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물성을 부여해 끔찍이 아끼는 나는 독서를 할때 커버를 분리하였다가 다시 끼워서 보관한다.

한때 내가 모시는 유일한 신이 있다면 '酒님'도 아니고 '책 님'일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 내가 이런 조합이라니~--;

내 완벽한 콜렉션에 오점을 남긴다, 아흑~(,.)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지음, 이승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이런 책을 내가 구입했나 싶어 찾아보니,

내 손으로 직접 구입을 하긴 하였다.

 

책 등이야 '구라'를 치든 사기를 치든, 책이 재밌으면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분위기는 언젠가 읽었던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흰옷을 입은 여인'과 비슷한 것도 같은 것이 독특하다.

 

이 작품은 누가 작가 헨리 제임스에게 크리스마스 시즌에 적합한 유령이야기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쓰여진 것이라는데,

이게 인기를 얻어,

연극, 오페라, 영화,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다는데,

고딕 소설을 ('많이'는 아니어도) 좀 읽어주신 나로서는 그 인기의 요인이 쉽게 공감되기 않는다.

 

내가 번역의 완성도를 논할 깜냥은 아니어 주시고~--;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

번역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적어도 가독성은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로 달려오고 있는 두 권의 책은 나를 안심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버지의 유산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문어의 영혼
사이 몽고메리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6월

 

아참참, 그리고 이 책,

 

 

 

 집중과 영혼
 김영민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10월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책값이 좀 비싸다.

김영민 님은 뭐랄까,

내가 배우기 위해 다가가려 애를 쓰는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인 느낌이랄까.

언젠가 하루 두번 산책을 하고,

하루 한끼를 드신다는 글을 읽은 것도 같다.

그래서 인지 모르지만,

이런 나의 표현이 외람된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좀 식물적인 느낌이랄까.

또는 솟대처럼 고고한 느낌이랄까.

 

 

한해가 이렇게 가고 있다.

뭐, 애써 성탄절 분위기를 내보려 하는데,

예전처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흥겨움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올라오다가 여러 감정들에 막혀 '정체'중인지도 모르겠다, ㅋ~.

지금 이 순간도,

아프고 힘들 이들을 생각하며 책이나 읽으며 조용히 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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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2-06 17:16   좋아요 0 | URL
책 사랑..그 마음이 느껴지군요. 책 소개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12-06 17:21   좋아요 1 | URL
어떨 땐 책을 읽고 독서를 하는 그 행위 자체가 아니라,
종이로 만들어진 책, 그 책의 물성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극복해야지 하고 노력한지는 좀 됐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cyrus 2017-12-06 17:23   좋아요 2 | URL
민음사 판 ‘나사의 회전’도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어요. 전 열린책들 판본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이것마저 가독성이 좋지 않으면 남은 건 시공사 판본이군요. ^^;;

양철나무꾼 2017-12-06 17:29   좋아요 0 | URL
미리보기로 보니, 그나마 시공사 게 낫더군요~^^
전 실은 역자의 이력 사항에 쫌 실망을 하고 말았는데,
‘쾰른대학교에서 중국학과 일본학, 만주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라고 되어있더군요.
미국 작가의 책을 번역하는데, 독일의 쾰른이랑 저 ‘중국학, 일본학,만주학‘이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췟~(,.)
저런 이력은 안 적느니만 못 하지요.
개인적으로 ‘바른번역‘이란 곳 쫌 그래요~--;

2017-12-06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6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17: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같은 책은 여러 번 구매했습니다. 난감하죠.. ㅎㅎ

2017-12-06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6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12-07 10:00   좋아요 0 | URL
메뚜기의 날인가, 메뚜기의 하루, 거금 100만달러 같은 책이 있네요.
열린책들 홍지웅 사장님의 마인드도 좋고,
책제본 하는 방식도 옛날 방식을 고수한다고 해서,
일부러 고르려고 노력했었느네,
이러면 일부러 제껴놓는 수밖에 없죠~--;

박균호 2017-12-06 22:08   좋아요 1 | URL
저의 경우는 책 장 넘길 때 성가셔서 띄지를 따로 두었다가 다 읽으면 띄지를 다시 쒸워서 보관하는 편입니다. 커버도 그런 편인데 띄지 마저 다시 쒸워두면 뭔가 책을 읽은 증거가 없어질 것 같아서 버리기도 합니다. 띄지의 현란한 광고 문구는 그 책을 구입한 제 순수하고 고매한 의도가 광고에 현혹된 충동 구매로 오해될 까 더더욱 버리는 편입니다. 그나저나 <집중과 영혼>은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다른 사람의 오랜 노력이나 기호를 공짜로 쉽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니까요.

양철나무꾼 2017-12-07 10:23   좋아요 0 | URL
전 언젠가 한 출판사 사장님으로 부터 띠지야말로 책의 꽃 같은거라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가 형광 연두색에 형광 핑크 띠지가 유행할때 였는데 말이죠.
서점 매대에 쫘악 깔려있으면 그런 책들이 눈에 띤다나 어쨌다나 그러시더라구요.
그후로는 띠지 하나도 허투루 못 버리겠더라구요.

그나저나 책은 잘 되십니까?
알라딘 통계를 보니까 올 한해 제가 사랑한 작가는,
님이 1순위, 조지수 님이 2순위(이분 수필집까지 싸악 구입했습니다, ㅋ~.)더라구요.
제가 건필을 응원합니다~!^^

비연 2017-12-07 08:45   좋아요 0 | URL
오늘 김영민님의 책을 보관함에 넣었는데... 이 분의 책을 한번도 본 적이 없더군요, 제가..ㅜㅜ
양철나무꾼님의 글에서, ˝내가 배우기 위해 다가가려 애를 쓰는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인 느낌이랄까˝
라는 문구가 마음에 남습니다. 조만간 사서 한번 보려구요.

양철나무꾼 2017-12-07 10:27   좋아요 0 | URL
김영민 님이 처음이시라면 ‘동무와 연인‘이나 ‘봄날은 간다‘ 같은 걸로 워밍업 하시는것도 괜찮을것 같고,
이분 홈페이지에 들어가 글들을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요즘 글들은 조금 더 단단하고 높아진 느낌이라서 말이죠~--;

북극곰 2017-12-07 09:07   좋아요 0 | URL
김영민 님의 책에 대한 감상, 완전 와닿습니다. -.-; <문어의 영혼>, 저도 맘에 담아 두고 있어요. 표지도 참 멋지고요. ㅋ
연말에 저도 조용히 책읽으며... ^^

양철나무꾼 2017-12-07 10:29   좋아요 0 | URL
이게 누구랍니까?
잘 지내시는거죠, 북극곰 님?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라도 안부를 여쭐 수 있으니,
이만하면 된걸까요?^^

‘문어의 영혼‘은 말이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상살력과 기지가 너무 멋진것 같습니다~^^

북극곰 2017-12-11 11:42   좋아요 1 | URL
반겨주셔 감사해요!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올해 다른 일을 좀 벌이느라... 알라딘은 뻔질나게 들락거렸지만, 서재방문을 못했어요.

조금 여유가 생겨, 믿음직한 서재들을 방문하며 읽을 책들을 담고 있는 중입니다.
연말하면 알라딘이죠. 이러면서... ㅋㅎㅎㅎ
역시나 서재를 돌아댕기다보니 시간이 훌쩍이네요.

 
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언제던가, 좀 오래전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였던 것 같다.

남자와 여자의 이별장면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아낌없이 주어 미련이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때 난 '아낌없이 주어 미련이 없다'는 말의 이면을 들여다 보려 한 것 같은데,

아낌없이 주는 것은 좋지만, 그것으로 끝~!

떠나고 났을때 자기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여력은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했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나는, 달링턴 경께 모든 걸 바쳤습니다. 내가 드려야 했던 최고의 것을 그분께 드렸지요. 그러고 나니 이제 나란 사람은 줄 것도 별로 남지 않았구나 싶답니다."(298쪽)

달링턴 경의 집사로서 그에게 모든걸 바친 것은 알겠지만,

이젠 미국인 페러데이를 모시는 입장에서 그에게 줄 것이 남아있지 않다는 말처럼 들려 씁쓸했다.

 

이러다 보니 생각은 널을 뛰어,

'아낌없이 주어 미련이 없다'는 것은 좋지만,

아낌없이 줄때도 '자기 자신'은 불살라버리지 말고 남겨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게 되었다.

 

암튼 우리의 집사 스티븐스 씨는 달링턴 경 사후 미국인 페러데이를 새로 모시게 된다.

페러데이가 미국에 다니러 간 사이에 휴가가 주어지고,

페러데이의 적극적인 권유로 난생 처음 여행을 가게 된다.

여행의 목표는 한때 달링턴 가문의 총무로 있던 켄턴 양을 만나는 것이었는데,

그 여정에서 스티븐스는 자신이 섬겼던 달링턴 경을 부인하기도 하고,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다소 허세로 비춰질 수 있는데 상당한 돈을 쓰기도 한다.

 

사실 난 이 여정이 자기 자신을 돌아다보는 계기가 되고,

그리하여 어떻게든 마음을 고쳐먹게 될 줄 알았는데,

돌아보기는 돌아본것 같은데,

그 과정이 시종일관 자기변명으로 일관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

따라서 이제 나는 다음과 같이 단정하고 싶다. 즉 ‘품위’는 자신이 몸담은 전문가적 실존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집사의 능력과 결정적인 관계가 있다. 모자라는 집사들은 약간만 화나는 일이 있어도 사적인 실존을 위해 전문가로서의 실존을 포기하기 마련이다.(57쪽)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보니,

그동안 그가 지켜온 품위로는,

그런 그의 삶을 돌이켜 반성을 하게 된다면,

여태까지의 삶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니까 쉽지 않은 일일것 같다.

 

이 대목을 읽고는, 심지어, 달링턴 경 밑에 있었다는 걸 부인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우리 세대는 임금이나 휘하 직원의 규모, 화려한 가문의 명성만을 고려해서 이직을 결정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직업적 권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인의 도덕적 진가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ㆍㆍㆍㆍㆍㆍ우리 세대는 세상을 사다리가 아니라 '바퀴'와 같은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147쪽)

자신의 모든걸 걸었던 주인의 도덕성에 흠결이 있다는걸 깨달았을 때의 상실감을 충분히 짐작하겠다.

더불어 자신의 새주인 페러데이에게 이혼한 숙녀가 재혼하는 걸 들어 옛주인을 정당화하는 것도 이해하겠다.

"ㆍㆍㆍㆍㆍㆍ흔히들 이혼한 숙녀가 재혼하여 새 남편 쪽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했을 때는 첫 결혼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요. 저희 직업에도 그와 유사한 관습이 있습니다, 나리."ㆍㆍㆍㆍㆍㆍ오늘날, 달링턴 경에 대해 어리석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여러분은 내가 그분과의 관계를 좀 난처해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짐작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하지만, 그 어떤 것도 진실보다 깊을 수는 없는 법이다.ㆍㆍㆍㆍㆍㆍ나는 달링턴 경에게 35년을 바쳤다. 그리고 그 기간만큼은 나 자신이 가장 진정한 의미에서 '저명한 가문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말하더라도 그리 부당한 주장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내가 지금까지의 경력을 되돌아보면서 느끼는 만족은 주로 그 시절에 성취했던 것들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러한 특권을 누릴 수 있었음에 오늘도 나는 자랑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161쪽)

 

사실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이름이 일본식이어서,

소설이 그다지 영국적이지는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다보니 켄폴릿의 '20세기 3부작 시리즈'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 지극히 영국적이다.

그런 작가가 감정이입한 인물인 스티븐스 집사가,

여행 중에 이런 사람들을 만났을때,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싶었다.

“ㆍㆍㆍㆍㆍㆍ왜냐하면 우리가 지난날 바로 그 권리를 위해 싸웠기 때문이지요.”

외람된 질문입니다만 선생님, 에덴 씨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러니까, 인간적인 면에서요. 지위 고하,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제 생각이 옳은가요?“(233~234쪽)

 

마침내 켄턴양을 만나게 된 그가,

그 또한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영감님'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나이가 들었는데,

켄턴 양의 변화만 두드러지게 읽어내는 장면이 좀 아이러니컬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계속하는 사이에 더 많은 것들, 세월이 그녀에게 남긴 더 미묘한 변화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켄턴 양은 '약간 느려진' 것 같았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대체로 침착해지니까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나도 한동안은 그렇게 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내 눈에 보이는 이 분위기는 삶의 고단함에 다름 아니라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날 그녀를 때로 들뜬 사람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활기차게 만들었던 생기의 광체가 이제 사라진 듯 보였다.(285쪽)

 

이 책의 마지막에 보면 스티븐스는 낯선 노인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속내를 드러내는 듯도 싶다.

"하지만 이따금 한없이 처량해지는 순간이 없다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내 인생에서 얼마나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던가.'하고 자책하게 되는 순간들 말입니다. 그럴 때면 누구나 지금과 다른 삶, 어쩌면 내 것이 되었을지도 모를 '더 나은' 삶을 생각하게 되지요. (293쪽)

 

"ㆍㆍㆍㆍㆍㆍ만날 그렇게 뒤만 돌아보아선 안 됩니다. 우울해지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요, 이제 당신은 예전만큼 일을 해낼 수 없어요. 하지만 그건 우리도 다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사람은 때가 되면 쉬어야 하는 법이오. 나를 봐요. 퇴직한 그날부터 종달새처럼 즐겁게 지낸답니다. 그래요, 우리 둘 다 피 끓는 청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앞을 보고 전진해야 하는 거요."

그러고 나서 그는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즐기며 살아야 합니다.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당신은 하루의 일을 끝냈어요. 이제는 다리를 쭉 뻗고 즐길 수 있어요. 내 생각은 그래요. 아니,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그렇게 말할 거요.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라고."(300쪽)

 

하지만, 그는 새로운 주인 페러데이에게 부응하기 위하여 농담의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애기를 끝내게 된다.

결국 그는 심기일전하여 '남아있는 나날'동안 새 주인에게 충성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책은 스티븐스의 삶을 통하여 그의 지독한 고지식함을 '품위'라는 말로 설명하는데,

만약에 나라면,

품위 따윈 됐으니 개나 줘 버리고,

빌어먹거나 날품 팔이를 하더라도,

오늘 이순간, 나의 삶을 살겠다고 하겠다.

인간은 '홀로', '품위있게'는 살 수 없다.

감정을 느끼고 살을 보대끼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괜찮다고 자위하고,

새로운 주인 페러데이와 농담 코드에 맞추겠다고 세뇌시키지만,

그게 어긋나기라도 한다면,

그 상실감을 어찌할 것인가 말이다.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남아있는 나날 동안 이젠 부디 자신의 삶을 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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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2-05 20:56   좋아요 0 | URL
님 덕분에 좋은 소설을 알게 됐네요.. 소설의 힘을 믿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12-06 10:42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예전에 들였는데,
노벨상 수상했다고 하여 이제서야 보게 됐어요.
같은 이름의 영화도 있는데,
영화랑은 좀 느낌이 다른 것도 같아요~^^

2017-12-05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6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회원 ‘좋아요‘와 관련하여

안녕하세요, 서재지기 님.

북플을 유용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요며칠 '비회원'이 제 글과 댓글에 무작위로 '좋아요'를 누르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 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하루종일 이어지니,

밤늦게 새벽에도 물론이고,

이건 폭격 수준입니다.

진짜 제 글에 관심을 갖고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분들이 묻혀버리는 수준입니다.

오후 3시 이후(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습니다) 3시39분까지의 비회원 '좋아요'현황입니다.

일단 북플 '알림'은 해제하였습니다만,

확인 후 조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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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물선 2017-12-04 17:31   좋아요 0 | URL
이런 헤괴망측한 일이...

다락방 2017-12-04 17:37   좋아요 0 | URL
게다가 비밀댓글에도 비회원이 좋아요를 누르는 걸로 나오더라고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7-12-04 17:49   좋아요 0 | URL
위에 속상여주신 분, 다락방 님,
저도 ‘비밀댓글‘에도 ‘좋아요‘가 뜨는데,
이 문제는 전에 경험한 일이 있어요.

제 비댓을 볼 수 없는 누군가(회원)이 무작위로 ‘좋아요‘를 눌렀더라구요.
한번 시험해 보세요.
비댓이어서 내용이 안 보여도 ‘좋아요‘는 누를 수 있더라구요.
전 속으론 ‘깜.놀‘했지만,
그 회원분이 무작위로 누른게 민망할까봐 아는 척을 못했었습니다~--;

다락방 2017-12-04 17:54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전 너무 놀라서 비댓을 지웠지 뭡니까 ㅠㅠ

transient-guest 2017-12-04 21:12   좋아요 0 | URL
북플은 여전히 꾸준히 말썽이 많네요

비연 2017-12-05 08:15   좋아요 0 | URL
흠... 기분 별루네요...ㅜㅜ

양철나무꾼 2017-12-05 17:45   좋아요 1 | URL
*서재지기 님이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오전까지 간간히 이어지던 비회원 ‘좋아요‘가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양철나무꾼님.

확인한 결과 특정 IP에서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좋아요˝가 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좋아요˝가 되는 IP에서는 ˝좋아요˝가 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습니다.

신고 감사합니다.

2017-12-05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6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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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은 친구가 전해줘서 시작하게 되었지만,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사회역학자라는 용어도 좀  생소하고 어렵지 않을까 싶었었다.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얼마 전 이용마 님 책을 읽었을때 제기했던 문제와 관련, 생각해볼 거리도 있고 나름 좋았다.

 

질병의 원인을 추적하는 학문이 역학이라면,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 사회역학이란다.

바이러스나 인체에 위험한 물질 따위를 질병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건 알마든지 일반적이지만,

타인에게 혐오발언을 듣거나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겪거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을때, 이러한 경험도 질병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관계를 모색해 내는 게 사회 역학자들의 역할이란다.

 

우려와는 다르게 전혀 어렵지 않았고,

문체도 아름다워서 감정이입(씩이나?)하며 읽을 수 있었다.

팩트의 전달이라도 어려운 용어만 사용한다면 생소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슈들(세월호 사고의 생존자와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소방 공무원, 성소수자, 왕따와 차별을 겪은 이들...등)을 쉬운 용어로 풀어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후 드는 생각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이런 사회적 이슈의 선봉에 선 사람들, 정치가들이나 사회문제 연구가, 정책 입안자 같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동안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비중 있게 다가왔던 문제는,

태아기의 영양결핍이 성인 만성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절약형질 가설'이었다.

나 또한 어릴적 여러 가지 의미로 결핍을 경험하였고,

그리하여 각종 성인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조심하고 관리하여야 겠다.

 

또 한가지,

취업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냐는 연구에서,

'예, 아니오, 해당사항 없음'의 대답 중 '해당 사항 없음'이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읽히고 해석된다는 점이었다.

이 '해당사항 없음'은 비슷한 다른 질문에서도 의미가 있는데,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못할 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겨버렸던 것들이 실제로는 몸을 아프게 하는 원인이었다는 거다.

 

오늘 뉴스를 보니, 낙태와 관련한 조국의 코멘트가 눈에 띄었는데,

영어로 된 뉴스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석의 차이'에서 생긴 오해인지,

천주교와의 힘겨루기가 될 지 궁금하다.

잘못하면 꼴 사나운 해프닝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겠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단다.(189쪽)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22쪽)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이런 생각을 하는 김승섭 님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아픔이 단지 아픔으로 고착되지않고 길이 되기 위해서는,

앞 선이들의 눈물겨운 발자국도 중요하지만,

그 발자국을 발지취 삼아 함께 걸어가려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걸 김승섭 님은 이렇게 얘기한다.

 

아름다은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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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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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불면증으로 시달렸다.

신경이 팽팽해져서 그게 줄이라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끊어져 버릴 것 같았었고.

그런 아슬아슬함에 좀처럼 잠이 들 수가 없었다.

밤마다(아니 정확히 얘길하면 새벽마다) 알라딘 서재, 이곳을 돌아다녔고,

서재 이웃들의 글이나 댓글을 보고 위로 받는 나날이었다.

 

그 불면증의 원인이 외로움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나는 이곳에서 치유되었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내이름은 루시 바턴'을 읽었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참 좋았어서 이 책을 알게 되자 바로 들였다.

이 책은 '올리브 키터리지'와 닮았으나,

'올리브 키터리지'보다 자전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왜 자전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하느냐 하면,

이 책의 주인공 '루시 바턴'의 직업 또한 소설가이고,

 '사라 페인'이라는 또 한명의 소설가가 등장하는데,

어조가 독백조여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얘기를 하고 있는 듯 여겨진다.

이 책까지는 재밌게 읽었으나, 다른 작품들은 '글쎄~' 잘 모르겠다.

여지껏 읽은 두 작품으로 미루어 나머지 것들도 충분히 짐작하겠다.

또 한가지, 바로 전에 '박지리'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읽은 탓일 수도 있는데,

책의 두께 대비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 같다.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묘한 경험을 했다.

루시 바턴의 얘기를 읽는 것인데,

내가 심리 상담사와 마주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루시바턴의 삶이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녀에게 감정 이입을 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장해제되어 어떻게든 위로 받고 치유되는 것이다.

'잘못을 하는 건 인간의 몫이고, 용서하는 건 신의 영역'이라는 말처럼,

잘못을 하면 안되는 어떤 것으로 색안경을 쓰고 대하기보다는,

그냥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삶도 있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한다.

우리가 선택을 할 수 없는 어떤 것들에 대해서,

또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한 것들에 대해서,

왜 그렇게 했을까 의문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구나,

그럴 수도 있었구나,

하며 가만히 등 두드려 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쩜 이건 묘한 경험이 아니라, 루시 바턴 모녀 간의 내리사랑을 보고 그리 되었을 것이다.

 

이 책엔 멋지고 잘 나가는 사람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삶이구나, 일상이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죽음을 앞두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노파를 피해 1인실로 옮겼더니이젠 외로움이 크게 찾아왔다거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한번도 친정에 가지않은 여자에게 엄마와의 조우가 약간 낯설다거나, 그런 것들 말이다.

 

엄마가 병실에 머무르는 동안 엄마가 늘 쪽잠을 주무시는걸 알게 된다.

평생을 쪽잠을 주무셨다는데,

그녀의 어린 시절에는 그런 기억이 없다.

잠깐씩 엄마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대부분 루시바턴이 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이다.

아마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반쯤은 알게 반쯤은 모르게, 사실일 리 없는 기억의 방문을 받으면서 세상을 이런 식으로 어찌어찌 통과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공포라는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보도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은 아주 많은 부분이 추측으로 이루어진 듯하다.(21~22쪽)

 

내가 앞에서 심리 상담을 받는 느낌이라고 한 것은,

'말 한마디에 영혼의 부피가 줄어들며 이런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다.(38쪽)' 같은 구절 때문일 것이다.

상처 받은 영혼이었을 경우, 상처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외롭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알 수 있는 구절이 책의 곳곳에 등장한다.

제러미에 대한 사실 한 가지 더: AIDS 감염은 새로운 현상이었다. 비쩍 마르고 수척한 남자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눈에 띄면 그들이 이 갑작스럽고 성경에 나올 법한 질병에 걸렸다고 보면 되었다.

ㆍㆍㆍㆍㆍㆍ"이런 말을 하면 정말 안 되는 줄은 알지만, 나는 저들이 거의 부러울 지경이에요. 저 두 사람은 서로를 가졌고, 진정한 공동체로 결속되어 있으니까요." 그러자 그가 나를 바라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다정함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내 겉은 풍족해 보여도 속은 외롭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 같다. 외로움은 내가 맛본 인생의 첫맛이었고, 늘 그 자리에, 내 입안의 틈 속에 숨어 있다가 자신의 존재를 일깨워주었다. 그날 그는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친절했다. "그러네요." 그는 그렇게만 말했다. 쉽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정신이에요? 저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고요!"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나를 에워싼 외로움을 이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53~54쪽)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이라는 것은,

나 같은 일반인의 삶일지라도 삶이라는 거은,

매 순간 명멸하는 별처럼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그런 삶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 삶이 이상하거나 독특한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는 동지 의식 같은거,

따뜻하진 않더라도 살짝 감지되는 온기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외롭지만,

나처럼 조금은 외로울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위로가 되고 위로 받는 그런 것이리라.

 

하여 지금 지독히, 몸서리치도록 외로운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내가 그러했듯 그대도 충분히 위로받으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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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1-23 14:33   좋아요 0 | URL
불면증은 시간이 길어질 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매일 일정 시간을 자는 것이 시간이 아깝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잠을 충분히 잘 자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불면증이 찾아오면 힘들어요.
요즘에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오래전의 일인지는 모르지만, 불면증에서 탈출하셔서 다행입니다.
오늘은 여기는 아침에 눈이 왔었대요.
양철나무꾼님,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11-27 11:3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도 보면 한밤중에 깨어계실때가 많던데요~^^

저는 지금은 불면증 까지는 아니고 잠 자는 시간을 놓치면 잠을 잘 못자요.
주말에 푸욱 쉬어서 월욜 아침 상쾌하게 시작해요.
님도 그러하시길~!^^

2017-11-23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7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