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명절 연휴 동안 뭔가를 하긴 했는데,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

살살 헐어 야금야금 까먹다보면 어느새 바닥 나 버리는 과자봉지였다.

하루 날을 잡아 영화 '남한산성'을 보았다.

호ㆍ불호가 제각각이겠지만, 내겐 지지리도 지루한 영화였다.

캐스팅도 완전 빵빵한 배우들이지만,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한 것이 미스캐스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을 뿐이고~--;

 

김훈의 '남한산성'이 생각나는 것이,

김훈이 참 글을 잘 쓰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내가 생각하던 김상헌, 최명길과 영화 속의 김윤석, 이병헌은 거리감이 있었다.

나는 내 본위로 생각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는 고로,

내 속의 이미지들을 고착화시키고 싶어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들여다보는 수고도 하였다.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에 나오는 김상헌과 최명길은 이렇게 생기셨다.

 

김상헌과 최명길은 당시에는 팽팽하게 대립을 했을테지만,

감옥에 갇혀서는 시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절 연휴동안 텔레비전에서 '1%의 우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봤다.

거기에 설민석이 김종민과 짝을 이뤄 나오더라.

설정인지 모르지만, 정말 가까이 하기에 공통분모가 1도 없어 보였다.

이 둘을 이어주는 1%가 뭘까 생각해 보았다.

한명은 유명한 역사 선생님이고,

김종민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둘이 '남한산성'에 오르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스치듯 봤을뿐인데 이 부분을 봐 버렸고,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http://tv.naver.com/v/2136800

 

삼전도비와 관련된 부분인데,

내가 의아해했던 부분을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고종이 치욕스럽다고 묻은 것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다시 파헤쳐지고,

이승만 정권 당시 다시 묻었단다.

이 부분과 관련, 내가 좋아하는 N 백과사전의 한꼭지를 볼 것 같으면,

 

이 비는 조선의 모일모화사상(侮日慕華思想: 일본을 멸시하고 중국의 문물과 사상을 흠모하여 따르려는 사상) 분위기를 우려한 일본에 의해 땅 속에 파묻혔다가 고종 32년(1895) 청일전쟁이 끝나면서 복구되었다. 그후 1956년 국치의 기록이라 하여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에 의해 다시 매몰되었다가 장마로 한강이 침식되면서 몸돌이 드러나자 원래의 위치에서 송파 쪽으로 조금 옮긴 지금의 자리에 되세워졌으며 1963년에 사적 제101호로 지정되었다.

라고 적혀있다.

하나는 구술이고 하나는 글자이지만, 곧이 곧대로 해석을 했을땐 완전 뒤바뀐 내용인데,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모두가 내가 역사에 무지해서 비롯한 것이니 창피하기 이를 데가 없다~--;)

 

영화 '남한산성'은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치 상황이나 국내 정치 현실, 엊그제 보았던 축구 등 어느 것을 대입시켜도 비슷하게 들어 맞지만, 논쟁을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니 생략하고,

칼보다 무서운 말의 위력을 알고,

말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지만,

너무 집착하여 안으로 감정을 키우진 말기로 한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15년 개정판 세트 -

 전20권 (본책 20권 + 대형 브로마이드 + 조선왕실 가계도)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남한산성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 친구가 이런 자료를 보내주어 삼전도비 관련 궁금증은 해소되었다.

  나처럼 궁금해할 다른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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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12 19:05   좋아요 0 | URL
저는 연휴 때 ‘킹스맨 2‘를 봤어요. 영화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설 연휴 방송은 기대한만큼 재미없었어요. 예전에 했던 방송 소재를 재탕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양철나무꾼 2017-10-13 10:24   좋아요 0 | URL
MBC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파업 중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재탕에 삼탕의 느낌을 받았어요.

옛날 저 어렸을땐 티비에서 해주는 주말의 명화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던 거 같은데,
요즘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서 그런가,
예전만큼 감동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syo 2017-10-12 19:49   좋아요 0 | URL
만화 최명길 약간 이병헌 닮은 것 같지 않으세요?? 나만 그런가??

양철나무꾼 2017-10-13 10:27   좋아요 0 | URL
님 말씀 듣고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영화 속에서 둘의 설전 연기는 대단했는데 말이죠.

순오기 2017-10-13 01:14   좋아요 0 | URL
어제 jtbc 인터뷰에 김훈 작가님 나와서 궁금증도 해소해주고 좋았어요~^^

양철나무꾼 2017-10-13 10:29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잘 지내시죠?^^
네, 저도 다시보기로 봤어요.
근황이 궁금했는데 반갑더군요.
차후엔 판타지를 쓰고 싶다시더라구요~^^

박균호 2017-10-13 21:39   좋아요 0 | URL
평소 동물의 왕국을 비롯한 다큐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ㅎㅎ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가 아닌 다큐로 본 걸 수도 있어요. 최명길과 김상헌이 임금 앞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가며 논쟁을 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는 허리를 굽혀 정중이 인사를 하고 격조있게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인조가 바닥에 이마를 댈 때 지금까지는 이마에 상처가 나도록 세게 부딪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살짝 대기만 했다는 것이 팩트라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여튼 저는 재미나게 봤어요...그리고 삼전도비에 관한 이야기는 이 포스팅 덕분에 처음 알았네요. 유익한 포스팅 재미나게 잘 읽고 가요.

양철나무꾼 2017-10-14 09:20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은 아무리 잔인하거나 잔혹해도 읽는데,
영상적 자극에는 무방비라, (밤 꿈에 나타날까봐 무서워서리~--;)
장면 곳곳에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제가 재미없었던건 그래서 일수도~--;

영화에선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나올때 김상현이 자살한 걸로 되어있지만,
실제론 김상현도, 최명길도 그후로도 오래오래 살았다죠.
김상현이 훨씬 더요.

명절 연휴는 잘 지내셨는지요.
그나저나 책 쓰시느라 바쁘시겠습니다.
제가 열렬히 응원하는걸 잊으시면 안됩니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