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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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서민을 구원했을지는 몰라도, 이 책 '서민 독서-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가 나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누군가 내게 책을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곰곰 생각해 본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서민 님처럼 '독서가 나를 구원했다'는 마음가짐은 아닌 것 같다.

재미있으니까 읽고, 독서만한 소일거리는 없으니까 읽는다.

독서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선 떨지 않고 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하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나에게 독서는 그렇게 가변적인 것이다.

 

독서의 힘을 강력하게 믿기는 하지만 '독서만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는 거다.

나 또한 독서의 힘으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음을 알지만,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못한 사람이 되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링컨 전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링컨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꿈을 키울 수는 있지만,

모두가 링컨 같은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책을 읽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고,

책을 읽지 않고,

행동에 옮기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으면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책을 읽지 않고, 행동에 옮기지 않더라도,

안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을 하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만이 사람을 바꿀 수 있고,

책을 읽어야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은,

선을 위한 독선이고, 책에는 필요악이 되는 것이다.

 

여느 책처럼 재밌게 읽으려고 시작한 책이고,

그래서 이러저러한 책들에 대한 리뷰를 담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담론을 펼쳐 나가는 방식도 내가 보기엔 좀 억지스러웠다~--;

이는 잘못된 책 선택은 읽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책도 책 나름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좋은 책을 고르는 요령은 무엇일까? 『아침형 인간』같은 자기계발서를 되도록 멀리하고, 소설을 주로 읽기 바란다.(146쪽)

물론 나도 자기계발서 따위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서민 독서'만 하더라도 구태여 분류를 하자면 '소설'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깝지 않겠는가 말이다.

 

위 부분은 맞춤법이 틀렸다.(159쪽 열째줄과 비교)

 

이 책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나와 다르더라도 하나의 논조를 꾸준히 밀고 나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중할 수 있겠는데,

어느 꼭지에선 이렇게 한 얘기들을 다른 꼭지에선 또 다른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

그의 논조가 무엇인지 헷갈린다.

일관되지 않는다.

 

꼭지를 바꿔 읽을 때마다 가재 편인지, 게 편인지, 또는 새우 편인지,

그도 아니면 히드라ㆍ말미잘 편인지 묻고 싶은걸 참느라 혼났다.

 

좌파도 우파도 아닐 수는 있다.

중립을 지키겠다거나,

또는 중립조차도 편가르는 것이 되니 중립의 편도 들지않겠다고 색을 뺄수는 있지만,

빨강과 파랑을 섞지도 않고 나란히 나열하며 보라가 된다고 하는건,

색의 논리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비교를 할땐, 비교하는 쪽과 당하는 쪽의 기준이 같아야 한다.

얼굴이 이쁜데다가 몸매도 착하다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책을 읽는 자만이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착하다는건, 근거도 없고 상관관계도 없는 논리의 비약이니까 말이다.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안철수도 책을 열심히 읽은 덕분에 평균 이상의 화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선뜻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말이 모호하다고 말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를 질타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철수 화술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비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모호함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건 잘 구사하지 않으면 상대가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라고 알아챌 우려가 있는데, 안철수가 워낙 말을 잘하다 보니 듣는 이로 하여금 "뭔가 있는데 표현을 못하는구나"하고 믿게 만들지 않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안철수가 잦은 부침 속에서도 정치판에 있을 수 있는 비결이고, 이게 가능한 것도 다 그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253쪽)

 

위 부분은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수긍하기가 힘들다.

저 구절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안철수의 화술이 위대해야 하는데,

저자부터가 '그의 말이 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인용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암튼 자기가 읽은 책을 백 퍼센트, 천 퍼센트 활용하여 이런 책을 낼 수 있다니,

이 책의 저자 서민 님은 똑똑한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서민 님의 책들을 좋아했던건 납득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알아먹을 수 있는 글을 써서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처럼 논리 전개가 엉뚱하거나 비약이 심하면,

또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이의에 대해 설명을 하기보다는 일축을 해버리는 상황이라면,

쉽게 맥이 빠지는 고로 재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책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명제에서 걸어나와,

책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이 분야 저 분야 두루뭉술 펼쳐놓기 보다는,

기생충이나 독서 따위, 님만의 전문 분야를 특화해보는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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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2017-10-31 20:58   좋아요 0 | URL
안철수 이야기는 대놓고 돌려까고 맥이는 수준이네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11-01 09:07   좋아요 2 | URL
저도 워낙 글을 재밌게 쓰시는 분이라,
유머 코드 장착을 위한 반어법이나 그딴 수사법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바로 전 페이지에 보면,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가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말을 해야 할 때 안 해서 답답함을 주고, 부산 사투리라 좀 투박한 맛은 있을지언정, 안철수의 말이 두서없게 느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라고 하고 있는걸요~.

저도 돌려까고 멕이는 수준이었으면 좋겠습니다~ㅠ.ㅠ

양손잡이 2017-11-01 09:19   좋아요 1 | URL
허걱 그렇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숩니다 ㅠ

마태우스 2017-11-02 08:33   좋아요 2 | URL
양철나무꾼님, 서민입니다. 저자가 리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게 좀 찌질해 보일 수 있어서 평소 리뷰를 안보려고 했지만...님의 리뷰를 그만 보고야 말았습니다. 좋은 리뷰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 동의합니다만,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안철수 얘기는 까려고 쓴 건데, 제가 글을 못써서 전달이 잘 안됐네요. 원래 제 스타일이 띄운 다음에 비꼬는 거라, 이번에도 그렇게 했는데 제대로 안됐군요. 근데 너무 억울해서 댓글 다는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 안철수를 지지한 적이-대통령 후보로서에 국한하자면-단 한 번도 없습니다 ㅜㅜ

양철나무꾼 2017-11-02 09:28   좋아요 2 | URL
그런 작가 분이 이런 귀한 발걸음을 해주시고 무한영광입니다~^^
그러셨군요.
띄운 다음에 비꼬는 스타일 저도 알고 있습죠.
저도 그래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님의 ‘책을 읽으면 말을 잘 할 수 있다‘라는 취지와는 좀 동떨어지게 되어서요.

제가 아는 분이 안철수 님과 군의관 시절 같이 바둑을 두셨대요.
그래서 안철수 님과 친하다면 친하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정치판에 있을 수 있는 비결을 독서보다는 바둑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시더군요, ㅋ~.

2017-10-31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17-11-01 00:55   좋아요 2 | URL
책이 다는 아니죠 책을 읽기만 하지 않고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책을 읽는 게 아주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책이 아닌 사람이나 사회와 부딪히고 살면서 얻는 게 더 많을 테죠 그게 쉽지 않은 사람이 책을 파고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이라고 해서 다 옳은 말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걸 잘 알아봐야 해요


희선

양철나무꾼 2017-11-01 09:22   좋아요 4 | URL
저는 책말고도 세상이나 삶을 낫게 하는 것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접근성이나 편리성에서 책에 밀려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책이 핸드폰에 밀려나고 있구요.

피곤한 사람에겐 한숨 꿀잠이,
허약한사람에겐 적당한 운동이,
힘들고 지친 이에겐 잠깐의 휴식과 위로가 그러하듯이 말이죠~^^

루쉰P 2017-11-01 12:23   좋아요 1 | URL
잘 지내고 계시죠? ㅎ

양철나무꾼 2017-11-01 12:30   좋아요 0 | URL
옴마야~!!!!!!!!!^^
이게 누구래요?
안 죽고 살아게셨습니까?
잘 지내고 계시는거죠?
정말 반갑습니다, 덕분에 오후는 경쾌하게 시작할 수 있겠네요~^^

서니데이 2017-11-01 18:45   좋아요 1 | URL
낮에는 조금 따뜻한 것 같았는데, 해가 지는 시간부터는 차가워지네요.
양철나무꾼님,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11-02 09:29   좋아요 1 | URL
오늘은 좀 흐린 것 같은데,
내일 비오고 추워진대요.
월동 준비 해야할까 봐요~--;

AgalmA 2017-11-01 21:46   좋아요 2 | URL
안철수 씨 화법을 너구리 꾀인 것처럼 말하다니ㅎㅎ 책 많이 읽으면 자기 주장을 더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허점이 바로 드러나는데 무슨! 그 모호함은 정치적 야심을 드러내는 노골적인 모호함일 뿐입니다. 책 많이 읽어서라는 건 당치도 않죠. 서민 작가 무리수를 너무 많이 둔 논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11-02 09:33   좋아요 1 | URL
서민 님께서 제 서재에 친히 방문하시어,
‘안철수 얘기는 까려고 쓴거라고‘ 소상히 밝혀주셨으니 그런가 보다 해야죠.

저는 그게 그렇게도 읽힐 수 있는 문제인지 잘 이해는 안 가지만~--;

AgalmA 2017-11-02 09:42   좋아요 1 | URL
한국인 문해력 떨어진다는 소리 많잖아요. 본의 아니게 오해와 곡해와 오독을 유발하신 듯^^; 저 문장 맥락으로는 납득이 잘 안됐으니깐요..제가 유머력이 딸려서? 허허;;)

2017-11-02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1-02 09:49   좋아요 1 | URL
왜 이러세요ㅎㅎ; 저자가 친히 저러시니 살짝 편 좀 들어드린 것일 뿐ㅎㅎ;;; 양철나무꾼님이 잘못 봤다고 디스를 하려고 저 말 했겠습니까ㅎㅎ

철야하고 1일 1그림 그리고 이제 잘라고요ㅋ
하루 잘 시작하십쇼^^*

2017-11-02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2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11-02 10:07   좋아요 2 | URL
서재 다녀왔습니다~--;

꿀잠 주무세요, 꿀잠~^^

2017-11-05 0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6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떻게 늙을까 - 전설적인 편집자 다이애너 애실이 전하는 노년의 꿀팁
다이애너 애실 지음, 노상미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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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방영됐던 공유가 주연했던 드라마 '도깨비'를 보게 되면,

도깨비인 공유는 900살이 넘었는데, 그렇게 오래 사는 걸 죄를 지어 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도깨비 신부가 나타나 가슴팍에 꽂힌 검을 빼줘서 無로 돌아가는게 소원이라고 하게 된다.

 

타나토노트였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보게 되면,

사형수를 대상으로 임계 체험을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사명감을 가진 한명이 돌아와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가 너무 근사해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밝힌다.

 

하루종일 내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노인들이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당신들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하여 당신들의 나이를 까먹고 살거나 나이값 못하고 사는 사람들은 있어도,

애늙은이처럼 살거나 나이 드는게 좋다는 사람들은 보질 못했다.

 

회고록의 성격을 띤 이 책을 책 뒷표지에 '독보적'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난 이 책보다 '헤닝 만켈'의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더 좋았을 뿐이고~--;

 

암튼 그리하여 노인과 노년에 관하여 나는 알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착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러고 보면 여러 의미에서 내겐 좀 충격적이었던 것도 같다.

40대 후반인 나는 내가 때때로 노년이라고 느끼는데,

(아무리 양보를 해도 내가 하는 어떤 행동들은 중년의 그것이라고 봐 줄 수가 없다~--;)

다이애너 애실은 돌아가실 무렵 어머니를 모시면서 (나이 차이가 한 20세정도 날텐데-어머니가 100세이면 그녀가 80세) 어머니만을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나흘 밤은 어머니와 함께, 사흘 밤은 런던에서 지내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런던으로 돌아온 후 나는 침대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몸이 끔찍이 안 좋았다. 체온이 너무 낮아 체온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 하지만 원치 않은 저항이 끝나자 나는 원래의 컨디션을 되찾았고 생활을 상당히 잘 지탱해나갔는데, 노인과 함께 살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어머니에게 맞는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 어머니의 식사 시간에 맞춰 먹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정원을 손보면서 나 자신의 일은 한쪽으로 치워 버리는 것이다. 음악도 듣지 않는다. 보청기를 낀 어머니의 귀에는 이상하게 들리니까. 그리고 대화도 거의 어머니의 관심사에 대해서만 한다. 이제 어머니는 더 이상 다른 다른 사람의 필요나 취향에 적응할 수가 없는데다, 내가 어머니 곁에 있는 것은 당신의 필요나 취향을 실컷 충족해주기 위해서니까. 다행히 어머니의 열정적인 취미인 정원일은 나의 관심사이기도 해서 수월했다. 당시 제한된 시력에다 류머티즘에 걸린 손 때문에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뜨개질밖에 없었는데, 어머니의 뜨개질은 대담해서 자주색을 넣을지 말지, 요크에 새로운 패턴을 넣을지 말지를 두고 어머니와 토론하는 일은 정말 재미있었다.(29~30쪽)

 

이 책이 좀 충격적이라고 한 것은 이런 부분을 봐도 알 수 있다.

ㆍㆍㆍㆍㆍㆍ공짜로 얻은 충성은 봉건제도 하에서 두목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나 좋으라고 생긴 허세 가득한 개념이다. 배우자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친절과 배려이지 신의나 충실은 아닌 것 같다. 정절을 안 지킨다고 친절과 배려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킨다는 의미의 충실함은 존중하지만, 그것을 섹스에 대한 생각과 단단히 결부하는 건 내가 보기엔 짜증나는 일이다.아내는 반드시 남편에게 충실할 의무가 있다는 믿음의 기저에는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깊은 뿌리가 있다.(58~59쪽)

 

21세기를 사는 나도 (고루한줄 알지만~--;) 헤어나오기 쉽지 않은 개념인데, 다이애어 애실은 여유롭고 자유분망하다.

아니 어쩜 나로서는 꼬부랑 깽깽할머니로 늙어죽을때까지 받아들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나는 감정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불같이 달아오르다가 한풀 꺾이고나면,

온기만을 지닌 채로 늙어가기도 하겠지만,

한번에 한 사람이면 족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 관계에서 맺고 끊음은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이애너 애실은 그렇지도 않다.

 

결혼만 안 했다 뿐이지,

60대 이후로 20여년을 함께 산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가 좋아했던 또 다른 여자가 삶이 어려웠던 걸 알고는 삼각관계 비슷한 관계를 유지하는 걸 보면,

그녀를 쿨하다고 표현할 수 있으려나,

나로써는 이해불가이다.

 

내가 보기에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가 젊었을 적보다 훨씬 세련돼서 대다수가 -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은 확실히 그렇다 - 우리 때보다 손윗사람들과 휠씬 잘 지내는 것 같다. 하지만 장담하는데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고 싶어 할 거라 기대하거나 동년배 친구에게 청할 일을 그들에게 청해서는 절대로, 절대로 안 된다. 그들이 너그러이 베푸는 건 뭐든 즐겁게 받으시라.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112~113쪽)

이런 인간 관계는 그녀가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기 때문에 더 명쾌할 수도 있겠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나이나 직책에 따라서 역할이 결정되어 버리기도 한다.

연장자는 되더라도  꼰대는 되지말자고 다짐을 해본다.

 

우물쭈물하다보니 노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다.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노년이 더 길어질 것이다.

 

삶을 살면서 자연스레 죽음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할텐데,

(하루를 산다는 것은 하루 죽음에 다가간다는 의미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게 미니멀 라이프이다.

이건 삶의 몸집이나 규모에도 적용되지만,

감정적인 면, 마음가짐에도 통용된다.

그걸 그녀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제 나는 인간관계를 깊이 들여다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특히나 남녀관계는. 하지만 사실들은 아직도 알고 싶다.(169쪽)

얘기는 책 얘기로 확장된다.

저 부분에서 사실들이 가리키는 것은 '논픽션'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제니 우글로가 쓴 뷰익의 전기를 언급하는데, 완벽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작품(172쪽)이라는데 나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헤닝만켈도 얘기했던 옛날에 좋아했던 책들을 다시 읽는 방식을 얘기한다.

 

음악은 보청기 사용등으로 음이 굴절되어 버리면 소음이 되어버린다.

그림은 그런대로 좋은 취미일 거 같고,

그녀 어머니의 좋은 취미이기도 했던 정원가꾸기도 추천한다.

 

아무리 하찮아도 살아있는 것들에서 삶의 진지함을 발견하게 된다.

 

노년이 길어진다는게,

살아있다는게,

축복인지 형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만큼은 후회없이 하루 하루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루 하루의 삶을 예상치 못한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 표지는 나무고사리 그림이란다.

나무고사리를 키워볼 요량으로 주문했더니 10센티도 안 되는 작고 여린 이파리가 왔단다.

 

친구와 이런 얘기를 하면서 웃었다.

꽃은 이쁜데 금세 시들고,

나무는 좋은데 금세 안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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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25 14:52   좋아요 1 | URL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정확히 언제 죽을지 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부고 소식을 접하면 누구나 그런 걱정을 한 번쯤 하게 돼요. 그래서 옛날에 ‘기우’라는 고사성어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17-10-26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6 14:48   좋아요 1 | URL
저는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것을 자연재해로 해석했어요. 그래서 언제 죽을지 몰라서 불안에 떠는 사람을 ‘기우‘에 나오는 걱정하는 사람과 같은 의미로 봤어요. 지금 제가 쓴 댓글을 다시 보니까 사자성어 선택을 잘못했고,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

sprenown 2017-10-25 17:13   좋아요 1 | URL
저도 서서히 노년을 준비 해야할 나이인데..리뷰 잘 읽었습니다. ˝젊은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그 싱싱했던 젊음을 너무 헛되이 보내버렸구나. 아쉬움이 많네요..예전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을 읽었는데 많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없을 순 없겠지만, 연명치료 안하고, 내집에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고통없이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10-26 14:48   좋아요 1 | URL
이상은 ‘언젠가는‘ 제 애창곡이예요~^^
가사가 참 좋죠?^^
옛날 스물 근처에선 분위기 잡고 이 노랠 부르면 생각 좀 하는 것 같고 폼 나 보였는데 말예요, ㅋ~.

저는 고통은 차치하고,
얼마가 되어도 좋으니,
주변을 정리하고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럴려면 지금부터 대비해야 되는건가 싶기도 하구요~^^

생각할 꺼리를 주시는 댓글, 감사합니다, 꾸벅~(__)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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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었다.

조카와 소라과자를 까먹으며 소소한 삶의 행복함에 대해서 심도있게 대화를 나누었다.

소라과자의 속성 상 한개의 소라에는 한개의 깨가 일반적인 것이고,

많아도 두개를 넘지 않는데,

세개를 넘어서면 대박,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깨가 세개 이상 대여섯개가 박힐려면 코팅된 설탕시럽이 좀 고여있어야 하는데,

깨가 대여섯개여서 고소함을 더하는데다가,

설탕시럽까지 넉넉하니 달콤하기기도 하니까 말이다.

조카에게 행복한 삶이란 소라과자에 깨가 많이 박힌것이란 얘기다.

 

그런 조카에게 알라딘서재의 대문 프로필을 바꿔볼 요량으로 이모를 그려보라고 했더니 스윽 슥 얼렁뚱땅 그려낸다.

이게 뭐냐고 눈을 흘겼더니,

무릇 그림은 행복한 마음을 담아서 행복함이 배어나게 그려야 한다고 눙을 친다.

너무 잽싸게 그려내 행복함을 담아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ㅋ~.)

그림 속의 나는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것이 행복해 보이긴 한다.

 

그리고 이 책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를 만났다.

이 책의 글과 그림들이 조카의 삶과 그림과 닮았다.

조금만 일찍 만났어도 조카에게 무한칭찬을 해줄 수 있었을텐데 싶어 조금 아쉽지만, 뭐~--;

 

이 책은 넷 상에 떠돌던 '행복한 고구마'의 작가가 낸 책이라고 하여 읽게 되었다.

소소하고 재밌다.

웃음을 머금게 되지만,

어떤 건 어이가 없어서 쓴 웃음을 짓게도 된다.

내가 조카와 소라과자를 나눠먹으며 그림을 보고 느꼈던 그런 감정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아니 개념을 확장시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소신있게 적고 있다.

소신은 때론 고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관계에 집중하기보다는, 보대낌 속에서의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다는게 멋졌다.

 

예전엔 나도 사회생활을 한다는 명목 하에 어쩔 수 없이,(핑계는~--;)

내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연연했었다.

그러다보니 늘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였고,

매사 안달루시아처럼 전전긍긍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 자신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깨닫고,

나에게, 내 자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자 라고 마음 먹으니까 편안해졌다.

관심종자, '관종'이 아니구선 타인의 삶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

'관종'도 실상 자신이 관심받길 원하는 만큼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 그건 그 사람 마음이지'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56)

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따위에 신경쓰다보면 정작 상대방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집중하지 못하게 되니까 말이다.

 

정작 상대방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내 장점은 뭐고 단점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따위와도 상관없이 '아무거나'를 외치고 있는 내 자신을 목도하는건 좀 씁쓸한 일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도,

삶이 크게 비껴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달았는데,

일찍 깨닫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깨달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도대체 님이 대견하고 멋지다.

책을 읽으면서 무한위로와 힐링이 되는 건 덤이다.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재치있는 내용들이었는데,

삶이여

 

비루함을 견디는 하루를 보내며 '짐승들은 이런 한탄을 하지 않으리라. 그저 주어진 삶을 꿋꿋하게 살아낼 뿐이리라' 마음을 달래던 중. <TV동물농장> 재방송을 무심코 보는데, 하이애나들이 돼지 살점 하나 얻으려고 일인자에게 아양을 떠는 광경이 나왔다. 삶이여ㆍㆍㆍ.(175쪽)

이런 내용은 좀 충격적이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감정을 갖고 아양을 떨기도 하고 한탄을 하기도 한다니 왠지 아이러니컬하다. 

 

알라딘 서재에는 유독 바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가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한때는 내 자신이 타인을 찌르는 바늘이 될 수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하고,

바늘에 찔릴까봐, 아플까봐 두려워하는 오버스러운 감수성을 지녔었는데,

무뎌지기로 마음 먹으니 좀 나아졌다.

도대체 님의 말대로이다.

바늘에 찔리면 '그때',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예술가들은 예술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지도 모르지만, 삶을 잃어버리니까 말이다.

내가 너무 현실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삶이 소외되고 배제된 예술은 사상누각이다.

바늘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예술가들에겐 미안하지만 예술가는 망한 것이다.(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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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18 17:34   좋아요 0 | URL
그림 속 편안해 보이는데요. 조카에게 소라과자 하나 선물하시고 쓰시면 두 사람 모두 좋을까요.^^ 갑자기 딱딱하고 달달한, 인생의 행복을 집에 가는 길에 한 봉지 들고 가고 싶어졌어요.^^
요즘 날씨가 흐리고 좋지 않아요.
양철나무꾼님,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7-10-23 09:01   좋아요 1 | URL
네, 순수하고 맑은 조카랑 있는 시간이 제일 편한 것 같아요.
저절로 무장해제를 하게 되고 말이죠.
의식적인 것은 아니라도 살면서 우린 얼마나 많은 무장을 하게 되는지~.
그 무장 속에 진정한 나는 잃게 되는 것은 아니던지~--;

감기가 된통 걸렸었는데,
된통 앓고 났더니,
오늘은 쾌청입니다, 이제 살만합니다.
님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cyrus 2017-10-18 17:57   좋아요 1 | URL
소라과자를 먹어봤지만 과자에 박힌 깨가 있는 줄 몰랐어요. 역시 아이들의 관찰력은 어른보다 뛰어나요. 책 56쪽 문장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10-23 09:05   좋아요 2 | URL
그쵸?
소라과자에 깨가 박힌건 맛에 예민한 저도 간과한 거였어요, ㅋ~.

저는 서재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을 다 저리 생각하고 살려고 애씁니다.
그러다보니 서재 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 심간 편합니다~^^

세실 2017-10-18 19:56   좋아요 1 | URL
호호 마태우스님이 극찬했던 책이죠?
남일에 덜 신경쓰자 마음 먹고 있어요.
심지어 고3 아들에게도... 공부도 지 스타일대로 한다니..ㅎ
딸이랑 아들이랑 참 많이 달라요.
바늘 찔린 만큼만! 오케이~~
조카가 참 예리한걸요^^

양철나무꾼 2017-10-23 09:12   좋아요 1 | URL
세실 님 댓글보고 찾아보니, 마태우스 님이 상찬하셨네요.
마태우스 님은 지인 찬스 써서 상찬하신것이고,
저는 아무런 이해 관계는 없는데,
행복한 고구마가 좋았어서,
그걸로 미루어 칭찬하고 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읽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거 그건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아드님이 벌써 고3이군요.
세상이 참 빨라요.
언젠가 사진 보니까 세실 님 미모로움을 닮았는지 완전 미남이던데 말예요~^^

나와같다면 2017-10-19 22:18   좋아요 1 | URL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양철나무꾼님의 마음을 건드리는 글은 저에게도 같은 울림으로 전해져요..

양철나무꾼 2017-10-23 09:16   좋아요 2 | URL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는 저 구절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구절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님께도 큰 울림을 주는 걸 보면 말예요.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꾸벅~(__)
 

길고 긴 명절 연휴 동안 뭔가를 하긴 했는데,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

살살 헐어 야금야금 까먹다보면 어느새 바닥 나 버리는 과자봉지였다.

하루 날을 잡아 영화 '남한산성'을 보았다.

호ㆍ불호가 제각각이겠지만, 내겐 지지리도 지루한 영화였다.

캐스팅도 완전 빵빵한 배우들이지만,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한 것이 미스캐스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을 뿐이고~--;

 

김훈의 '남한산성'이 생각나는 것이,

김훈이 참 글을 잘 쓰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내가 생각하던 김상헌, 최명길과 영화 속의 김윤석, 이병헌은 거리감이 있었다.

나는 내 본위로 생각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는 고로,

내 속의 이미지들을 고착화시키고 싶어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들여다보는 수고도 하였다.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에 나오는 김상헌과 최명길은 이렇게 생기셨다.

 

김상헌과 최명길은 당시에는 팽팽하게 대립을 했을테지만,

감옥에 갇혀서는 시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절 연휴동안 텔레비전에서 '1%의 우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봤다.

거기에 설민석이 김종민과 짝을 이뤄 나오더라.

설정인지 모르지만, 정말 가까이 하기에 공통분모가 1도 없어 보였다.

이 둘을 이어주는 1%가 뭘까 생각해 보았다.

한명은 유명한 역사 선생님이고,

김종민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둘이 '남한산성'에 오르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스치듯 봤을뿐인데 이 부분을 봐 버렸고,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http://tv.naver.com/v/2136800

 

삼전도비와 관련된 부분인데,

내가 의아해했던 부분을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고종이 치욕스럽다고 묻은 것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다시 파헤쳐지고,

이승만 정권 당시 다시 묻었단다.

이 부분과 관련, 내가 좋아하는 N 백과사전의 한꼭지를 볼 것 같으면,

 

이 비는 조선의 모일모화사상(侮日慕華思想: 일본을 멸시하고 중국의 문물과 사상을 흠모하여 따르려는 사상) 분위기를 우려한 일본에 의해 땅 속에 파묻혔다가 고종 32년(1895) 청일전쟁이 끝나면서 복구되었다. 그후 1956년 국치의 기록이라 하여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에 의해 다시 매몰되었다가 장마로 한강이 침식되면서 몸돌이 드러나자 원래의 위치에서 송파 쪽으로 조금 옮긴 지금의 자리에 되세워졌으며 1963년에 사적 제101호로 지정되었다.

라고 적혀있다.

하나는 구술이고 하나는 글자이지만, 곧이 곧대로 해석을 했을땐 완전 뒤바뀐 내용인데,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모두가 내가 역사에 무지해서 비롯한 것이니 창피하기 이를 데가 없다~--;)

 

영화 '남한산성'은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치 상황이나 국내 정치 현실, 엊그제 보았던 축구 등 어느 것을 대입시켜도 비슷하게 들어 맞지만, 논쟁을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니 생략하고,

칼보다 무서운 말의 위력을 알고,

말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지만,

너무 집착하여 안으로 감정을 키우진 말기로 한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15년 개정판 세트 -

 전20권 (본책 20권 + 대형 브로마이드 + 조선왕실 가계도)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남한산성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 친구가 이런 자료를 보내주어 삼전도비 관련 궁금증은 해소되었다.

  나처럼 궁금해할 다른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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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12 19:05   좋아요 0 | URL
저는 연휴 때 ‘킹스맨 2‘를 봤어요. 영화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설 연휴 방송은 기대한만큼 재미없었어요. 예전에 했던 방송 소재를 재탕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양철나무꾼 2017-10-13 10:24   좋아요 0 | URL
MBC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파업 중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재탕에 삼탕의 느낌을 받았어요.

옛날 저 어렸을땐 티비에서 해주는 주말의 명화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던 거 같은데,
요즘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서 그런가,
예전만큼 감동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syo 2017-10-12 19:49   좋아요 0 | URL
만화 최명길 약간 이병헌 닮은 것 같지 않으세요?? 나만 그런가??

양철나무꾼 2017-10-13 10:27   좋아요 0 | URL
님 말씀 듣고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영화 속에서 둘의 설전 연기는 대단했는데 말이죠.

순오기 2017-10-13 01:14   좋아요 0 | URL
어제 jtbc 인터뷰에 김훈 작가님 나와서 궁금증도 해소해주고 좋았어요~^^

양철나무꾼 2017-10-13 10:29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잘 지내시죠?^^
네, 저도 다시보기로 봤어요.
근황이 궁금했는데 반갑더군요.
차후엔 판타지를 쓰고 싶다시더라구요~^^

박균호 2017-10-13 21:39   좋아요 0 | URL
평소 동물의 왕국을 비롯한 다큐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ㅎㅎ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가 아닌 다큐로 본 걸 수도 있어요. 최명길과 김상헌이 임금 앞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가며 논쟁을 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는 허리를 굽혀 정중이 인사를 하고 격조있게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인조가 바닥에 이마를 댈 때 지금까지는 이마에 상처가 나도록 세게 부딪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살짝 대기만 했다는 것이 팩트라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여튼 저는 재미나게 봤어요...그리고 삼전도비에 관한 이야기는 이 포스팅 덕분에 처음 알았네요. 유익한 포스팅 재미나게 잘 읽고 가요.

양철나무꾼 2017-10-14 09:20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은 아무리 잔인하거나 잔혹해도 읽는데,
영상적 자극에는 무방비라, (밤 꿈에 나타날까봐 무서워서리~--;)
장면 곳곳에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제가 재미없었던건 그래서 일수도~--;

영화에선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나올때 김상현이 자살한 걸로 되어있지만,
실제론 김상현도, 최명길도 그후로도 오래오래 살았다죠.
김상현이 훨씬 더요.

명절 연휴는 잘 지내셨는지요.
그나저나 책 쓰시느라 바쁘시겠습니다.
제가 열렬히 응원하는걸 잊으시면 안됩니다~ㅅ!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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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들은 이야기의 전개방식이나 줄거리가 기발해서 흥미로운 반면,

어떤 소설들은 어떻게 펼쳐질지 알겠는데 담긴 내용이나 철학이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후자다.

내용이야 피아노 콩쿨에 대한 것이고,

그런 콩쿨이 3차의 예선을 거쳐, 본선에 이르기까지의 일정을 그린 것이니 다소 밋밋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다소 밋밋한 일정을 살짝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받는다.

 

이런 소설이 재밌기 위한 장치인,

콩쿨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투와 모함도 없고,

그렇다고 연주자들 사이에 특별한 러브라인이 형성되어 분홍분홍한 것도 없지만 말이다.

 

책을 사들이고 푹 빠져 읽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책만이 주는 묘한 설레임이 있다.

실은 언제부턴가 책을 사들여도 흥분되지 않아고,

재밌는 책을 읽어도 흥미롭지 않았었다.

그냥 잠자고 밥먹고 숨 쉬는 것 마냥,

책 읽는 것 외에 다른 할 일을, 마땅히 할만한 다른 일을 찾지 못하여 책을 읽는 나날이었다.

 

이 책도 처음엔 그럴줄 알았다.

하나의 콩쿨을 쭈욱 따라가는 단순한 구성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세를 고쳐앉았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웠고,

20여장을 남겨두고 퇴근을 할 수가 없어서 두꺼운 책을 들고 퇴근했다.

 

아, 좋은데,

너무 좋으니까 뭐라고 좋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책을 향하여선 늘 할 말이 많았던 나였기에,

나로서도 이런 내가 낯설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알라디너가 한명 있는데,

(옛날 닉네임이 이 책과 더 잘 어울리지만, 바뀐 닉네임도 나쁘진 않다.)

그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암튼,

여러명의 콩쿨 참가자가 등장하지만,

주요 등장인물은 네명 정도로 압축할 수가 있을텐데,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제각각의 사연으로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래서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이 소설은 피아노 콩쿨이니까 음악을 빗대어 얘기하고 있지만,

그 음악의 자리에 문학이나 글쓰기, 책읽기, 인간 삶이나 관계를 넣어도,

얘기는 성립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카시의 소리는, 달랐다. 똑같은 피아노인데 방금 전 연주자와는 전혀 달랐다.

명쾌하고, 온화하고, 촉촉하다. 생동감이 넘치는 표정이 있다.

역시 음악은 곧 인간성을 나타낸다. 이 소리에는 내가 아는 아카시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카시라는 사람의 커다란 포용력이 소리에, 울림에 깃들어 있다. 무대 위 아카시 주변으로 광활한 풍경이 보였다.(164쪽)

그러니 음악만이 인간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음악으로, 어떤 사람은 그림으로, 또 어떤 사람은 글로써,

자신의 인간성을 드러낸다.

 

언젠가 '문제적 남자'던가?

그런 텔레비전 프로를 보게 됐는데,

천재 소년, 소녀가 나왔었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풀이를 설명할 일이 있었는데,

머리가 너무 핑핑 돌아가니까,

말도 같이 빨리 하는데,

하도 빨라 더듬더듬 뭐라고 하는데,

말이 머리를 못 따라간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ㅋ~.

 

소년이 피아노를 연주한다기보다 피아노가 소년을 연주로 이끄는 것 같았다. 그가 피아노를 부르면 피아노가 기꺼기 그에게 화답하는듯한.(220쪽)

이 부분은 문장의 호응 관계가 좀 이상하다.

피아노가 소년을 연주로 이끄는 것이라면,

피아노가 부르면 소년이 기꺼이 화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소년이 피아노를 부르면 피아노가 화답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앞의 문장과는 호응이 안 맞는다~--;

 

어린 가자마 진의 목소리를 빌어 이런 깨달음을 표현한 게 좀 불만이었다.

 진은 그런 타입을 잘 알고 있었다. 농가나 원예가, 자연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 특히 식물을 상대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강한 인내심이다. 자연계를 상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노력해도 어찌 되지 않는 일이 너무나 많은 반면, 매일 손을 움직여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기약없는 일에 끝없이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사이 그들은 일종의 체념을 익히고, 자기만의 독특한 운명론을 갖게 된다.(373쪽)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원리를 깨닫기엔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닐까.

음악적으로 이끌어가는 선도자적 캐릭터라는 이유로 어린 나이에 아무런 시련도 없이 탄탄대로를 걷는건가 싶어서 완전 부러웠고 소심하게 딴지를 걸어봤었다.

이런 내 마음을 엿보기라도 한듯,

가자미 진처럼 '순수하고 이질적인 천재'는 말하자면 '알기 쉬운' 천재다. 하지만 마사루는 똑같은 천재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 며칠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마사루는 무척 균형 잡힌 인격자였다. 탁월한 재능을 가졌지만 '보통' 사람의 감각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꼭 음악의 세계가 아니더라도 분명 뛰어난 인물이 되겠구나 싶은 전방위적인 깊이가 있다.(632쪽)

 천재를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누고 있다.

 

콩쿨이 끝나면 소설도 끝이 난다.

좀 밍숭맹숭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소설을, 아니 책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읽은게 되게 오래간만인 것 같다.

이 가을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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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9-21 15:10   좋아요 0 | URL
요즘 헤르만헤세 전작읽기 중인데요.
이 포스팅의 제목을 보니 <싯다르타>를 읽고난 후의 느낌을 대변하는 문장이라 반가웠습니다.

<꿀벌과천둥> 꼭 기억할께요^^

양철나무꾼 2017-09-21 15:49   좋아요 1 | URL
‘싯다르타‘를 전 고딩땐가 권장도서로 읽었었어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어쩌자고 그렇게 꾸역꾸역 읽은 것인지, 원~--;
지금쯤은 님처럼 헤르만헤세 전작 읽기에 도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꿀벌과 천둥‘ 웬만하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ㅅ!^^

서니데이 2017-09-21 17:24   좋아요 1 | URL
온다리쿠는 미스터리도 잘 쓰겠지만, 오디션, 콩쿠르 같은 소재가 등장하는 글도 잘 쓰는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9-22 10:23   좋아요 1 | URL
제가 일본 소설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서 온다 리쿠를 몇 권 읽었어도 기억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예상 외로 좋았어요.
님도 함 읽어보세요.
시원한 바람이 살랑 부는 것이 책 읽기 딱 좋아요~^^

icaru 2017-09-21 21:24   좋아요 0 | URL
좋은데, 너무 좋으니까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는 그 마음,, 너무나 잘 알겠습니다! 하하!!

양철나무꾼 2017-09-22 10:26   좋아요 0 | URL
왜 그런 경우 있잖아요.
감동이 머릿속에 물 밀듯 밀려오는데,
모든 말이 중언부언 쓸데없는 느낌.
icaru님이 잘 알았다고 동조해 주셔서 더 좋아요~^^
헤헤~^_____^

세실 2017-09-21 22:18   좋아요 1 | URL
이 가을 지인이라~~~
저두 기꺼이 추천 받을게요.
그렇게 재미있다는 말이지요^^

양철나무꾼 2017-09-22 10:28   좋아요 0 | URL
네,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AgalmA 2017-09-21 23:29   좋아요 1 | URL
까달스러운(칭찬의 의미ㅎ) 양철나무꾼님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안 읽을 수가.... 음악 얘기라 관심은 갔는데 너무 뻔할 거 같아서...그런데도 좋다고 하시니...흐음.

양철나무꾼 2017-09-22 10:32   좋아요 0 | URL
줄거리는 뻔해요, 근데 내용이나 그 속에 담긴 철학은 안 뻔해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 목록에 ‘신들의 봉우리‘랑 ‘심장 박동을 듣는 기술‘ 따위가 있거든요.
그것들 다음으로 좋았습니다.
‘신들의 봉우리‘보다 웃질로 치는 소설은 ‘유령이 쓴 책‘ 정도?
암튼 저의 완소 목록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다가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 AgalmA님 같으신 경우엔 공감할 부분이 많으실듯~^^

비연 2017-09-22 08:43   좋아요 2 | URL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양철나무꾼님의 리뷰까지 읽으니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는..
아 책 그만 사야 하는데 말이죠... 으으으으으.

clavis 2017-09-22 08:46   좋아요 0 | URL
아...저두요ㅠ

양철나무꾼 2017-09-22 10:34   좋아요 1 | URL
비연님, 그간 비연 님의 리뷰 목록으로 미루어 충분히 좋아하실 만해요~^^

Clavis님, 님의 음악 코드를 제가 몇번 엿봤는데 말이죠~,
폭풍공감 할 수 있으실듯~^^
강력 추천 합니다~^^

2017-09-22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5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5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6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6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6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6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6 1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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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1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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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7 1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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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8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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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2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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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8 19: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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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1 0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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