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일과 선택에 관하여 조우성 변호사 에세이 2
조우성 지음 / 서삼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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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조우성 변호사는 법률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사람을 먼저 살피려한다. '한개의 기쁨이 천개의 슬픔을 이긴다' 1권에서 보았던 사람을 이해하고 그의 마음을 움직여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2권에서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조우성 변호사가 법 조항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책 속의 상당부분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소개하며 법률적 조언도 곁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나의 가슴에 와 닿으면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이야기이다. 

  책의 첫 이야기는 박대협이라는 친구의 의뢰에서부터 시작한다. 박대협은 니콜라이 2세의 보물을 찾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인터넷 써핑을 해보면 비슷한 사기극이 많기에 참으로 어이없는 사업계획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친구를 설득하려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설득하지만 친구가 내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친구의 선택이고 친구의 인생이기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우성 변호사의 선택은 달랐다. 친구에게 문화상품권과 함께 자신의 진심을 담은 편지를 동봉해서 선물로 주었다. 조우성 변호사의 진심을 담은 그편지는 마법을 일으켰다. 친구를 믿는다는 편지를 읽은 부인은 남편과의 이혼을 포기하고 울었다. 그후, 조우성의 친구 박대협은 재기를 했다. 진심을 담은 편지가 친구의 가정을 살리고, 친구도 살렸다. 

  법률가라면 법률적 논리만 앞세워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데, 조우성은 인간을, 인간의 감성을 우선 살피려한다. 그렇다고 조우성 변호사의 방법이 만능해결책은 아니다. 조우성 변호사의 감성적인 부분을 이용하는 피고인도있다. 사법연수생 첫 국선변호를 맡았던 이야기이다. 피고인의 아내는 도망가고, 아들은 희귀 피부병에 걸려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게다가 어머니는 위암3기이며, 연대보증으로 인해서 가산이 탕진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토바이를 절도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 피고인이 조우성 변호사의 눈앞에 있다. 게다가 그는 다리를 절고 있다. 조우성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서 변호를 했다. 그결과 그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리고 그가 풀려나던날 구치소 앞까지 갔던 조우성 변호사는 그가 했던 모든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변호사를 속여 집행유예를 받아내는 프로 절도자에게 인간적인 배신을 당했다. 첫눈에 사법연수생임을 꿰뚫어본 프로 절도범이 조우성 변호사의 약한 감정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취했다. 물론, 조우성 변호사는 이 사건을 통해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이러한 뼈아픈 인간에 대한 배신이 그의 마음을 닫도록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현실을 냉철하게 보며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해서 현실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키웠다. 이것이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사람과 얽힌 문제라면 문제자체가 아니라 얽혀 있는 사람에 집중하자" -236쪽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 진실을 가리는 방법으로 법정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얼마나 진실을 밝히는 것을 법에만 의존했으면 한나라의 대통령으로 법밖에 모르는 사람을 앉혔겠는가? 사회의 갈등을 해결해야하는 정치인 조차도 고소를 하며 진실을 법정에서 가리려하지 않는가! 그런데, 조우성 변호사는 역설적이게도 사람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그렇다고해서 감정에 휘둘려서 진실을 보지 못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진실을 토대로 사람에 집중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지혜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이들이 배워야할 인생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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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보는 유럽사 - 아테네, 로마부터 파리, 프라이부르크까지 18개 도시로 떠나는 역사기행 도시로 보는 시리즈
백승종 지음 / 사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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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의 역사에 대한 번역서들은 번역의 어설픔과 내용의 딱딱함 때문에 읽기 불편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사 전공자인 백승종 교수의 '도시로 보는 유럽사'는 쉬우면서도 깔끔한 서술로 읽기에 편하다. 18개의 도시를 한국사 전공자의 시각에서 서술하다보니, 종종 한국사와 대조해서 설명하는 경우가 있어 이해가 편했다. 

  이책에 등장하는 도시들의 역사를 스케치하듯이 서술하여 역사의 특정시대만 등장하는 그 도시가 그 이후에 어떠한 역사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한예로 파르테논 신전을 설명하면서, 아테나 여신을 위한 신전인 파르테논 신전은 델로스 동맹의 자금을 유용하여 건설했다. 로마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독교가 국교화하자 가톨릭교회로 변신하였고, 비잔틴 제국 시기에는 그리스 정교회 사원으로, 오스만 제국 시기에는 이슬람 모스크로 이용되다가, 1832년 그리스가 독립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리스의 역사를 살피면서 델로스 동맹의 자금을 유용해서 건축되었다는 사실 밖에 몰랐던 나는 그 이후의 변화상을 보면서 역사의 풍파를 겪은 파르테논 신전이 새롭게 보였다. 아름다운 여신의 이미지에서 세월의 모든 고통을 감내하여 주름이 깊게 페인 어느 할머니의 모습으로 보인다. 

  이책에도 아쉬움은 있다. 백승종 교수가 소개한 18개의 도시를 유럽지도에 표시해주는 친절함이 없다. 역사를 배우려면 지리를 알아야한다. 해당도시가 유럽의 어느 곳에 있는지, 그 도시를 설명하면서 등장하는 박물관과 유적들이 그 도시 어느 쯤에 위치하는지를 도시 안내도와 함께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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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보는 유럽사 - 아테네, 로마부터 파리, 프라이부르크까지 18개 도시로 떠나는 역사기행 도시로 보는 시리즈
백승종 지음 / 사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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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스는 시대의 한계를 넘어서 개인의 신앙적 자유를 추구했다. 교회론(Deccclesia)』과 『강론집』 등의 저술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영혼의 구원은 신이 예정한 대로 이뤄진다. 따라서 돈을 주고 구매한 <면벌부(면죄부) 따위로는 죄의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보기에는 당연한말이었으나, 당시에는 위험천만한 주장이었다. 후스는 면벌부〉 판매에 골몰하던 가톨릭교회와 정면충돌하였다.
- 프라하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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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삶과 태도에 관하여 조우성 변호사 에세이 1
조우성 지음 / 서삼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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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란는 직업에 무엇이 떠오르는가? 치열하게 법리를 따지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피도 눈물도 없이 돈을 위해서 싸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유명 로펌이 전범 기업을 위해서 법리를 다투는 모습을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돈을 위해서라면, 의뢰인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다. 그러나, '한개의 기쁨이 천개의 슬픔을 이긴다'라는 에세이를 쓴 조우성 변호사는 달리 보인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법리보다 중요한 것을 우선 고려한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 그 지혜를 살펴보자.


  조우성 변호사의 사건 해결 방식은 참으로 독특하다. 법리를 먼저 따지며, 법리에 매몰되지 않고 의뢰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다. 갖은 노력 끝에 채용이 확정 직전까지 갔으나 회사 사정으로 채용이 보류된 의뢰자가 찾아온다. 채용내정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이를 어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전개하겠다는 의뢰인의 주장에 조우성 변호사는 현실을 직시시킨다. 취직하고 싶은 열망이 강렬하다보니, 이를 위해서 모든 수단을 쓰고 싶은 의뢰자의 절박함에 공감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만약 돈을 쫓는 변호사라면 되지도 않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결과와는 상관없이 수임료를 얻었을 것이다. 간디가 변호사 일을 계속하지 못한 이유도 변호사비에 눈이 어두워 의뢰인에게 피해가가는 소송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조우성 변호사는 채용 담당자에게 감사의 메일을 보내라고 조언한다. 채용내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소송을 전개하는 여타 취준생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는 효과가 있었다. 회사 사정이 좋아지자 감사 메일을 보냈던 의뢰인을 가장 먼저 채용한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정서적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조우성 변호사의 현명함이 돋보이는 또다른 사례가 있다. 조우성 변호사가 로펌에 있을 때였다. A은행을 상대로 고소를하고 관련 증인을 많이 신청하는 일명 '또라이'로 통하는 사람이 있었다. 조우성 변호사는 A은행의 변호사로 이일을 해결해야했다. 조우성 변호사는 '또라이'를 '내 의뢰인을 괴롭히는 적'으로 보지 않고 '상처 받은 한 사람'으로 보았다. 조변호사는 내 의뢰인을 괴롭히는 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그 사람이 타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법적 조언을 한다. 그의 말을 들으며 그를 이해하려했다. 그러자, '또라이'였던 사람의 마음이 봄눈 녹듯이 녹았다. 결국, A은행을 상대로 진행된 소송도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상대방의 상처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조우성 변호사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며 법리에 앞서 상대를 이해하려했다. 이것이 법리만을 앞세우는 다른 변호사들이 골치 아파했던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인생의 지혜였다. 

 조우성 변호사가 생각하는 변호사는 어떠한 일을 해야하는 사람일까? 조우성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변호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물론 기본적으로 분쟁 속에 뛰어들어 한쪽 편에 서서 상대방과 싸우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는 전체적인 구도에서 가장 바람직한 결론을 내도록 판을 짜는 사람이 되어야할 때도 있다." -123쪽


  하급의 변호사는 돈만을 보며 법리를 쫓는 법비(法匪)가된다. 중급 변호사는 법리만을 다루며 나의 의뢰인의 승리를 가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들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다. 최상의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서 전체적은 판을 새롭게 짜면서 인생의 멘토가 되어준다. 조우성 변호사는 그러한 멘토의 역할을 하고 있다. 

  판사와 변호사 중에서 누구의 능력이 더 출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이 판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수도 지방법원 10년차 판사 강준혁은 빠듯한 생활비에 고민하다가 고등학교 동창 종태를 만난다. 종태는 자신의 회사에 법무 담당 임원으로 올 것을 제안한다.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강준혁을 임원으로 모셔간다. 그러나, 준혁이 하와이로 7박 8일 가족여행을 갔다와보니, 친구 종태는 사라졌고 회사 예금통장에는 잔고가 없어졌다. 결국, 투자자들의 삿대질을 받으며 사기죄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살게된다. 그런데도 강준혁은 종태가 고의로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헛똑똑이 법조인을 조심"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인생을 망친 종태를 판사 출신 변호사 강준혁은 아직도 믿고 있다. 백년서생의 어리석은 모습을 강준현 변호사에게서 본다. 파격적인 제안을 하며 자신에게 접근한 사람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강준현 전판사는 몰랐다. 사기꾼에게 무거운 형벌을 내리면서도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될줄을 몰랐다. 법을 잘 안다고 해서 인생을 잘아는 것은 아니다. 법은 알되 인생을 모르니, 지식은 있으되 지혜는 없는 불쌍한 백년서생의 처지를 모면하지 못한다. 


  25년차 변호사 조우성은 소송을 제기하려 온 사람의 감정 변화를 4단계로 나눈다. 1단계에서 당혹감을 느끼고, 2단계에서는 분노한다. 3단계에서는 스스로를 자책한다. 4단계에서 드디어 현식을 직면하고 스스로를 성찰한다. 4단계까지 간 의뢰인은 소송승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송을 통해서 교훈을 얻고 더 단단해진다. 그렇지만, 모두가 4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한다. 때로는 2단계와 3단계에서 무너지고, 소송에 승리했어도 분노를 못이겨 쓰러지기도한다. 시련을 통해서 성장하는 자와 시련에 무너지는자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끊임없이 인생을 성찰하며 인생의 모든 것에서 지혜와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이 있는자와 주어진 현실을 맹신하는 자의 차이가 아닐까? 조우성 변호사는 소송을 재기하러오는 수많은 의뢰인의 삶을 조망하며 때로는 인생의 멘토가 되고, 때로는 뛰어난 법률가가 되어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 그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쌓는다. 그 지혜를 모아 '한개의 기쁜이 천개의 슬픔을 이긴다'라는 책이다.1권을 다 읽고, 조만간에 2권고 마져 읽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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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3-01-05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특이한 변호사님이로군요. 의뢰인 입장에서 좀 답답할수도 있겠습니다. 뭔가 배우는 바가 있을수도 있겠네요.

강나루 2023-01-05 08:12   좋아요 0 | URL
팟캐스트 ‘인생내공‘에 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어요^^ 다른 변호사와는 달리 인생의 지혜를 알고 있는 사람이지요^^
 
명나라 역대 황제 평전 - 소통하는 지도자는 흥하고 불통하는 지도자는 망한다 역대 황제 평전 시리즈
강정만 지음 / 주류성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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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는 흥했다가 쇠퇴하여 멸망에 이르는가?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대부분 수명이 300년을 넘지 않는다. 동아시아를 주름잡으며 천하를 호령했던 대명제국도 그러한 수순을 밟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경태 작가는 중국 왕조의 특징을 '빠른 전성기, 급속한 쇠퇴'라고 지적했다.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정화의 함대를 보냈던 영락제를 정점으로 해서 명제국은 쇠퇴의 기미를 보인다. 연이어서 졸렬한 황제가 통치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나랏일을 환관 위충현에게 맡기며 목공에만 전념한 황제도 있었다. 결국 숭정제 주유검이 쓰러져가는 명제국을 살리려 노력했지만, 쓰러져가는 제국을 일으켜세울 수 없었다. 명제국의 역사를 살펴보며 제국의 흥망 성쇠의 비밀을 살펴보자.

 

1. 명제국의 전성기 영락제 주체

명제국은 3대 영락제 시기에 전성기를 맞이한다. 건국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성기를 맞이하는 중국의 저력에 전률이 느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락제의 생모를 '명사'에는 마황후라고 적고 있으나, 하교원의 '민서', 담천의 '국권', 이청의 '삼원필기' 등의 저서에는 고려 공녀 출신 공비라 적고 있다는 것이다. 근현대 저명한 중국 학자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고려 공녀가 원라나의 황후가 된 예를 떠올리며 돌고 도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조선의 공녀가 명제국의 황제를 낳았다는 사실에 씁쓸함과 묘한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중국의 황제들은 강력한 권력을 누렸다. 그러한 강력한 권력으로 영락제는 제국의 영토를 넓혔다. 친히 몽골을 정벌하기도 했다. 그리고 7차례나 정화로하여금 항해를 하도록했다. 정화의 함대는 멀리 아프리카 말린디까지 가서 기린을 가져오기도했다. 이것은 감히 황제의 칙령을 누구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 말은 황제권이 남용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영락제의 엄청난 업적 덕분에 그의 잔혹함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의 황제들이 내리는 형벌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락제는 자신의 역린을 건드리는자는 살려주지 않았다. 자신의 정변을 합리화하는 글을 방효유에게 짓도록했다. 그러나 방효유는 이를 거부한다. 그러자, 영락제는 중국인이 존경하는 유학자 방효유를 죽인다. 저자 강정만은 부정하지만, 10족을 멸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수많은 2대 건문제 시기의 충신들이 '간신',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당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명예를 회복한 시기는 명말 청초이다. 특히, 청나라 건륭제는 건문제 주윤문을 공민혜제로 복권 시켰다. 명나라의 잔존 세력을 짓밟았던 청나라에 의해서 역사가 바로 정리되는 아이러니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물론, 건륭제로서는 황제에게 절대 충성하라는 대의명분을 강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영락제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대식'이라하여 궁녀와 환관이 부부처럼 지내는 일이 궁중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성행위를 할 수 없는 쓸쓸한 그들이 부부처럼 지내는 것 조차 영락제는 용납하지 않았다. 수많은 궁녀들이 형장에서 죽어갔다. 그중 한 궁녀는 "너는 늙어서 양기가 쇠했지 않느냐, 궁녀와 환관들이 서로 좋아한게 무슨 죄가 되느냐?"라며 울부짖기도했다. 2,800명의 궁녀를 능지처참하고, 심지어는 영락제가 직접 궁녀를 칼로 찔러 죽였다. 그리고 그가 죽는 길에 30명의 궁녀가 순장되었다. 강력한 황권은 남용될 수 있다. 절대 권력이 부패하듯이....

 

2. 명제국 쇠퇴의 비밀

절대 권력을 가진 황제를 움직을 수 있다면, 그자는 절대권력을 쥐게 된다. 그를 움직이는 존재는 외척세력이 될 수도 있고, 환관이 될 수도있다. 중국사에서 환관의 전횡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명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유명한 두명의 환관을 살펴보자. 6대 정통제 주기진은 환관 왕진에 의탁하여 국정을 문란하게했다. 특히 왕진이 몽골족의 침입에 대항하여 친정할 것을 건의하자,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정에 나선다. 결국 토목보에서 황제는 몽골족의 포로가 된다. 중국의 황제가 유목민족에게 포로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그후, 명나라의 황제들은 정통제의 일을 거울 삼아 환관의 전횡에 대비했을까? 15대 천계제 주유교의 집권기의 환관 위충현에게 신하들이 9천세를 외쳤다는 유명한 일화가있다. 만세는 황제에게만 외칠 수 있기에 위충현에게 9천세를 외친 것이다. 올곧은 동림당 선비들을 죽이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던 위충현을 천계제는 대단히 신뢰했다. 죽으면서도 숭정제 주유검에게 위충현은 충직하니 그를 중용하라고 당부한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것인가? 나무가 바람을 일으키는 것인가? 외척과 환관이 황제를 미혹시켜 국정을 농락당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황제가 외척과 환관을 시켜 궁정을 어지럽혔다고도 볼 수 있다. 명나라 역대 황제 중에서 그러한 못난 황제가 많았다. 못난 황제들이 명나라를 망친예를 살펴보자.

불로장생을 추구한 것은 진시황제만이 아니다.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불로장생을 꿈꾸었다. 현세에서 절대권력을 누리는 그들은 죽지않고 그 권력을 영원히 누리고 싶었다. 그래서 도교의 선약을 즐겨먹었다. 11대 가정제 주후총은 도교에 심취하여 집권 후반기에 국정을 내팽개친다. 그러면서 엄숭 부자가 전횡을 저지른다. 14대 태창제 주상락은 신선행세를 하는 이가작이 올린 '선약'을 먹고 죽었다. 그를 '한달 천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가 즉위한지 한달만에 선약을 먹고 죽었기 때문이다. 헛되이 장생불사를 바라는 중국 황제의 탐욕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절대권력도 그들에게 장생불사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절대권력을 쥔 황제는 영원한 쾌락을 추구한다. 환관들은 궁녀들에게 최음제를 소지토록하여 황제가 여색에 빠지도록 유도했다. 10대 정덕제 주후조, 11대 가정제 주후총, 12대 융경제 주재후 등등 수 많은 명나라의 황제들이 지나친 음란함으로 생명을 단축시켰다. 여색에 빠져 국정을 환관에게 맡기기도 했으며 참다못한 궁녀가 황제를 시해하려하기도했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차는 참담한 사고로 이어지듯이, 자제력이 없는 절대권력은 권력자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천하의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라면 자신의 천하를 반려견을 기르듯이 살들이 보살펴야한다. 그런데, 8대 성화제 주견심은 황실 소유의 개인 농장인 황장을 설치했다. 합법적으로 황제가 매관매직을 할 수 있도록 전봉관을 설치하고, 환관들을 이용해서 비밀 첩보를 수집하는 서창을 두었다. 최고권력자가 자신의 제국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재산을 치부하려한다면 그제국은 망한다. 천하를 품을줄 모르는 명제국의 황제는 제국의 주인일 수 없다.

명나라 역대 황제 평전 속의 수많은 황제들은 천하의 주인이면서도 천하의 주인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여색을 탐하고, 도교에 심취하여 선약을 먹고 생명을 단축시켰다. 황제 개인의 재산을 가지려했으며, 참된 신하와 용렬한 환관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나라가 276년을 버틴 것은 기적에 가깝다.

 

강정만 교수의 중국사 역대황제 평전은 재미있다. '명나라 역대황제 평전'이라는 딱딱한 제목이 아닌, 보다 매력적인 제목을 달았다면 일반인들에게 꾀나 인끼를 끌었을 것이다. '명나라 역대 황제 평전'을 읽으며 절대권력은 부패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왕조의 설계자 삼봉 정도전이 '총재정치'를 내세워 국왕 1인에 의한 지배를 경계하고 신권중심의 통치를 추구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중국 청나라 황제가 조선을 '군약 신강'의 나라라고 일컬었다. 왕권이 약하고 신권이 강한 나라 조선과, 황제권이 절대적으로 강하고 신권이 약한 명나라 중에서 어느 것이 백성들에게 좋을까? 천하는 황제 개인의 것이 아니기에 지나친 황제권의 강화는 국가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이점을 우리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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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1-03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매한 황제 열전에 고려 천자
신종 만력제가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재조지은
이라 부를 만하지만, 결국 명
나라 멸망의 단초를 제공한
쓸데 없이 제위기간만 길었
던 암군이지 싶습니다.

강나루 2023-01-03 20:44   좋아요 1 | URL
만력제도 명나라를 망친 황제이지요.
근데 우매한 황제가 너무 많아 만력제를 언급 못했네요.

서니데이 2023-02-07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강나루 2023-02-08 11: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