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856쪽의 두꺼운 책을 내달려 읽었다.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어려워서 중간에 막히거나 헤매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맛있는 곶감을 빼먹듯 야금야금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만난 충격으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난 이 결혼 반댈세~!'의 심정으로 '난 이 결말은 절대 반대다~!'라고 하고 싶지만,

책은 내가 쓰는게 아니라, 박지리 님의 그것이니까 말이다.

단편 소설보다 이렇게 두께감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이다.

 

 

 

 

 

 



옛날 옛적에 읽었던 '마리샤 페슬'의 '블루의 불행학 특강'도 연상되고,

이윤기 님이 번역한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도 생각난다.

적당히 겹쳐진다.

 

가볍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열여섯 살 아이들의 얘기여서 그런지, 뭔가 어설프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때 텔레비전에서 '더 마스터'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

최백호 님이 부른 '아씨'라는 노래를 듣다가 그 어설픔의 원인을 짐작하게 되었다.

곰삭은 느낌, 잘 울궈낸 곰국 같은 깊은 맛이 들지 않았다.

'마리샤 페슬'과 '도나 타트'도 그 연장선 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순간 거울 속에 다윈과 자신의 모습이 함께 비치는 것을 본 니스는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란 때때로 이 거울과 같아서 현재 안에 늘 과거를 품고 있는걸까. (25쪽)

이 문장은 문장 자체만으로도 아포리즘처럼 아름다워 보이지만, 복선을 담고 있는 문장이다.

이런 복선이 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방 안 사물에 닿아 바닥 여기저기에 기하학적인 그림자가 생겨났다. 가장 밝은 빛 옆에서 가장 어두운 그늘이 만들어지는 것이 보였다. 빛과 어둠으로 고약하게 조각난 세계 같았다.(27~28쪽)

이런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다윈은 옛 친구의 죽음에 아버지가 고수하는 엄격함이 좋았다. 죽음을 존중한다는 건 그만큼 삶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삶을 존중한다는 건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의미였다.(30쪽)

극과 극은 통한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죽음과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속성까지 완전 일치하지는 않는다.

엄격함은 상대적으로 느슨함이어서,

자신에게 엄격함을 적용하는 순간 타인에게는 느슨함이 자동 적용된다.

자신에게 느슨한 사람이 타인에게 엄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죽음과 삶이란 동전의 양면 같은 거라서,

이 세상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태어나는 삶이 주어지듯이 말이다.

"다윈 넌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ㆍㆍㆍㆍㆍㆍ다윈은 뜻밖의 질문에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곧 "있다고 생각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모두가 가지고 있진 않을 거야."

루미는 호기심이 일어 물었다.

"그럼 어떤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

"사랑?"

"응.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혼 같은 건 아무 쓸모도 없잖아. 쓸모없는 건 퇴화하는 게 진화의 법칙이겠지."(47쪽)

이런 진화의 법칙, 즉 적자생존의 법칙 자체가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니까 말이다.

 

아래 니스가 쓴 축사, 써놓고 보니 아들 다윈영을 위한 헌사 같았다던 이 구절은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ㆍㆍㆍㆍㆍㆍ정상이 아닌 산등성이는 그대로 완전합니다. 만개하지 않은 꽃은 그대로 완전합니다.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새는 그대로 완전합니다. 여러분이 남몰래 알 수 없는 불안과 시련을 겪고 있다 해도 역시 그대로 완전합니다. 매 순간, 여러분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게 완성되어 있습니다. 오늘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720쪽)

이 구절은 저 위 다윈의 아버지에 대한 평가와는 상반된다.

어쩌면 다윈의 아버지 니스 본인도 헌사 속의 삶을 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회한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린 다윈은 모르고, 또 인정하려 들지 않을 지 모르지만.

 

훌륭한 부모는 어느 훌륭한 종교보다도 낫다. 그러나 훌륭한 종교가 드물듯 훌륭한 부모도 드물다. 내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그분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었다. 나에게 신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110쪽)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되겠지만,

이 책의 제목대로라면 훌륭한 종교나 선 뿐만 아니라, 악의 근원 또한 대물림된다고 할 수 있을텐데,

다소 억지스럽고 논리적 비약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필요한게 종교나 부모가 아닐까 싶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좀 다른 얘기일수도 있는데,

다시, '최백호'님의 '아씨'라는 노래로 돌아가,

'낭만에 대하여'란 곡 정도로 접했던 분인데,

'아씨'라는 노래는 완전 죽음이었다.

처연한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저 손을 놀리는 제스츄어는 어찌할 것인가 말이다.

살짝 다가가 지그시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나눌 수 있지 싶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이 먹는 것이, 죽음에 한 발자국 가까워지는 것이 좋아졌다.

 

선이라던가, 악이라던가,

인간의 본질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무색하다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7-11-20 14:27   좋아요 1 | URL
인용해주신 인간의 영혼에 대한 대화가 인상깊네요.
전 저번주에 뇌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인간-뇌-의식-영혼에 대해서 생각해왔던 참이라서요.

그 다음 문단도 맘에 와 닿구요.
결국 이 자체로서 완전한 인간이라면 우리는 현재의 삶 그 자체를 받아들여야 하고, 죽음마저 그러한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ㅎㅎㅎㅎ
궁금증을 양철나무꾼님 방에 놓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7-11-20 14:53   좋아요 0 | URL
그쵸?
다만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듯하여 님의 궁금증을 해소해 드릴 수 없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동안 박지리 님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 한권으로 그의 전작을 찾아 읽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분 젊은 아니 어린 나이에 사망하신듯 합니다.
사계절 편집자 분의 절절한 연서를 본듯도 하고 말이죠~^^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1월 1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으며 출근 준비를 하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방방 뜨는 어조로,

언제나 경쾌한듯 시니컬한 화법을 구사하는 김어준이 아닌 듯 여겨졌다.

인터뷰 내용을 들으면서 그 대상이 '이용마 MBC 해직 기자'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러고 나니 김어준 님이 되게 인간적으로 여겨졌다.

말기 암 환자라는 이용마 님이 인터뷰에 나온 것도 그러했지만,

죽음을 앞둔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용마 님이나,

그런 이용마 님을 존중해주며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김어준 님이나 둘 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MBC 정상화'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이용마 님이 'MBC 정상화'를 예감하며 혼자서 펑펑 울었다던 대목에선 나도 덩달아 폭풍오열하고 말았다.

더욱 감동적인건,
"고통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라는 김어준의 인삿말이었다.

그리고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가족 중에도 말기암 환자가 있어서 그 고통을 잘 안다고.

오히려 이런 분들에게 쾌유를 빈다고 말하는 건 고통을 주는 거라고.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시작할땐 어떤 의무감 같은 걸로 시작했지,

이런 종류의 책이 내게 어떤 깨달음을 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연계 독서와 우리나라 현대사를 공부하자는 목표가 생겼다.

아내 혼자서 남자아이 둘을 키우기는 상당히 힘들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편하게 대화를 나눌 사람이 곁에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살아온 인생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고 싶었다. ㆍㆍㆍㆍㆍㆍ더욱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갈등하며 현실과의 타협을 줄기차게 거부해온 나의 선택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지도 많을 것이다. 헤겔의 말처럼 욕망의 체계에 불과한 현실 사회에서 교과서적인 정의를 갈구한 것이 과연 바람직했는지 재고할 필요는 충분하다.(5쪽)

몰입을 할 수 있었던건 진정성에 있었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글이 담담한 것이 깔끔하여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웠다.

미사여구를 쓰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읽는 내내 아름다운 문장, 좋은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 김종구 선배가 칼럼을 쓰겠다고 집까지 찾아왔다. 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장악과 파업, 해고 등의 과정에서 발생한 극도의 스트레스가 결국 발병의 원인이 아니겠느냐며 이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했다.(28쪽)

사실 이 분의 얘기를 접하고 처음엔 암의 원인을 극도의 스트레스와 연결 시키는 건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싶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분이 어떤 영혼과 가치관을 지닌 분인지를 엿볼 수 있었고,
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장악과 파업, 해고 등의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소상히 알 수 있었고,

그러고나니 당연한 귀결 같았다.

이용마 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걸 깨닫고 나니,

이땅의 많은 사람들이 이 분에게 어떤 의미로든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고 나니, 더 눈물이 와락거렸는데, 며칠 전 김재철 영장은 기각되었더라~ㅠ.ㅠ


아무래도 두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하다보니 '책을 왜 읽어야 하나'류의 내용도 있었다.

고전을 열심히 읽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보다 책 속으로 더 많이 빠져든 것이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유치한 반면, 고전은 훨씬 우아하게 다가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73쪽)

 

(내가 한두살 어리지만) 아무래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보니 감정이입이 쉬웠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나는 국사, 세계사에 먹통인 이유가 내가 이과 출신이어서 상대적으로 등한시해서 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는 자기 나라의 현대사를 안 배운 사람들인 것이다~ㅠ.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겠다.

명색이 정치학과인데, 우리 과에서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안 가르쳤다. 고등학교도 대학도 현대사를 안 가르치다니 정말 희한했다.ㆍㆍㆍㆍㆍㆍ4ㆍ19혁명 때는 중학생들도 이승만 정권 타도를 외치면서 거리 시위에 나갔다. 그들이 현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고등학생들은 현실을 잘 모르고 시위할 줄은 더욱 모른다. 2016년 말의 촛불시위에서 일부 학생들의 발언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실문제보다는 성적 경쟁에 매달려 있다. 학교에서도 현대사를 소홀히 할 뿐이다. 무엇이 두려워서 혀내사를 가르치지 않는가. 이는 우리 사회에서 보수주의 세력이 오랫동안 득세를 하면서 남긴 유산이다.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숨기려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조선시대 역사나 중국의 고전들, 헤밍웨이나 톨스토이 같은 근대작가들의 소설만 읽었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우리의 현대사와 관련된 책들이 거의 없었다. 나는 현대사를 모르고 현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과거 속에서만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했던 것이다. 그러다 새롭게 접하게 된 현대사는 충격 그 자체였다.(91~92쪽)

이런 부분도 좋았다.

여행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볼 수 있다.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모양은 다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지만ㆍㆍㆍ그런데 사실 이 깨달음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는 가끔 나만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람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사람마다 분명히 조금씩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비슷한 점이 더 많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공통점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주는 화이부동( 和而不同)의 정신이 필요하다.

ㆍㆍㆍㆍㆍㆍ젊었을 때 여행은 이런 삶의 견문을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유적지를 둘러보고 사진 찍는 여행도 그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 또한 정말 유익하다. 나의 대학시절 여행은 그런 즐거움을 알게해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98~99쪽)

 

어떤 직업이든 간에 경제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항상 필요하다. 앞으로는 대통령도 경제에 대한 철학이 분명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대통령이 경제를 모르면 경제 관료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대한민국 경제 관료들은 절대로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그저 지금까지 자신들이 해온 습성에 따라 경제성장정책을 세운다.(171쪽)

이런 부분은 적절한 지적이지만 자괴감이 들었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무겁고 아프게 다가왔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세상에서 가장 남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객관성 혹은 중립이라는 말이다. 엄격히 말해 언론의 객관성은 가식이다. 조선일보와 한겨례는 서로 다른 논조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가?

  그렇다면 객관성은 아예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적어도 객관성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다. 바로 사회적 다수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다.ㆍㆍㆍㆍㆍㆍ정치적인 중립이라는 이름하에 이런 요구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그때 교황은 이렇게 대답했다.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언론 그리고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다수를 대표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205~206쪽)

 

어렸을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떻게 살아야겠다 보다는 무엇이 되어야겠다, 를 생각하면서 내달려온 것 같다.

이제는 ('고통없이'는 아니고, 고통을 느낀다는 건 살아있음 표상같은 것일테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나이 먹고 늙어가고 싶다.

이용마 님도 그러하시길~!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prenown 2017-11-13 12:42   좋아요 1 | URL
예. 그렇지요..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중립적‘이라는 말은 보수의 논리를 대변해 줄 뿐입니다. 예전에 미연방대법관을 지냈던 진보적 성향인 분도 판결 당시는 상당히 진보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중립적인 판결이었다는 소회를 밝힌 적도 있지요..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각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가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양철나무꾼 2017-11-14 15:44   좋아요 1 | URL
언젠가 박주민이 얘기하는거 들었던거 같아요, 아이젠하워 대통령때죠.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맞나?)은 나중에 그 대법관을 임용한걸 후회했다더라구요.
보수도, 진보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때는 조금 ‘더‘나 ‘덜‘로 표현될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다수‘만을 내세우는건, 다수의 횡포로 비춰질 수 있겠죠.
소수일지라도 ‘약자‘를 배려하는 것도 중요할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7-11-13 14:07   좋아요 1 | URL
너무 마음이 뭉클한 책 소개예요.
저는... 사실 아직도 이 책 읽기를 미루고 있어요.
김어준 방송도 들었지만, 그 뭐랄까요.....
사회적인 문제로 돌리기는 그렇지만, mbc 사태에서 이용마 기자의 마음 고생이나
또 동료 김민식 피디의 눈물펑펑 인터뷰도 생각나고...
그 힘든 시간 속에서 이 분이 환하게 빛나는 것도 ....맘 아프구요.
그래도 더는 못 미루겠네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7-11-14 15:48   좋아요 0 | URL
오늘 김어준에는 MBC해직기자로 이용마 님 대신 다른 분이 연결됐더라구요.
이 분도 5년 넘게 6년정도를 해직 기자 상태로 계셨더라구요.
저도 님과 같은 이유로 미뤄뒀었는데,
마냥 미뤄두면 안되겠더라구요~--;


비연 2017-11-13 14:32   좋아요 1 | URL
저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그날 들으면서, 김어준이라는 사람이 보기보다 인생에 대한 깊이가 있다고 느꼈었어요.
물론 이용마 기자의 이야기들도 가슴에 콕콕 박혀왔고. 서점에서 이 책을 봤는데, 건강할 때의 이용마 기자와
지금의 이용마 기자가 너무 대비되어, 마음이 아파 차마 못 가지고 나왔어요.
세상이 젊고 똑똑하고 열정적인 한 사람을 저렇게 어렵게 만들었구나 싶어서 정말...
하지만 양철나무꾼님의 글 보면서 저도 이제 사서 봐야겠다 싶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11-14 16:08   좋아요 1 | URL
찌찌뽕이요~^^
저도 이용마 님의 얘기들도 동질감을 느꼈지만,
사진을 보고 울컥했거든요.

꼭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ㅅ!

2017-11-13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4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3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4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0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3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11-29 19:31   좋아요 0 | URL
아침에 김어준의 뉴스공장 듣는 맛으로 삽니다요~^^
 

읽을려고 대기중인 책이 몇 권 된다.

그 중 이용마 님의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는 읽을려고 마음은 먹었으나,

가슴 아플까봐 미뤄왔었다.

이렇게 가독력이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재밌지는 않지만(재밌을 수는 없지만~--;) 자리매김하고 넘어가야 할 현실이다.

설득력 있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또 한권은 '서민' 님의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이다.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서민 지음 / 다시봄 /2017년 9월

 

 서민 독서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이 책은 바로 전에 읽었던 '서민 독서'만큼이나 힘들었다.

이 책이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페미니즘에 대해서 너무(?)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인 것 같다~--;

굳이 이 책의 의의를 생각해보자면,

'남자 페미니스트'가 쓴 책 정도(?),

내용은 그 내용이 그 내용인 것들이 책 한권에 계속 반복된다는 느낌이었다.

'서민 독서'를 먼저 읽은 나로서는 '서민 독서'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독서'자리에 패미니즘이나 메갈, 여혐 따위를 넣어도 얼추 말이 된다, ㅋ~.

 

내가 그리 영악한 편은 아닌데,

연달아 두권을 반복해 읽은 탓인지,

충분히 서민 님의 글쓰기 스타일을 파악하였다.

누가 주제와 제재만 잡아주면 얼추 비슷하게 뽑아낼 수 있을 것도 같다, ㅋ~.

 

책 두권을 연달아 읽으면서 느낀 건,

주제, 문제의식 뿐만 아니라,

문체나 글을 풀어나가는 서술 방식에도 다양한 변화를 줘야 책이 재밌어진다는 거다.

 

저 부분은 '애먼'의 오타가 아닐까 싶다.

혹은 '엄한'을 '엄한'으로 받아친 극도의 반어법?

 

날도 추워져서 웬만한 벌레들은 월동하느라 움추러들텐데,

무슨 벌레들이 그렇게 많은가 모르겠다.

맘충, 한남충, 급식충, 일베충 따위,

난 벌레는 책벌레만 좋은데 말이다.

 

 

 

 

 

 

.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7-11-08 18:01   좋아요 1 | URL
보다가 모기 물렸어요.^^;
양철나무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7-11-10 13:48   좋아요 0 | URL
처서가 지났는데 아직 입이 안돌아간 모기가 있었나 보네요.
이제 모기는 여름곤충이 아니라,
사계절 곤충으로 세를 확장하려나 봅니다~^^

풀꽃놀이 2017-11-08 22:09   좋아요 2 | URL
무슨 충이라는 작명은 벌레에 대한 모독이라고 진정 분노하고 있는 한사람입니다. 이렇게 만연한 혐오의 문화를 어찌해야 좋을지 가끔 무섭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11-10 13:55   좋아요 1 | URL
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댓글입니다.
지금 이용마를 읽는데,
끝까지 읽은 건 아니라서 섯불리 단언하긴 힘들지만,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풀꽃놀이 님처럼 문제 제기를 하는 분이 있어서, 완전 암울하지만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__)

겨울호랑이 2017-11-08 22:28   좋아요 3 | URL
이용마 기자님 이야기는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파옵니다...얼마나 심적으로 고통스러웠으면 희귀암에 걸리셨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11-10 14:01   좋아요 2 | URL
사실 이 분의 얘기를 접하고 처음엔 암의 원인을 심리적 고통과 연결 시키는 건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싶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분이 어떤 영혼과 가치관을 지닌 분인지 엿볼 수 있었고,
그러고나니 극도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심증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이땅의 많은 사람들이 이 분에게 어떤 의미로든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더군요.
눈물을 와락거리며 읽게 되는데,
오늘은 김재철 영장이 기각되었더군요~ㅠ.ㅠ

희선 2017-11-10 01:27   좋아요 2 | URL
‘애먼’을 ‘엄한’이라 잘못 쓴 게 아닐지도 몰라요 그렇게 아는 사람 많아요 다른 책에도 거의 엄한이라 쓰여 있어요 편집자도 그렇게 쓰는 걸로 아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닐지... 전라도에서 애먼을 사투리로 어만이라 하는데 엄한이라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2017-11-10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17-11-11 00:36   좋아요 2 | URL
가끔 그런 거 봤다고 그렇게 아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죠 어쩌다 보니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말했네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야 할 텐데... 책 한권 한권 만들 때마다 애쓸 텐데... 글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책을 만드는 사람도 그것을 자식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수작사계 - 자급자족의 즐거움
김소연 지음 / 모요사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간 무렵 구입은 했었으나 한쪽 구석에 덩치로 쌓아놔 잊혀졌었다.

얼마전 책정리를 하다가 눈에 띄어 읽어 보게 되었는데,

그러고 보면 사람 뿐만 아니라 책도 적당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책들은 사서 쌓아놨다가 잊혀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간간히 간택되는 책이 있는걸 보면 인연 같은게 있기는 한가 보다.

 

책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사람도 그러한데,

때론 엉뚱한 사람이 보고싶어지기도 한다.

엉뚱한 사람이란 옛 사람의 어머니이다.

엉뚱하다고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보고싶었던 적은 한번도 없고,

어머니 같은 경우는 실제로 뵌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블랙커피(원두가 아니라, 그냥 다방커피에서 설탕과 프림을 뺀 그것)를 좋아하신다고 하여,

'블래기'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간혹 안부를 여쭸었는데,

그런 블래기가 꿈에 선명하게 나타나다니 말이다, ㅋ~.

 

처음 이 책을 들였을때는 김진송 님에게 열을 올렸을때라 우리 숲의 나무로 가구 만드는 목수 남편이 멋져보였었다.

책을 읽으면서 먹는 정원을 가꾸고 손으로 만드는 아내로 옮아 갔는데,

사람이 선하니 글이 한없이 착하게 나오는 것 같다.

 

나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자급자족의 삶을 꿈꾸지만,

망설이게 되는게 자급자족을 한다는 이유로 안으로 파고들어 외부와 단절을 하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수작사계'에 나오는 자급자족은 소통과 대화를 표방하고 있어 매력적이다.

여러가지 안을 설명해드리고 적절한 선에서 디자인과 견적의 타협을 보던 날, 협상의 마지막 메일에 그분은 이렇게 썼다.

제 사정에선 상당히 무리해서 주문하지만

금액을 깎아주십사 부탁하기보다는

잘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솔직한 그말에 목수와 나는 마음이 움직였다. 언제나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스스로 목수가 아니라면, 이렇게 좋은 가구를 돈을 주고 사서 쓸 수 있을까? 의자 하나에 수십만 원을 줘야 하는 식탁 세트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이렇게 좋은 나무의 감촉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살고 있는데, 단지 돈이 없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의 기술이 주는 풍요로운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어야 하다니.(269쪽)

이 부분에서 나도 마음이 움직였는데,

이 부부의 가구 값은 차치하고라도,

옛날 옛적 김진송 님의 경우, 목마가 너무 갖고 싶었지만 살인적인 가격에 포기를 했었다.

목마는 일종의 유희이고 사치품이라고 쳐도,

가구가 되더라도 쉽게 지갑을 열게 되진 못할 것 같다.

 

부부는 자신들의 작품을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분들이라고 가구의 허술한 틈, 목수의 채 영글지 않은 손끝을 알아채지 못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장 부부는 진심으로 가구를 환영하고 집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주셨다. 만든 것은 목수지만 완성한 것은 주인장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 오디오장을 보고 잇달아 주문이 들어오기 사작했다. 사람들은 한참 부족한 이 오디오장을 좋아했다. 따뜻해 보인다고 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도 했다. 논리적인 설명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구가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사실이다.(56쪽)

나는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해지는 경험을 했다.

가구나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글도 한몫했는데,

이건 그녀의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스승이나 참고서적 따위는 필요없다던 목수가 '조지 나카시마'의 'The Soul of a Tree(나무의 혼)'을 곁에 두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도 참 좋았다.

사진만 보게 될 지라도 나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어졌다.

 

  바느질할 때 내 자리는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 탁자 앞이었다. 흙벽돌에 자연 그대로의 황토를 발라 내부마감을 한 산너울 마을의 집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한낮에도 약간 어둑했다. 나는 그 아늑한 어둠을 좋아했다. 그 집에서 빛은 상대의 눈이 아프도록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다. 나를 위로해준 빛의 역할은 눈부심보다 따뜻함이었다.

  창가 자리는 따뜻했다. 앵두꽃은 환하게 피어올랐다. 생의 소중한 기억들이 바느질을 통해 오롯이 손끝에 집중됐다. 어느날 인형은 완성되었고 그 자그마한 생명체에 나는 '애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94쪽)

 

  살면서 계절의 영향을 그토록 선명하게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사무실에서 근무할 땐 더위가 살짝 피하고 싶은 대상, 냉방기 리뫀컨으로 멀찍이서 조절할 수 있는 상대였지만 시골 작업실의 더위는 달랐다. 씨름판의 적수 같았다. 때로 질 때도 이길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한결같이 내 몸으로 타고 넘어야 했다.(109쪽)

이런 구절은 그녀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었고,

  그녀들의 말에는 '정말'. '너무' 따위의 강조의 부사가 섞여들지 않았다. 그들은 강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가끔씩 고개를 흔들었다.

  이 풀이 참 징혀. 입술에 물고 댕기다보믄 살이 닳고 찢어져.

  목소리가 낮아졌다. 별로 크게 떠들 일은 아니라는 듯.(168쪽)

모시를 하는 어머니들을 상대로 '농촌마을 컨설턴트'를 할때의 일화를 적어놓은 것 같은데,

그녀의 글 또한 이를 닮았다.

과장이 없는 것이 소박하고 수수하다.

 대칭,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보완하지 않는다. 오로지 왼쪽과 오른쪽을 똑같이 만들기 위한 보완은 목수에겐 보완이 아니다. 대칭 자체는 목수에게 목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문득 이해했다. 가구를 보는 뷰파인더의 눈은 날카로운 심판관의 눈이 아니었다. 빛을 양껏 받아들일 줄도 절제할 줄도 알며 자유롭게 심도를 조절하는 그 눈은 원칙을 따지는 나의 눈과는 달랐다. 너그러운 그 눈앞에 의자는 자유로워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가구의 틀에 갇히지 않는 가구야말로 목수의 가구라는 것을, 나의 잣대로 잴 수 없는 그만의 날개짓이 있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받아들였다. 이해라는 것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얼마만한 시간이 걸리는 걸까. 아주 조금 비뚜름한 듯 다른 몇 밀리미터, 잴 수 없는 각도의 차이로 빙긋이 웃고 있는 의자의 팔꿈치들이 나를 쿡 찔렀다. 웃음이 났다. 아주 조금 비뚜름한 목수의 성질머리가 거기서 보였다.(211쪽)

목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전체를 보는것 같아서,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번지고 스며 물들듯 조화로운 것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구절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목발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보통 가구는 공간을 실측하는데 목발은 사람을 실측해야 했다. 가구를 원하는 분들은 손을 뻗어 '저기'에 '그것'을 놓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목발이 필요한 이분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셨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목발을 짚고 앞뒤로 걸어 보이셨다. 목발의 머리가 닿는 겨드랑이의 굳은살에 대해 알려주셨다. 걸음의 각도, 집 안팎을 다닐 때의 차이점, 움직일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부위를 알려주는 그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보통 사람들보다 좀 길고 상세한 자기소개를 듣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목발은 정말로 그걸 사용하는 분의 몸이라는 것을.(215쪽)

옛날에 광화문 육교 근처에 가면 '보장구'라고 하여 마네킹 인형을 만드는 재료들로 만든 한 손 모양, 다리 모양들이 쇼윈도우에 진열되어 있었다.

지금은 조금 더 세련되고 의학적인 기능들을 지닌 보장구로 바뀌는 과정에서 없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목발 하나 만드는데 이런 정성을 쏟는다는 측면에선 괜찮지만,

목발의 기능적인 측면을 조율하는 건 보장구사(지금도 그런 이름으로 불리우는 지는 모르겠다)들의 몫이다.

적어도 그들과 협력을 하던지,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단축될 수 있었을 것이다.

자급자족이나 수작업이라는 얘기가 혼자 안으로 궁그리는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타인이 아니면서 타인을 이해한다, 알겠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일인지 독선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어찌됐건, 이렇게 아름다운 아내 분의 글을 보는 것만으로 이 책을 읽는 수확이다.

어쩌면 이렇게 수더분한 문체로 가슴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원~(,.) 

이 책 덕분에 오는 겨울이 두렵지 않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풀꽃놀이 2017-11-07 01:44   좋아요 1 | URL
꼭 봐야지 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애먹고 있던 책이 있었어요. 오늘 여기서 발견해서 뛸듯이 기쁩니다. ‘The soul of a tree‘! 아마 저도 한두해전 ‘수작사계‘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엄청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7-11-07 09:3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풀꽃놀이님~^^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책을 찜해 두고...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묘한 인연인것 같습니다.
알라딘 서재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들 인연이고 쾌감이겠죠.
앞으로도 좋은 책, 글들로 아껴 뵙도록 하죠.
제가 오히려 고맙고, 반갑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여려졌다.

마음이 여려져야 하는데,

마음은 빡빡하니 무미건조하기 이를데 없고, 눈만 여려졌다.

 

하루에 한번쯤은 눈물을 쏟아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은데,

어제 아침엔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서 이용마 기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랬고,

(책이 완전 괜찮은가 보다, ㅋ~.)

저녁엔 텔레비전 프로의 임종체험을 보면서 그랬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오늘은 책을 읽다가 그랬다.

책은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몰입할 수 있는 다큐물도 아니었다.

 

 

 수작사계
 김소연 지음 / 모요사 /

 2014년 9월

 

변명을 하자면,

이런 구절이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나는 궁금했다. 목수는 정식으로 목공을 배운 적이 없고 이력으로 보자면 미술을 전공한게 전부인데, 어떻게 이런 의자를 만들 수 있었을까?

목수는 두 가지 대답을 들려주었다. 하나는 의자의 모양에 관해, 또 하나는 만드는 기술에 관해서였다. 모양에 관한 설명은 간단했다.

 "가져온 나무들을 보고 의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에 따르면 나무는 앞으로 만들어질 물건의 모습을 안에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의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은 숨어 있는 모습을 찾아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기 때문에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생각에 잠겼다. 우리의 대화는 살짝 열어둔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침마다 변기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목수의 습관 때문에 매일 우리의 첫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수작사계 31쪽)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상들이 모여서 개인의 삶을 이루는 거라는 숙연함이 눈물을 나게 했달까.

 

별 내용이 아닌 것 같지만,

내가 감동을 먹은 건 이런 구절 때문이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아서 '사람을 선생으로 두지 않는 부류의 목수였다.'는 문장이나 '책은 참고사항이었다'(35쪽)

는 구절로 목수의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목수의 아내마저도

'무엇이든 책으로 배우는 책상물림의 습관은 어려서부터 익힌 것이라 쉽사리 변하지 않아 그 후로도 텃밭과 흙, 정원에 관한 책을 틈틈이 사 보았지만, 매일 밭에 나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책 속의 지식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은 언제부터인가 저절로 알게 되었다.'(42쪽)

라고 하는 것이 내 마음에 꼭 들었다.

나랑 완전 닮음꼴이다, ㅋ~.

나도 마찬가지 이유로 이 책의 목수 내외가 눈물나게 좋았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한참 부족한 이 오디오장을 좋아했다. 따뜻해 보인다고 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도 했다. 논리적인 설명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구가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사실이다.(수작사계 56쪽)

언제부턴가 사람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따뜻해 보이는 것이 좋았다.

완벽하진 않아도 소탈하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사람이 있고, 물건이 있고, 글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 화두는 따뜻함 내지는 편안함이고,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 화두는 귀촌 생활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귀촌 생활이 아닌 전원 주택 생활이지만,

뭐, 아무렴 어떻겠는가.

 

내가 요즘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중에 '서울부부의 귀촌일기'라는 것이 있다.

초보 귀촌인들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잼나게 시청하고 있는데,

첫회부터 꾸준히 보다보니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를 알겠다.

속속들이 다 알진 못하더라도 이런 따뜻함과 편안함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가 있겠다.

오늘은 제룡이라는 친구와의 끈끈한 우정을 보고서 완전 감동을 했다.

그동안 남자들의 우정을 가까이서 보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으레 남자들의 우정은 욕설을 남발하거나 주먹다짐을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이렇게 섬세한 따뜻함이라니,

이런 멋진 남편도, 아내도, 친구도 ,

완전 부러워지는 거라.

 

실은 요즘 나는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라치면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곤 했다.

아들과 대화가 되는 걸 다행으로 여겼다고나 할까.

길거리나 공원, 버스 안에서 보면 욕을 '개XX'따위 접두사처럼 붙여서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의견을 묻거나 설명을 요하는 데도 단답형의 대답으로 끝나서 대화가 단절되는 걸 경험했었다.

 

나이가 먹을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고,

점점 입을 다물어야 하고,

입을 다무는게 미덕처럼 여겨져서,

대화를 나눌 상대를 갖는다는 것,

누군가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걸,

지금도 감사하게 여긴다.

 

하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진다고 매번 이런 책과 영상만 볼 수는 없는 일,

10권까지 산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가 11권이 나와서 완결이다.

지금 4권에서 진도를 못 나가는데,

기회를 만들어 읽어야겠다.

 

 춘추전국이야기 1~11 세트 - 전11권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7-11-02 18:32   좋아요 1 | URL
저도 스케치북을 뚫어지게 보는 편이에요. 화면에 어떤 이미지가 나타나길. 제 생각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겠지만 사물이 주는 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넘 애니미즘 일라나ㅎㅎ; 그런데 이런 태도는 세상을 참 아끼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귀하지 않은 것, 가치 없는 게 없다는.
그런데 백지는 일단 쓰지 않는 이상 글줄 비슷한 것도 안 보여요ㅋ;

양철나무꾼 2017-11-03 13:46   좋아요 1 | URL
넘 애니미즘일것 없습니다, ㅋ~.
저도 모시는 신 있습니다.
북을 토템으로 한다나 뭐라나~(,.)

정말 병적인게 가지고 있는 책들을 읽어야지 하다가도,
신간만 나오면 지름신이 강림하셔서리,
안 읽으면이 아니고 안 사면 미칠것 같습니다~(,.)

sprenown 2017-11-02 20:28   좋아요 1 | URL
저는 나이가 들면서 눈도 여려지고, 마음도 여려 지네요.^^

양철나무꾼 2017-11-03 13:48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면 마음은 눈물에 의해 단련되나 봅니다~^^
미립이 날 그날을 기다리며,
일단은 그저 읽는 수밖에요~(,.)

서니데이 2017-11-03 15:39   좋아요 1 | URL
저 어제 작은 화면으로 제목을 읽었는데, 처음에는 눈이 어려졌다, 라고 읽었어요.
다시 보니 여러졌다, 더라구요. 어쩌면 양철나무꾼님은 예쁜 조카가 있어서, 눈이 어려지고 계실지도요.
바람이 밖에 너무 많이 불어요. 따뜻한 금요일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11-04 09:50   좋아요 1 | URL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어려졌다‘는 말이 나쁘지 않네요, ㅋ~.

좀 많이 춥고 쌀쌀한 토요일 아침입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자구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