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를 사랑해 주자
나츠오 사에리 지음, 김미형 옮김 / 열림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나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고, 그렇게 살아간다고 자부하지만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문득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언가를 하며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멍 때리고 있을 시간 따위 내겐 없다. 아니 그렇게 보내는 것이 용납이 안 된다고 할까. 누구나 그럴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좀 더 먼 자신의 미래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도전한다. 하지만 하는 과정에서 악마의 장난에 고개 숙이고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여전히 성공과 행복은 평생토록 추구해야 할 숙제 같은 것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쓴 나츠오 사에리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일을 했으며 IT기업에서 웹 편집자로 일하다가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 13만 명 이상의 인기 작가로 일본의 젊은 여성에게 공감을 얻고 있단다. 어려운 일을 부드럽게 접근 하는 것,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을 살피는 것,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특기라는 작가의 소개 글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한 때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오늘은 나를 사랑해 주자>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우리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이다.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생긴 에피소드, 거기서 깨달은 점을 자양분 삼은 48가지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쉽게 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좀 주위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이제는 자신을 보살피라는 따끔한 충고 같기도 하다. 물론 문장은 따끔하지 않다. 부드럽고 여유가 있고 가끔 웃음도 선사한다. 지금 충분히 분발하며 살고 있으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욱 빛나는 방법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고 좀 느슨하게 살기를 추천하는 마음에서라고.


 경쟁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목표 세우기와 친하다. 그것이 달성될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작가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 소박한 목표를 세우라고 한다. 가급적 구체적이고, 달성하기 쉬운 목표일 것.’(p21) 마음껏 목표를 세우고 다 해내지 못한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정리를 예를 들면 오늘은 책상만, 아니면 자신이 늘 사용하는 공간 중 조그만 부분을 청소하는 것으로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뿌듯해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이어지면 점점 더 넓은 공간이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작은 목표로 느끼는 성취감 나도 실천해 봐야겠다.


케 세라 세라라는 건 그거죠? 될 대로 되라는.”

, 그런데 원래는 뜻이 미묘하게 달라. 케 세라 세라란 원래 될 대로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야.”

열심히 하든 안 하든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어. 그러니까 잘 해야겠다고 애면글면하지 말고 그냥 즐기면 되는 거야.”(P33)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위축이 된다. 실수하지 않고 완벽을 기하려는 마음에서 이미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었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더 빨리 데려다 주는 것은 아닐까.


 아사쿠사에 놀러 갔다가 엿 공예품 만드는 장면을 보고 시간에 대한 느낌을 연상한 부분은 놀라운 통찰이다. 따뜻하게 데워진 엿이 늘어나고 또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시간이라는 것도 그렇게 늘이고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작가. 어떤 시간을 보내면서 괴롭다’, ‘귀찮다는 생각보다는 마음먹기에 따라 기분 좋은 마음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것도 어쩌면 자신의 마음 상태의 반영이 아닐까. ‘말랑말랑한시간의 느낌을 맛볼 수 있는 능력도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가의 태도에 달려 있을 것이다.


네가 장미를 위해 쏟은 시간이야말로 네 장미를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지.”(P122)(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


 누구를 위해 정성을 쏟는 일은 참 아름답다. 아마도 연애의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상대방에게 들이는 시간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처럼 나 자신에게 들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 글을 읽으면서도 일본 여행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여성들이 예쁜 옷을 입고 자신을 가꾼 모습들이 떠올랐다. 멋 내기에 대해선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듯. 반면, 요즘은 너무 여성스러운 것을 지양하려는 페미니즘의 시선에서 화장을 거부하거나 옷차림을 단순화하려는 시도를 어디선가 본 듯도 하다. 꼭 외관의 모습에만 시간을 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면의 편안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그리고 소중한 자신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서 대접하는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 신선한 재료를 다듬고 요리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 그윽한 음식의 냄새를 맡는 그 순간은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일어나자마자 주문을 왼다.(P191)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토록 원하는 일상이 되기도 한다. 학교로 직장으로 저마다 가야할 곳으로 떠나기 위해 매일 아침을 맞이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매일이 신나지만은 않다. 일어나기 싫어서 버티다가 할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럴 때 딱 필요한 말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미리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주문을 외는 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하는 힘을 줄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온통 들끓기 전에 미리 기선제압을 하는 일, 그것이 바로 긍정적인 하루를 만들어가는 시작이 아닐까.


 누구나 경쟁시대에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어서 자신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때로는 좌절하고 일어서기도 하고 때로는 행복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이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인생이 아닐까 싶다. 너무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내 삶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 이 리뷰는 최인훈 작가의 리뷰 대회 수상을 계기로 선물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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