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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평점 :
드디어 스티븐 킹의 '부적'을 읽었다.
스티븐 킹의 이름이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80년대의 대표작. 예전에 나왔으나 절판되어 뒤늦게 스티븐 킹의 소설들을 좋아하게 된 나로서는 못 보게 되어 아쉬음이 컸었는데 이렇게 황금가지에서 새롭게 발간한 것이다. 표지 디자인도 모두 2권을 오렌지와 하얀색으로 대비시켰는데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물론 '부적'은 스티븐 킹 혼자 쓴 것은 아니고 '고스트 스토리'로 유명한 작가 피터 스트라우브와 같이 썼다. 스티븐 킹이 다른 작가와 협업을 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 함께 쓰게 된 사연은 이렇다고 한다. 1977년, 스티븐 킹은 가족을 데리고 영국의 런던으로 건너 간 적이 있다. 거기서 피터 스트라우브 부부를 처음 만났는데 서로 마음이 맞아 곧 아주 친해졌고 가족끼리 자주 만나 놀았다고 한다. '부적'에 주인공 잭 가족과 잭 아버지 친구인 모건 가족이 여름마다 시브룩 섬에서 함께 어울렸다고 나오는데, 이건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의 가족이 서로 어울려 놀았던 것에서 따온 것 같다. 그러나 함께 '부적'을 쓰자는 이야기는 런던에서 나오지 않았다. 석 달 후 스티븐 킹 가족은 다시 미국으로 이사했는데, 이번엔 피터 스트라우브가 스티븐 킹을 찾아서 가족을 모두 데리고 그곳으로 건너갔다. 두 작가의 우정이 얼마나 커졌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 미국에서 둘은 같이 '부적'을 쓰기로 한다.
[어쩌면 너무나 친해서 서로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겼기에
'트위너'란 존재를 상상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부적'은 '다크 타워'와 더불어 스티븐 킹의 가장 대표적인 환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둘이 비슷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크 타워'도 현실과 평행 차원의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인데, '부적' 역시 그러하니까.(어쩌면 그래서 스티븐 킹은 이 둘의 세계를 합쳐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밝히겠지만 '부적'에는 '다크 타워'의 주인공 건슬링어의 트위너가 등장하기도 한다.) '부적'에는 '테러토리'라는 세계가 등장한다. 지구와 다른 차원의 곳으로 여왕이 있고 귀족이 있는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소다. 거기엔 평행 차원의 세계가 그러하듯이 지구에 사는 인간들과 똑같은 인간들이 존재하는데, 그런 이들을 '트위너'라 부른다. 쉽게 말해, 우리와 똑같지만 VERSION만 다른, 일종의 복사본인 것이다.(평행세계론이 그러하듯이, 지구의 인간과 트위너는 운명을 같이 한다. 어떤 때는 무의식적으로 둘이 같은 말을 하기도 하는데, 당신도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다면 테러토리의 트위너가 말하고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아주 희박한 것인데 테러토리의 트위너가 죽었어도 아무 영향을 안 받는 존재가 있는 것이다. 잭 소여가 그러하다. 그래서 그는 특별하다. 이건 결말에서 아주 중요한 사항이 된다. 왜 아무나 부적을 가질 수 없는 지와 관련하여) 당연하게도 아무나 이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주 소수의 사람만 그럴 수 있는데 어떤 이는 그 능력을 이용해 두 세계만이 아니라 평행 세계 전체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부리기도 한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잭 소여도 그 중 하나다.
소설의 시작에서 그의 삶은 외롭고 힘들다. 잭 소여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빠와 엄마인데, 아빠는 죽고 엄마는 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잭은 지금 엄마와 아르카디아 해변에 있는 알람브라 호텔(스티븐 킹의 소설 '토미노커'에도 나오는 곳이다.)에 있다. 엄마가 데리고 왔는데 그 이유는 아빠의 친구이자 동업자인 모건이 엄마에게 남편이 세운 회사 경영권을 포기하라고 무섭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삼중고 속에서 우울의 밀물에 쓸려다니기만 하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스피디 파커란 흑인 노인(바로 이 사람이 '다크 타워의 주인공 건슬링어의 트위너다.)을 만난다. 잭을 한사코 '방랑자 잭'이라 부르는 그 노인은 '테러토리'와 엄마에 대한 놀라운 비밀을 들려주며 엄마를 구하고 싶으면 '테러토리'로 건너 가 부적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부적이란 엄청난 힘을 가진 물건으로, 이 '부적' 때문에 불순한 무리들이 평행 세계 전체 정복이라는 야욕을 가지는 것이다.
[미국 판 인물 소개 삽화로 나온 잭 소여의 일러스트]
이러한 이동을 위해 스피디 노인은 암녹색 액체가 든 병을 준다. 이걸 마시면 순식간에 테러토리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이 액체 때문에 차원 이동 능력이 없는 트위너나 일반인도 테러토리와 지구 사이를 왕래할 수 있다. 그래서 테러토리의 트위너들이 모건의 명령을 받아 잭을 잡기 위해 지구로 오기도 한다. 그 때 그들은 꼭 지구에 있는 자신의 분신들에 빙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노인은 말한다. 뛰어난 사람은 액체의 도움 없이 마음의 힘만으로도 갈 수 있지만. 처음 이걸 읽었을 땐 복선인 줄 몰랐다. 놀랍게도 정말 그런 걸 할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가 바로 잭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아빠의 친구, 모건. 둘은 '테러토리'를 알고 있었고 자유로이 왕래했다. 모건의 '테러토리' 트위너는 여왕마저 위협할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귀족. 그는 여왕이 아주 깊은 병을 앓자 그걸 기회로 테러토리를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니까 잭의 '테러토리'에서의 여정도 몹시 위험한 것이다. 모건과 그의 부하들 트위너가 '테로토리'를 장악한 상태이니. 물론 저자를 생각한다면 자연스러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이름 아래 핑크 만발 폭신폭신한 로드 무비를 기대했단 말인가!
곳곳에서 불길함과 음산함 그리고 죽음의 위햡이 도사리는 여정은 잭에겐 미안하지만 '테러토리'만의 것은 아니다. 지구의 여행은 그보다 더 비참하고 음험하다. 때로 잭은 지구에서 테러토리로 탈출하기도 한다. 우연히 히치하이킹을 한 차의 운전자가 소아성애자로 밝혀지는가 하면 고작 12살의 몸으로 오랫동안(잭이 작품 속에서 집을 떠나 여행하는 기간은 무려 6개월이다!) 정처없이 방황하다 보니 경찰에게 부랑자로 체포 당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2권에서 우리는 더욱 분명히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있어 미국이란 나라가 '테러토리' 보다 더 가혹하기만 한 곳이란 걸. '부적'에서 잭 소여를 영혼의 한 방울까지 끝도 없이 착취(오틀리 주점)할 뿐만 아니라 목숨마저 잃어버릴 지도 모를 정도로 내모는 곳(선라이트)은 다름아닌 미국인 것이다.
이런 점에 눈길이 가다보면 이 책이 발표된 연도가 자못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책이 발표된 것은 1984년. 한 마디로 80년대 초에 집필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의식하면 소설의 인물들과 여러 장치들이 꽤 재미난 의미를 갖는다. 뉴잉글랜드에서 켈리포니아에 이르는 현실 미국 속 잭의 행로는 더욱 그렇다. 어떤 의미가 나타나기에 사족이 이렇게 긴가 하고 타박하실 분들을 위해 미리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렇다. '부적'은 80년대 레이건 행정부에 의해 이뤄진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신랄하고 무자비한 비판이다. 그 행정부를 낳은 신보수주의에 대한 가장 통렬한 공격이다. '부적'은 단순한 환상소설이 아니다. 그러한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실은 그 속에 거침없는 현실 사회 비판의 칼날을 간직하고 있다. 그가 왜 주인공에게 톰 소여의 이름과 같은 잭 소여란 이름을 주었는가 그리고 왜 여정을 그 톰 소여가 나왔던 '허클베리 핀'의 여정을 오마쥬하듯 비슷하게 형성했는가 하는 것도 다 그와 관련있다. 이 작품을 그저 재미를 위한 대중 소설로 생각하고 허투루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는 설정에 꽤 공을 들인 작품이다. 공포 소설의 두 대가가 협력하여 제대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 소설인 것이다.
[84년 초판본 커버. 아마도 부적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듯.]
왜 이리 호들갑인가? 또 나무라실 것 같다. 이제 그 이유를 당신의 시간을 절약한다는 의미에서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 보겠다.
80년대 초반 미국 경제는 중요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동안 미국 경제의 중추를 떠받치던 러스트 벨트가 몰락하고 플로리다와 켈리포니아가 새로운 강자로 부흥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점점 성장해 나가는 그들을 선 벨트(SUN BELT)라 불렀다. 그 때의 켈리포니아 인구는 뉴욕의 인구를 초월할 정도로 컸었다. 이제 아셨을 것이다. 잭의 여정은 이 변화의 흐름을 그대로 답보하고 있다는 것을. 잭 소여는 그렇게 러스트 벨트에서 선 벨트로 나아가는 것이다. 잭 소여가 부적을 얻기 위한 최종 목적지 아긴코트 호텔은 바로 켈리포니아에 있다.
1권에서 모건의 오른팔인 오스먼드에게 채찍을 맞고 테러토리에서 지구로 돌아 온 잭은 거기서부터 현실 미국의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 만나는 곳은 뉴욕 주 서부에 있는 오틀리 주점이다. 잭은 거기서 싸구려 임금을 받으며 열심히 일을 하지만 주인 스모키 업다이크에게서 사람 대접은 조금도 못 받는다. 쥐꼬리만한 임금마저 탈탈 털릴 정도로 착취나 당할 뿐이다. 그 오틀리 주점을 가면서 잭이 보는 광경이 인상적이다.
공장 유리창은 거의 다 깨졌고 시내에도 유리창에 널빤지를 덧대어 놓은 집들이 있었다. 울타리 친 콘크리트 마당에 산더미 같은 쓰레기가 쌓여 있고 종이 쓰레기도 펄럭거리고 있었다. 고급주택들도 관리를 제대로 안 한 듯 돌출현관이 주저앉아 있거나 페인트도 여러 군데 벗겨져 있었다. 팔 수도 없는 자동차들로 가득한 중고차 전시장의 주인들일지도 몰랐다.(1권, p. 260)
['부적' 미국판 커버 중 일부]
한 마디로 몰락할 대로 몰락한 폐허의 풍경이다. 그런데 이 시기 미국의 러스트 벨트에선 흔한 풍경이었다. 제조업의 몰락으로 버려진 공장들, 실업으로 생존 위기로 내몰린 블루 칼라 노동자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오틀리 주점에서의 잭 소여는 이런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있다. 잭은 거기서 탈출했지만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는 다른 이들이 배척부터 하는 부랑자가 될 뿐이다. 여기서 그는 테러토리에서 만나 함께 지구로 온 늑대인간 울프와 함께 하는데, 이 울프의 외모 때문에 그들은 사람들에게 더욱 따돌림을 당한다. 이러한 상황은 레이건에 의해 자신과 다른 타자에 대한 배척을 기조로 삼았던 신보수주의가 자국의 하층민에게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다. 레이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미국의 중산층들은 하층민을 위한 복지 예산을 줄이는 것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허클페리 핀의 후예와도 같은 이런 부랑자들은 오직 격리와 통제의 대상일 뿐이었다. 잭 소여와 울프도 그렇게 된다. 그들은 경찰에게 체포되어 판사에 의해 그런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선라이트'로 보내진다. 오직 복종만을 강요하며 그 뜻을 따르지 않으면 살인도 서슴치 않는 선라이트는 가드너란 인물이 독재하는데, 이 가드너란 인물이 정말로 재밌다.
소설은 가드너를 배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말 잘 생겼으며 언변이 화려하고 기독교 광신도로 묘사한다. 가드너의 특징을 곰곰이 따지다보면 생각나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그 때의 미국 대통령인 레이건. 너무 나간 추측 아니냐고? 결코 그렇지 않은 걸. 일단 소설에서 가드너에 대해 말할 때 배우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 이건 분명 레이건을 떠올리게 하려는 것이다. 거기다 그가 다스리는 곳의 이름은 선라이트다. 아시다시피 레이건은 러스트 벨트가 아니라 선 벨트인 켈리포니아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작가들이 하필이면 선라이트란 이름을 지었던 건 이런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함이 확실하다. 거기다 레이건은 모건의 오른팔이다. 모건하면 얼른 떠오르는 J. P 모건은 레이건 정부 때 영향력을 가장 많이 확장하였다. 거의 레이건이 모건의 오른팔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모건을 기업가로 묘사한 것도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자, 이만하면 가드너의 모델이 사실은 레이건이라는 게 어느 정도 납득되실 것이다.
이걸 염두에 두고 읽으면 2권은 정말 재밌어진다. 그리고 놀라게 된다. '부적'이 너무나 신랄하게 당대의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에. 그 때의 미국은 자신과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도 전혀 존중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게 주류의 흐름이었다. 선라이트에 수용된 수많은 아이들처럼 격리와 배척의 대상일 뿐이었다. '부적'은 그것에 대한 매서운 비판이다. 소설이 레이건을 악하게 묘사하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 표현은 애교에 불과하다. 이렇게 다름을 차별의 이유로 삼는 미국에 대해 정신차리라는 뜻으로 작가들은 잭 소여를 '단독자'로 설정했다. 그는 무리의 일부분이 아니라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인 것이다. 부적이 가진 엄청난 치유와 구원의 힘은 오직 단독자에게만 허락된다. 당시의 미국은 자신들이 어떤 범주를 미리 설정하고 모든 개인을 거기에 따라 정의내리고 분류했지만 작가들은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잭의 친구 '울프'를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거기서 울프는 우리가 아는 늑대와 달라도 너무 다르게 자신을 위해 다른 짐승을 함부로 살육하는 자가 아니라 자기보다 약한 자들을 온 힘을 다하여 끝까지 보호하는 자로 나오는 것이다. 그는 그런 헌신을 무엇보다 중요한 명예로 생각하고 결국 그 명예를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바친다. 이런 울프의 묘사와 희생 앞에서 우리가 달리 무엇을 말할 수 있으랴. 부적이 가진 힘의 원천은 바로 울프와 같은 태도에 있다는 말 말고는.
[이 역시 '부적' 미국판 커버]
간략하게 설명한다고 했는데 말이 너무 넘쳤다. '부적' 탓이다. 할 말이 너무 많은 책인 것이다(난 지금 울프와 더불어 잭의 소중한 동료가 되는 어릴 적 친구 리처드를 만나게 되는 테이어 학교에 대한 얘기를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선라이트가 있던 인디애나 주와 더불어 테이어 학교가 있는 일리노이 주는 러스트 벨트를 이루는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러므로 테이어 학교를 엘리트를 양성하는 사립 학교로 설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유독 거기에만 모건을 따르는 트위너들이 기존의 인간들을 대체하는 장면 묘사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언급하고 싶었지만 글의 길이 때문에 그만뒀다. 하일라이트의 중요한 무대인 아긴코트 호텔도 그렇고. 이 장소가 소설에서 가지는 의미에 비하면 한 문장으로 그친다는 건 정말 너무한 처사이다. 흑흑.) 그 때문인지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처럼 다 읽고 나서도 그 내용을 몇 번이나 곱씹게 된다. 그러다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피터 스트라우브는 우리에게 생소하니까 예외로 치고 많이 알려진 스티븐 킹은 때로 재미는 있지만 깊이는 없는 작가로 생각하곤 하는데 '부적'만 읽어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오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마도 이번에 '부적'이 세롭게 발간된 것은 워너브라더스가 공전의 히트를 친 '그것'에 이어 다음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의 영화로 '부적'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설의 많은 팬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길 오랫동안 바라고 있었다. 나 역시 어떻게 만들어질지 너무나 궁금하다. 특히나 후반에 모건과 잭 소여가 대결하는 장면의 영상 묘사가 정말 기대된다. 그 때의 모건 움직임 때문에 나는 더욱 모건을 자본의 상징이라 여기게 되었다. 자본이야말로 어디에나 순식간에 존재했다가도 홀연히 사라질 수 있으니까. 모건이 J. P 모건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생각도 한층 더 굳어졌고.
이야기가 또 삼천포로 빠졌는데 여하튼 바라건대 이 소설에 잔뜩 들어간 레이건 정부 시절 미국에 대한 가열찬 비판들도 그대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엄청 흥미롭게 될 것 같다. 지금의 미국 또한 그 때의 미국과 그리 다르지 않으므로. '부적'은 지금 트럼프 정부 미국 상황에 대한 비판으로 읽어도 여지없이 통용된다. 레이건의 말년을 생각하면 가드너 최후에 대한 묘사는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두 작가 중 누군가 예언자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어쨌든 추천이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재미라는 감성도, 깊이라는 지성도 다 만족시키는 소설이니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