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논어 인문학
전용주 지음 / 문예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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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보면 종종 마주치게 되는 공자의 삶과 그 사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는데, 문예출판사의 이벤트로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저자는 다름 아닌 40여 년을 공인회계사로 활동할 정도로 공자를 논하는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의 경력이 이색적으로 다가와 더욱 호기심을 끌었다. 최인호의 <유림>을 읽고 큰 감동을 받은 계기로 유학을 공부하였고 그 내공의 결과로 출간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의 가르침을 모은 책이며 유교의 중요한 경전인 논어는 인간의 삶의 흔적이 녹아있으며 역사와 문화, 정치와 윤리사상 등이 들어있는 인문학이다. 유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위해 밴드에 공유했던 강의록이 쌓여 이 저작의 토대가 되었다. 일반 독자들이 논어와 공자사상, 중국 고전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또 제대로 알도록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라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은 1장 공자의 발자취를 찾아서 / 2장 공자, 군자의 윤리학을 말하다 / 3장 정치의 근본은 백성임을 밝히다 / 4장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다 / 5장 위대한 스승에게는 훌륭한 제자가 있다 / 6장 공자, 살아서 군자 죽어서 성인이 되다 / 7장 인간의 미래를 위하여 로 되어 있다. 각 장은 1, 2강의 순서로 강의록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와 메시지를 담았다. 한국인들이 갖는 공자의 가르침에 대한 선입견, 즉 공자사상이 고리타분하다거나 조선을 망쳤다, 반상(班常)의 구별이나 남존여비를 야기한 봉건시대의 잔재라는 오해를 해소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고 집필 의도를 밝히고 있다.


 공자의 발자취와 사상을 온전히 다룬 이야기는 처음 접하게 되어 어렵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저자의 의도에 걸맞게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동서양의 사상과 연관된 부분은 비교, 설명해주고 있으며 자세한 각주로 이해도를 높였다. 각주는논어중용,공자가어등 다양한 경전을 뽑아 놓은 덕분에 공자의 사상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중국 고대의 역사와 고사를 사례로 인용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을 접하고 보니 오래 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으로 공자와 유교 문화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일이 떠오른다. 저자는 이와는 반대의 입장으로 공자의 삶과 사상에서 우리 현대인들이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옛날부터 중국의 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었던 우리의 역사를 생각할 때 유교와 유학이 전통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흔히 우리는 유교(儒敎)와 유학(儒學)을 종종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유교는 공자의 가르침을 뜻하는 말이며 종교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고, 유학이라는 용어는 후한(後漢)이후 경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유교의 학문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의 가르침을 지칭할 때는 유교라고 해야 마땅하다는 저자의 주장을 주지할 필요가 있겠다.


 공자가 살던 춘추 시대는 제후들 간의 전쟁으로 인해 사회가 혼란하고 윤리도덕이 타락한 절망의 시기였다. 그럼에도 이상사회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자신의 뜻을 펼칠 군주를 찾아 주유열국(周遊列國)을 시작한다.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13년의 기나긴 여정을 마쳤지만 끝내 그런 군주를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을 통해서 그의 사상은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자는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는데 그 화두는 인()이며 극기복례(克己復禮)와 수기안인(修己安人)으로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전자는 자기를 극복하고 예를 회복하면 인을 행할 수 있다는 뜻이고, 후자는 자기를 닦아 남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는 의미이다. 결국 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을 갈고 닦으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진다. 나아가 인격을 도야하고 덕을 함양하는 것, 곧 군자가 되는 길이다. 군자라는 말은 공자 윤리학의 가장 핵심이 되는 말에 다름 아니다. 평생 성인을 자처하기보다는 군자이기를 희망했던 공자의 겸손함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논어에 일정한 체계 없이 흩어져있는 공자의 윤리사상을 칸트의 철학적 체계를 원용하여 정리하여 네 가지로 분류한다.


1. 인간이란 무엇인가?(본질론)

2.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수기론)

3. 인간은 어떠해야 하는가?(윤리론)

4. 인간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군자론)(P52)

이것을 이 책에서는 1번의 물음은 제5, 2번은 제6강과 제7강에서 3번은 제8~15강까지 4번의 물음은 제16~18강까지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렇게 이 물음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조수(鳥獸)와 더불어 무리 지어 살 수 없으니, 내가 이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리지 않고 누구와 더불어 어울리겠는가?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관여하여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18-6)(P60)

위는 논어에 나오는 일화로 주유열국 8년째(공자 나이 62세경) 섭공을 설득하다 실패한 공자가 채나라로 돌아가는 중에 있었던 일이다. 여기에는 공자가 인간을 어떠한 존재로 생각했는지엿볼 수 있다. 바로 조수와 무리 지어 살지 않겠다는 의지, 사람들과 어울려 살겠다는 의지, 천하에 도()가 없으니 이를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를 내포한다. 조수와 무리 지어 살지 않겠다는 말은 당시 유행하던 노자의 무위(無爲)의 철학을 반박한 것으로 자연을 초월한 문명적이고 문화적인 삶을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자는 인간이란 문명적 존재이며 사회적 존재, 도덕적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주유열국을 통해서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군주는 있어도 저절로 어지러워지는 나라는 없다.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저절로 다스려지게 하는 법은 없다. (중략) 마땅한 사람을 얻으면 존속되고 마땅한 사람을 잃으면 사라진다. 법이란 다스림의 실마리이고, 군자는 법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군자가 있으면 법이 비록 생략되었다 하더라도 두루 퍼질 것이며, 군자가 없다면 법이 비록 갖추어졌어도 선후의 순서를 잃고 일의 변화에 적응할 수 없으며 어지러워질 것이다. 현명한 군주는 마땅한 사람을 얻는 데 힘쓰지만, 어리석은 군주는 먼저 자기 세력을 얻는 일을 서두른다.”순자』「군도 편(P179)

이 말은 중용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순자가 구체적으로 설명한 내용이라고 한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 인재, 즉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있어도 자질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무릇 위정자라면 그 성품과 능력이 갖추어진 마땅한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것의 중요성은 현대에 적용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라 놀랍다.


 공자는 평생 군자이기를 자처하며 배움을 놓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야망과 이상이 높았지만 그것을 실현할 군주를 만나지 못했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을 실천한 복자천을 통해서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또 그의 가르침을 따른 수많은 제자들로 인해 공자의 사상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공감을 주고 있다. 군자는 자기를 닦아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백성을 으뜸으로 여겼으며 정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는 사람에게 달려 있으므로 사람을 얻는 일은 온몸으로 해야 한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자의 삶과 사상을 접하고 나서 그의 생각이 이토록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은 왜일까. 이천 오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우리는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을 중요시 여겼던 공자의 핵심 사상은 교육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미 삼십대에 예()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공자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립학교를 세웠다. 전제군주제 국가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귀족들의 독점이었던 교육을 신분의 귀천을 구별하지 않고 가르침을 제공하였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고, 나름의 원칙을 적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밖에도 의욕을 보이는 제자에게 일깨워주어 가르침의 효과를 얻기 위한 불분불계(不憤不啓),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가르침 등의 원칙은 오늘날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탁월한 교육 철학이라고 느껴졌다. 그 궁극의 목표는 인격의 완성이다.


 위대한 스승에게는 훌륭한 제자가 있듯이 공문십철(孔門十哲)’에는 공자가 사랑하고 아꼈던 제자 열 명을 소개한다.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제자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현대는 참으로 복잡다단한 시대이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생활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마음은 불안한 채 살아가고 있다.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피치 못할 타인과의 경쟁,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행복해야 할 인생이 불행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성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삶을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소통의 부재, 불신과 갈등이 팽배한 현실을 볼 때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공자의 말씀을 자꾸 되뇌게 한다. 어린이는 미래의 꿈나무라는 말이 있듯이 성공과 경쟁의 도구보다는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이 행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어린이가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 인생을 살아간다. 국가사회는 그 사람들이 모여서 형성되는 것을 생각할 때 공자의 사람을 중시하는 사상은 분명 해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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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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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증명하듯이 우리는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농경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서로 협조하며 의지하고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직장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사람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 비교심리, 경쟁심리 등 각종 스트레스가 더 심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타인들의 생활을 훤히 알 수 있게 되면서 비교심리를 통해 그 상대적 박탈감이 스트레스를 부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보면 현실의 상황을 즐기거나 어떻게든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시대는 누구나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또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둔하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든지 기분 좋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도 오랜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둔감하다는 말을 사용하여 여러 사례를 들려준다. 그러고 보니 요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나 <무례함의 비용> 등 이와 비슷한 내용일 것 같은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아마도 관계 맺음을 통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어쨌든 저자는 이 둔감력의 힘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얘기 해준다. 상사의 호통이나 잔소리를 대충 흘려 넘기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취할 것만 취하고 잊어버리라고. 둔감한 마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재능이라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둔감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성교제를 할 때 둔감력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정답이 없는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둔감한 성격이 일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험담을 하거나 괴롭히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분 나쁜 말을 듣더라도 예민하게 대처하지 마세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왜 질투하는지 헤아리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끼세요. 둔감하고 아량 있는 마음가짐은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됩니다.”(P194)


 아마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사실 정말 둔감한 사람이 꼭 한 사람씩은 있다. 무례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 말이다. 그 사람이 싫어서 직장을 옮기면 거기에도 똑같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어디에나 있다는 말이다. 일일이 대응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어쩌면 그냥 무시하고 둔감력으로 버티는 게 과연 정답이구나 싶다.


 “다른 사람의 습관이나 행동이 못 견디게 거슬리는 사람도 있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쾌한 말이나 행동도 무시할 수 있는 둔감한 사람만이 집단 속에서 밝고 느긋하게 일하며 꿋꿋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P222)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는 말이 있다. 둔감함은 어쩌면 싫어도 참으라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싫은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고 한다. 그때마다 옮길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면 무심하고 둔감하게 그러나 자기의 중심은 지키면서 느긋하게 일하는 것, 그것이 바로 최후의 승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요즘 흔한 병이 된 암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웃음이 있고 긍정적인 태도와 둔감함이 있다면 회복도 빠르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건강에도 관계 지속에도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된다니 둔감함을 키우지 않을 수 없다. 남이 뭐라고 빈정거리더라도 깨끗이 무시해버리는 둔감한 마음의 힘, 그것이 바로 둔감력 이라고 말한다. 이 둔감력 이야말로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일을 성공시키는 원동력(P204)이라고.


 책의 서두에 나오는 나는 얼마나 둔감한 사람일까?’ 재미로 확인하는 나의 둔감력 체크리스트로 자신의 둔감력을 체크해 볼 수 있다. 예민하다는 말은 더 이상 자랑거리는 아닌 듯하다.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건강이든 관계 맺음에서도 또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거나 성장시키지 못하고 도태되는 사례도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다. 무시할 건 무시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또한 선물 같은 인생을 덤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 자신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면 이 둔감력을 배우고 키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갈수록 힘들다, 사람에 치이고 치여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 자꾸 예민한 감정이 고개를 쳐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힘을 주는 응원의 메시지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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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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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읽고서 많은 감동의 여운이 남았던 명상록을 다시 읽게 되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런 문장이 있었나, 싶게 새롭게 와 닿는 문장에 또 감탄을 하게 된다. 2천 년이나 된 오래된 책 속의 내용이 지금을 사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고민을 하면 살았다는 것을 보면서 놀라게 된다. 또 삶의 패턴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도. 마르쿠스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사십 년을 살펴보든 만 년을 살펴보든 거기에서 거기고 똑같다. 인생에서 더 볼 것이 어디 있겠는가(P142)라고 말한다. 우리 앞에 무수한 삶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지만, 깨닫고 보면 세상의 것을 빌려서 잠시 동안 머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천상병 시인은 이생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했던가. 그러게, ‘아름다운 소풍으로 여기면서 살아갈 수만 있어도 좀 더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명상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가 자신의 생애 말기에 외적들의 침공을 제압하기 위해 제국의 북부 전선이었던 도나우 지역으로 원정을 간 10여 년 동안에 쓴 철학 일기라고 한다. 전쟁이라는 외적인 압박감과 무거운 짐으로부터 물러나서 흐트러질 수도 있는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기 위해 기록한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비망록이나 마찬가지여서 처음엔 명상록이라는 명칭이 없던 것이 17세기에 와서 붙여졌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우주의 본성’, ‘인간의 본성’, ‘죽음등이다.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면서 이러한 말을 얼마나 떠올리면서 우리는 살아갈까. 인터넷이라는 창으로 세상의 많은 일 들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시대이다. 많이 갖기 위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겉모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겨를이 없다. 일하는 기계가 되어가고 자신의 본성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일, 삶을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 철학자였던 황제는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수없이 많은 전쟁으로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삶 속에서 자신을 다스리기 위한 기록이었음에도 읽고 있으면 읽는 이에게 일침을 주는 것 같다.


삶은 문제해결의 과정이나 마찬가지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또 하나의 문제가 달려든다. 왜 괴로운 것일까. 마르쿠스는 사람이 어떤 일이나 환경에 대해서 선하다거나 악하다거나 쓸데없는 판단을 덧붙임으로써 괴로움을 자초한다고 한다. 선악에 대한 판단을 멈추고 신념을 바꾸면 감정도 바뀐다는 스토아 철학의 표준적인 사상을 표현했다. 모든 사람은 인류라는 한 동족의 형제들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분노 같은 감정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의 소시민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렇게 도인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하루아침에는 어렵겠지만, 마음을 유연하게 사고하는 습관은 힘듦을 좀 가볍게 하지 않을까.


마음에 새겨 볼 만한 문장을 소개해 본다.


신들이 그동안 네게 무수히 많은 기회들을 주었는데도, 너는 그 기회를 단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일들을 미루어 왔었는지를 기억해 보라.(중략) 기회는 지나가 버리고 네 자신도 죽어 없어져서, 다시는 그런 기회가 네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P45)


마치 수천 년을 살 것처럼 살아가지 말라. 와야 할 것이 이미 너를 향해 오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선한 자가 되라.(P73)


우주 안에서 가장 강하고 탁월한 존재를 존중하라. 그 존재는 바로 만물을 활용해서 지배하는 존재다. 마찬가지로 네 자신 안에서 가장 강하고 탁월한 부분을 존중하라.(후략)(P100)


사람들의 행태 중에 의아한 것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과 동일한 시대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은 거부하면서도, 자신들이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후세 사람들에게 칭송받게 되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하지만 그것은 너의 조상들이 너를 칭찬하지 않았다고 화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P114)


마케도니아의 왕이었던 알렉산드로스나 그의 마부나 죽어서는 똑같아졌다. 두 사람은 똑같이 우주의 근원인 이성으로 되돌아가거나 원자들로 해체되어 흩어졌기 때문이다.(P116)


우주 안에 존재하는 만물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되어 있다는 것을 자주 생각하라. 만물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얽혀 있고, 그래서 서로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다. 만물은 서로 간에 밀고 당기는 운동, 하나의 동일한 정신을 통한 서로 간의 공감, 모든 존재의 하나됨으로 인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P121)


이제 네 자신은 죽었거나 네가 살아야 할 분량은 이미 다 살았다고 생각하고, 너의 여생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여겨서 본성을 따라 살아라.(P144)


그 어떤 예기치 않은 온갖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살아가는 일은 춤추는 것보다는 씨름하는 것과 더 비슷하다.(P145)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에피쿠로스가 한 말을 기억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통은 언젠가는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네가 너의 상상력으로 네가 겪는 고통을 부풀리지만 않는다면, 참아낼 수 없거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고통이라는 것은 없다.”(P146)


매일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는 듯이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초조해하는 것이나 자포자기해서 무기력한 것이나 가식이 없다면, 그것이 인격의 완성이다.(P149)


이 고귀한 문장들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초연한 철학자의 예리한 통찰력은 우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무엇이든지 영원한 것은 없으니, 지금에 충실하고 지금 행복해야 한다고. 딱히 정해진 주제는 없이 써 내려간 비망록이다. 1권에서 12권까지 각 문장은 번호로 매겨져 있다. 맨 뒤의 부록은 국내 최초라는 에픽테토스의 명언집을 수록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목표와 방향을 잃어 방황하거나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들에게 힘 있는 조언을 주는 글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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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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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우리 시대 대표작가 100인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나는 특별한 문학기행이다. 현재 출간된 책은 셰익스피어, 니체, 클림트 이렇게 세 권이며, 출간이 예정된 책의 목록만 보아도 마음이 수런거릴 정도로 유명한 작가가 빼곡히 들어있다. 셰익스피어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는 대문호로 많은 작가들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의 탄생이 450년이 넘었지만 그에 대한 호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책을 읽게 되어 뿌듯한 마음 저편에 세계적인 위대한 극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도 못했고 잘 모른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4대 비극 정도는 학창시절에 많이 접했고, 연인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로도 여러 번 보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를 계기로 의식적으로 작품을 찾아 읽게 될 것 같아 다행스런 마음이다.

 

왜 우리는 400년도 더 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어야 하나?

라고 저자는 의문을 던진다. ‘동시대성이란 개념을 꺼내어 설명한다. ‘동시대성은 하나의 시대에 다양한 현상들이 공존하는 것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라, 시대를 달리하면서도 공통된(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시대는 달라도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생노병사(生老病死),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안은 채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언어, 인물, 기법 등은 후세대의 작가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 속의 인물 이아고, 에드먼드, 리처드 3세 같은 악당들은 근대소설의 주인공의 모티브가 되어 쥘리앵 소렐, 라스콜리니코프, 스타브로긴 등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쯤 되면 셰익스피어와 우리가 동시대인이 된다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기행의 여정은 1. 영국, 소란스러운 나라의 영광스러운 이야기 2. 파리에서 빈까지, 영원과 사랑을 향한 발걸음 3. 지중해, 끝없는 이야기의 바다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장에서는 뜻대로 하세요,리어 왕,헨리 6,심벌린,맥베스2장은 끝이 좋으면 다 좋다,햄릿,법에는 법으로3장은 로미오와 줄리엣,말괄량이 길들이기,베니스의 상인,오셀로,페리클레스,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외에도 열 개의 작품이 더 있다. 각 장의 사이에는 좀 더 깊이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작가 생활 전반기 10년은 영국의 역사를 다룬 사극을 7편이나 썼다는데, 그러한 사극의 특징이나 괴테가 세계정신으로 극찬했다는 시 세계, 그리고 셰익스피어 문학의 키워드, 문학의 특징과 현재적 의미을 분석하면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인물들은 여전히 현실에도 살아있다. 스트렛퍼드 번화가의 상점 간판들.

위의 시계를 파는 가게는 '이아고', 아래 카페의 이름은 '5막'.

 

 황광수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즐겨 읽었을 정도로 심취해 있었다. 그에 대한 내공으로 2014년부터 기행에 나선 결과가 이 책이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우선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의 대략적인 이야기와 그 배경이 되는 장소를 곁들여 보여준다. 그 여정의 맨 처음은 그의 생가가 있는 스트랫퍼드로부터 시작된다. 헨리 가의 길목에서 보았다는 ‘450년 젊은 셰익스피어!’라는 플래카드를 언급하는데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셰익스피어가 아닌가! 우리는?? 영국이란 나라가 몹시도 부러운 대목이다. 이 여정을 따라 순서대로 읽어도 되고 관심이 가는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다. 잘 몰랐던 그의 사생활, 즉 사랑과 결혼, 가족, 유산에 대한 이야기 등을 알게 된 것도 내밀한 즐거움이다.

 

, 나의 벗들 그리고 추방당한 형제들,

옛날 방식이 인공적인 화려함보다

우리 삶을 더 즐겁게 해주지 않았소? 이 숲이

시기심 많은 궁정보다 위험이 덜하지 않았소?

(...)

고난도 잘 쓰면 기쁨이 되오,

그것은, 흉측하고 독이 있는 두꺼비 같지만,

머리에 소중한 보석이 있소,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은, 공무로 찾아오는 이도 없으니,

나무에서 혀를 흐르는 개울에서 책을,

돌들에서 설교를, 그리고 만물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오.

뜻대로 하세요(2.1.1-17)(P39~10)

 

 앤 해서웨이의 생가가 있는 쇼터리 근처에 있다는 아덴 숲은 무자비한 찬탈자나 몰인정한 형에게 쫓겨난 인물들이 살아간다. 어쩌면 도피처라고 할 수 있는 그 곳에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며 살아 냈을까. 자유는 얻었지만, 얻는 것이 있었다면 포기해야 할 것도 있었겠지. 우리의 삶과 언행은 언제나 미묘한 모순이 존재한다.

 

꽉 찬 다섯 길 아래 네 아버지가 누워 있지.

그의 뼈들은 산호가 되었단다.

그의 눈은 이제 진주들이야,

그의 것은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아,

다만 바닷속 변화를 겪고

진귀하고 신기한 것으로 되는 거지.

폭풍, 1.2.397-402(P321)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완성하고 셰익스피어는 고향으로 돌아가 몸져누웠다가 성삼위일체 교회에 안치된다. 내 뼈를 옮기는 자는 저주받을 것이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고. 작품은 한 번 쓰면 고치는 법이 없었지만, 유서는 고치고 고쳐서 쓴 것이 무려 134통이나 된단다. 마치 자신의 문학성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450년이 지났어도 그의 작품들은 지금도 여전히 진귀하고 신기한 것으로빛나고 있지 않은가.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그의 문학의 영원성을 꿰뚫어 본 이는 다름 아닌 그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던 벤 존슨이란다. 셰익스피어는 한 시대가 아니라 모든 시대를 위해 존재했다.”.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그의 명성을 증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문장이 있을까.

 

  셰익스피어의 사위 존 홀의 정원에 있는 조각상.


『줄리어스 시저』의 세 주인공의 얼굴을 겹쳐놓은 듯 보인다. 시저와 안토니우스의 얼굴은 찰싹 달라붙어 있고, 브루투스의 얼굴은 살짝 떨어진 채 그들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

글자판에는 브루투스의 독백이 양각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나면 자기를 높은 곳으로 올려준 낮은 것들을 경멸한다. 시저도 아마 그럴 것이다.' 라고.

 

 저자가 흠모해 마지않던 대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에서 많은 감흥에 젖었으리라.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의 작품의 공연을 보며 얼마나 감개무량 했을까. 읽으면서도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보았다. 선과 악, 사랑과 질투, 현실과 환상,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언어의 활용과 남용, 역사와 거짓말, 억압과 자유, 본성과 이성, 복수와 용서 등 수많은 대립적 주제들이 작품 속에 배치되어 있다. 확실히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장르라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다. 셰익스피어는 워낙 많이 유명한 문호이기에 그의 작품을 많이 아는 것처럼, 읽은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와 그의 문학의 세계를 알아 가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것은 사회를 이해하고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길이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좀 더 낭만적인 삶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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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서관 기행 - 오래된 서가에 기대앉아 시대의 지성과 호흡하다, 개정증보3판
유종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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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도서관 나들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빽빽하게 꽂혀있는 서가의 책을 보노라면 내 책도 아닌데 내 것 인양 마음이 뿌듯하다. 새 책의 향기, 한 장씩 책장을 넘기는 소리마저 리듬이 느껴진다. 언제 저 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위축되기도 하지만, 오래 건강하게 살아서 한 권 한 권 읽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기자라는 직함으로 여러 곳을 누비고 다니던 시절, 틈틈이 청계천 헌책방을 순례하며 잡지 창간호를 수집하는 취미로 시작하여 사서였던 아내를 만난 인연이 도서관과 깊은 운명이 되었다고 한다. 이미 2010년 출간된 책인데, 이번 수정판에는 쿠바 호세 마르티 국립도서관,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덴마크 왕립도서관, 아드몬트수도원 도서관 이렇게 세 곳을 추가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을 시작으로 우리나라까지 16개국 70여 곳의 도서관의 모습을 담아 놓았다. 단순한 도서관의 소개가 아닌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역사와 철학,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보통 한 국가에 한 두 개의 도서관을 소개하는데, 러시아, 미국, 중국, 한국은 다수의 도서관을 소개한다. 'Story in Libray(이야기가 있는 도서관)’은 도서관과 관련 있는 인물의 에피소드나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Visit Here(여기도 가보자)는 각국의 대표도서관을 소개하면서 근처에 있는 다른 도서관을 소개하는 코너다. 도서관이 있는 도시와 관련된 인물이나 영화 이야기 등 풍성한 읽을거리로 독자를 즐겁게 해 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여태껏 보지 못한 도서관 겉과 안의 모습의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도서관이 아니라 아름다운 건축물을 구경하는 느낌이다. 도서관이 그렇게 아름다워도 될까, 책을 보관하는 장소인데 너무 사치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면, 저 아름다운 공간에 앉아서 책을 읽어보고 싶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각국의 도서관마다 특색이 있고 상징성이 있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은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이다. 기원전 3세기 초 지중해변에 설립한 이 도서관의 탄생이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관계가 있다니 흥미롭다. 그의 제자 데메트리오스가 프톨레마이오스 1세에게 도서관 건립을 제안함으로써 탄생했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파괴되었던 이 도서관은 1990년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호소하여 유네스코와 여러 나라가 참여하여 2002년 재건한 것으로 무려 1600년 만에 새로 태어났다.

 

 

 화강암으로 만든 외벽에 세계 120여 개의 문자를 새겨놓았는데, 우리 한글은 ’, ‘’, ‘’, ‘’, ‘’, ‘의 여섯 글자가 자리 잡고 있다. 과연 최초의 도서관이라는 상징성과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건축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절세의 미녀, 팜므파탈로 알려진 클레오파트라가 어려서부터 이 도서관을 애용했던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재원이었으며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원전으로 읽었던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다는 것이다. 숨겨져 있던 이야기에 클레오파트라가 새롭게 느껴진다.

 

 러시아의 도서관은 문학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막심 고리키, 체호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 육필 원고, 소품에 이르기까지 직접 돌아보는 저자의 감동에 읽는 나 자신도 울렁울렁 할 정도다. 자료에 대한 방대한 정보, 건축물에 대한 양식 설명, 내부 구조, 도서관의 구성원 등을 세세히 알려주는데 그 어마어마함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단순히 보고 끝나는 여정이 아니라 저자의 도서관 기행에 대한 로망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여실히 전해진다.

 

  맥도널드보다 도서관이 많다는 미국은 과연 도서관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보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 보라는 말이 있듯이 미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도서관과 사서의 위상이 높은 나라라고 한다. 마치 빈약한 과거를 미래로 보상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그러한 미래에 대한 설계가 있었기에 짧은 역사지만 최대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다라고 했다. 그뿐 아니라 오바마도 그에 못지 않은 도서관 마니아였다. 접근하기 쉬운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 잡은 뉴욕공공도서관은 도서관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못한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시민의 사랑을 받는 도서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전보다 도서관이 눈에 띄게 많아져서 반가운 마음이다. 저자도 걸어서 10분 거리 작은 도서관을 추진하여 전국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손쉽게 마트에 가듯이 도서관을 즐겨 찾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 개인이 성장하고 그 사회가 성장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벽화와 천장, 이국적인 바닥재/ 조명과 조각)

 

'블랙 다이아몬드' 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덴마크 왕립도서관 전경.

 

 여러 역사를 돌아다볼 때 책이란 무엇인가, 도서관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한 국가의 문화이고 국민의 정신이다. 한 나라를 정복할 때는 분서를 하는 예가 적지 않았다. 진시황이 그러했고, 나치 독일이 그러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책은 미래라는 것이다. 도서관이야말로 평등하게 혜택을 볼 수 있는 가치 있는 복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들어가서 책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우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도서관은 전국에 35개가 있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누구라도 시각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현실을 보면 두루두루 공평하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멋진 도서관의 모습에 흠뻑 빠졌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책의 향내와 책 읽는 아름다운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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