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소생은 장정일키드이다. 한때 개인적으로 사사하며 사부로 모셨다. 뭉크의 사춘기를 알려준 것도, 고품격 포르노 소설을 처음 맛 보게 해 준 것도 그였다. 전작주의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장사부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삼국지 10권도 읽었다. “아담이 눈뜰 대” 이전에 나온 장정일 초기 포로노 소설의 백미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이 소설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중고로도 거의 안보이는 것 같다.)를 읽는 동안 소생의 거시기가 뭐시기하게 몇 번이나 분기탱천했는지 모른다. 연이나 그때는 소생이 아직 천지분간을 못할 때라, 분기탱천이 아니라 지랄용천을 한들 별 뾰족한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다만 안타까운 바는 천학 소생이 희곡은 좋아하지 않는지라 장사부의 희곡 작품들은 하나도 읽어보질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사사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어쨌든)

 

 

독서일기도 1~4권 정도까지는 읽은 것 같다. 물론 구입은 다 했다. ‘빌린 책, 버린 책, 빌어묵을 책’ 어쩌고 하는 것도 다 구입했었는데...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몇 권 없다. 이번에 나온 《이스트를 넣은 빵》은 역시 장정일키드임을 자처하는 김영훈이 장정일의 독서일기 1-7까지 중에서 입맛대로 골라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소생과 달리 김영훈은 장정일키드로서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것 같다. 말하자면 김영훈은 적통을 이은 적자라 할 것이고 소생은 씨족의 일원이라고 우기지만 촌수를 따지기도 어려운 듣보잡이라고 보면 되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뭐 애새끼라고 다 같은 애새끼는 아니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기억나는 것은 조금이고 금시초문은 대부분이다. 마광수를 옹호하는 글과 장정일 자신의 포르노 소설들을 변호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편자 김영훈은 이 책의 서두를 장정일의 시<삼중당 문고>로 시작하고 있다. 장정일키드로서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삼중당 문고. 이 문고판을 모르는 세대에게 과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기억에 남는 독서일기 한 편을 옮겨본다.

 

 

2006.10.3. 모옌의 탄샹싱을 읽다

‘탄샹싱’은 단향형(檀香刑)의 중국식 발음으로 ‘박달나무 형벌’이란 뜻이다. 역대 중국왕조의 형부에서 사용된 혹형 가운데 혹형으로 이 감상문에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대신 임신부나 노약자는 물론이고 심약한 독자에게는 이 소설을 금한다. 선정적인 광고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출판사는 반드시 위와 같은 경고를 띠지로 만들어 책표지에 둘러야 한다. p353

 

 

 

 

 

 

 

 

 

 

 

 

 

소생이 뭐 돈류(豚類)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 종들 못지않게 호기심이 많아서 알라딘에서 찾아봤다.  탄샹싱이 과연 무엇인고 하고 말이다. 책소개에 단향형이라는 형벌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장사부님의 말씀처럼 소생의 입으로 옮기기는 싫다. 실로 끔찍하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다. 이러면 소생의 허접한 이 글을 읽는 알라디너님들은 또 궁금해서 찾아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인생사가 그런 것이다. 뒤돌아보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해도 꼭 돌아보는 놈이 있고 상자 뚜껑을 열지 말라고 애원을 해도 꼭 뚜껑 열리게 하는 인간이 있다. 청개구리 삼신이 씌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청개구리 삼신은 인간의 운명이고 숙명이다. 검색을 해보니 장정일이 여러 매체에서 이 소설을 상찬하고 있다. 읽어보려고 하니 절판이다. 쩝

 

 

혹형하니 생각나는데, 흑형이 아니다.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처음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마 캄뷔세스 왕의 재판이라는 그림일 것이다. 캄 왕이 재판결과 내린 형벌이 이게 또 엄청나게 가혹한 형별인데, 산 사람의 살가죽을 홀라당 벗기는 형벌이다. 그 장면을 그린 그림인데 아마 죄수가 이를 앙다물고 있었던 것 같다. 심은하 나오는 영화 “텔미썸씽”에도 이 그림이 나왔던 것 같다. 사람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이상한 인간 이야기인가 뭔가 그런 내용인데...아아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름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 탄샹싱도 그렇고 형벌과 고문의 종류만 봐도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은 참 여러 방면으로 발현되고 발전하고 있는 것같다. 그 끝이 과연 어디쯤 일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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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섭 2016-07-0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붉은돼지 2016-07-11 16:56   좋아요 1 | URL
ㅋㅋㅋ

cyrus 2016-07-06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가 온라인 중고샵에서는 엄청 비싼 가격입니다. 제일 싼 가격이 십만 원 넘습니다. ㅎㅎㅎ 장정일 작가 본인에게는 흑역사 같은 희귀 작품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6 13:39   좋아요 1 | URL
이 책 읽은 1인입니다. 형편없는 소설이긴 합니다. 필모에서도 장정일이 이 소설을 뺀 것을 보면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나 보더군요...

붉은돼지 2016-07-06 13:57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찾아보니 온라인에서 엄청 비싼 가격에 올라와 있더군요...뭐 구입할 의사는 없습니다...
제 기억에 저 책을 읽은 지가 아마 30여년 전은 아니고.... 20년은 확실히 훌쩍 넘은 것 같은데요....
당시에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돈류(豚類)가 되어버린 지금 읽으면 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작가소개 목록에서 이 작품이 누락된 것은 소생도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만.....뭐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것들이, 말못할 여차저차한 사정들이 다 있지않겠나 그리 돈류 멋대로 혜량하고 있사옵니다.

컨디션 2016-07-06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붉금돼지님 글의 가장 큰 특장점은, 일단 뭐에 홀린 것처럼 급물살을 타듯 읽어내려간다는 거죠. 들어본적도 없는 중세의 왕들과 지명들이 줄줄이 나와도 꾹 참고 일단 읽는다는 거죠. 왜냐, 고진감래라고 낭중엔 꼭 낭중지추 마냥 재미를 보게 되니까요.^^(아, 원래는 이런 아부랭이를 떨려던 건 아니었는데 ㅎ)

질문이요, 장정일의 아내 신이현(?)의 `숨어있기 좋은 방`에 대해서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장정일키드시니까 근황을 알고계신가 해서요. 뭐 그냥요^^(부담갖지 마시라는 뜻)

붉은돼지 2016-07-07 14:36   좋아요 2 | URL
항상 인생에 아니 돈생에 뭐, 별 뾰죡한 수가 없다고 한탄하는 한심한 돈류 소생에게 낭중지추까지 운운하시는 상찬을 들으니 소생 어데 몸 둘 곳을 찾지 못하겠습니다만.....사실 뚱뚱한 몸을 어데 쉽게 둘 곳도 없습니다만......

소생이 장정일 애새끼이기는 하나 본류 적통이 아닌 방계 듣보잡이라 그의 아내 계대 불문과 용숙이(장정일의 시 삼중당 문고에도 나오잖아요..)의 근황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 가 없습니다만...인터넷을 찾아보니 어느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고 하더군요.. 계대는 대구에 있는 계명대학교입니다...미인이 많다고 소문이 난 학교입니다만 용숙씨의 해당여부는 소생이 역시 알수가 없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7-09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장정일의 책은 정작 작품으로 읽은 건 없고 빌-산-버, 독서일기, 그리고 공부까지 죄다 봤네요. 책을 자유롭게 읽기 위해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던 그의 말이 남았네요. 나름 그렇게 생활하기 위해서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붉은돼지 2016-07-11 12:54   좋아요 2 | URL
맞아요...저도 그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찍 퇴근하고 집에 와서 책을 읽는다....뭐 동사무소 직원이라고 야근안하는 것은 아니겠지만.....제가 요즘 주민센터에서 하는 요가를 배우고 있는데요 동사무소 직원들도 야근을 하더군요... 저는 한 때 국립공원관리사무소 매표소 직원을 꿈꾸기도 했습니다만....ㅜㅜ

고양이라디오 2016-08-29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이 장정일키드셨군요ㅎ?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만 읽어봤는데, 왠지 저랑은 안맞는 거 같더라고요ㅠ 제가 좋아하는 작가를 까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

붉은돼지 2016-08-30 22:27   좋아요 2 | URL
키드라고 사기엔 지금은 너무 늙어버린듯 합니다요 ㅜㅜ
장정일이 제일 많이 깐 사람이 아마 공지영이었죠...
 

 

 

 

 

 

 

 

 

 

 

 

 

 

 

그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에 가면 궁전보다 더 유명한 12마리 사자 분수가 있다. 12마리 돌사자들의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데 이게 옛날에는 시계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매 시마다 어느 사자의 입에 물이 뿜어져 나오는지 보고 시간을 알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알함브라가 나중에 기독교도들에게 함락되고 나서 기독교도들이 여기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고 분수를 분해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이후로 시계는 두 번다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알람브라 이야기를 하니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을 타고 오른다. 기독교도 유럽의 궁전들이 금박과 수정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졸부들의 경박한 대저택이라고 한다면 이슬람 궁전인 알람브라는 유수한 가문의 유서깊은 고택같은 느낌이다. 화려하다기보다는 우아하고 무엇보다도 낭만적이고 신비롭다. 수많은 분수와 수조들이 수로로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어 항상 어디선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또 그 분수와 수조들 사이에는 수풀 우거진 아름다운 정원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으며, 그 정원들 사이로 고색창연한 기와지붕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아아아 어디 먼 곳에서 북소리가..아니 기타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애잔한 음률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워싱턴 어빙의 이 책은 몹시 지루하니 참고하시길....)

 

독일 로멘틱 가도의 하이라이트이자 '중세의 보석'이라고도 불리는 로텐부르크의 시의회 연회관 건물 벽에 붙어 있는 벽시계는 ‘마이스터 트룽크’(위대한 들이킴)이라는 고사를 재현하고 있다고 해서 유명한 관광코스중 하나다. 신구교간에 벌어진 30년 종교전쟁 중에 로텐부르크 마을을 점령한 구교도의 틸리 장군이 3.25리터짜리 잔에 든 포도주를 한 숨에 들이켜 마시는 사람이 있으면 도시를 파괴하지 않겠다고 하자, 누쉬 시장이 이를 단숨에 들이켜서 도시를 참화에서 구했다는 이야기다. 정말 멋진 이야기다. 아니 황당한 이야기인가??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한국 남성 위의 평균용량이 1407cc라고 되어있고 300년전 독일 남성의 위라고 해서 뭐 크게 차이가 날 것 같지도 않는데 3250cc를 단숨에 들이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뭐 어쟀든 어려운 일을 해 내었으니 역사에 남았겠지만 말이다. 이건 여담인데 소생의 대학 재학시절에 지도교수님은 앉은 자리에서 맥주 20000cc를 마시고 화장실에 가지를 않아서 방광이 터져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매시간 정각 즈음에는 시계 밑으로 수백명의 관광객이 모인다. 정시가 되면 시계 양 옆의 창문이 열리고 창문에는 인형이 나타나는데 왼쪽 창문의 인형은 몸을 오른쪽으로 틀고 오른쪽 창문의 인형은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손에 든 커다란 컵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게 전부다. 빈 컵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딸랑딸랑거리거나 엉덩이를 실룩실룩거리는 뭐 그런 재미는 없다. 그래도 어쨌든 대단한 고사를 재현한 유명한 시계다.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도 유명한 시계가 있다. 천문학적 도형과 상징들이 복잡하게 설치된 시계인데 화려하고 아릅답다. 역시 정시가 되면 시계 위의 창문이 열리면서 창문 안에 있는 조각상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시계옆에 붙은 해골들이 종을 땡땡 울리는 그런 시계다. 역시 정시가되면 그 시계 아래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모인다. 일설에는 이 아름다운 시계를 만든 장인은 시계 제작 후에 눈이 멀었다고도 하고 살해되었다고도 한다. 다시는 이런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지 못하도록 말이다.(역시 믿거나 말거나다.)

 

유럽의 고도에는 이런 시계들이 많다. 아름답고 화려한 천문학적 도상이 있거나 인형들이 움직이는 시계 말이다. 도시의 자부심과 실용성, 시대적 트랜드를 따라 아마 경쟁적으로 커다란 시계탑을 세웠을 것이다. 중세의 시계는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또 고장이 자주나서 시계 관리를 전담하는 시계공 인력을 별도로 배치해야 했는데, 작은 도시의 경우 시계 설치비, 수리비, 인건비 등의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시계산업이 발전하면서 흔히 우주를 복잡한 기계식 시계로 보고 이 시계를 조작하고 수리하고 관리하는 시계공을 조물주(신)로 상정하는 비유들이 널리 인용되었다. 아시다시피 도킨스도 <눈먼 시계공>이라는 책을 썼다. 과연 시계공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여하튼 존재한다면 아마 이 우주라는 시계를 만들고 바로 눈이 멀어버린 것은 아닐까? 프라하의 그 시계공처럼 말이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보다 더 아름다운 우주를 만들지 못하도록???

 

‘1300~1700년, 유럽의 시계는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라는 부제가 붙은《시계와 문명》이라는 책에서 소생의 위와 같은 믿거나 말거나식의 흥미진진한 재미난 이야기들을 기대했는데, 이건 소생의 헛된 바람이었다. 이 책은 호사가들의 경박스런 흥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그런 책이 아니다. 서양사회에 있어서 시계와 시계를 만든 장인들이 수행한 기능에 대한 미시사적 연구의 성과물이다. 내용은 딱딱하고 재미도 없다. 소생과 같은 얄팍한 생각으로 접근하면 실망하니 참고하시길 바라나이다. 이런 내용이다. 기계식 시계가 어떻게 발명되어 발전되어 왔는가, 시계 생산 장인들의 길드 형성, 유럽에서의 시계의 확산과 런던과 제네바가 어떻게 시계 산업의 중심이 되었는가, 시계의 대량생산에 따른 시계 산업의 발달, 더하여 중국은 언제 기계식 시계와 조우했고 왜 중국에서 시계는 기계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하는 이야기들이다

 

 

 

 

 

 

 

 

 

 

 

 

 

2012년에 방문했을 때 '12사자 분수'는 공사중이었다. 아마 시계의 재작동을 위한 공사는 아닌듯. 

 

 

알람브라 전경 

로텐부르크 시의회 연회관 건물이다. 그날 무슨 공연이 있었다.

 

 

술잔을 들고 있는 인형이 보인다. 3250cc안되어 보이는 듯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의 천문시계

 

 

정시가 되면 시계아래로 이정도의 인파가 모인다.  

 

베른이지 싶으다.

 

아아아아아 휴가철은 다가오는데....

소생이 올린 사진 보시고 엉덩이 들썩들썩 씰룩씰룩 거리는 분들 계시죠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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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7-0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지에서 직접 찍어올리신 이 사진들 중에 저는 `12사자 분수`가 젤 신기하네요. 정말이지 시계 같지 않은 시계라서요^^

갑자기 백투터퓨쳐도 생각나구요. 비바람 치던 밤에 거대한 시계탑 위에 올라간..

붉은돼지 2016-07-04 16:11   좋아요 1 | URL
어머! 컨디션님! 대문사진이 없어요 이달의 여배우는 아직 선정 못하셨는지요..ㅋㅋㅋㅋ 기대가 큽니다. ㅎㅎㅎ
12사자 분수가 시계기능을 했다는 것은 믿거나 말거나인데...아마 사실은 아닐듯 합니다. 그냥 전설 같은 것이죠..ㅋㅋㅋ
맞아요 빽투더퓨처 생각납니다. 비바람 몰아치고...번개 번쩍번쩍 치던 밤 이었죠 아마.....

비연 2016-07-0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썩들썩 씰룩씰룩...
저도 프라하에서 저 시계.. 봤더랬죠...으흑.

붉은돼지 2016-07-04 16:12   좋아요 0 | URL
사진을 보니 다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ㅜㅜ

oren 2016-07-0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2년 전에 로맨틱 가도를 지나가면서 끝내 로텐부르크를 그냥 지나쳤던 게 다시금 후회되는군요. 그리고 프라하 광장의 저 시계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인형, 허영을 상징하는 거울을 보는 자, 돈지갑을 움켜쥔 유대인, 음악을 연주하는 터키인도 등장하고, `죽음 앞에 이 모든 것이 쓸데없음을 보여준다`는 심오한 뜻을 지니고 있다고도 하더군요. 유대인이었던 카프카는 어린 시절에 이 시계 속의 탐욕스러운 유대인을 보고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도 하고요.

아참, 저 프라하의 구시청사 시계는 `서울`에서도 볼 수 있더군요.(두어 달 전인가, 우연히 홍대 앞 `캐슬 프라하`라는 술집에 갔었는데, 그 술집의 건물 외벽에 저 벽시계를 아주 정교하게 본떠 놓았더군요. 너무 놀라서 제가 찍은 사진을 꺼내 들고 한참이나 자세히 비교해 봤더랬습니다.)


붉은돼지 2016-07-05 14:09   좋아요 0 | URL
로텐부르크는 아담한 성벽도시인데 이것저것 볼 것도 많고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도시의 성벽은 2차대전때 파괴되었는데 그후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다시 복구되었다고 합니다. 성벽을 둘러보면 벽돌 하나하나에 기부자 이름이 새겨져있는데 한자로 쓰인 일본사람 이름이 여럿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무슨 야구공같이 생겨서 별 맛도 없는 슈니발렌인가 하는 커다란 과자도 있구요...무슨 크리스마스 박물관도 기억납니다.

rosa 2016-07-0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함브라 궁전은 정말 좋았습니다. 엄마는 내내 행복해 하셨고요. 다시 보니 반갑네요. 글구 제 엉덩이도 들썩거립니다. 흑 흑흑

붉은돼지 2016-07-05 14:10   좋아요 0 | URL
다시 한번 느긋하게 둘러보고 싶습니다.. 저녁에는 알바이신 거리의 카페에서 시원한 맥주나 마시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요.....ㅜㅜ

마녀고양이 2016-07-0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덩이 완전 들썩들썩 씰룩씰룩합니다. ㅠㅠㅠㅠ

붉은돼지 2016-07-05 14:10   좋아요 0 | URL
저는 실룩씰룩거리는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렸습니다. ㅜㅜ

서니데이 2016-07-0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도 여행 좋아하시나봐요. 올해도 좋은 곳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실 수도 있겠네요.
올려주신 사진 잘 보았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붉은돼지 2016-07-05 14:13   좋아요 1 | URL
옛날 사진을 보니 엉덩이가 근질근질합니다만......
요즘같은 혹서기에도 찬바람 부는 소생의 가정 경제를 생각하면 참아야합니다.
요즘은 책 구입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ㅜㅜ

보슬비 2016-07-0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하 천문시계 만나니 무척 반가워요. 로텐부르크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서 마켓 보느라 시계는 안봤네요. ㅎㅎ

붉은돼지 2016-07-06 09:30   좋아요 0 | URL
맞아요...로텐부르크에 세계최대의 무슨 크리스마스 박물인가 뭔가가 있었어요...엄청나게 큰 트리도 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팔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어떤 하루 2016-07-1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그 밑에서 그 역사를 새겨보고 싶을만큼 너무 이쁘고 멋진 시계들이네요.~~12 사자 분수는 공사후 어떤모습일지 궁금하네요~

붉은돼지 2016-07-11 12:51   좋아요 0 | URL
유럽다니면서 시계들만 찍어 모아봐도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누구는 맨홀 뚜껑만 찍는 사람도 있더군요....12사자 분수는 뭐 때문에 공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저 모습이 바로 완성된 모습이랑 거의 똑 같은 것 같습니다.
 

 

 

 

 

 

 

 

 

 

 

 

 

 

 

요즘 <비잔티움 연대기>를 다시 읽고 있다. 지금 2권을 읽고 있는데 소생은 일명 '크리스마스의 비극'부분에 이르러서 그만 무릎을 탁! 치고  '하!'하면서 깊은 탄식을 터뜨리지 아니할 수 없었다. 예전에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다시 읽어도 역시 놀랍다. 사람들은 마치 천세만세만만세를 살듯이 날뛰지만 인간사란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다. 아하!! 역사를 읽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무엇이 이로운가 모르겠따. 일없는 호사가들의 흥미와 호기심만 부질없이 자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럼 크리스마스의 비극이란 대체 무엇인가?

 

‘2009년 서울 LGBT 영화제개막작으로 크리스마스에 생긴 일이라는 미국 영화가 있었다. 원제는 ‘Make The Yuletide Gay’.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세요라는 말인데 중의적인 표현이다. 여기서 gay즐거운, 명랑한의 뜻이지만 다들 잘 아시다시피 남자동성애자라는 뜻도 있는 것이다. 그럼 LGBT는 뭔가? ‘성소수자라는 말이다. 소생도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알았다. 흔히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단어로는 이상한’, ‘색다른의 뜻을 가진 퀴어(Queer)’를 많이 사용한다. LGBT는 보다 사전적인 의미여서 조금 딱딱한 느낌이다.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무슨 퀴어 축제도 있고 LGBT 영화제도 있다. ‘세상이 어찌 될려고 이러는지....쯔쯔즈하는 어르신들의 걱정과 탄식에도 나름의 일리는 있을 것이나 역시 마이너는 메이저보다 좀 더 외롭고 좀 더 아프고 좀 더 슬프고 좀 더 쓸쓸하기는 한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대학 졸업반인 올라프는 게이다. 크리스마스 휴일을 부모님과 함께 보내기 위해 고향집을 찾는다. 올라프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커밍아웃을 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고 있다. ‘엄마, 아빠 저.... 사실은 게이에요....’이런 심각한 고백을 하기에 크리스마스가 뭐 적당한 길일은 아닌 것 같지만(써프라이즈를 하기에 크리스마스는 이미 놀라운 날이 아닌가 말이다.) 어쨌든 올라프는 그렇게 하기로 작정을 했던 것이다. 고향집에 도착한 올라프에게 남의 속도 모르는 엄마는 자꾸만 한때 여자 친구였던 애비와 올라프를 엮어보려고 애를 쓴다. 설상가상으로 올라프의 남자친구(그러니까 애인) 네이단이 갑자기 올라프를 찾아오면서 일이 꼬이게 되는데... 커밍아웃으로 부모님의 사랑을 잃게되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올라프는 과연 크리스마스에 가슴아픈 고백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소생은 이 영화를 못봐서 결말을 모른다. 코미디 영화여서 결말이 그리 심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우리식으로 하자면 아이고 이 자식아! 그기 무슨 소리고? 고마 니 죽고 내 죽자’, ‘아이고, 폭폭해서 나는 못살겟네...어쩌고 저쩌고엄마는 아들의 등짝을 후려치고 방바닥을 내려치고 발을 구르고 울고 짜고, 아버지는 돌아서서 금붕어마냥 담배만 뻐꿈뻐꿈굼거리고 이리 되었을 것인데 뭐 그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나름의 반전이 있는 훈훈한 결말이라고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다.

 

어쨌든 올라프에게는 뭐 그리 나쁜 크리스마스는 아니었던 것인데, 세상일이란 것이 또 대충 그렇듯이 크리스마스라고 다 훈훈할 수는 없다. 늙은 구두쇠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에 교훈적인 꿈을 꾸면서 개과천선하고, 어린 소년 막걸리 컬킨은 홀로 남겨진 집에서 흥미진진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만 1200여년전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에서 황제 레오5세가 맞이한 크리스마스는 악몽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바로 죽음이었다. 아마 서기 820년의 성탄절은 동로마제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배신과 음모, 시해와 찬탈에 대한 그 놀라운 스토리는 후세의 감수성 풍부한 어느 사가가 조금 손을 댄 듯도 하지만 어쨌든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고대 희랍의 비극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군대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 레오에게는 미카일이라는 절친한 동료 장교가 있었다. 프리지아의 아모리움 태생인 미카일은 일자무식에, 시골 촌놈에, 발성기관에 문제가 있어 말더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군사적 재능은 뛰어났던 모양이다. 이런 저런 사태에서 미카일은 레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고 마침내 미카일의 도움으로 레오는 제위에 오르고 미카일은 황궁 경비대 사령관으로 임명된다. 레오가 처음 황궁에 입성하는 날에는 황제가 말에서 내릴 때 미카일은 실수로 황제를 외투를 밟는 작은 사건이 있었다. 어쨌든 황제의 절친 동료로서 미카일은 부와 명예, 군대의 지휘권으로 보상을 받았으나 동료가 가진 제국이라는 큰 떡에 비하면 자신이 가진 것이 너무 초라하다고 느끼게 되었는지 점차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었고 나아가서는 공공연하게 황제를 잔인한 전제자라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다녔다. 황제는 전우의 잘못을 지적하고 경고하고 또 거듭 사면하는 등 관용을 보였으나 미카일은 반성하거나 자중하지 않았다. 급기야 크리스마스 이브날 미카일이 주도하고 고위 장교들이 연루된 반란 음모가 발각되었다. 황제는 믿었던 친구이자 동료의 반역에 불같이 화를 내면서 미카일을 당장 황궁의 목욕탕 아궁이에 쳐넣어 태워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되려고 그랬는지 이 소식을 들은 레오의 아내가 버선발로 남편에게 달려와서 이제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인데 그런 끔직한 짓을 하고 어떻게 성탄설의 성사에 참석하겠느냐며 황제를 극구 만류했다. 아내의 만류가 없었다면 그날이 성탄절이든 석가탄신일이든 시간이 한밤중이든 꼭두새벽이든 간에 황제의 명령은 엄정하게 집행되었을 것이다. 미카엘은 아궁이에 쳐넣어지고 따라서 크리스마스의 비극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애원에 레오는 마음을 바꾸었다. 뒤에 보게 되겠지만 이 순간의 변심이 그의 운명을 결정했다.

 

황제는 미카일을 쇠사슬에 묶어 황궁의 지하 감옥에 가두고 엄중히 감시하라고 명령했다. 그러고는 잠자리에 들었으나 황제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미카일이 자신의 외투를 밟아 황제의 기장이 떨어질 뻔 했던 일과 또 최근에 읽은 예언서에 그리스 문자인 카이(X)와 파이(Φ) 사이에 칼에 목이 찔린 사자가 그려진 그림을 보지 않았던가. 사자가 황제를 가리키고 카이가 크리스마스를 나타내고 파이가 예수공현축일을 나타낸다면 본인이 두 축일사이에 죽는다는 예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전전반측하던 황제는 갑자기 미카일이 어떻게 있는지 궁금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황제는 한밤중에 촛대에 불을 켜들도 옷자락을 끌며 구불구불한 황궁의 복도를 지나 깊은 돌층계를 타고 내려갔다. 감방 안으로 들어서니 간수는 바닥에 누워 잠들어 있고 죄수도 자기 침상에서 자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않아 황제는 미카일의 가슴에 가만히 손을 대어보았다. 심장은 뛰고 있었다. 레오는 조용히 물러났다. 그러나 레오는 감방 안에 제3의 인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미카일의 시종 한 명이 같이 있었는데, 이 시종은 누군가 오고 있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재빨리 미카일의 침상 밑으로 숨었다. 침상 밑에서 시종은 황제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으나 황제만이 신을 수 있는 자주색 장화를 보고는 그가 누군지 바로 알수 있었다.

 

황제가 돌아간 후 시종은 즉시 주인과 간수를 깨우고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했다. 죄수는 근무태만으로 처벌을 받을 것이 두려워 기꺼이 죄수를 돕겠다고 나섰다. 미카일은 충직한 시종 한 명을 급히 시내로 보내 추종 세력을 규합하여 황제를 시해하고 자신을 구해내도록 음모를 꾸몄다. 하인은 신속하게 움직였고 반역의 음모는 곧 실행되었다. 크리스마스 새벽에 음모자들은 수도사의 복장을 하고 황궁 예배당으로 들어가 합창단원들 틈에 끼었다. 수도사의 넉넉한 복장은 칼 따위의 무기를 숨기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머리에 쓰는 큰 고깔같은 모자는 얼굴을 숨기기에 적합했다. 합창이 시작되자 황제가 도착했고 사제와 함께 자리에 앉아 찬송가를 불렀다. 주를 찬양하는 찬송가의 노랫소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암살자들은 공격을 개시했다. 머리에 덮어쓴 고깔모자 때문에 처음에 자객들은 사제를 황제로 오인해서 헛된 칼질을 했고 그 틈을 이용해서 비무장에 호위도 없던 황제는 제단의 무거운 십자가를 들고 자신을 방어하려고 했다. 황제는 자객들에게 자비를 요청했으나 암살자들은 무시했다. 한 자객의 일격에 십자가를 잡고 저항하던 황제의 오른팔이 떨어져 나갔다. 연이어 다른 칼날들이 황제의 목과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황제의 몸에서 뿜어져나온 피는 황궁 예배당의 돌바닥을 적시며 흘렀다. 레오5세는 성탄절날 새벽에 예배당 제단 바로 아래에서 살해되었다. 시신은 예배당의 공동 변소에 버려졌다. 이로서 레오5세의 치세는 끝났다. 서기 8201225일 새벽4시경에 콘스탄티노플에서 있었던 일이다.

 

<추신>

그 후 암살자들은 서둘러 미카일이 갇혀있는 감옥으로 가서 그를 구해내었으나 안타깝게도 두 발목에 채워진 족쇄는 풀 수가 없었다. 제국의 새 황제는 양 발목에 무거운 쇠사슬 족쇄를 찬 몸으로 제위에 올랐다. 정오가 되어서야 대장장이가 와서 족쇄를 끊었다. 이전에도 황제가 시해된 경우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별다른 명분이나 구실도 없이 무자비하게 해치운 적은 없었다. 시해의 동기는 오로지 미카일 개인의 시기심과 야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콘스탄티노플 시민들은 새 황제 미카일이 촌스럽고 무식하다고 비웃었다. 자기이름인 그리스 철자 여섯 자를 쓰는 시간에 다른 사람은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아이러니한 점은 이 일자무식인 비열한 찬탈자의 치세가 그리 허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면, 미카일에게는 어쩌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 황후 테오도시아는 어떻게 되었나? 비잔티움 연대기2에는 그 후일담이 자세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아마 마르마라해에 있는 프린키포 섬에 유배된 듯 하다. 레오의 네 아들에게는 거세의 명령이 떨어졌다. 막내는 수술 도중에 죽었고 살아남은 세 아들 중 한명은 나중에 시라쿠사 대주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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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6-06-16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예전에 읽었는데, 이런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대충 2006-7년 무렵에 읽은 것 같은데, 그땐 서재를 할 때도 아니었고 해서 전혀 기록이 남이있지 않네요.ㅎ 허무한 황제의 죽음이군요..

붉은돼지 2016-06-1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가까이 지났으니 뭐 기억 안나는 것은 당연하죠..저는 작년에 읽은 책들도 거의 기억이 안납니다.ㅜㅜ
정말 어떨 때는 역사가 소설보다 훨씬 재미(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있는 것 같아요 ..
 

<아랍,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 척하면 당근이요 두말하면 주디 아프다. 아랍이 아니라 세상 어느 곳엔들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으랴 하는 생각이다.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俗衆)도 아니고 그냥 걸사라거나 혹은 돌팔이 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떤 고명하신 소설가가 쓰신 경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 잡문도 아닌 글을 빌려 말하자면, 인간 종내기들은 그 영봉을 구름에 머리 감기는 동녘의 어느 산골이나, 사철 눈에 덮여 천년 동정스런 북녘의 어느 산속이나, 미친 년 오줌 누듯 여덞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의 어느 골짜기는 물론이고,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법 없는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쪽 끝 유리라는 동네에서도 살고 있는 것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서도,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하시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감원하옵나이다. 무엇을? 그 경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잡문도 아닌 그 소설말입죠...)

  

 

소생의 말인즉슨 인간이란 동서남북, 천지사방, 사방팔방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북극이나 남극은 물론이고 열사의 사막, 열대의 우림, 혹한의 시베리아 벌판에서도 질기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옛날 알타미라의 동굴 속에서도 꿍꿍거리며 살았고, 아마도 머지않은 미래에는 달나라 어느 분화구 옆에도 움막을 치고 또 낑낑거리며 살아갈 것이니 아아아아!!!! 정녕 대단할진저 인간이여!! 그 신체는 비록 미약하나 그 두뇌는 비상하고 더하여 기어이 살아내고야 말겠다는 그 욕망은 실로 거대하다. 책 제목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다. 뭐가 주절주절 되지도 않는 이야기가 많은지 서평도 뭣도 아닌 이 잡글은 이번에도 용두사미가 될 모양이다.

 

이름도 약간 요상한 이 책의 저자인 팀 매킨토시-스미스씨는 영국 출신 성공회 신자로 예맨의 수도인 사나의 구시가지에 당나귀 시장 근처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븐바투타의 모험에 관한 삼부작은 소생은 당연히 잘 모르지만 편편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이 그 삼부작 중 하나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독교 신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700년전 독실한 무슬림이었던 이븐 바투타씨가 걸었던 그 여정을 진심으로 열심히 쫓고 있다. 아랍식 인명이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재기와 위트 넘치는 저자의 글은 읽는 재미가 있다. 탕헤르, 바그다드, 모나코, 다마스쿠스 이런 도시들은 왠지 그 이름만 들어도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책 속에서 휭휭 모래바람이 불고 로렌스 대령이 두건을 펄럭이며 낙타를 타고 뚜벅뚜벅 걸어나올 것만 같다.(정말??) 매킨토시씨의 여정이 이븐 바투타의 모든 여정을 따른 것은 아니다. 모로코에서 시작해서 콘스탄티노플에서 끝난다. 바투타가 여러번 들렀던 메카와 메디나는 생략되어서 아쉽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삼부작 모두 출간되기를 고대한다.

 

흔히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오도릭의 <동방기행>,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세계 4대 여행기라고 한다. 14세기 초 모르코의 탕헤르에서 태어난 이븐 바투타는 21세에 세계여행의 대장정에 오른다.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3개 대륙에 걸쳐 장장 12km30여년간 여행했다. 13세기 베네치아출신의 상인이었던 마르코 폴로는 27년간 유럽과 아시아를 여행했다. (이중 17년은 원나라에 머물렀다.) 귀국 후에 제노바와의 전쟁에 참여했다가 포로가 되었는데 감옥에서 구술한 것을 당시 감방 동료였던 루스티첼로가 글로 옮겼다. 14세기 프란체스코회의 수도사였던 오도릭은 장장 14년간 동방여행을 했다. 오도릭의 여행기도 본인이 구술한 것을 다른 수도사가 옮긴 것이다. 8세기의 신라의 승려인 혜초는 4년 동안 인도와 중앙아시아, 아랍 지역을 여행하고 여행기를 남겼다. 혜초의 여행기는 20세기에 둔황의 막고굴 장경동에서 나온 문서더미 속에서 발견되었다. 여행기간으로 봐도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가 그중 으뜸이다. 원래 제목은 ‘여러 지방의 기사(奇事)와 여러 여로의 이적(異蹟)을 목격한 자의 보록(寶錄)이라고 한다. 지금 전해지는 바투타의 여행기는 바투타가 직접 쓴 여행기 원본이 아니라 당대의 문장가인 이븐 주자이가 요약한 것이라고 한다. 

 

 

 

 

 

 

 

 

 

 

 

 

 

<아랍, 그 곳에도...> 중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을 옮겨본다. 책 전체 분량 600여쪽 중에서 이 이야기만 기억에 남아있다. 웃기지만 나름 의미있는 에피소드다. 내용인즉슨,

 

 카이로의 어느 교통순경에 관한 실없는 이야기인데, 사막에 배치된 그 경찰관은 너무나도 절실하게 도시로 돌아가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딱지를 끊어서 자신의 능력을 증해야 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한 기독교 신부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오토바이의 상태는 완벽했다. 심지어 신부는 헬멧도 쓰고 있었다. 경찰관은 실망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부드러운 경고를 해 주는 게 다였다.

신부님, 사막을 혼자 여행하는 게 위험하다는 거 모르십니까?”

하지만 난 혼자가 아니오.” 신부가 말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함께 하고 있다오.”

아하!!! 뭔가 있을 줄 알았어.” 경찰관은 소리를 지르며 수첩을 꺼냈다.

오토바이 한 대에 네 명 탑승. 딱 걸렸어요.”

 

딱 걸렸어요 ㅋㅋㅋㅋㅋㅋ 이슬람은 기독교를 일종의 나태한 유일신교 혹은 다신교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셋이 모여서 하나가 된다는 것은 참 요상한 이야기다. 삼위일체에 대하여는 기독교쪽에서도 수세기에 걸쳐 당대의 현자, 성인, 석학들이 논쟁해왔던 문제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서유럽의 카톨릭과 동유럽의 동방정교회는 동서 교회의 통합을 위해 오랜 기간 많은 논의를 해 왔던 바, 성찬식에서 효모가 들어있지 않은 빵의 사용 여부나 연옥의 성격 등에 대한 논쟁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바로 이 삼위일체와 관련된 것이다. 동서교회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이른바필리오케(성자로부터도 또한, filioque)’라는 라틴어 한 단어였다. 로마의 카톨릭은 성령은 성부와 성자로부터 발현한다고 믿었고 콘스탄티노플의 동방 정교회의 입장은 성령은 성부로부터만 발현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하나란 말인가? 셋이란 말인가? 하나이면서 셋이란 말인가? 셋이면서 하나란 말인가? 믿음은 논리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니 불신자들에게는 참 오묘한 이야기다.

 

 

 

 

 

 

 

 

 

 

 

 

교회의 이단 논쟁이나 삼위일체 논쟁 등을 읽고 있으면, 유사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차자로 보위에 오른 임금이 죽자 그의 계모인 대비가 임금의 상례에 3년복을 입어야 하느냐 1년복을 입어야하느냐 어쩌고저쩌고 유혈낭자하게 싸웠던 조선시대 예송 논쟁 말이다. 모든 이론 투쟁은 그 이론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구질하고 찌질하고 한 편의 코메디처럼 보이지만 그 당대의 당자들에에게 있어서는 일신일족일당의 신념과 믿음, 존망이 걸린 실로 절체절명의 중차대한 문제였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달걀 전쟁과 같은 한심하고 멍청한 짓거리라고 단순하게 웃어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지름신이 강림하사 바투타 여행기 두권을 그예 또 구매하고야 말았다. 1권은 새책으로 반디에서 구입했고 2권은 중고로 알라딘에서 구매했다. 서문을 보니 이븐 바투타의 본명은 '아부 압둘라 무함마드 븐 압둘라 븐 무함마드 븐 이브라힘 알 라와티'(무함마드를 오기로 두번 적은 것이 아님) 라고 한다.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어쩌고저쩌고가 생각난다. ㅎㅎㅎㅎ

 

 

여행기 2권 끝에 있는 이븐 바투타 여행로 전도다. 어마어마하다. 이건 여행이 아니고 모험이고 탐험이다.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이기가 없었고 또 당시의 치안상태 등을 감안한다면 실로 놀라운 여정이다. 연이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여정이 가능했던 까닭은 당시 14세기가 서유럽으로서는 암흑기였는지 모르겠지만 북아프리카, 중동, 동유럽, 중앙아시아, 인도까지는 거의 이슬람 세력권으로 이른바 '팍스 이슬라미카'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븐 바투타와 마르코 폴로의 여행로 전도를 비교해 놓은 것이다. 대단한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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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5-17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이븐 바투타를 영접하셨네요. ^^
이란 혹은 이라크에 이븐 바투타 백화점이 있단 얘기 들었습니다. ㅎ
방금 찾아보니 두바이에 있는 백화점 이름이었습니다. ㅋ

붉은돼지 2016-05-18 18:34   좋아요 0 | URL
영접은 했습니다만....언제 저 책들을 읽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ㅜㅜ
얼마전에 로쟈님 페이퍼를 보고 문학상 중에 `이븐 바투타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씁니다.
그때 로쟈님이 소개해주신 `한 이라크 망명 작가의 지중해 문명기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한밤의 지도>라는 책도 이번에 같이 구매했습니다.
이 책은 분량이 적어서 읽어봤는데,,제 취향도 아니고 내용도 뭐 그렇게 훌륭하다고 할 수 없더군요...

transient-guest 2016-06-16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븐 바투타는 2012년에 김영하의 팟캐스트에서 처음으로 소개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에 일부 잠깐 인용이 되더라구요. 작년엔가 구입했는데, 아직은 제대로 만나지를 못했네요..

붉은돼지 2016-06-16 10:49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은 책만 덜렁 사놓고 아직 시작할 엄두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ㅜㅜ
 

 

문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답1) 어디서나, 아무 때나 혼자있을 때는 거의 책을 읽는 편입니다만 꾸벅꾸벅 졸거나 멍때리거나 발바닥의 각질을 제거하는 경우도 많기는 합니다. 이게 좀 지저분한 이야기이고 책과는 또 상관도 없는 이야기인데요, 제가 뭐 자랑은 아닙니다만 발바닥에 각질이 좀 많습니다. 이 각질 제거에 한번 신경 팔리면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한 참후에 정신을 차려보면 방바닥에는 허연 가루가.... 무슨 가을날 깊은 숲속의 낙엽처럼 수북하게 쌓여있거나 아니면 겨울날 인적 끊긴 호숫가의 벤치 위에 쌓인 눈처럼 소복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소생의 경애하는 아내는 혀를 끌끌끌....

 

문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답2) 뭐 스마트 폰이나 pc로도 신문이나 잡지, 불로그 글들을 보기는 하지만 전자책은 한번도 읽은 적이 없습니다. 아둔한 주제에 또 메모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책을 접거나 선을 긋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될 수 있으면 깨끗하게 보려고 합니다.

 

문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답3) 침대 옆 탁자 위에 소생이 제거한 각질만큼이나 수북하게 책이 쌓여있습니다. 30여권 넘는 거 같습니다. 대충 언급해 보면 <현대 중동의 탄생>, <공부할 권리>, <중세1>, <런던이야기>,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 <아랍,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와나미 신서의 역사>, <다뉴브>, <술꾼의 품격> 등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목차만 대충보고 시작도 안 한 책들도 있고, 중도 포기한 책도 있습니다. 요즘은 <술레이만..>과 여기 침대 맡에는 없지만 식탁에 있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문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답4) 예전에는, 민음사세계문학전집, 문동세계문학전집, 열린책들, 펭귄 등 문학전집등은 출판사별로, 시리즈로 나오는 책은 시리즈별로, 또 작가별로 정리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쌓아두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간소하게 줄이려고도 했으나 이제는 포기하고 확실하게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사고싶은 책은 다 사고야 말겠다는 노선입니다. 소생의 소박한 꿈은 장석주 시인처럼 호숫가나 어느 시골 구석에 저 혼자만의 개인도서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로또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답5) 어렸을 때도 책을 꽤 읽었습니다. 특별히 좋아했던 책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읽는 거 보다 모으는 것에 더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국민학생때 <계림문고>라는 아동문고가 있었는데 소생이 이걸 200권 정도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문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답6) 아쉽지만 ‘규화보전’ 같은 절세 무공비급은 없습니다. 그냥 보고 싶은 책은 다 사고자 하지만 희귀본이나 절판본에 대한 집착은 없습니다. 다만 ‘어머! 붉은 돼지가 이런 책도 가지고 있네’ 하는 정도의 책으로 소생이 생각하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소생 고삼시절에 심금이 울어버렸던 만화책 <아르미안의 네딸들> 14권이고, 다른 하나는 단국대에서 나온 <한한대사전>입니다. 이 한한대사전은 총 16권(색인1권 포함)인데 권당 가격이 10만원이고 색인도 5만원이나 합니다. 이 책은 할인도 5%밖에 안해줍니다. 소생이 지금까지 색인하고 1,2,3권을 구입했습니다. 물론 펼쳐본 적은 구입때 빼고는 없습니다.

 

 

 

 

 

 

 

 

 

 

 

 

 

 

 

문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답7) 특별히 작가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문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답8) 소생이 얼마전에도 <로마제국쇠망사>을 완주했고, 또 가당찮게도 대하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어서 세월대로 읽은 대하소설도 많습니다. <이문열 삼국지(10권)>, <장정일 삼국지(10권)>, <동주 열국지(10권)>, <도쿠가와 이에야스(32권)>, <토지(16권)>, <혼불(10권)>, <태백산맥(10권)>, <변경(12권)>, <임꺽정(10권)>, <듄(18권)> 등 꽤 읽었습니다만. 아직 <성경>을 완독해보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이누카이 미치코의 <성서이야기(5권)>은 읽어봤습니다만.

 

문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답9) 뭐 많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답변이 똑 떨어지지 않고 시원찮은 이유는 이러합니다. <현대 중동의 탄생>, <중세1>, <역사서설>, <이슬람 1400년> 등등의 책은 소생이 읽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지만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소생은 말하자면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세월대로 책을 읽는 스타일이어서 상기한 책들은 지금 당장은 끝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 읽을 것이기 때문에 답변이 도도 아니고 모도 아니고 그렇습니다.

 

 

 

 

 

 

 

 

 

 

 

 

 

 

 

문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답10) <성경>을 가져가겠습니다. 무인도는 무인(無人)이니 결국 할 일이라고는 책을 읽는 일 밖에 없을 테고, 옛날 선비들이 적소(謫所)에서 주구장창 글을 읽었듯이 소생도 한번 그리 해보고 싶은 생각은 듭니다. 찬찬히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뭐 무인도에 보내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생이 군대에 있을 때, 쫄따구 시절에 글을 읽고 싶은데 읽을 수는 없고, 읽을 책도 없었는데, 다만 주일에 교회에 가면 성경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 내가 제대할 때까지 성경을 완독해야겠다”는 가당찮은 생각을 했었는데요. 세상이 어디 돼지가 마음먹은대로 돌아가는 그리 만만한 세상이 아니잖습니까? 교회가서 침 질질흘리며 초코파이 먹느라고, 조느라고, 아니면 뭐 좀 읽으려고 하면 일어서라 앉아라 하고 율동을 해야 하고 노래를 해야해서 진득하니 읽기도 어려웠습니다.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 새벽을 찾아~~” 노래는 참 좋았죠 가사도 심금을 울렸구요. 또 그도저도 아니면 교회 뒤에 불려가서 얻어터지고 하느라 결국 성경은 반에반에반에반도 못 읽었습니다. 그러다 세월흘러 소생도 어느덧 고참병장이 되어 이제 내놓고 책을 봐도 될 때는 또 이상하게 책이 보고 싶지 않더라구요. 참내... 나머지 두권은 뭘 가져가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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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2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사전은 읽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책장을 멋있게 돋보이기 위한 장식품으로 사는 것입니다. ^^

붉은돼지 2016-04-23 11:44   좋아요 0 | URL
역시 그렇죠 cyrus님 ^^ 한한대사전 15권 완비해놓으면 뽀대 좀 날것 같습니다. 돈이 좀 많이 들기는 합니다만...뭐 폼 좀 잡으려면 어쩔 수 없죠....운명이고 팔자라고 생각해야죠 ㅋㅋㅋ

stella.K 2016-04-2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림문고 마니아셨군요. 저돈데...
저도 정확히 몇 권을 모았는지 기억은 안 납니다만 돼지님만큼 모았던 것 같아요.ㅋ

붉은돼지 2016-04-23 11:4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은 제 연배라서 계림문고 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 동네친구 한 명과 계림문고 누가 더 많이 모으나 경쟁했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

hnine 2016-04-2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저도 연한 노란 색 표지의 계림문고 매니아였어요. 그땐 지금처럼 책이 지금처럼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던때가 아니었으니까요.
전집류 읽으시는데 내공이 있으신가봐요! 전 엄두도 못내는 책들을, 대단하십니다!

붉은돼지 2016-04-23 14:34   좋아요 0 | URL
어머! hnine님도~~ 호호호~~~
표지가 연노랑인지는 기억나지않아요.. 그 많던 계림문고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동네서점마다 있던 뵐뵐돌아가는 사각기둥모양의 책꽂이에 꽂허있던 삼중당 문고하고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고수는 공통적으로 쌓기의 신공을 가지신 분들입니다. 책은 쌓아놓아야 함..

붉은돼지 2016-04-23 18:26   좋아요 0 | URL
제가 쌓은 것은 뭐 탑이랄 것도 없는 그저 작은 부도 같은 것입죠..네....

나와같다면 2016-04-23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 저도 책을 접거나 선을 긋지는 않아요.. 구겨지는 것도 싫어하고.. 손도 깨끗한 상태에서 읽어요..

붉은돼지 2016-04-25 15:43   좋아요 0 | URL
손까지 깨끗한 상태에서....ㅎㅎㅎㅎㅎㅎ
저는 뭐 그정도는 아니고 대충 깨끗하게 입니다..ㅎㅎ
물론 선을 긋거나 메모를 하거나 하지는 않지만....요즘은 또 메모를 해 두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합니다.^^

단발머리 2016-04-24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 개인도서관-로또에서 한 번 뿜했습니다. ㅎㅎ 붉은돼지님의 로또 당첨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대하소설을 정말 많이 읽으셨어요. 저는 많은 분들의 `읽어야하는데 아직 읽지 못한 책`으로 토지, 태백산맥 나올 때, 나는 읽었지롱~~ 하면서 쫌 좋아했거든요. ㅎㅎ 근데 붉은돼지님 앞에서 주름 잡았네요. 진짜 많이 읽으셨어요.

성경,은 저도 무인도에 가져갈 책입니다. (가게 된다면요~)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 새벽을 찾아 떠난다 종이 울리고 닭이 울어도 내눈에는 오직 밤이었소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때는 차가운 새벽이었소 당신 눈 속에 여명있음을 나는 느낄 수가 있었소
오주여 당신께 감사하리라 실로암 내게 주심을 나에게 영원한 이 꿈 속에서 깨이지 않게 하소서
....는 저도 잘 부르는 노래예요~~~ㅎㅎㅎ

붉은돼지 2016-04-25 15:47   좋아요 0 | URL
로또 구입한 역사는 정말 유구합니다. 4등 5만원은 한 5~6회 당첨된 적이 있구요 ㅎㅎㅎㅎ
10년이내에 꼭 될 거라고 믿고있습니다. 1등 혹은 2등 말이죠...

한 시절은 거의 대하소설만 읽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그때 참 긴 소설들 많이 읽었어요 김성종의 <여명의 눈동자>도 만화방에서 빌려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저게 가스펠송인가 그렇다고 하더라구요..제목이 실로암이었던가요....아직도 가끔 흥얼거릴 때가 있습니다.^^

단발머리 2016-04-25 16:01   좋아요 0 | URL
1등 되시면 알라딘에 로또 이벤트~~~ 하실 거죠? ㅎㅎㅎㅎㅎㅎ

챔피언 2016-05-0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중에 규화보전이나, 구음진경 같은 비서를 구하시게 된다면 한한대사전 15권이 다 필요하시게 될것입니다. 화이팅입니다~

붉은돼지 2016-05-04 11:2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구음진경은 영웅문에 나오는 거 맞죠? ㅎㅎㅎㅎ
규화보전이나 구음진경 같은 전대미문의 절세무공비급을 소생같은 돼지가 가당찮게 잘못 수련하다가는 ...주화입마!!!! 아니면 불알이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