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소생은 장정일키드이다. 한때 개인적으로 사사하며 사부로 모셨다. 뭉크의 사춘기를 알려준 것도, 고품격 포르노 소설을 처음 맛 보게 해 준 것도 그였다. 전작주의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장사부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삼국지 10권도 읽었다. “아담이 눈뜰 대” 이전에 나온 장정일 초기 포로노 소설의 백미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이 소설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중고로도 거의 안보이는 것 같다.)를 읽는 동안 소생의 거시기가 뭐시기하게 몇 번이나 분기탱천했는지 모른다. 연이나 그때는 소생이 아직 천지분간을 못할 때라, 분기탱천이 아니라 지랄용천을 한들 별 뾰족한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다만 안타까운 바는 천학 소생이 희곡은 좋아하지 않는지라 장사부의 희곡 작품들은 하나도 읽어보질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사사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어쨌든)
독서일기도 1~4권 정도까지는 읽은 것 같다. 물론 구입은 다 했다. ‘빌린 책, 버린 책, 빌어묵을 책’ 어쩌고 하는 것도 다 구입했었는데...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몇 권 없다. 이번에 나온 《이스트를 넣은 빵》은 역시 장정일키드임을 자처하는 김영훈이 장정일의 독서일기 1-7까지 중에서 입맛대로 골라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소생과 달리 김영훈은 장정일키드로서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것 같다. 말하자면 김영훈은 적통을 이은 적자라 할 것이고 소생은 씨족의 일원이라고 우기지만 촌수를 따지기도 어려운 듣보잡이라고 보면 되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뭐 애새끼라고 다 같은 애새끼는 아니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기억나는 것은 조금이고 금시초문은 대부분이다. 마광수를 옹호하는 글과 장정일 자신의 포르노 소설들을 변호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편자 김영훈은 이 책의 서두를 장정일의 시<삼중당 문고>로 시작하고 있다. 장정일키드로서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삼중당 문고. 이 문고판을 모르는 세대에게 과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기억에 남는 독서일기 한 편을 옮겨본다.
2006.10.3. 모옌의 탄샹싱을 읽다
‘탄샹싱’은 단향형(檀香刑)의 중국식 발음으로 ‘박달나무 형벌’이란 뜻이다. 역대 중국왕조의 형부에서 사용된 혹형 가운데 혹형으로 이 감상문에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대신 임신부나 노약자는 물론이고 심약한 독자에게는 이 소설을 금한다. 선정적인 광고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출판사는 반드시 위와 같은 경고를 띠지로 만들어 책표지에 둘러야 한다. p353
소생이 뭐 돈류(豚類)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 종들 못지않게 호기심이 많아서 알라딘에서 찾아봤다. 탄샹싱이 과연 무엇인고 하고 말이다. 책소개에 단향형이라는 형벌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장사부님의 말씀처럼 소생의 입으로 옮기기는 싫다. 실로 끔찍하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다. 이러면 소생의 허접한 이 글을 읽는 알라디너님들은 또 궁금해서 찾아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인생사가 그런 것이다. 뒤돌아보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해도 꼭 돌아보는 놈이 있고 상자 뚜껑을 열지 말라고 애원을 해도 꼭 뚜껑 열리게 하는 인간이 있다. 청개구리 삼신이 씌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청개구리 삼신은 인간의 운명이고 숙명이다. 검색을 해보니 장정일이 여러 매체에서 이 소설을 상찬하고 있다. 읽어보려고 하니 절판이다. 쩝
혹형하니 생각나는데, 흑형이 아니다.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처음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마 캄뷔세스 왕의 재판이라는 그림일 것이다. 캄 왕이 재판결과 내린 형벌이 이게 또 엄청나게 가혹한 형별인데, 산 사람의 살가죽을 홀라당 벗기는 형벌이다. 그 장면을 그린 그림인데 아마 죄수가 이를 앙다물고 있었던 것 같다. 심은하 나오는 영화 “텔미썸씽”에도 이 그림이 나왔던 것 같다. 사람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이상한 인간 이야기인가 뭔가 그런 내용인데...아아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름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 탄샹싱도 그렇고 형벌과 고문의 종류만 봐도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은 참 여러 방면으로 발현되고 발전하고 있는 것같다. 그 끝이 과연 어디쯤 일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