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J. 라이언 스트라돌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처럼 음식과 셰프에 관한 이야기가 넘치는 시절이 또 있을까 싶다. 삼 년 전 현재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셰프가 쓴 <예스, 셰프>를 읽은 적이 있다. 글쓴이 마르쿠스는 묘하게도 이 소설에 나오는 셰프 에바 토르발처럼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다. 다행히 스웨덴의 양부모를 만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 축구를 엄청 좋아했는데 몸을 다치면서 할머니의 요리를 돕다가 진로를 바꾸고, 혹독한 과정을 거쳐 백악관 초빙 셰프로 우뚝 서게 되는 성장기이며 요리 이야기다. 그가 살아온 삶이 결코 만만치 않은 험난한 여정이었기에 가슴 찡한 감동의 여운이 한 동안 계속되었다. , 셰프의 길도 예술가 못지않은 열정과 인내, 정성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던 시간이었다.


 이 작품의 배경은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 주 덜루스 지역이다. 문장에서 위트와 능청스러움이 묻어나서 꽤 재미있다. 특히 형제의 우애가 좋아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라르스가 지독한 냄새가 나는 루테피스크를 만들게 된 것은 순전히 도러시 세아보리 때문이다. 어느 날 그녀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엉덩이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열 두 살이던 라르스와 그 아래 동생 얄이 떠맡게 되었다.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에게 루테피스크를 먹게 해 주겠다고 호언장담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루테피스크는 말린 대구를 삭혀 만든 톡 쏘는 냄새의 노르웨이 전통 요리라고 하는데, 왠지 우리가 먹는 홍어가 떠오른다. 쾨쾨한 냄새와 톡 쏘는 홍어. 이 작품은 읽어가는 동안 오감을 자극한다. 보이진 않지만,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반 친구들도 그를 피했고 10대 시절 내내 연애도 제대로 못해보고 열여덟 살이 되자 루테피스크 전통이고 뭐고 인내심도 바닥이 난다. 반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루테피스크를 만드는 솜씨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어느새 주방의 작은 마법사로 성장한다.


 오로지 셰프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고향 덜루스를 떠난 라르스는 제빵 기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요리 등을 모두 섭렵하면서 십 년을 보낸다. 헛매커라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키가 호리호리한 미모의 신시아를 만나 금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최고로 잘 고르는 똑똑한 웨이트리스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조합인가. 스물여덟 살까지 총각딱지도 못 떼던 순수한 청년이 사랑에 빠져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게 되고 이들의 애정 전선은 바야흐로 핑크빛이다. 딸 에바가 태어나자, 스스로 감격하여 펑펑 울던 라르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아기에게 먹이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기에게 돼지고기 항정살로 만든 음식을 먹이려 하다니. 딸아이를 진료한 의사는 이 십 개월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라르스는 그때까지 언제 기다리느냐며 끔찍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냄새라도 맡게 해야 한다면서 요리하는 그들 옆에 아기를 두며 요란을 떤다. 여기까지는 보통 가정의 소소한 행복이 느껴진다.


 불행은 어느 날 문득 예고 없이 찾아온다더니, 새 업무로 와인 출장을 갔던 신시아는 제러미와 눈이 맞아 이혼을 요구하는 편지만을 달랑 보낸다. 아이를 가진 것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는 말과 함께 자기를 찾지도 말고 전 재산을 모두 넘기겠다며. 그 후 요리만이 자신의 구원이자 기쁨이었던 라르스는 장보기를 하고 오다가 심장마비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엄청 사랑했던 딸 이제 6개월 된 에바를 남기고. 말도 할 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에바의 삶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급반전된 라르스의 죽음 이후 이제 에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린 아기였던 에바를 잘 돌봐주었던 얄과 피오나 부부는 에바의 부모가 된다. 열한 살이 된 에바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그 외로움을, 세상에서 제일 맵다는 칠리 고추 초콜릿 아바네로를 키우는 낙으로 살아간다.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들에게 매운 칠리 고추를 넣은 음식으로 복수를 하며 짜릿한 기쁨을 느낀다. 음식점에서 손님과 매운 음식을 먹는 내기를 벌여 돈을 벌기도 하는 등 괴짜가 되어간다. 이후에는 에바가 이야기의 전반에 걸친 주인공이라는 느낌보다는 조연처럼 비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인연이 되기도 하고 스쳐가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피오나의 언니네 가족 등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에바는 어떻게 셰프가 되어가는 걸까. 특별히 요리 수업을 받을 기회도 없었는데.

우연히 남자 친구 윌 프레이거와 음식점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셰프로부터 미각의 천재라는 칭찬을 듣는다. 음식에 로즈메리가 보이지 않지만, 타고난 후각과 미각으로 그 맛을 알아내고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척척 맞춘다. 그 인연으로 주방에서 일을 하게 된다.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고 그 신선도를 위해 직접 키우고, 온갖 노력을 하는데 그 과정은 가히 예술가로 태어나는 과정이나 마찬가지다. 요리 대회의 심사위원이 되는 등 점차 유명한 셰프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에바의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3~4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귀한 존재가 되고.


 한편 아무런 죄책감 없이 홀가분하게 어린 에바를 두고 떠났던 신시아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작품 마지막 장의 더 디너는 에바가 셰프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찬에 초대되어 에바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얼마나 맛있는지 그 표현을 보면 그 음식이 눈에 선하고 침이 고일 정도다. 오랜 기다림과 우여곡절 끝에 에바와 만나게 된 신시아(신디)는 라르스를 안다고 하면서 에바와 가족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자신을 꼭 빼닮은 에바를 보면서 엄마임을 밝히지 못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끝난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담담한 이야기로. 안타깝지만,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각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결핍이 불행을 부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없는 살림을 살면서도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키워 준 삼촌 부부와 친척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기에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빛나는 셰프로 성공한 건 아닐까. 또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인 결과가 아닐까. 아기의 똥냄새가 싫어서 좀 더 나은 사람을 찾아 더 행복하게 살고 싶었으나, 세상은 그렇게 가만히 두지 않았다. 뭇 남자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마음이 너덜너덜 해져서야 옛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은 그렇게 뒤늦게 철들며 성숙해지는 걸까. 이는 소설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도 하다. 저자 J. 라이언 스트라돌은 2015년 이 작품으로 데뷔했다 한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체와 위트 있는 문장은 속도감 있게 읽히고 몰입하게 되는 마력이 있다. 각종 요리 레시피는 물론 삶과 사랑, 일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담담하고 유쾌하기도 하고, 가슴 찡한 감동도 들어있다. 아름답고 빛나는 셰프로 성장한 맛있는 인생, 맛있는 요리 이야기 이후의 그의 작품이 너무 궁금하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는 메이브 빈치의 이 작품을 티저북으로 만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아일랜드 소설이라는 점과 제목에서 어떤 운치가 느껴졌기에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었다. 첫 배경은 아일랜드 서부의 스토니브리지의 라이언 씨 농장의 풍경으로 시작이 된다. 내겐 아직 미지의 세계인 아일랜드의 풍경을 행간에서 찾아 떠올리게 된다. 스토니브리지는 경치 좋은 전형적인 시골이다. 라이언 씨 농장의 아이들은 각자 맡은 일이 있다. 치키의 언니 메리, 캐슬린, 치키의 남동생 브라이언, 아들 둘은 서부의 큰 도시로 나가 일을 하고 있다. 비교적 평화롭게 보이는 농장의 풍경인데, 농사만으로 가족 전체가 살아가기에는 힘에 부쳐 제각각 다른 일을 해야만 했다. 눈치가 있는 치키는 편물공장의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미국인 미남 청년 월터 스타와 만나게 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아주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진다. 지구상에서 이 곳 스토니브리지가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고 말하는 미청년 월터는 치키에게 반해서 같이 여행하자고 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야, 치키. 부모님이 우리 인생을 대신 살 수는 없어. 우리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해. 우리 부모님은 내가 이런 낯설고 황량한 땅에서 돌아다니기를 바랐을 것 같아? 신나게 즐기기나 하면서? 아니, 부모님은 내가 컨트리클럽에서 좋은 집안의 딸들이랑 테니스나 치기를 바라지. 하지만 여기가 내가 있고 싶은 곳이야. 간단해.”(P12)


 이것저것 재고 고민하지 않는 월터의 단순한 성격이 보인다. 그렇게 육 주 동안의 찬란한 시간을 보내고 치키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월터를 따라가려고 마음먹는다. 가족들은 노발대발하며 치키를 만류하며 난리가 났다. 결국 아무런 축복도 받지 못한 채 떠난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이 엄마의 말대로 지나가는 열병이었음을 확인하는데 오래 가지 않았다. 감동과 환희로 가슴 벅찼던 둘의 사랑은 차갑게 식는다. 월터는 그동안 아주 행복했지만, 이제는 끝났다고, 그저 사랑이 피어났다가 사랑이 죽은 것뿐이라고 한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버거움을 동화처럼 꾸며 편지를 보내면서 그 힘으로 버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이 끝나면 많은 이들이 많은 상처를 부여안고 어찌할 줄 모른다. 하지만예상과 달리 치키는 씩씩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치키는 일자리를 얻으려 노력했고 운 좋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캐시디 아줌마를 만나게 된다.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며 열심히 살아간 세월이 그 짧은 분량 속에 벌써 이십 년이 흐른다.


 동화 같은 달콤한 거짓말은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잔잔한 일상에 파고들어 그것을 파헤치게 만든다. 세상엔 비밀이 없다고. 조카 올라와 브리짓이 미국 이모네로 놀러 온다는 날짜가 시시각각 다가오자 고민에 빠진 치키는 캐시디 아줌마에게 털어놓게 되고, 월터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해서 위기를 모면한다. 참 대단한 순발력이다. 어쨌든 이 반전으로 좀 편안해진 치키는 고향에 갔다가 어린 시절 자신의 놀이터였던 스톤하우스의 미스 퀴니를 만나게 되고 호텔로 개조하자는 꿈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이 집을 호시탐탐 노리던 이웃 오하라 집안에게 넘기지 않으려던 미스 퀴니의 꿈은 치키가 이 집에서 살았으면 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는 말을 듣고 감동한다. 치키의 친구 눌라가 가정부로 일하던 집이기도 했던 스톤하우스는 많은 사연들이 거쳐 갔다. 사랑에 빠진 치키가 미국으로 달아났듯이 눌라는 임신하게 되어 이 집을 나가고 그 아이가 리거다. 이렇게 스톤하우스가 호텔로 개조되어 오픈하기까지 치키와 리거, 올라는 창업 멤버가 된다.


 친구들과 고깃덩이를 훔치고 온갖 말썽을 부리며 엄마의 속을 썩이던 리거는 치키의 도움으로 스톤하우스에 오게 된다. 이런 낡은 집을 호텔로 개조한다니 미친 짓이라 여기던 리거는 열심히 시키는 대로 일을 하며 분위기를 파악하게 되고 마음이 안정이 되면서 엄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걱정할 정도가 된다. 열여덟 살의 청춘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다더니, 다시 여자 친구 카멀이 임신했다는 소식으로 깜짝 놀라게 한다. 조카 올라는 컴퓨터를 전공한 유능한 인재로 런던에서 일을 하다가 이모 치키와 합류하게 된다. 삶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라더니, 1년만 있어 보기로 했던 올라는 이 곳에 정이 들어 더 남아있고 싶어 한다. 첫 사랑에 실패한 치키는 어디에 그런 노련함이 있었던지, 갑작스레 닥친 모든 일을 침착하게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마치 기적 같이. 동굴을 탐사하고, 절벽을 오르며 새들의 둥우리를 찾아내며 자연 속에서 놀았던 경험 때문이었을까.


 호텔 오픈을 앞두고 안타깝게도 미스 퀴니는 평온한 표정으로 생을 마감한다. 누구보다도 오픈 하는 것을 보고 싶어 했는데. 미스 퀴니의 말대로 바다, 평화, 추억이 적당하게 있는, 아름다운 경치 속에 완성된 스톤하우스가 보이는 듯하다. 갑자기 닥친 사랑으로 기쁨에 휩싸이고 어이없는 결말을 맞는 것이 경험적인 우리네 삶이다. 그 과정은 자녀에게 좋지 못한 환경을 제공하기도 하면서 상처를 입힌다. 인생은 언제나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크고 작은 일을 안겨줌으로써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 실수나 실패를 비난하거나 벌을 준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비록 실수를 했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며 사랑으로 감싸는 정감어린 이야기였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사랑 받았다는 메이브 빈치의 장편 소설로 치키, 리거, 올라 이 세 편만 들어있다. 참으로 따뜻한 소설이다. 꿈과 희망, 사랑의 총합으로 멋진 호텔로 탈바꿈한 스톤하우스에서 그 겨울을 보내는 일주일의 주인공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 찾게 될까, 또 어떤 반전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지 몹시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성 때려치우고 인생가게로 먹고살기 - 돈 없어도 음식 못해도 장사로 살아남는 소자본 창업 노하우 먹고살기 시리즈
김도현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제목에서부터 벌써 창업이라는 냄새가 진하게 느껴진다. 나는 영업과 장사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삼성맨 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장사라는 길에 들어섰을까 궁금했고, 한편으론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만의 가게를 막연하게라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공감에서였다. 정말 막연하게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전에 일드를 본 적이 있는데, 출판사 편집자로 오랫동안 일을 하던 주인공 여성이 어머니의 가업을 이어받아 조그만 가게에서 빵과 수프를 파는 모습이 아기자기하고 편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미소 짓는 모습,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파스텔톤의 커튼이 나부끼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서 좋아 보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게 되면 그런 낭만 같은 건 생각할 틈도 없을 것이다. 뭐든지 좀 된다하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경쟁에 치어 스트레스를 받고 급기야는 문을 닫게 되는 현실을 보게 된다. 아이템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만의 자영업을 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수없이 목격한다. 직장인으로서 시키는 일만 하다가 그 분야에 대한 진지한 공부도 하지 않고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팔십 퍼센트 이상이라고 한다. 손해를 줄이고 알찬 결실을 이루려면 사전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유학을 하고 LA에서도 다년간 직장생활을 했으며 국내 대기업을 다니다가 가족 몰래 때려치우고 장사의 길에 들어선지 12년째라고 한다. 경영학 공부 10년과 12년의 경험과 노하우가 모두 들어있는 책이다. 모두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심자로서 장사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프랜차이즈 창업, 자기만의 독립 점포 창업, 세 번째 가게를 오픈하면서 다점 경영 도전 등 에피소드와 실수담 등 성공하기 위한 전략들을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구수한 입담에 어렵지 않은 내용이 술술 읽힌다. 각 장 끝에는 실천 노하우가 있고 본문의 내용을 창업노트로 정리하여 되새김을 해준다. 인생 가게라는 단어가 참 마음에 들었다. 단순하게 잠깐 동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평생 동안 편안하게 일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는 정신이 느껴졌다. 잘 일구어놓은 가게는 자녀의 취업도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니 멋지지 않을 수 없다.

 

내용의 핵심을 정리해 놓은 '창업노트' 코너에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깨알 팁이 가득이다.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전업작가가 되기 전까지는 자영업자였다.

하루키가 재즈카페를 운영했던 에피소드가 나와있어 흥미롭다.

 

 일전에 자신의 책방을 차리기 위해 일본 도쿄의 서점 탐방을 한 책을 읽었는데, 여기서도 일본 이야기가 나올 줄이야... 일본인 아내를 둔 저자는 일본의 많은 선술집 등을 찾아가 직접 요리를 배우고 그릇이라든가 가게의 분위기에 맞는 기구를 사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역시 발품을 팔아서 현장의 분위기를 익히고 고객층의 수요 등 전반적인 것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어떤 아이템이 잘된다고 무작정 따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 시키는 일만 하는 직장인과 달리 인사관리, 매장관리, 홍보, 세금 문제 등 하나에서 열까지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은 기본으로 깔아줘야 하고 점포의 분위기, 인테리어, 상권분석 등 신경을 써야 할 게 정말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실질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도 하지 않고 시작했다가 3년 안에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니 안타까웠다. 정보수집과 현장 탐방을 통한 공부는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되었다.

 

 오뎅바를 운영하다가 두 번째 가게 꼬치구이, 세 번째 추억의 정통 포장마차까지 그야말로 자금조달부터 어렵게 시작하여 세 가게의 어엿한 사장이 되고 이렇게 그 노하우를 책으로 냈다면 성공한 셈 이지 않을까. 이젠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행복한 인생 가게를 할 수 있도록 코치하는 일을 꿈꾸고 있단다. 책값 16천원 투자해서 16천만 원 절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그만큼 직장인에서 그가 말하는 장사맨으로 산전수전 겪으며 세 가게 모두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노하우이니 만큼 자신감과 자부심을 얻었을 터다. 무언가 자신만의 가게를 해보고 싶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아이템은 다르더라도 창업을 위한 과정은 거의 비슷할 것이니 유용한 정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 - 장석주의 인물 읽기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 일 없는 소박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면서도 우리는 가끔 아니 자주 다른 이들의 삶을 기웃거린다. 사실 그렇다. 무언가 근사한 일은 없을까 항상 궁구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왜 그럴까. 어린 시절이나 아니면 좀 더 자라서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갖게 된다. 그것을 향해 어느 정도 노력을 하며 즐겁게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어서 복병을 만나기도 하고 아니면 나태로 인하여 그 노력이 중단되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럴 때 세상에 한 획을 긋고 떠난 위인들의 삶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는 바로 그런 책이다. 장석주 시인은 이 책이 청년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용기와 지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6월간중앙에 연재한 글들을 다듬은 것이라 한다.


 책과 버드나무를 사랑하는 자칭 문장노동자라는 장석주 시인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재 깊은 곳을 자리하고 있던 열다섯 인물들을 이야기한다. 붓다, 톨스토이, 공자, 아르튀르 랭보, 노자, 체 게바라, 프리다 칼로, 프리드리히 니체, 스콧 니어링,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시몬 드 보부아르, 허먼 멜빌, 스티브 잡스까지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탄탄대로의 삶이 보장되었지만 거기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한 인물도 있고 힘든 환경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던 인물들도 있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불우한 환경으로 내던진 사람들도 있었고, 불우한 환경에서도 초인적인 긍정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냈던 인물들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지고, 끝까지 불우한 삶인 채로 생을 마감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그 안쓰러움에 마음이 저며왔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의 성공한 모습을 보면 그 이면의 과정은 덮어두고 겉모습만으로 압도당하는 경우가 많다. 즉 그 사람은 원래 성공인자가 있었거나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교육이 밑바탕이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닌가, 그런 생각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책을 통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핍이 자양분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오직 하고자하는 일에 열정을 기울이며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던 결과인 것이다.


 안으로는 아버지와 불화했고 밖으로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배척을 받으며 평생을 불행하게 살았던 프란츠 카프카. 그는 직장을 다니며 글쓰기에 몰두한 완전히 무명작가였고 사후에, 그것도 40년이 지나서야 작품성을 인정받고 유명해졌다. 성과가 보이지 않음에도 무언가를 위해서 계속 애를 쓰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오직 잠 못 이루는 밤에 지끈거리는 관자놀이 사이에서 모든 것을 이리저리 곱씹어봤을 때…… 다시금 의식되었다. 내가 얼마나 약한 혹은 존재하지 않는 기반을 딛고 살고 있는지, 어둠의 세력이 제멋대로 튀어나와 나의 말더듬음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의 삶을 파괴하는 정체 모를 어둠을 딛고 나는 살고 있다.’(P253)


 그렇게 약한 존재감을 갖고 혼신을 다해 쓴 작품인데, 자신의 원고를 모두 없애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친구 브로트가 그대로 이행했다면 카프카의 작품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세 번의 약혼과 세 번의 파혼으로 누구와도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불행 속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카프카는 그래서 더욱 문학으로 보상 받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문학에의 순수한 열정과 절실함이 없었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열 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도 나처럼 충성스럽고 신의가 두터운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략) 배우면서 그것을 익히는 것도 기쁘지 않은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는 것도 즐겁지 않은가?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것 역시 군자답지 않은가?(P59)


 공자도 그랬다. 위대한 사상을 지니고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많은 제자를 키워내면서 조금씩 알려지고 하찮은 말단 관리직을 맡게 된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굳건한 신념이 없었다면 수십 년씩 세상을 주유하며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배움을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빨리빨리를 외치며 제풀에 꺾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할 부분이다. 25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나는 붕괴 그 자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멕시코의 천재 화가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자세히 알게 되고는 그 불행의 양에 대해서는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와 전차 충돌하여 철제 막대가 부러져 튕겨 나오는 반동으로 그것이 프리다의 옆구리를 뚫고 골반을 관통한 뒤 자궁으로 빠져나온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의사의 꿈을 화가로 바꾼다. 또 하나의 사고는 화가 디에고를 만나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 일이다. 스물한 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또 프리다의 여동생과 디에고의 불륜으로 인해 받는 고통, 무릎을 절단하는 수술 등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인생이었다. 그럼에도 프리다의 디에고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다시 재결합으로 새 출발을 하며 불행 덩어리였던 삶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야말로 천 년의 사랑을 하다가 떠났다. 이토록 큰 불행을 극복하고 담담하게 살아내는 이야기 앞에서는 숙연해진다. 만약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떻게 될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우리는 정말 소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IT산업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티브 잡스는 또 어떤가. 태어난 직후 친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잡스 부부에게 입양된다. 냉담과 잔혹함, 거칠고 반사회적 행동을 보였던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로 항간에 오르내리지만 그의 천재적인 직관력과 예술가의 감성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스탠퍼드 대학 졸업의 연설문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이해할 수 있는 척도가 되지 않을까.



제가 17세 때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습니다.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간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명히 올바르게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제게는 감동적이었고, 그 뒤로 33년을 살아오는 동안 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저는 무엇인가를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들을 도운 그 모든 도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외부의 기대와 자부심, 망신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는 퇴색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더군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은 아까운 게 많다고 생각하는 덫을 피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알몸입니다. 가슴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중략)

여러분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낭비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도그마에 빠지지 마십시오. 자신 내면의 소리를 방해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허락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진정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것입니다.(P299~301)



 다시 메멘토 모리의 이야기다. 죽음은 삶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했다. 인생의 유한함을 알고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날마다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단지 새 출발하는 졸업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투덜대는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다. 절실함이 자신이 원하고 목표하는 길로 데려다 줄 것이다. 열다섯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 감동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불우함 속에서도 찬란한 삶을 꽃피웠다. 누구나 힘들다고 하는 시절이다. 모두가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다고 한다. 여기 열다섯 위인들의 이야기는 우리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은 생각거리를 안겨 주고 나아가는 삶에 커다란 용기를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나를 사랑해 주자
나츠오 사에리 지음, 김미형 옮김 / 열림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나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고, 그렇게 살아간다고 자부하지만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문득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언가를 하며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멍 때리고 있을 시간 따위 내겐 없다. 아니 그렇게 보내는 것이 용납이 안 된다고 할까. 누구나 그럴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좀 더 먼 자신의 미래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도전한다. 하지만 하는 과정에서 악마의 장난에 고개 숙이고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여전히 성공과 행복은 평생토록 추구해야 할 숙제 같은 것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쓴 나츠오 사에리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일을 했으며 IT기업에서 웹 편집자로 일하다가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 13만 명 이상의 인기 작가로 일본의 젊은 여성에게 공감을 얻고 있단다. 어려운 일을 부드럽게 접근 하는 것,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을 살피는 것,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특기라는 작가의 소개 글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한 때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오늘은 나를 사랑해 주자>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우리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이다.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생긴 에피소드, 거기서 깨달은 점을 자양분 삼은 48가지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쉽게 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좀 주위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이제는 자신을 보살피라는 따끔한 충고 같기도 하다. 물론 문장은 따끔하지 않다. 부드럽고 여유가 있고 가끔 웃음도 선사한다. 지금 충분히 분발하며 살고 있으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욱 빛나는 방법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고 좀 느슨하게 살기를 추천하는 마음에서라고.


 경쟁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목표 세우기와 친하다. 그것이 달성될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작가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 소박한 목표를 세우라고 한다. 가급적 구체적이고, 달성하기 쉬운 목표일 것.’(p21) 마음껏 목표를 세우고 다 해내지 못한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정리를 예를 들면 오늘은 책상만, 아니면 자신이 늘 사용하는 공간 중 조그만 부분을 청소하는 것으로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뿌듯해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이어지면 점점 더 넓은 공간이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작은 목표로 느끼는 성취감 나도 실천해 봐야겠다.


케 세라 세라라는 건 그거죠? 될 대로 되라는.”

, 그런데 원래는 뜻이 미묘하게 달라. 케 세라 세라란 원래 될 대로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야.”

열심히 하든 안 하든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어. 그러니까 잘 해야겠다고 애면글면하지 말고 그냥 즐기면 되는 거야.”(P33)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위축이 된다. 실수하지 않고 완벽을 기하려는 마음에서 이미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었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더 빨리 데려다 주는 것은 아닐까.


 아사쿠사에 놀러 갔다가 엿 공예품 만드는 장면을 보고 시간에 대한 느낌을 연상한 부분은 놀라운 통찰이다. 따뜻하게 데워진 엿이 늘어나고 또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시간이라는 것도 그렇게 늘이고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작가. 어떤 시간을 보내면서 괴롭다’, ‘귀찮다는 생각보다는 마음먹기에 따라 기분 좋은 마음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것도 어쩌면 자신의 마음 상태의 반영이 아닐까. ‘말랑말랑한시간의 느낌을 맛볼 수 있는 능력도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가의 태도에 달려 있을 것이다.


네가 장미를 위해 쏟은 시간이야말로 네 장미를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지.”(P122)(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


 누구를 위해 정성을 쏟는 일은 참 아름답다. 아마도 연애의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상대방에게 들이는 시간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처럼 나 자신에게 들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 글을 읽으면서도 일본 여행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여성들이 예쁜 옷을 입고 자신을 가꾼 모습들이 떠올랐다. 멋 내기에 대해선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듯. 반면, 요즘은 너무 여성스러운 것을 지양하려는 페미니즘의 시선에서 화장을 거부하거나 옷차림을 단순화하려는 시도를 어디선가 본 듯도 하다. 꼭 외관의 모습에만 시간을 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면의 편안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그리고 소중한 자신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서 대접하는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 신선한 재료를 다듬고 요리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 그윽한 음식의 냄새를 맡는 그 순간은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일어나자마자 주문을 왼다.(P191)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토록 원하는 일상이 되기도 한다. 학교로 직장으로 저마다 가야할 곳으로 떠나기 위해 매일 아침을 맞이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매일이 신나지만은 않다. 일어나기 싫어서 버티다가 할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럴 때 딱 필요한 말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미리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주문을 외는 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하는 힘을 줄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온통 들끓기 전에 미리 기선제압을 하는 일, 그것이 바로 긍정적인 하루를 만들어가는 시작이 아닐까.


 누구나 경쟁시대에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어서 자신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때로는 좌절하고 일어서기도 하고 때로는 행복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이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인생이 아닐까 싶다. 너무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내 삶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 이 리뷰는 최인훈 작가의 리뷰 대회 수상을 계기로 선물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