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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평점 :
독서가 서민을 구원했을지는 몰라도, 이 책 '서민 독서-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가 나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누군가 내게 책을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곰곰 생각해 본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서민 님처럼 '독서가 나를 구원했다'는 마음가짐은 아닌 것 같다.
재미있으니까 읽고, 독서만한 소일거리는 없으니까 읽는다.
독서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선 떨지 않고 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하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나에게 독서는 그렇게 가변적인 것이다.
독서의 힘을 강력하게 믿기는 하지만 '독서만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는 거다.
나 또한 독서의 힘으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음을 알지만,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못한 사람이 되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링컨 전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링컨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꿈을 키울 수는 있지만,
모두가 링컨 같은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책을 읽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고,
책을 읽지 않고,
행동에 옮기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으면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책을 읽지 않고, 행동에 옮기지 않더라도,
안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을 하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만이 사람을 바꿀 수 있고,
책을 읽어야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은,
선을 위한 독선이고, 책에는 필요악이 되는 것이다.
여느 책처럼 재밌게 읽으려고 시작한 책이고,
그래서 이러저러한 책들에 대한 리뷰를 담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담론을 펼쳐 나가는 방식도 내가 보기엔 좀 억지스러웠다~--;
이는 잘못된 책 선택은 읽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책도 책 나름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좋은 책을 고르는 요령은 무엇일까? 『아침형 인간』같은 자기계발서를 되도록 멀리하고, 소설을 주로 읽기 바란다.(146쪽)
물론 나도 자기계발서 따위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서민 독서'만 하더라도 구태여 분류를 하자면 '소설'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깝지 않겠는가 말이다.
위 부분은 맞춤법이 틀렸다.(159쪽 열째줄과 비교)
이 책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나와 다르더라도 하나의 논조를 꾸준히 밀고 나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중할 수 있겠는데,
어느 꼭지에선 이렇게 한 얘기들을 다른 꼭지에선 또 다른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
그의 논조가 무엇인지 헷갈린다.
일관되지 않는다.
꼭지를 바꿔 읽을 때마다 가재 편인지, 게 편인지, 또는 새우 편인지,
그도 아니면 히드라ㆍ말미잘 편인지 묻고 싶은걸 참느라 혼났다.
좌파도 우파도 아닐 수는 있다.
중립을 지키겠다거나,
또는 중립조차도 편가르는 것이 되니 중립의 편도 들지않겠다고 색을 뺄수는 있지만,
빨강과 파랑을 섞지도 않고 나란히 나열하며 보라가 된다고 하는건,
색의 논리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비교를 할땐, 비교하는 쪽과 당하는 쪽의 기준이 같아야 한다.
얼굴이 이쁜데다가 몸매도 착하다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책을 읽는 자만이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착하다는건, 근거도 없고 상관관계도 없는 논리의 비약이니까 말이다.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안철수도 책을 열심히 읽은 덕분에 평균 이상의 화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선뜻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말이 모호하다고 말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를 질타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철수 화술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비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모호함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건 잘 구사하지 않으면 상대가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라고 알아챌 우려가 있는데, 안철수가 워낙 말을 잘하다 보니 듣는 이로 하여금 "뭔가 있는데 표현을 못하는구나"하고 믿게 만들지 않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안철수가 잦은 부침 속에서도 정치판에 있을 수 있는 비결이고, 이게 가능한 것도 다 그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253쪽)
위 부분은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수긍하기가 힘들다.
저 구절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안철수의 화술이 위대해야 하는데,
저자부터가 '그의 말이 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인용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암튼 자기가 읽은 책을 백 퍼센트, 천 퍼센트 활용하여 이런 책을 낼 수 있다니,
이 책의 저자 서민 님은 똑똑한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서민 님의 책들을 좋아했던건 납득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알아먹을 수 있는 글을 써서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처럼 논리 전개가 엉뚱하거나 비약이 심하면,
또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이의에 대해 설명을 하기보다는 일축을 해버리는 상황이라면,
쉽게 맥이 빠지는 고로 재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책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명제에서 걸어나와,
책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이 분야 저 분야 두루뭉술 펼쳐놓기 보다는,
기생충이나 독서 따위, 님만의 전문 분야를 특화해보는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