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역대 황제 평전 - 소통하는 지도자는 흥하고 불통하는 지도자는 망한다 역대 황제 평전 시리즈
강정만 지음 / 주류성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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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는 흥했다가 쇠퇴하여 멸망에 이르는가?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대부분 수명이 300년을 넘지 않는다. 동아시아를 주름잡으며 천하를 호령했던 대명제국도 그러한 수순을 밟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경태 작가는 중국 왕조의 특징을 '빠른 전성기, 급속한 쇠퇴'라고 지적했다.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정화의 함대를 보냈던 영락제를 정점으로 해서 명제국은 쇠퇴의 기미를 보인다. 연이어서 졸렬한 황제가 통치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나랏일을 환관 위충현에게 맡기며 목공에만 전념한 황제도 있었다. 결국 숭정제 주유검이 쓰러져가는 명제국을 살리려 노력했지만, 쓰러져가는 제국을 일으켜세울 수 없었다. 명제국의 역사를 살펴보며 제국의 흥망 성쇠의 비밀을 살펴보자.

 

1. 명제국의 전성기 영락제 주체

명제국은 3대 영락제 시기에 전성기를 맞이한다. 건국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성기를 맞이하는 중국의 저력에 전률이 느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락제의 생모를 '명사'에는 마황후라고 적고 있으나, 하교원의 '민서', 담천의 '국권', 이청의 '삼원필기' 등의 저서에는 고려 공녀 출신 공비라 적고 있다는 것이다. 근현대 저명한 중국 학자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고려 공녀가 원라나의 황후가 된 예를 떠올리며 돌고 도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조선의 공녀가 명제국의 황제를 낳았다는 사실에 씁쓸함과 묘한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중국의 황제들은 강력한 권력을 누렸다. 그러한 강력한 권력으로 영락제는 제국의 영토를 넓혔다. 친히 몽골을 정벌하기도 했다. 그리고 7차례나 정화로하여금 항해를 하도록했다. 정화의 함대는 멀리 아프리카 말린디까지 가서 기린을 가져오기도했다. 이것은 감히 황제의 칙령을 누구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 말은 황제권이 남용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영락제의 엄청난 업적 덕분에 그의 잔혹함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의 황제들이 내리는 형벌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락제는 자신의 역린을 건드리는자는 살려주지 않았다. 자신의 정변을 합리화하는 글을 방효유에게 짓도록했다. 그러나 방효유는 이를 거부한다. 그러자, 영락제는 중국인이 존경하는 유학자 방효유를 죽인다. 저자 강정만은 부정하지만, 10족을 멸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수많은 2대 건문제 시기의 충신들이 '간신',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당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명예를 회복한 시기는 명말 청초이다. 특히, 청나라 건륭제는 건문제 주윤문을 공민혜제로 복권 시켰다. 명나라의 잔존 세력을 짓밟았던 청나라에 의해서 역사가 바로 정리되는 아이러니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물론, 건륭제로서는 황제에게 절대 충성하라는 대의명분을 강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영락제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대식'이라하여 궁녀와 환관이 부부처럼 지내는 일이 궁중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성행위를 할 수 없는 쓸쓸한 그들이 부부처럼 지내는 것 조차 영락제는 용납하지 않았다. 수많은 궁녀들이 형장에서 죽어갔다. 그중 한 궁녀는 "너는 늙어서 양기가 쇠했지 않느냐, 궁녀와 환관들이 서로 좋아한게 무슨 죄가 되느냐?"라며 울부짖기도했다. 2,800명의 궁녀를 능지처참하고, 심지어는 영락제가 직접 궁녀를 칼로 찔러 죽였다. 그리고 그가 죽는 길에 30명의 궁녀가 순장되었다. 강력한 황권은 남용될 수 있다. 절대 권력이 부패하듯이....

 

2. 명제국 쇠퇴의 비밀

절대 권력을 가진 황제를 움직을 수 있다면, 그자는 절대권력을 쥐게 된다. 그를 움직이는 존재는 외척세력이 될 수도 있고, 환관이 될 수도있다. 중국사에서 환관의 전횡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명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유명한 두명의 환관을 살펴보자. 6대 정통제 주기진은 환관 왕진에 의탁하여 국정을 문란하게했다. 특히 왕진이 몽골족의 침입에 대항하여 친정할 것을 건의하자,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정에 나선다. 결국 토목보에서 황제는 몽골족의 포로가 된다. 중국의 황제가 유목민족에게 포로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그후, 명나라의 황제들은 정통제의 일을 거울 삼아 환관의 전횡에 대비했을까? 15대 천계제 주유교의 집권기의 환관 위충현에게 신하들이 9천세를 외쳤다는 유명한 일화가있다. 만세는 황제에게만 외칠 수 있기에 위충현에게 9천세를 외친 것이다. 올곧은 동림당 선비들을 죽이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던 위충현을 천계제는 대단히 신뢰했다. 죽으면서도 숭정제 주유검에게 위충현은 충직하니 그를 중용하라고 당부한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것인가? 나무가 바람을 일으키는 것인가? 외척과 환관이 황제를 미혹시켜 국정을 농락당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황제가 외척과 환관을 시켜 궁정을 어지럽혔다고도 볼 수 있다. 명나라 역대 황제 중에서 그러한 못난 황제가 많았다. 못난 황제들이 명나라를 망친예를 살펴보자.

불로장생을 추구한 것은 진시황제만이 아니다.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불로장생을 꿈꾸었다. 현세에서 절대권력을 누리는 그들은 죽지않고 그 권력을 영원히 누리고 싶었다. 그래서 도교의 선약을 즐겨먹었다. 11대 가정제 주후총은 도교에 심취하여 집권 후반기에 국정을 내팽개친다. 그러면서 엄숭 부자가 전횡을 저지른다. 14대 태창제 주상락은 신선행세를 하는 이가작이 올린 '선약'을 먹고 죽었다. 그를 '한달 천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가 즉위한지 한달만에 선약을 먹고 죽었기 때문이다. 헛되이 장생불사를 바라는 중국 황제의 탐욕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절대권력도 그들에게 장생불사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절대권력을 쥔 황제는 영원한 쾌락을 추구한다. 환관들은 궁녀들에게 최음제를 소지토록하여 황제가 여색에 빠지도록 유도했다. 10대 정덕제 주후조, 11대 가정제 주후총, 12대 융경제 주재후 등등 수 많은 명나라의 황제들이 지나친 음란함으로 생명을 단축시켰다. 여색에 빠져 국정을 환관에게 맡기기도 했으며 참다못한 궁녀가 황제를 시해하려하기도했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차는 참담한 사고로 이어지듯이, 자제력이 없는 절대권력은 권력자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천하의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라면 자신의 천하를 반려견을 기르듯이 살들이 보살펴야한다. 그런데, 8대 성화제 주견심은 황실 소유의 개인 농장인 황장을 설치했다. 합법적으로 황제가 매관매직을 할 수 있도록 전봉관을 설치하고, 환관들을 이용해서 비밀 첩보를 수집하는 서창을 두었다. 최고권력자가 자신의 제국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재산을 치부하려한다면 그제국은 망한다. 천하를 품을줄 모르는 명제국의 황제는 제국의 주인일 수 없다.

명나라 역대 황제 평전 속의 수많은 황제들은 천하의 주인이면서도 천하의 주인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여색을 탐하고, 도교에 심취하여 선약을 먹고 생명을 단축시켰다. 황제 개인의 재산을 가지려했으며, 참된 신하와 용렬한 환관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나라가 276년을 버틴 것은 기적에 가깝다.

 

강정만 교수의 중국사 역대황제 평전은 재미있다. '명나라 역대황제 평전'이라는 딱딱한 제목이 아닌, 보다 매력적인 제목을 달았다면 일반인들에게 꾀나 인끼를 끌었을 것이다. '명나라 역대 황제 평전'을 읽으며 절대권력은 부패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왕조의 설계자 삼봉 정도전이 '총재정치'를 내세워 국왕 1인에 의한 지배를 경계하고 신권중심의 통치를 추구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중국 청나라 황제가 조선을 '군약 신강'의 나라라고 일컬었다. 왕권이 약하고 신권이 강한 나라 조선과, 황제권이 절대적으로 강하고 신권이 약한 명나라 중에서 어느 것이 백성들에게 좋을까? 천하는 황제 개인의 것이 아니기에 지나친 황제권의 강화는 국가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이점을 우리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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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1-03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매한 황제 열전에 고려 천자
신종 만력제가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재조지은
이라 부를 만하지만, 결국 명
나라 멸망의 단초를 제공한
쓸데 없이 제위기간만 길었
던 암군이지 싶습니다.

강나루 2023-01-03 20:44   좋아요 1 | URL
만력제도 명나라를 망친 황제이지요.
근데 우매한 황제가 너무 많아 만력제를 언급 못했네요.

서니데이 2023-02-07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강나루 2023-02-08 11: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