일 없는 요즘이라 여기 소개해 본다.

엄마: (여기)공물(곡물) 파는 데는 없심니까?

노인: 동물이요?

엄마: , 공물요.

노인: 무슨 동물이요?

엄마: 공물이 공물이지 무슨 공물이 어데 있심니까.

노인: 동물도 종류가 있지. 뱀 같은 거요?

엄마: 콩 같은 거요.

노인: 곰 같은 걸 왜 여기서 찾아요!

  일에 충실하게 살아가던 그녀가 마스다 미리의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를 번역하면서는 그간의 굳은 마음이 변했단다. 더 늙기 전에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일념으로 혼자서 용감하고 씩씩하게 패키지투어를 다닌 이야기란다. 그러고 나서 자신도 친구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동유럽 여행을 다녀온다. 한번 가보면 정말 반하게 되어있다. 여행이 여행을 부른다. 다시 열심히 일해서 장거리 여행 또 갈 거란다. 목표가 생기면 일도 더 열심히 할 거고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운동도 할 것이다. 여기에 소개된 책 중 제목만 알고 있던 유명한 작품이 많았다. 카모메 식당은 영화로도 알려져 있던데. 30년 가까이 번역에 시간을 보냈단다. 얼마나 긴 시간인가. 그런데 지난 세월을 생각해보면 정말 잠깐이다. 오랜 시간 일하면서 다듬어진 언어 속에 땀과 노력, 많은 감정의 숨결이 담긴 그녀의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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