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 - 장석주의 인물 읽기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 일 없는 소박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면서도 우리는 가끔 아니 자주 다른 이들의 삶을 기웃거린다. 사실 그렇다. 무언가 근사한 일은 없을까 항상 궁구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왜 그럴까. 어린 시절이나 아니면 좀 더 자라서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갖게 된다. 그것을 향해 어느 정도 노력을 하며 즐겁게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어서 복병을 만나기도 하고 아니면 나태로 인하여 그 노력이 중단되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럴 때 세상에 한 획을 긋고 떠난 위인들의 삶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는 바로 그런 책이다. 장석주 시인은 이 책이 청년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용기와 지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6월간중앙에 연재한 글들을 다듬은 것이라 한다.


 책과 버드나무를 사랑하는 자칭 문장노동자라는 장석주 시인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재 깊은 곳을 자리하고 있던 열다섯 인물들을 이야기한다. 붓다, 톨스토이, 공자, 아르튀르 랭보, 노자, 체 게바라, 프리다 칼로, 프리드리히 니체, 스콧 니어링,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시몬 드 보부아르, 허먼 멜빌, 스티브 잡스까지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탄탄대로의 삶이 보장되었지만 거기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한 인물도 있고 힘든 환경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던 인물들도 있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불우한 환경으로 내던진 사람들도 있었고, 불우한 환경에서도 초인적인 긍정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냈던 인물들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지고, 끝까지 불우한 삶인 채로 생을 마감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그 안쓰러움에 마음이 저며왔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의 성공한 모습을 보면 그 이면의 과정은 덮어두고 겉모습만으로 압도당하는 경우가 많다. 즉 그 사람은 원래 성공인자가 있었거나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교육이 밑바탕이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닌가, 그런 생각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책을 통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핍이 자양분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오직 하고자하는 일에 열정을 기울이며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던 결과인 것이다.


 안으로는 아버지와 불화했고 밖으로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배척을 받으며 평생을 불행하게 살았던 프란츠 카프카. 그는 직장을 다니며 글쓰기에 몰두한 완전히 무명작가였고 사후에, 그것도 40년이 지나서야 작품성을 인정받고 유명해졌다. 성과가 보이지 않음에도 무언가를 위해서 계속 애를 쓰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오직 잠 못 이루는 밤에 지끈거리는 관자놀이 사이에서 모든 것을 이리저리 곱씹어봤을 때…… 다시금 의식되었다. 내가 얼마나 약한 혹은 존재하지 않는 기반을 딛고 살고 있는지, 어둠의 세력이 제멋대로 튀어나와 나의 말더듬음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의 삶을 파괴하는 정체 모를 어둠을 딛고 나는 살고 있다.’(P253)


 그렇게 약한 존재감을 갖고 혼신을 다해 쓴 작품인데, 자신의 원고를 모두 없애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친구 브로트가 그대로 이행했다면 카프카의 작품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세 번의 약혼과 세 번의 파혼으로 누구와도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불행 속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카프카는 그래서 더욱 문학으로 보상 받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문학에의 순수한 열정과 절실함이 없었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열 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도 나처럼 충성스럽고 신의가 두터운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략) 배우면서 그것을 익히는 것도 기쁘지 않은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는 것도 즐겁지 않은가?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것 역시 군자답지 않은가?(P59)


 공자도 그랬다. 위대한 사상을 지니고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많은 제자를 키워내면서 조금씩 알려지고 하찮은 말단 관리직을 맡게 된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굳건한 신념이 없었다면 수십 년씩 세상을 주유하며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배움을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빨리빨리를 외치며 제풀에 꺾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할 부분이다. 25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나는 붕괴 그 자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멕시코의 천재 화가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자세히 알게 되고는 그 불행의 양에 대해서는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와 전차 충돌하여 철제 막대가 부러져 튕겨 나오는 반동으로 그것이 프리다의 옆구리를 뚫고 골반을 관통한 뒤 자궁으로 빠져나온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의사의 꿈을 화가로 바꾼다. 또 하나의 사고는 화가 디에고를 만나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 일이다. 스물한 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또 프리다의 여동생과 디에고의 불륜으로 인해 받는 고통, 무릎을 절단하는 수술 등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인생이었다. 그럼에도 프리다의 디에고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다시 재결합으로 새 출발을 하며 불행 덩어리였던 삶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야말로 천 년의 사랑을 하다가 떠났다. 이토록 큰 불행을 극복하고 담담하게 살아내는 이야기 앞에서는 숙연해진다. 만약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떻게 될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우리는 정말 소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IT산업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티브 잡스는 또 어떤가. 태어난 직후 친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잡스 부부에게 입양된다. 냉담과 잔혹함, 거칠고 반사회적 행동을 보였던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로 항간에 오르내리지만 그의 천재적인 직관력과 예술가의 감성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스탠퍼드 대학 졸업의 연설문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이해할 수 있는 척도가 되지 않을까.



제가 17세 때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습니다.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간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명히 올바르게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제게는 감동적이었고, 그 뒤로 33년을 살아오는 동안 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저는 무엇인가를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들을 도운 그 모든 도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외부의 기대와 자부심, 망신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는 퇴색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더군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은 아까운 게 많다고 생각하는 덫을 피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알몸입니다. 가슴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중략)

여러분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낭비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도그마에 빠지지 마십시오. 자신 내면의 소리를 방해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허락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진정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것입니다.(P299~301)



 다시 메멘토 모리의 이야기다. 죽음은 삶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했다. 인생의 유한함을 알고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날마다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단지 새 출발하는 졸업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투덜대는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다. 절실함이 자신이 원하고 목표하는 길로 데려다 줄 것이다. 열다섯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 감동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불우함 속에서도 찬란한 삶을 꽃피웠다. 누구나 힘들다고 하는 시절이다. 모두가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다고 한다. 여기 열다섯 위인들의 이야기는 우리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은 생각거리를 안겨 주고 나아가는 삶에 커다란 용기를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