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도키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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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들 도키오'를 읽었다. 

 최근에 발표한 작품은 아니고 2005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예전에 창해 출판사에서 발간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비채에서 나온 건 번역자가 다르다. 다시 말해 새로 번역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꽤나 팔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때문에 우린 히가시노 게이고가 미스터리만이 아니라 인간미가 따스하게 흐르는 휴머니즘 소설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들 도키오'는 그 전조(前兆)라고 해도 좋다. 사실 현재의 어떤 존재가 시간 이동을 통해 과거의 누군가를 치유한다는 기본 설정부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유사하다. 분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보여준 기적은 '아들 도키오'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엔 프롤로그가 있다. 주인공 미야모토 다쿠미는 발병하면 뇌신경이 차례차례 죽어버리는 무섭고 희귀한 유전병인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에 걸린 레이코와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결혼한다. 자신의 유전병을 물려줄 수 없기에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레이코의 말에도 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다쿠미였지만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 동의한다. 그러나 레이코는 뜻하지 않게 임신해 버리고 지우려고 하는 그녀에게 미야모토는 과거에 어떤 청년에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내일만이 미래가 아냐'라는 말을 떠올리고 어떤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랑하며 행복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득하여 결국 아들 도키오를 태어난다. 그러나 건강하게 잘 자라나던 도키오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끝내 그 증후군에 걸리고 만다. 시간이 흘러 이제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린 도키오를 보면서 미야모토는 20년도 더 전에 자신이 아들과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그걸 마지막으로 프롤로그는 끝나고 우리는 20년 전의 젊은 미야모토 다쿠미를 만난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현재와 너무나 다르다. 상대방의 어떤 결점도 사랑으로 다 받아들이며 늘 자신보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결국 혼자일 뿐이야'라는 말을 철저히 신봉하며 한없이 타인을 불신하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아무 희망도 없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다쿠미가 어느 날, 자신의 친척이라 주장하는 한 낯선 청년을 만난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자기보다 자신을 더 잘 알고 있는 그가 당혹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느껴지는 묘한 친근감 때문에 다쿠미는 갈 곳이 없다고 말하는 그와 같이 지내게 된다.


 그 낯선 청년의 진짜 정체는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쉽게 눈치챘을 것이다. 맞다. 아들 도키오다. 미래의 다쿠미가 아들을 보면서도 과거에 그와 만났다는 사실을 이내 떠올리지 못했던 것은 과거에 도키오가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다쿠미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소설은 도키오에게 의식을 완전히 잃게 되면 유전병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혼이 되어 시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몸에도 빙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으로 묘사한다. 소설은 다쿠미의 입장에서 진행되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완전히 정반대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서 아들 도키오가 받은 충격과 실망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어쨌든 도키오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낳은 상처를 찾아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다쿠미에겐 커다란 상처가 있었다. 아주 어릴 때, 생모와 이별하여 양부모 손에서 컸는데 처음엔 사랑을 다해 길러주었던 그 부모도 나중에 가서는 잔뜩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주었던 것이다. '결국 혼자일 뿐이야'는 외간 여자와 바람이나 피고 돈만 밝히는 남자로 전락해 버린 양아버지가 자주 하던 말버릇이었다.


 다쿠미는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고통을 아주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생모 탓이라 여기고 가득 원망한다. 마치 왕가위의 영화 '아비정전'에서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원망하던 장국영처럼... 아들 도키오는 그런 다쿠미와 생모를 화해시키려 중한 병으로 누워있다는 그녀, 도조 준코의 집까지 찾아가게 해보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렇잖아. 이쪽은 가난한다는 이유로 버려졌다고. 버림받고, 관계없는 집에서 자른 끝에 결국 무엇 하나 남지 않았어. 그런데 버린 쪽은 가난한 다른 사람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니. 열심히 살아 감사를 받고 있다니. 하느님 취급이잖아. 아이를 버린 여자가 말이야. (...) 정말 웃기네. 내 생애 최고로 웃기는 일이야."(p. 190)


 그런데 다쿠미의 여자 친구인 지즈루가 갑자기 사라진다. 

 처음엔 그냥 단순히 다쿠미에게 실망하여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알았는데 오카베란 남자와 같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그 둘을 뒤쫓고 있는 수상한 녀석들이 잔뜩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소설 중반은 그렇게 다쿠미와 도키오가 사라진 지즈루를 찾아나서면서 깊이 엮이게 되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도조 준코가 헤어질 때 건네준 누군가의 습작인 것 같은 만화책을 단서로 단 한 번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던 다쿠미의 생부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이뤄진다. 독자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바라는 장르적 재미는 바로 이 부분에서 충족되는데, 이건 다쿠미 역시 마찬가지다. 다쿠미 또한 그 여정을 통하여 늘 원망했었던 불우한 출생의 사정을 이해하고 거기서 파생된 대충 오늘만 수습하며 무책임하게 살던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날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지는 소설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는 게 좋겠다. 아울러 다쿠미가 어떻게 현재의 아내인 레이코와 처음 만나게 되었는가 하는 것도. 또 거기에 도키오가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또한. 이런 식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말 마지막까지 독자의 흥미를 지속시킨다.


 이 소설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도키오가 아버지 다쿠미의 멱살을 잡아 흔들면서 했던 말에 집약해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살아 있다고 확신할 수 있으면 죽음 직전까지도 꿈을 꿀 수 있다는 말이라고. 당신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미래였어. 인간은 어떤 때라도 미래를 느낄 수 있어. 아무리 짧은 인생이어도, 설령 한 순간이라 해도 살아 있다는 실감만 있으면 미래는 있어. 잘 들어. 내일만이 미래가 아냐. 그건 마음 속에 있어. 그것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어. 그걸 알았기에 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낳은 거야. 그런데 당신은 뭐야. 불평만 하고. 스스로 무엇 하나 쟁취하려 하지도 않아. 당신이 미래를 느끼지 못하는 건 누구 탓도 아냐. 당신 탓이야. 당신이 바보라서."(p. 396)


 그렇게 말한 뒤, 도키오는 자신은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희귀한 유전병인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에 걸려 의식마저 깡그리 잃어버린 도키오가 말이다. 어떤 삶이든 지속할 가치가 있다. 미래라는 빛은 바깥 환경에서 자신에게 비춰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비춰나가는 것이다. 이런 말들이 마음 깊이 절로 선명하게 각인되는 순간이다.


 '아들 도키오'가 발표된 때는 일본이 한창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외치고 있던 시기였다. 버블 붕괴의 후유증이 일본 사회를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에 걸린 것마냥 마비시켜 나가고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품에 대한 대비는 전혀 없이 그것이 주는 달콤한 꿀에 대한 탐닉만 존재했던 과거에 대한 원망과 미래의 가능성을 현실에 대한 불안으로 압살시켜 갔던 다쿠미의 분신이 비일비재하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다쿠미들에게 자신의 소설을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과거의 다쿠미 시간대를 하필이면 제2차 오일쇼크가 터졌던 즈음으로 설정했던 건 아닐까 싶다.(이건 소설에서 스타워즈(그러니까 75년에 처음 발표된 영화말이다.)가 상영된지 4년이 지났다고 한 것에서 유추한 것이다.) 1치 오일쇼크에서 커다란 곤경을 겪었던 일본은 그 때의 교훈으로 2차 오일쇼크는 성공적으로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거품 경제로 이어지는 80년대의 호황까지 이뤄냈다. 비록 붕괴라는 비극으로 마침표를 찍기는 했지만 젊은 다쿠미의 시간을 그 때로 정한 것은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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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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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헌법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전과자라는 사회적 신분에 대한 차별은 그가 얼마나 많이 갱생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에 상관없이 2000년에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횡행하고 있다.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인 '주홍글자'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의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자처럼 설령 그것이 단 한 번의 실수로 찍힌 낙인이라고 해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삶을 새롭게 일으킬 두 번째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그대로 삶을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감히 사회적 타살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들에겐 여형사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로 유명한 혼다 데쓰야의 '셰어하우스 플라주'는 그러한 사회적 타살을 당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다키오. 원래 여행사에서 영업을 했던 그는 딱 한 번 했던 각성제 때문에 경찰에 체포되어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러다 설상가상으로 집까지 불에 타서 이젠 머물 곳조차 없어져 버렸다. 거의 벼랑 끝에 내몰린 다키오에게 오직 단 하나의 공간이 그에게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준다. 그 곳이 바로 제목의 '셰어하우스 플라주'. 준코라는 여인이 운영하는 이 곳은 특이하게도 모든 방에 문이 없다. 찾아온 사람을 다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플라주의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과연 거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키오보다 훨씬 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학원 폭력에 휩쓸려 동급생을 살해까지 한 사이코패스 소녀가 있는가 하면 코카인을 판매하는 애인 때문에 전과자가 된 것도 모자라 아직도 도망 중인 애인 때문에 늘 경찰에게 시달리는 여인도 있고 양아치에서 벗어나 간신히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가운데 좋아하는 여인까지 만나 데이트를 하다 그만 자신의 과거 모습과도 같은 불량배 학생과 시비가 붙어 사고로 상대방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인생이 다시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남자도 있다. 그러나 거기 있는 모두는 현재의 어둠에 그대로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스스로의 힘으로 어둠에서 빠져나오려 노력한다. 사이코패스 소녀는 여러 사람을 만나며 자기가 모르는 감정을 배우려 애쓰고 여인은 자신을 인정하고 힘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성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다들 어떻게든 과거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고 삶이 숨겨둔 두 번째의 기회를 잡으려고 하지만 사회는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그들이 걸머지고 있는 전과자라는 멍에 때문에...


 "됐어. 할 수 없지... 우리가 전과자인 건 사실이니까. 인생이 그렇게 간단히 리셋되지는 않아. 과거는 언제까지나 따라다녀... 속죄는 할 수 있어도 실수를 저지른 과거를 지울 순 없어."(p. 145)


이건 다키오도 마찬가지다. 각성제로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어느 회사도 그를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그 어떤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이리 밀리고 저리 떠밀리며 마냥 둥둥 떠다니기만 할 뿐인 표류물. 그것이 다키오였고 플라주에 기거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이들을 오직 플라주만이 두 팔을 벌려 맞아주었다. 방에 문이 없는 그 곳이. 그래서 어쩌면 셰어하우스의 이름이 플라주인 지도 모른다. 플라주의 뜻에 대해 소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플라주'는 프랑스어로 '해변'.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 모호하게 계속 흔들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점. 남과 여,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사랑과 미움, 그리고 죄와 용서(p. 278)


 바다에서 정처없이 방황하던 표류물들은 해변으로 떠밀려 온다. 해변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모조리 받아들이며 거기서 표류물들은 비로소 안식을 얻는다. 그러나 해변이 딱히 뭘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찾아 온 사람에게 안주할 둥지가 되어준 것 뿐이다. 플라주도 그렇다. 운영자 준코가 상처난 이들을 찾아다니며 살갑게 상담해주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냥 그들이 서로 보듬어 살아갈 공간을 허락한 것 뿐이다. 그가 등에 짊어지고 있는 과거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그저 오늘도 힘겹게 삶을 버티고 있는 동료로 인정해 준 것 뿐이다. 그랬는데도 플라주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이 그토록 바랐으나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던 온기를 얻는다. 더이상 과거의 어둠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제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활력을 얻는다. 사람은 절대 변할 리가 없다면서 타인에 대해 한 번 심판을 내린 것을 결코 바꾸려 하지 않았던 이마저 온전히 감화시켜 자신의 과오를 깊이 참회할 정도로.


 소설은 이러한 과정을 독자가 전혀 과장이라고 느껴지지 않게끔 차분히 납득시켜 나간다. 타인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믿어주면서 그가 다시 걸어갈 수 있게 자신의 손을 기꺼이 내미는, 어쩌면 사소한 행위가 다름아닌 플라주를 유토피아로 만든 근본이었다는 것을. 그랬기에 이 소설은 애틋한 따스함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지금도 진행 중인 시위를 야기했던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대표하듯이 타인에 대한 불신과 적대가 매캐한 연기가 되어 우리의 하늘을 날로 집어삼키고 있는 요즘이기에.


 인간미를 수놓은 서정성이 넘치는 소설이긴 하지만 혼다 데쓰야 작품답게 미스터리와 반전이 없는 건 아니다. 살인범이라 믿는 사람이 유력한 증인의 증언 번복으로 풀려난 것을 듣고 분명 무슨 흑막이 있을 거라 짐작하여 홀로 그를 추적하는 기자가 미스터리의 축을 움직이는데, 바로 이것이 반전과 맞물려 '데쓰야라면 역시 미스터리지!'하고 기대하고 읽었던 사람들 또한 그 바람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준다. 등장 인물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들을 읽는 재미와 사이코패스 소녀 미와처럼 개성 강한 캐릭터도 있어서 페이지가 빨리 넘어간다.


 처음 읽었을 때, 설정이 다카하시 루미코의 유명한 만화 '메종일각'과 꽤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가 소설에서 그 작품을 언급하면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분명 플라주의 주인 준코는 메종일각의 주인 교코가 모델일 것이다. 물론 기거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정반대이지만. 메종일각에 모인 사람들은 플라주에 모인 사람들과 전혀 다르다. 그들은 주인공 고다이의 사생활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며 짝사랑하는 교코와 가까워지려는 걸 번번이 방해한다. 이런 차이점까지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원래 인류는 다른 포유류 보다 신체 기능이 떨어져 생존을 위해 같은 인간과의 상호 협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언어 능력이 발달한 것도 보다 잘 협력하려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므로 공존과 협력은 인간의 기초적인 생활 방식인 것이다. 우리가 이기적인 사람을 싫어하고 갑질하는 이의 목덜미에 철퇴가 내리치길 원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들이 협력하지 못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 '셰어하우스 플라주'는 과도한 경쟁과 무분별한 배척에 내몰리느라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인간다움의 근본은 무엇인가를 상기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말로, 뜬금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더욱 홀로 고립되는 요즘, 누군가와 더불어 함께 나눈다는 것에 그리움이 깊어진다면 얼른 이 '셰어하우스 플라주'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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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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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로 유명한 일본 작가 이케이도 준. 그의 새로운 소설이 최근 출간되었다. 제목은 '일곱개의 회의'.

내가 이케이도 준이란 이름을 알게 된 것은 <한자와 나오키>란 일본 드라마 때문이었다. 일본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드라마라고 하길래 호기심으로 시청했다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드라마의 원작이 되는 소설까지 읽어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 소설을 쓴 작가가 바로 이케이도 준이었다. 그것이 첫 만남이었다. '한자와 나오키'에는 살인처럼 독자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범죄나 거대한 음모 같은 게 나오지 않는다. 전개 되는 건 회사란 조직 사회 내부의 치열한 암투다. 권력을 손에 쥐고 불공정한 일을 획책하는 상사가 있고 자신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거기에 맞서 자신만의 정의를 관철시키는 부하 직원이 있다. 그 대결이 작품을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연쇄 살인이나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음모가 진행되는 작품에 비해 다소 심심하게 여겨지는 소재지만 그런데도 <한자와 나오키>는 그런 소설 이상으로 재밌다. 한 번 손에 들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쉽사리 놓을 수 없게 된다. '왜 그런 몰입력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마도 그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마주하는 상황들이 현재 자본주의 속 회사라는 조직 내에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크거나 작거나 하는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리 다를 것 없는.


 이번에 나온 '일곱개의 회의'도 그러하다. 

 오로지 성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가 전부인 회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가 여기서 펼쳐지는 것이다. 먼저 그 드라마가 어떤 것인지 대략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무대는 당연히 회사다. 대기업인 '소닉'의 자회사 중 하나로 주로 주택 설비와 관련된 물품들을 제조, 판매한다. 규모는 중견 급. 그런데 이 회사애서 직원들에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누구보다 높은 성과를 내어서 회사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영업1과 과장 사카도가 회사에서 가장 한량으로 성과도 없고 언제 짤려도 이상할 것 없는 잠귀신 핫카구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 당했는데, 당연히 일도 안 하고 늘 자기 바쁜 핫카구가 짤릴 것이라 다들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사카도가 징계를 넘어 해고까지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직원들에겐 그야말로 경천동지할만한 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내막에 대해선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사카도와 입사동기로 늘 그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하라시마는 최근 사카도의 뒤를 이어 그의 자리로 부임하게 되면서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된다. 그것도 잠귀신 핫카구에게서, 다음과 같은 말과 함께.


 '이유를 듣는 건 간단해.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넌 한 가지 중요한 권리를 포기하게 되는데, 그래도 상관없어?'(p. 48)





 '일곱개의 회의'는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 고발 사건으로 촉발된 미스터리를 주된 축으로 하여 진행된다. 이케이도 준은 2화에서 그 사건의 전모를 하나씩 차츰 밝혀나가는데, 장차 그 사건은 회사의 존립마저 좌지우지 하는 커다란 규모로 확장한다. 파급 효과는 회사의 도산과 직원의 전원 실업이라는 엄청난 것이었지만 그것을 가져온 방아쇠는 실로 사소했다. 성과를 내기 위해 한 번 눈 감고 불법의 유혹에 넘어 간 것이 자신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를 헤어나올 수 없는 위기에 빠뜨린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악마의 유혹은 소설 내에서 단 한 사람만 받는 게 아니다. 그 사건이 수면으로 부상할 때마다 진실을 바깥에 밝혀야 할 책임을 지게 되는 이들 모두가 동등하게 받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연쇄 과정 중, 누군가가 성과 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했다면, 자신 보다 타인을 먼저 돌볼 줄 알았다면 해악의 규모가 그 정도로 증가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진실을 알게 된 자 대부분이 그러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 올 위험과 불이익만 생각했기에 회사에 속한 모두의 삶을 휘청거리게 만드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일곱개의 회의'는 8화에 걸쳐 이러한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것도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묘사로 말이다. 덕분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케이도 준은 단순히 사건의 경과만 나열하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의 과거를 통해 그가 어떤 인생 경로를 걸어왔는지 밝혀 그 인물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순전히 욕심이 많거나 악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다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약함을 너무 크게 부풀렸고 그것이 안겨준 두려움에 굴복한 것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런에 이런 인물상은 그저 소설 속에만 등장하지 않는다. 회사 속에서 살아가는 이라면 어쩌면 자기 곁에서 혹은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는 모습인 것이다. 우리 역시 언젠가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또는 회사에서 인정받고자 높은 성과를 낼수만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은 적이 있지 않았던가? 더러는 이것이 불공정한 처사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면 하청 업체가 아주 힘들게 될 거라는 걸 아는데도 모른 척 눈 감고 밀고나가 버린 적이 있지 않았던가? 잠귀신 핫카구의 일갈대로 회사의 영혼을 판 사람이지 않았던가?


 그런 우리에게 이 소설은 핫카구의 말을 빌려 이렇게 힐난한다.


 "영혼을 판 남자의 말로가 고작 이거냐."(p. 325)


 '일곱개의 회의'는 이런 일갈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재밌지만 읽다보면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자문하도록 만든다. 나 또한 영혼을 판 사람은 아니었는지, 나는 얼마나 내 영혼을 잘 지키고 있는지 하는 것들을.


 그런데 그 일갈은 우리 개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개인을 넘어 일본 사회 전체에 보내는 지탄이라고 본다. 최근 코로나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 양상은 더욱 일본이라는 나라가 정상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감염의 확산을 막아야 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정부와는 달리, 스스로 나서서 책임을 지려하기 보다는 사태의 진실을 감추거나 그 책임을 남에게 떠맡기는 듯한 처사를 점점 더 많이 목도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일본에서 코로나가 얼마나 커다란 규모로 확산될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일곱개의 회의'에서 주축이 되었던 사건의 전개 양상과 너무나 흡사하다. 소설 속 책임 있는 자들이 은폐와 방관으로 일관하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도 못 막아 파멸이라는 철퇴를 맞았듯이 지금의 일본의 관료들 또한 그러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소설 속 비극은 나사라는 아주 작은 부품이 가져온 것이었다. 조직에서 개인은 종종 나사에 비유된다. 나사가 맡은 자리에서 제 역할을 잘 해야만 기계 전체가 제 모습을 잘 유지하고 돌아가듯 조직 내 개인 또한 그러하다는 뜻이리라. 이는 소설이 잘 보여준 것처럼 거대한 조직의 운명도 나라는 아주 작은 나사에 달려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설 속 사건도, 현재 일본의 모습도 나사가 자기가 짊어져야 했던 책임을 제대로 했더라면 보다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그 책임이란 조직이 원하는 성과가 아니라 보다 고귀한 윤리적 가치를 실현하는 결단을 뜻한다. 그것이 바로 핫카구가 강조하는 영혼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영혼을 지킬 때, 그 영혼의 목소리에 따르는 결단을 내리고 실천할 때 나사는 더이상 단순한 하나의 부품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속한 거대한 조직의 운명마저 결정할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리라. 이처럼 보다 고귀한 윤리적 가치를 따르는 건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회사의 평가는 최하였지만 유일하게 자신의 영혼을 팔지 않았던 잠귀신 핫카구가 그 누구보다 거대한 존재감을 지닐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일곱개의 회의'는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하여 책임을 지는 행위가 어떻게 자신 또한 구원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제목처럼 회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바로 나 자신과의 회의를. 영혼을 단단히 지킬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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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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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부터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검은 얼굴의 여우'는 미쓰다 신조의 소설  최고 걸작이다


 2016년에 발표된  작품이 지금에서야 소개된  너무 안타깝다  일찍 소개되었다면 분명  작품은  많이 소개되고 널리 읽혀졌을테니까 말이다 소설은 미쓰다 신조의 대표작이라   있는 ‘도조 겐야 시리즈 아니다그렇지만 도조 겐야와 비슷한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바로 일본 패전 직후의 시기를 말이다 시기를 염두에 두고 말하건대도조 겐야 시리즈에  불만이 있었다그런 시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전쟁 국가 일본 때문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한국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던 것이다도조 겐야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면서도 그걸  시리즈의 한계로 여겨왔던 참인데이번 ‘검은 얼굴의 여우에서는 내가 한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식민지 조선의 문제를 다소 놀랍게도 정면으로 다루고 있었다사실 2011년에 일어난 3.11 사태와 아베 정권에 힘입어 일본 우익이 날로 목소리를 크게 내던 마당에 조선에 대한 일본의 만행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작품을 내기는 쉽지 않았을텐데미쓰다 신조는 ‘검은 얼굴의 여우에서 그걸 해냈다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추리 소설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결코 아니어서개인적으론 도조 겐야 시리즈보다  재밌게 읽었다아무래도 최고 걸작이라는 말을  문장부터  수밖에 없었다모처럼 나온 미쓰다 신조의 신작이 이토록 커다란 만족감을 주어서 팬으로서 정말 기쁘다.



 

 후반에 놀라운 반전이 여러  펼쳐지기에 이야기를 소개하기가 조심스럽다가급적 직접 읽었을 때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말해본다면 이러하다.

 

  청년이 일본을 방황한다이름은 모토로이 하야타

 그는 현재 삶의 의미를 잃었다기차 역에  있지만 어디로 가야   모른다그는 전쟁에 참여했고 전쟁 국가 일본이 아닌 만주와 한국 사람들이 모두 평등하게 공존할  있는 새로운 일본 국가를 만들기 위해 건국대학이란 곳에서 열심히 공부도 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오직 폐허만이 존재하는 영혼이 되어 이리저리 정처없이 흘러다닐 뿐이다그러다 그를 탄광으로 데려가 광부로 만들어 착취하려는 이를 만난다강권에  이겨 따라갈 수밖에 없게  찰라누군가 그를 구해준다눈에 띄는 미남인 그의 이름은 아이자토 미노루 일면식도 없는 자신을 구해주었느냐고 하야토가 묻자예전에 알았던 한국 청년인 정남선 때문이라고 미노루는 답한다하야토의 모습에서  청년을 떠올렸다고그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했기에.

 

 하야토는 미노루가 일하는 탄광에서 일하기로 한다오직 생산성만 강조하며 광부들을 위한 안전 설비는  몰라라 하는 회사의 태도 때문에 언제라도 갱도가 무너져 생매장당할 수 있는 막장 속 생활은 힘겹기만 하다. 그야말로 패전 후 일본 국민들이 느꼈던 불안과 공포를 빼다 박은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야타는 이러한 일본의 가장 밑바닥에서의 체험을 통하여 일본 재건의 씨앗을 찾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 속에서 갱도로 내려가는 걸 잔뜩 두려워하면서도 하루하루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마치  희망을 비웃길도 하듯예고 없이 일어난 낙반 사고로 하야토가 가장 의지하고 있는 미노루가 실종되어 버리는 사태가 일어난다.

 낙반이 일어나면 유독 가스가 삽시간에 갱도에 가득차 시간이 지날수록  안에 있는 사람이 생존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상황미노루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하아토의 애타는 마음은 아랑곳 않고 유독 가스로 인해 구조대 파견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불구의 몸으로 탄광촌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기도'란 한국인이 검은 여우를 모시는 사당의 금줄로 자신을 목을 매어 자살한 상태로 발견된다기도가 죽을 당시 낙반 사고 때문에 마을엔 아이들만 있고 어른들은 없었는데기도가 죽기 전에 검은 얼굴을  여우가 기도의 집으로 들어간 것을 한 아이가 보고는 아이들 모두가 집을 지켜 보는 상황이 된다 마디로 기도가 죽은 집은 아이들 눈이 벽이 되어  밀실이었던 것이다그런 가운데 기도의 집으로 들어갔던 검은 얼굴의 여우가 집을 나오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은 채, 그야말로 집 안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기도의 죽음은 자살로 굳어지는 중인데, 이튿날 이웃에 살던 전직 특수 고등경찰인 기타다가 기도와 똑같이 밀실 상태에서 금줄에 목을  시체로 발견된다공교롭게도   마침 미노루의 형인 류이치가 미노루의 집을 찾아오다가 검은 얼굴의 여우가 기타다의 집으로 들어가는  발견한다.

 

 

 검은 여우는 언제나 낙반으로 생매장 당할지 모르기에 미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광부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것으로 여겨지는 불길한 신이었는데잇달아 발생한 죽음에 동일하게 검은 여우가 출몰하자 탄광촌은 광막한 불안과 공포의 그림자에 휩싸인다


  신은 곡식을 관장한다는 여우신 이나리와는 조금 달랐다하얀 여우님과 검은 여우님 신을 모셨기 때문이다. ‘백여우님’ 혹은 ‘백신님으로 모시는 여우신은 풍요의 신이다. (…) ‘흑여우님’ 혹은 ‘흑신님으로 두려워하는 여우신은 흉작의 신이다여기서는 갱내의 모든 사고를 의미했다.(p. 91)


 하지만 검은 여우의 저주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바로 다음 기타다와 붙어 다녔던 인물이자 죽은 기타다를 하야토와 함께 가장 먼저 발견한 니와 역시 밀실인 자기 집에서 금줄에 목이 졸린 시신으로 발견된다삽시간에 발생한  개의 죽음이 모두 동일한 형태라 이제 도저히 자살이라고 생각할  없게  경찰은 기타다와 니와와  함께 붙어다니던 스가자키를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의심한다


 금줄 연쇄 살인사건.

 이름을 붙인다면 이 정도로 어울리는 사건명도 없을 거이다. 요컨대 검은 얼굴의 여우는 금줄에 구애받고 있다.

 어째서일까.(p. 392)


 그들에게 도박빚이 있었다는  이유였다 하야토를 마음에 들어하여 아마추어 탐정 흉내를 내는 하야토에게  귀기울여주던 난게쓰 뜻밖의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는다과거의 어떤 갱도 안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검은 얼굴의 여우의 이야기를.

 

 홀로 일하고 있는 젊은 남자 광부에게 찾아와 처음엔 그를 도와주다가 나중엔 여인의 몸으로 그를 홀려 다시는 지상으로 나가지 못하게 갱도의 어둠 속으로 데려가 버린다는 검은 얼굴의 여우는 난게쓰 혼자만 만난  아니었다일본 전역의 갱도에서 그런 존재를 만난 사람이 더러 있었 사라져 버린 이들도 많았다실종된 미노루와 기타다 패거리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어쩐지 미노루는 기타다와 미와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그들이  탄광에 모이는  두려워하는 기색을 내비치기도 해서 탄광촌엔 죽은 미노루가 검은 얼굴의 여우가 되어 죽은 사람들을 데려간  아니냐 하는 소문이 돌 된다그들이 소문에 더욱 열을 올리게  것은 무엇보다 마을에서 죽은 이들이 모두 빠져나갈 길이 하나도 없는 밀실이었기 때문이다자살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살해당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인간이 아닌 존재의 짓이라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러나 하야토는  모든 사건엔 드러나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단서를 모은다뒤이어  다시 2번이나  누군가가 죽지만 굴하지 않고 최대한 진실에 다가가려 노력한다.

 

 ‘검은 얼굴의 여우 줄거린 대강 이러하다

 흔히 도조 겐야 시리즈의 특징을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설명하곤 한다 소설 또한 그런 특징이  살아나 있다난게쓰의 고백으로 알게 되는 검은 얼굴의 여우 괴담과 탄광에서 발생하는 연쇄 살인의 미스터리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호러로도미스터리로도 분위기와 재미가 한껏  살아나 있는 명작이다하야토가 어쩌다 탄광까지 흘러오게 되었는지  사연을 들려주는 초반부가  지루할 순 있는데거기만 잘 넘기면 정말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마지막까지 거침없이 읽게 된다.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힘이 정말 강하다. 실제로  이걸 휴일의  카페에서 하루 종일 읽었다거기다 도저 겐야 시리즈 내내 흐르던 사회파 미스터리의 면모 또한 여전히 잃지 않고 있다아니이번엔 지금 일본 분위기에선 쉽게 말하지 못하는 전범국가 일본의 만행을 가감없이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잘못이었는지 오늘의 일본이 그것에 대해 반성해야 하는지 또한 밝히고 있어서  강해졌다고 하겠다하야토가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시리즈이긴 하지만 도조 겐야 시리즈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하는 말인데그런 의미에서 정말 ‘검은 얼굴의 여우 미쓰다 신조가 도조 겐야 시리즈를 통해  오던 것의 절정이라 하지 않을  없다.


  괴담을 끌어오고 호러적 분위기를 잘 연출하지만 그렇다고 밀실 트릭이 허황된 건 아니다. 트릭들은 엄연히 현실 세계의 질서를 잘 따르고 있고 그것을 간파할 수 있는 단서 또한 내용에 다 심어져 있다. 다시 말해 작가가 추리 게임을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엘러리 퀸의 소설이 그랬듯이 이 소설도 자신의 추리 소설을 작가와 겨뤄볼 수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미쓰다 신조를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 시리즈로 유명한 요코미조 세이시의 계승자라고 일컬었는데, 이 작품은 그러한 미쓰다 신조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검은 얼굴의 여우'는 정말 멋진 선물이 될 것이라 감히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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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1-01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조 겐야 시리즈 거의 못 봤어요 아마 한권밖에 못 봤을 거예요 그래도 미쓰다 신조가 나오는 건 거의 봤네요 작가 시리즈하고는 다른 거, 작가 시리즈도 그것하고 작가 시리즈는 다르게 말하는 듯하더군요 작가 시리즈도 《사관장》 《백사당》만 봤군요 《작자미상》은 사고 아직도 못 읽었네요

우연히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나왔다는 말 봤는데, 한국에도 나왔군요 두번째도 나온 듯해요 여기에는 한국 사람 이야기도 나오는군요

헤르메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앞에는 말하다 그만둔 듯... 한해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책 만나고 글도 쓰고 다른 거 하고 싶은 것도 하시면 좋겠네요


희선
 
어느 가문의 비극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5
고사카이 후보쿠 외 지음, 엄인경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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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일본은 미스터리 소설 강국으로 인식된다미스터리 소설 쪽으로 유명한 작가도 많고 해마다 많은 미스터리 소설들이 출간될 뿐만 아니라 독자층도 넓어 판매량도 상당하다일본은 매년 ‘ 미스터리가 대단해 같은 미스터리 소설 대상 작품도 발표하는데우리나라 독자들 또한 어떤 작품이  상을 탔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다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일본이 어떻게 해서 그만한 미스터리 소설의 강국이 되었는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문학의 경우순전한 무에서 창조되는 경우란 없다오늘날 우리가 어떤 문학이 부흥하는  보고 있다면 그건 그것이 지닌 역사 속에서 성장한 것의 결과일  분명하다일본 미스터리 소설 또한 그럴 것이다그러고 보면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역사가 아주 깊다일본에서 소위 근대 소설이라는 것이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있었으니까 말이다그들이 서양 문학 세례를 받았을 가장 적극적으로 소화했던 것이 서양의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했다 시기 활동한 에도가와 란포는 서양의 미스터리 소설을 거름 삼아 일본 특유의 추리 소설 세계를 창조했다그건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 시리즈로 유명한 요코미조 세이시도 마찬가지였다이러한  세대들의 적극적 수용과 독창성을 향한 노력이 시간 속에서 천천히 숙성되어 오늘날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 세계를 구현한 것이 분명하다그러니 아무래도 과거의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과연 어땠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없다.



 

 그러나 오래도록  관심을 충족시킬  있는 기회를 만나기란 어려웠다주로 현대의 일본 미스터리 소설들만 소개될 초창기의 작품들은 거의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던 차에 작년정말 반가운 시리즈를 하나 만났다바로 고려대학교 일본추리연구회가 의욕적(2018년에 시작되어 벌써 6권까지 나왔으니 ‘의욕적이라  만하다.)으로 발간하고 있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여기서는 무엇보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 초창기의거의 일본 추리 소설의 원형이라 해도 좋을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덕분에 나는 그동안 나의 고전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호기심을 유일하게 채워주었던 ‘일본의 탐정 소설(‘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시대까지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다.)이란 책에서 오직 이름으로만 접했던 작가와 작품들을 실제로 만날  있게 되었다이처럼 해묵은 호기심을 비로소   있게 되었으니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아무래도 좋아하지 않을  없다.

 

 쓰노다 기쿠오의 중편 작품을 표제작으로 하는 어느 가문의 비극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여기엔. ‘법의학자’ 출신답게 주로 자신의 전공인 의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으며 ‘에도가와 란포 스승으로도 유명한 고사카이 후보쿠 단편  (‘’연애 곡선’, ‘투쟁’) ‘에도가와 란포’, ‘오시타 우다루 함께 ‘일본 탐정 소설의 3 거성으로 불리며 흔히 ‘사회파 추리소설 구분하기 부르는 말로 순수하게 미스터리 해결에만 집중하는 추리소설을 일컫는 본격이란 단어를 처음 썼던  고가 사부로 단편  (‘호박 파이프’, ‘꾀꼬리의 탄식’) 그리고  고가 사부로를 추리 소설 작가로 입문하게 했으며  역시 3 거성  하나인 오시타 우다루 ‘이란 단편 하나와 앞서 말한요코미조 세이시와 더불어 장편 추리소설의 시대를 함께 열었던 쓰노다 기쿠오 ‘어느 가문의 비극 실려 있다.  모두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정작 작품은  어디서도 만나볼  없었던 이들이라 특히  반가웠던 책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고카사이 후보쿠의 ‘연애 곡선이다

 제목만으로 내용이 얼른 짐작되지 않는  단편은 정말 제목 그대로 연애 곡선을 소재로 하고 있다이야기는  결혼을 앞둔  남자가 받은  통의 편지로 시작한다 편지는  의학자가  것으로 알고보니 그는 남자가 결혼하려는 여인을 오래도록 사랑한 사람으로 남자 때문에 커다란 실연을 겪어 그것을 기회로 마침내 연애 곡선을 발견하게 되었다면서  과정을 소상하게 밝힌 것이었다 ‘연애 곡선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곡선이 과연 어떻게 미스터리로 형상화되는지 궁금하다면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법의학 출신 작가답게  과정이  설득력있게 재현되어 있으며 추리소설다운 마무리도 일품이다뒤이은 ‘투쟁 얼마 전에 작고한 천재 의학 교수인 모리가 마지막으로 맡았던 기타자와란 남자의 자살 사건을  제자가 친구에게 소개하는 편지로  소설이다지병으로 39세에 요절한 작가가 거의 마지막에 발표한 작품으로 어쩌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는 단편이다마지막에 밝혀지는 놀라운 진실은 사건의 배후에서 이뤄진  천재 교수의 불꽃 튀는 대결을 보여주는데(제목이 ‘투쟁   때문이다.), 이러한 천재의 대결에서   작가가 에도가와 란포의 스승으로 불리워지는지 알것 같기도 하다뛰어난 지성을 지닌 천재들의 대결은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서 자주   있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이어서 만나본 고가 사부로  단편은   작가가 일본 추리소설 3 거성  하나인지 짐작하게 했다그가 처음 만든 말이기도  본격 맛을 충분히 지향하면서도 2 세계 대전(꾀꼬리의 탄식) 관동 대지진(호박 파이프같은 거대한 자연 재해가 가져다  사회적 충격의 여파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덕분에 요코미조 세이시가  보여준미스터리와 기존 사회 질서의 몰락을 교묘하게  뒤섞는 것이 어디서 연원한 것인지    있었다호박 파이프 등장한 자경단의 설정이나 범인의 진실된 정체는 경찰로 대표되는 기존의 사회 질서가 이제 더이상 지속될  없다는 것을 선명하게 느끼게 했으며 그건 2 대전 이후 가속화된 화족의 몰락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는 꾀꼬리의 탄식에서도 여전했다흥미로운 설정에 기반하여 호기심을 유발하는 미스터리를 계속 발생시키며 끝까지 결말을 궁금하게 만들어가는 능력도 좋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맥락 속에다 집어넣어 급격하게 변해버린 사회적 상황 앞에서 자신의 무력감과 혼돈을 곱씹는 그당시 일본인들의 자화상을 세밀하게 구현하고 있었던 것이다때로 범죄를 다루는 미스터리 소설은 범죄라는 상황 때문에 순문학보다 인간이나 시대상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낼  있는데 그런  느끼게   작품들이었다때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의 해결로 인해 조금 흠이 보이 하지만 감히 명성에 걸맞는 작품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시리즈가 처음 시작될 때 나왔던 책들과 나란히 함께 찍어보았다.]

 

 

  미스터리 보다 유일하게 심리 묘사에  많이 치중하여 이색적인 색채로 다가오는 오시타 우다루의 ‘ ‘대지진이 일어나기 1 전인 1922이라는 작중 언급이 없다면 그대로 최근 나온 일본 추리소설로 믿을만한 소재와 전개를 보여주고 있어 한층  흥미롭다요즘 나오는 일본 추리소설에서 자주 다루는 붕괴한 가정과 그로인해 혼란과 불안에 휩싸인 자녀의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또한 고가 사부로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당대 사회의 맥락 속에 넣어 해석할  있다여기서 모든 갈등의 원천이 되는 주인공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리한 교육을 멋대로 강요하는 폭군이자 아내에게 늘상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이러한 그는 그대로 전쟁을 획책하며 국민을 강제 동원하던 군국주의 국가 일본을 나타내고 있다고 하겠다소설은 불현듯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이 가진 미스터리의 진실과 그것이 남긴 여파를 차분하게 그려나가고 있는데그런 전개 속에서 폐인의 궤적을 거듭하는 아들의 모습과 아버지와 전혀 다른 인생 항로를 걷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군국주의 국가 일본이 가져올 미래와  병폐를 가급적 억제할 대안은 어떤 것인지 슬며시 드러내고 있다  편에다 짧은 분량의 작품이라 과연 들었던 명성대로 오시타 우다루의 역량을 확인할  있을까 조금 걱정했었는데충분히 만끽할  있어서 더욱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마지막은 표제작이자 가장 ‘본격’ 미스터리의 맛을 보여준 쓰노다 기쿠오 ‘어느 가문의 비극이다만일 당신이 오직 재미를 위해  책을 선택했다면 바로 그걸  작품에서 흠뻑 맛볼  있을 것이다. 1947년에 발표되었지만(원래 제목은 ‘총구를 마주하고 웃는 남자였다.) 소설이 묘사한 시대상을 논외로 한다면 그렇게 오래되었다고 전혀 여겨지지 않으며 이것이 가지고 있는 이중삼중의 미스터리와 반전이 전해주는 재미를 생각한다면 이런 작품이  이제야 소개되었는지 의아함마저 느끼게 했던 작품이었다재미가 가득한 작품이므로  내가 이런 재미를 느끼게 되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이야기를 소개하지 않을  없을  같다그래서 가급적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다카기 고헤이가 자신의 침대에서 얼굴에 총을 맞아 죽은 상태로 발견된다평소 하녀를 포함 여동생친아들까지 포함해 여러 사람에게 아주 잔인하게 굴었던 그이기에 살인 동기를 가진 용의자가  많은 상황이다거기다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후 3시의 알리바이가 모두에게  있다과연 다카기 고헤이는 누구에게 살해된 것인가여기에 가가미 게이스케는   사람을 의심한다그건 바로 고헤이의 친아들 고로가가미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카페에서 그가 소동을 일으키는  목격한 적이 있다이것이 바로 소설의  장면이기도 하다거기서 가가미는 고로가 계속 시간을 상기시키는 것에 의혹을 가진다나중에 살해 시각이 하필이면 고로가 소동을 일으켰던 시간과 동일하여 그에게 완벽한 알리바이가 성립되자 고로에게 향하는 의혹의 시선은 한층  짙어진다그러던 차에 고로와 연인으로 알려진 하녀 유코가 자신이 고헤이를 살해했다고 자백한다그러나 드러난 증거에 비추어 누군가를 비호하기 위해 유코가 일부러 자백했다는  밝혀지고 가가미는 유코가 고로를 위해 거짓 자백한 것으로 판단하고 집요하게 고로를 뒤쫓는다그런데 그만 고로가 살해되는 일이 벌어진다중요한 용의자였던 고로가 갑자기 살해되자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지고 그러던 차에 새롭게 용의자가 나타난다과연 그가 진범일까?

 

 이런 식으로처음부터 진실을 알고 싶게 만드는 설정을  하고 던져주더니 그걸 계속 거듭된 수수께끼로 불려나가 결말을 도저히 궁금하지 않을  없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알리바이 깨드리기와 비밀 장치 살인 그리고 뜻밖의 범인  셜록 홈즈와 엘큘 포와로혹은 란포의 ‘아케치 코코로 긴다이치 코스케 같은 탐정이 활약하는 고전 추리소설의 스타일이 아주  살아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좋아한다면 정말 환호작약하지 않을  없을 것이다적어도 나는 그랬다그러나 이런 재미도 재미지만 소설을 말할  무엇보다 빼놓지 말아야  것이 있다바로 탐정 캐릭터형사인 가가미 바로  존재인데언뜻 조르주 심농의 유명한 형사 ‘매그레 연상시키기도 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가급적 말없는 관찰자로 자처하며 오직 수사에만 묵묵히 전념한다탐정은 보통 수다스러운 편인지만 가가미는 전혀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것이 한없이 개성적인 색채를 지녀 인상 깊게 다가오는 것이다사실 이처럼 흔치 않은 캐릭터는 양날의 검이다 묘사하면 더없이 매력적으로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저 허무맹랑하게 생각되기 십상이다바로 그걸 나누는 것이 작가가 자신의 캐릭터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인데쓰노다 기쿠오는 전자다그리 무리하지 않은 설정과 필치로 가가미란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형상화하는 것을 보노라면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고 여기지 않을  없다덕분에 매력이  살아난 가가미 형사가 활약하는 또다른 작품을 만나고 싶어진다 마지막에 실려 있는 작가의 약력을 보니 정말 많은 작품들을 출간했던데부디  하나로 그치지 말고 다른 작품들도 소개되었으면 좋겠다이왕이면 가가미 형사가 활약하는 것으로.

 

 처음엔 오랜 호기심으로 잡아  시리즈였지만 책이 거듭될 수록 예전엔 미처  매력을 몰랐던 작가와 작품들을 새롭게 만나는 재미가  컸던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이번에 만난 ‘어느 가문의 비극 내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크게 확인시켜  책이었다더구나 추리소설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도 그저 재미만 추구하지 않고 작가가 직면한 시대의 어둠과 고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욱 뜻깊었다사람에게 새로운 것을 알게되어 인식의 지평이 날로 확대되는 것만큼 좋은 일로 다가오는 것도  없을 것이다적어도 일본 추리소설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하게 그런 좋은 것을 느끼게  주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가 앞으로도 꾸준히 발간되어 더욱  많은 읽고 아는 재미를 경험하게  주었으면 좋겠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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