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 대체 뭐가 있어?” 윗사람이 물었다.
“시벨리우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 마리메꼬, 노키아, 무민.” 쓰쿠루는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중에서 (p. 279) -
핀란드 현지인 따루 살미넨과 이연희가 같이 쓴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는 그런 마음으로 벗하게 된 책이었다.
사실 핀란드 여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 책말고는 달리 선택권이 없다. 그건 당장 검색만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복지와 교육 그리고 디자인에 관한 핀란드 책은 많아도 여행에 대한 핀란드 책은 얼마 없다. 설령 있더라도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세 나라와 묶어서 이야기하는 게 고작이고 이 책처럼 한 권 전체를 온전히 핀란드 여행에 바치지는 않는다. 물론 분량의 많고 적음이 좋은 책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여행서에 있어서만큼은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할애된 분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확실히 더 상세하고 풍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핀란드 여행만 생각한다면 이 책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 공동 저자 중 하나인 따루는 핀란드 사람이다. 한 지역의 볼거리와 먹거리에 있어서 현지인만큼 정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따루는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여 거의 한국 사람이 되다시피 한 사람이라(하나의 예로 따루는 막걸리와 깔깔이 예찬론자라고 한다.) 한국인 정서와 취향에도 능통하다. 다시 말해 따루는 자신이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핀란드의 이모저모를 한국인의 정서와 취향으로 검증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의 취향과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현지인의 추천은 실제 가봤을 경우 때로 너무 낯설어 곤혹스럽기만 하고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따루의 추천은 바로 그런 위험을 피하도록 만든다. 물론 이런 역할은 또 한 명의 저자인 이연희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한국인에게만 맞추다 보면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매력인 이국적인 면모를 놓치게 되기 쉽다.
역시 여행은 낯선 것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익숙한 일상의 눈이 아니라 그 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과 생각으로 나를 관조하고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유를 얻는다는 말을 듣는데 이런 것이 바로 여행을 통해 얻는 자유의 진짜 정체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낯선 것을 마냥 추구할 수만은 없다. 적절한 수준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망과 혐오만 동반하여 벗어나야할 일상의 틀을 오히려 더 두텁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여행의 자유는 매혹적인 낯선 것으로부터 온다. 매혹을 통한 동경과 경탄이 어느새 나를 무장해제 시키고 낯선 것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매혹은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란 말도 있듯이 바라보는 자의 정서와 취향이 투영된 결과다. 정서와 취향을 잘 알면 알수록 더 커다란 매혹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핀란드는 핀란드대로, 우리의 정서와 취향은 또 그것대로 골고루 다 잘 아는 따루 살미넨이 핀란드 여행 추천에 있어 적임자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설정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핀란드의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놀거리 추천을 현지인인 따루 살미넨이 일임하고 다음에 그것을 한국인 저자가 실제 체험해 본다는 설정이다.
말이 나온 김에, 여기서 이 책의 형식을 간단히 말해 보려 한다.
먼저, 아래의 사진은 이 책의 목차다.
차례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핀란드의 가볼만한 곳들을 지역으로 나누어 각각 설명하고 있다. 각 지역의 위치는 표지에 그려진 핀란드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도는 각 지역에 들어갈 때 가장 첫 머리에 해당 지역만 표기되어 따로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각 지역으로 들어가보면 아래에서 보듯, 양면을 다 채워서 눈을 즐겁게 만드는 각 지역의 사진으로 시작하고 있다.
특별히 뚜르꾸를 가져온 곳은 내가 핀란드에 가면 꼭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쓰쿠루가 에리를 찾아갔던 '하메린나'인데 그 곳이 바로 뚜르꾸로 가는 길에 있기 때문이다.하메린나는 우리들에겐 '핀란디아'라는 교향시로 유명한 얀 시벨리우스(그러고 보니 작년이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이었다.)의 고향이기도 한데 그는 그 곳에 있는 바나야베시 호수를 떠올리며 핀란디아를 작곡했다고 한다. 쓰쿠루도 에리와 함께 호수를 찾아가 자신의 오랜 망집을 비로소 던져버리게 되는데 그 호수가 아마도 바나야베시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뚜르꾸는 헬싱키가 핀란드 수도가 되기 전의 수도로 중세 이후 내내 핀란드의 중심이었다고 한다. 여기엔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뚜르꾸성이 있는데 1280년에 세워진 그 성은 핀란드가 스웨덴의 지배를 받을 때엔 총독이 거처하던 곳이기도 해서 핀란드의 아프고 굴곡진 역사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곳에 있는 '야르벤뻬'는 시벨리우스가 가정을 이루고 죽을 때까지 살았던 곳으로 시벨리우스 박물관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우라'란 이름의 강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6,500원을 내면 이 강을 운행하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 뚜르꾸에는 '난딸리'란 곳이 있는데, 바로 거기에 이제 핀란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중의 하나가 된 무민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무민월드가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무민월드는 1년 내내 늘 개방되지 않으며 여름에만 잠깐 문을 연다고 한다.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인기는 아주 많은데 핀란드에 인구가 너무 작아서 상시 개방이 어려운 것이라 한다. 이런 사실들은 모두 뒷페이지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연희 작가의 글에서 얻게 된 것들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이렇게 이연희 작가의 글이 나오고 나서 '따루의 핀란드 ON AIR'란 제목으로 따로 코너를 마련하여 따루 살미넨이 직접 핀란드를 여행할 때 꼭 보고, 먹고, 놀고, 쇼핑하면 좋을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핀란드의 국립공원은 모두 입장료가 무료라고 한다. 사진은 핀란드의 가장 유명한 국립공원이기도 한, 레뽀베시 국립공원의 호수 풍경이다. 레뽀베시는 호수 지역에 있다고 하는데 핀란드엔 무려 약 18만 8,000개의 호수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핀란드를 '숲과 호수의 국가'라고 하는데 레뽀베시 국립공원은 그러한 핀란드의 면도를 한껏 느끼게 해 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서 오른쪽에 있는 자작나무의 길은 사진만으로도 멋져 보여 나도 꼭 걸어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이연희 작가의 글이 끝나면 '따루의 핀란드 ON AIR'가 시작된다.
차례는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 그리고 쇼핑할만한 곳 순이다.
볼거리엔 장소에 대한 설명만이 아니라 개장시간과 입장료, 주소와 전화까지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놀거리, 먹거리 그리고 추천 쇼핑지도 같다.
그리고 여러가지 거리들에 대한 소개가 끝나면 이렇게 따루의 핀란드 요점 정리가 마지막에 나온다.
여행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것이 바로 여행하려는 지역의 물가인데 특히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물가가 높다는 선입관이 있어서 여행할 때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대해 따루는 핀란드 물가가 싼 것은 아니나 모든 것이 비싸기만 한 것은 아니니 싸고 비싼 것을 잘 알고 있으면 알뜰한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핀란드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한다. 이렇게 '핀란드의 요점 정리'는 여행을 하면서 아무래도 신경쓰게 되는 날씨나 물가 혹은 음식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때로는 술문화나 자연 그리고 사우나에 이르기까지 알아두면 더 살뜰하게 핀란드를 여행할 수 있는 지식들을 일러주기도 한다.
이상으로, 이 책의 구성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는데 여기서 이채로은 것은 역시나 마치 서로 캐치볼을 하는 것처럼 이연희 작가가 먼저 공을 던지면 그것을 따루가 받아 다시 던지는 것 같은 형식의 글 배치다. 나는 이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왜냐하면 핀란드가 가지고 있는 이국적인 매력은 매력대로 한껏 살리면서 동시에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은 한국인 저자의 실제 체험을 통해서 잘 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덕분에 핀란드는 내 마음속에 정말로 '매혹될만한 것은 많고, 실망과 두려움은 적다!'는 문장으로 깊이 각인되어 버렸다. 그러니 가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커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이 책을 통해 핀란드의 새로운 매력을 많이 깨닫게 된 탓이기도 했다.
나는 그동안 핀란드를 교육과 복지로 한껏 앞서나간 나라로만 생각했지 핀란드의 문화 그리고 역사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았었다. 그런데 핀란드는 중세 이후 스웨덴과 러시아의 오랜 지배를 받은, 그렇게 우리나라만큼이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핀란드에 존재하는 오래된 건물마다 수 차례 타버렸다가 다시 재건된 과거가 있었고 그것은 그대로 핀란드의 역사적으로 누적된 상흔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니 비슷한 역사를 가졌으나 전혀 반대의 나라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놀랍지 않을 수 없고 그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비결의 대략적인 모습을 나는 이연희 작가의 글에서 어설프게나마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겸허가 아닐까 싶다.
핀란드하면 얼른 떠오르는 것은 역시 울창한 숲과 많은 호수로 대변되는 거대한 자연이다. 경작지가 전 국토의 6% 밖에 안된다고 하던가? 그만큼 생존하기에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핀란드 사람들은 겸허히 순응하고 자연과 조화롭게 지냈다. 내게 이익이 안된다고 해서 함부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겸허하게 자연이 자신들에게 허락한 것들만 받아들였다. 숲에서 버섯이나 베리를 채집하는 장면이 내겐 참 인상적이었는데 핀란드에서 누구라도 숲에 들어가서 버섯이나 베리를 자유롭게 채집할 수 있으며 설령 시장에 내다 판다고 해도 일절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허용해도 핀란드 사람들은 가족들이 먹을만큼만 채집한다고 한다.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밖에 없다고(p. 178) 분명 이 채집은 핀란드인들의 오랜 생존 방식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핀란드인들의 모습에서 보듯, 그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내가 필요한 것 이상을 절대 채집하지 않았다. 오직 생존에 필요한 양만 자연에게서 가져왔다. 이것이 바로 자연에 대한 핀란드인들의 태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내게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가져오지 않겠다는 마음은 그것들이 내 노력의 대가가 아니라 자연이 특별히 허락한 은총이라는 깨달음이 선행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그리고 은총이라는 생각은 자연 앞에서 겸허한 태도를 가질 때 자리잡는다.
바로 이 겸허가 오늘의 핀란드를 만든 궁극적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연에 대한 이런 태도가 결국 사람들에 대한 태도로 자리잡아 오늘날의 핀란드 교육이 어디까지나 뒤처지는 아이들을 더 중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볼 때(p. 194) 나보다 못한 이들에 대한 배려를 통해 더 성숙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 속 채집의 태도가 사람에 대한 태도가 되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축제'인 바뿌가 되고,
그동안 핀란드 사람들은 조용하고 말수가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바뿌를 직접 경험해보니 그러한 생각은 오해였다. 역시 선입견이란 무섭다. 내가 보기에 핀란드 사람들은 그 어떤 국가의 사람들보다 정이 많다. 단지 표현에 서투를뿐이다. 따라서 예의를 갖추어 서서히 말을 걸고 진심을 다해 나의 감정을 표현하다 보면 그들도 다정하고 수다스러운 면모를 보여줄 지 모른다.(p. 20)
생활 속 물건에 대한 태도까지 확장되어 비록 나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남은 사용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도시 전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들고 나와 서로 교환하거나 팔고 사는 행사인 '시보우스빠이바'를 낳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참 많이 달랐던 대학도서관의 모습 역시도 그 근본엔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겸허가 있었을 것이다.
도서관 안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 외에도 어린이와 노인 등 외부인이 많았다. 학생과 교직원 외에는 입장이 불가능한 대부분의 한국 대학 도서관을 생각하면 참 반갑고 신기한 풍경이었다. 한술 더 떠 다들 여기가 마치 제집 안방인 듯 편안한 자세였다. 푹신한 의자에 눕다시피 파묻혀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네를 타고 노는 아이들, 헤드셋을 쓰고 음악을 감상하는 할아버지도 보였다. 도서관이 누구에게나 개방된 열린 공간인 덕에 핀란드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국민이 된 걸까? 경직된 분위기에서 똑같은 자세로 책만 들여다보는 한국의 대학 도서관과 대비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p 83 ~ 84)
무엇보다 산타 마을이 있는 라플란드에서의 코티지 체험은 더욱 핀란드 사람들에게 겸허가 근본적인 태도로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핀란드 북쪽에 있는 라플란드. 겨울의 라플란드는 말 그대로 눈으로 뒤덮힌 곳이다. 따루와 이연희 작가는 여기서 코티지 체험을 한다. 하지만 거기서는 문명의 이기를 일체 누리지 않는다. 아무리 추워도 장작으로 불을 떼고 촛불로 전깃불을 대신한다. 아무리 바깥 상황이 혹독해도 오로지 자연적인 것에만 의존해서 살아가는 모습은 내게 핀란드 사람들에게 겸허의 태도가 얼마나 뿌리 깊이 내리고 있는지 똑똑히 보게 했다. 그들은 설사 내가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내 편의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타자인 자연에 순응하고 그것을 포용하려 애썼다. 물론 그것은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뿌도, 시보우스빠이바도, 도서관의 풍경도, 라플란드의 코티지 체험도 모두 그런 겸허에서 태동한 포용이 낳은 산물이었다. 그렇기에 핀란드는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것이다. 또한 자신을 인정받지 못해 내내 죽음만을 생각하고 살았던 쓰쿠루가 핀란드에서 비로소 자신을 긍정하고 타인을 품을 수 있게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한 마디로 핀란드는 내게 왜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지 일깨우고 있었다. 겸허는 무엇보다 긍정에서 발현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모습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먼저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더 멀리 한발짝을 내딛기 위해 지금 내가 놓아야 할 징검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생각만으로는 어렵다. 구체적인 현실의 충전이 없으면 생각은 쉽사리 에너지가 소진되어 실천으로 나오지 못하고 만다. 현실에서 그 겸허를 그리고 포용을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역시 핀란드로 가야 한다. 이 책으로 확인한 바, 핀란드가 바로 그런 것들로 더없이 가득한 땅이라는 것은 틀림없으니. 이렇게 가려는 열망이 한층 더 깊어진 나는 이제 쓰쿠루가 했던 고백을 똑같이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마음은 밤의 새다. 조용히 뭔가를 기다리다가 때가 오면 일직선으로 그쪽을 향해 날아간다.
진정, 지금 내 마음은 핀란드를 일직선으로 향해 있다. 얼른 날아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핀란드로 더욱 가고 싶게 만드는 곳들을 사족처럼 붙여 본다.
아래에 보이는 CD는 시벨리우스 말고 내가 아는 유일한 핀란드 뮤지션인 'TABULA RASA'다. 록밴드이나 다른 록밴드들과 차별되는 그들만이 독특한 매력이 있는데 그건 청아한 느낌의 기타 선율을 바탕으로 꽤나 명상적인 분위기의 연주를 들려준다는 점이다. 이 앨범의 'RAKASTAA'를 듣고 있으면 때로 하얀 자작 나무 숲길을 홀로 조용히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말 핀란드에 가게 되면 꼭 가지고 가서 숲에서 들어보고 싶다. '땀뻬레'는 바로 이 밴드가 결성된 곳이다. 땀뻬레가 핀란드 최고의 공업 도시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에드먼드 윌슨의 '핀란드 역으로'라는 유명한 책이 있다. 레닌을 비롯한 근대 이후 혁명가들을 다룬 책으로 제목의 핀란드 역은 레닌이 러시아 혁명을 결심하며 내렸던 역이기도 하다. 모스크바의 역이름은 출발지로 정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핀란드 역은 핀란드에서 출발한 열차 노선의 종착지였다. 그 열차가 출발하는 곳이 바로 땀뻬레다. 실제로 여기서 레닌은 오래도록 러시아 혁명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것을 기념하여 레닌 박물관도 땀뻬레에 있다고 한다. 모스크바에 있는 레닌 중앙 박물관이 문을 닫은 현재, 레닌의 자료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고 한다. 겸사겸사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 뽀리에 있다는 끼르유린루오또 공원.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지도 모를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마다 여름이면 뽀리 재즈 페시티벌이 열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뽀리 재즈 페스티벌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재즈 페스티벌로 유명한 재즈 뮤지션은 다 모이는만큼 재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한 번 가고픈 페스티벌이다. 물론 입장료는 없다.
사진은 2013년 뽀리 재즈 페스티벌의 모습. 이 엄청난 인파를 보라. 언젠가는 나도 이들 틈에 낄 수 있게 되기를 정말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