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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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화가들의 꽃] 서평
앵거스 하일랜드, 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화가들의 꽃]을 펼친 순간 아름다운 정원에 소풍나온 기분이었다. 48인 화가들의 108가지 꽃 그림을 보는 순간 순간마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마음이 환해지고 있다.
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와 원예 전문가가 해설하고 고화질의 도판으로 만들어진 [화가들의 꽃]은 마치 화보집을 보는듯 하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꽃 한송이를 건네는 순간 우리는 시인이 된다. 많은 화가들은 꽃에서 영감을 얻고, 꽃그림을 그리면서 치유를 했을 것이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디에나 꽃이 피어있다."
(앙리 마티스)

야수파의 대부인 앙리 마티스의 그림에는 항상 꽃이 등장한다. 수많은 정물화의 그림속에도 꽃이 있다. 마티스는 색을 통해서 외부세계가 이닌 자신의 내부감정을 표현했다. 거친 야수파이지만 꽃그림을 그릴때만큼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표현했다.

"예술은 꽃이고, 인생은 초록 잎이다"
(찰스 레니 매킨토시)

찰스 레니 매킨토시는 건축과 인테리어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서 탄생한 작품이 꽃 수채화이다. 매킨토시는 꽃을 그리면서 일본 미술에 대한 애정이 깊었고, 매킨토시 건축 설계의 두가지 원천인 '자연의 형태'와 '기하학적 패턴'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그림들을 그렸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는 햄릿의 여주인공 오필리아의 마지막 순간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식물학자들이 놀랄만큼 세밀하게 그렸는데, 존 에버렛 밀레이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호그스밀 강가를 1년동안 다녔다고 한다.

p86
강가에 핀 야생 장미와 가지를 떨군 늙은 버드나무를 보세요. 꽃말에 능통한 사람이라면 장미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말하고, 버드나무는 버려진 사랑을 뜻한다는 걸 알아차렸을 겁니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장미의 영혼>을 보면 마치 그윽한 장미의 향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그림속의 주인공은 붉은 머릿카락에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여인이 장미의 향에 취한듯 몽환적인 모습으로 담장에 서 있다.

라헬 라위스는 꽃이 엄청난 인기였던 17~18세기에 꽃 그림을 그렸다. 네덜란드인들은 식물 수집에 선두에 있었고, 새품종이 비싸게 거래되면서 그 꽃그림도 비싸게 거래되었다. 라헬 라위스는 꽃그림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는데, 꽃속에 곤충도 세밀하게 그려 넣었다.

꽃이 어디에 피어 있든지 향기롭고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은 꽃이 있을까? 살아있는 꽃이든 인간에 의해 꺽여서 화병에 놓여 있는 꽃도 꽃이다. 화가들은 꽃을 사랑했다. 꽃그림을 그리면서 화가들은 스스로 마음의 병을 치유했을 것이고, 나아가서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치유했을 것이다.

[화가들의 꽃]을 보면서 화가들의 다양한 시선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된 꽃들을 보면서 황홀했다. [화가들의 꽃] 2편도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가 떠오른다.

"그에게로 가서 나는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수많은 화가들의 영원한 소재인 꽃, 캔버스 위에서는 무수한 세월이 흘러도 꽃은 시들지 않는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prunsoop
#화가들의꽃 #푸른숲 #미술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책추천 #book #미술사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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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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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인플루언스] 서평
곤도 후미에 지음/남소현 옮김

하시모토 칸나 주연. 일본 WOWOW 연속 드라마화된 화제의 소설.
20년에 걸친 세 여자의 복잡하고도 비밀스러운 관계에서 치밀하게 그려낸 심리 서스펜스 소설.
쇼와 단지에서 첫 사건이 일어나는데, 고등학교 소녀들은 두 사건을 저지른다. 마호에게 위협하는 남자를 유리는 그만 칼로 찔러버리는데, 사토코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소년원으로 들어간다.
마호, 사토코, 유리는 얽혀있는 친구사이다. 사토코가 정당방위로 소년원에서 나오게 되는데, 사토코는 자신의 할아버지로 부터 성적 학대를 받고 있었다. 유리에게 할아버지를 죽여달라고 한다. 유리는 사토코에 대한 죄책감과 복잡한 심정으로 계획을 세우지만, 이미 할아버지는 죽어 있었다.
마호가 저지른 일이다. 35년전 세 친구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하는 이야기는 소설가를 찾아가서 책으로 써달라고 부탁하는 전개부터 시작한다.
20대가 된 그녀들은 무서운 살인계획을 세우고, 비밀을 서로 공유하게 된다. 어느날 마호는 유리를 찾아와서 자신이 남편으로 부터 폭행당하고 있다고 하면서 죽여달라고 한다. 유리는 지난날의 사건에 대한 미안함으로 마호의 부탁을 들어준다.
하지만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마호의 남편이라고 한 자는 사토코의 조폭출신 남편인 호소오였다. 사토코와 마호는 계속해서 친분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돕고 있었던 것이다. 완전 범죄를 꿈꾸던 범죄의 결말은 유리의 자수로 종결된다. 유리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더이상의 범죄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무언가 친구와 우정이라는 테두리안에서 어디까지 자신의 행동이 어긋날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p236
같은 그림을 거울로 비추듯 반대로 다시 그린 것뿐이다. 그렇다면 내게 이런 일을 시킨 것에 대해 마호는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소꿉친구였던 세사람은 범죄와 살인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해서 묵인했고, 완전 범죄를 꿈꾸었다. 얽히고 얽힌 세 명의 친구관계는 묘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과연 이들은 우정이라는 큰 틀안에서 범죄와 살인으로 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p263
지금 자신이 행복한지, 무엇이 가치가 있는지를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 판단하지 않는다. 세 사람은 갈 수 있는 곳까지 달려간다. 앞을 막아서는 것을 깨부수고,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다.
우정은 어디까지일수 있을까? 심리 서스펜스 소설인 인플루언스는 세 명의 친구사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묘사를 묘하게 다루고 있다. 이들의 비밀스럽고도 치밀한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 낸 걸작. 읽으면서 유리의 입장이라면 난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면서 감정이입을 하기도 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bookplazakorea
#인플루언스 #곤도후미에 #북플라자 #서스펜스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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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
찰리 N. 홈버그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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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 서평
찰리 N. 홈버그 지음/ 유혜인 옮김



런던에 거주하는 사일러스는 마법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형제와 아버지, 마법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집으로 끌여 들여서 마법을 빼앗고는 지하에 그 시체를 보관하고 있었다.

중국영화에 마법사가 사람을 흡입하면 사람이 쪼그라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일러스도 그러한 마법을 시행하고 있었다.


헐다는 마법 부동산 관리국에 근무하고 있으면서 마법에 걸린 집에 거주하면서, 관리하는 바이커이다. 로드아일랜드주 블라우던섬의 메릿의 집으로 파견되었다.

p60
"이 집에는 변이 마법과 혼돈 마법의 주문들이 걸려 있다는 판단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다. 고스 앤드 저택에는 마법이 걸려 있어서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거부하고 있다. 헐다는 바이커로서 부동산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p391
"자금줄이 끊기고 있었거든. 마법 부동산은 아주 희귀하잖아. 특히 미국에서는. 사일러스는 돌아다니면서 잠재력이 큰 주택들에 마법을 불어넣기로 했어. 그래서 우리가 건재할 수 있었던 거야. 자네도 그 덕에 여기 머물 수 있었던 거고"


헐다는 사일러스에 집에 거주하면서 사일러스의 잔혹한 행동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감옥에 있어야 할 사일러스를 미국의 거리에서 헐다는 목격했다. 헐다의 불안감은 현실로 바뀌었고, 사일러스는 헐다를 찾아내고, 헐다가 가지고 있는 마법을 뺏으려고 했다.


위기의 순간에 메릿이 나타났고, 두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사일러스는 메릿이 마법을 가지고 있는것을 알게되고, 메릿의 마법을 뺏으려고 감금한다.

사일러스가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마법 부동산의 국장인 마이라와의 검은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검은손과 손을 잡는 무리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선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혼란스럽게 된다. 소설의 끝은 해피앤딩으로 끝이난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메릿의 마법능력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서 읽는내내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사일러스가 헐다를 포박하고 마법을 뺏으려는 그 순간이 가장 스릴있었고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을 읽으니 소녀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추운 겨울날 판타지 소설은 추위마저도 녹아내리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사랑이라는 뜨거운 마법을 가지고 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bookplazakorea



#마법에걸린집을길들이는법 #북플라자 #판타지소설 #소설 #책추천 #소설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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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들리는 동물병원
타케무라 유키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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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마음이 들리는 동물병원] 서평
타케무라 유키 지음/ 현승희 옮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물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번은 했을 것이다. 도대체 동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윗집 고양이를 볼때면 어떤날은 기분이 좋아서 내손에 얼굴을 부비는가 하면, 어떤날은 뾰루퉁해서 쳐다도 보지 않는날이 있다. 이럴때는 고양이의 마음을 알고 싶어진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무엇때문에 변덕이 심하냐고?



[마음이 들리는 동물병원]은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아키라는 수의사가 사쿠라이 동물병원을 운영한다. 아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동물들의 마음을 읽고, 동물들의 머리속 이미지까지 읽어내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동물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진료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규칙이다.


사쿠라이 동물병원엔 늘 유기묘부터 유기견등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 유기된 새끼 고양이를 안고 온 데즈카의 방문으로 동물병원은 더욱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나고, 아키와 데즈카는 함께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p178
"네, 개나 고양이라면 또 몰라. 희귀한 동물만 키웠나 봐요. 쉽게 어디 보내기도 힘들잖아요?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동안 가족들이 돌봐주러 드나들더라고요. 그리고 보니 언젠가부터 발길이 끊겼네요. 보낼 만한 데를 찾았나"



p180
"...아키 선생님. 하지만...결과적으로 이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주인이 버리려고 해서 버린게 아니라는 건 알았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동물병원 앞에 아기수달 네마리가 버려져 있다. 아키와 데즈카는 수달이 왜 버려졌는지 알아보려 수소문을 한다. 수달은 비싼 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부유한 가정에서 키웠을것이라 추정을 하고, 탐문을 한다. 근방의 가장 큰 집에서 키웠던 흔적을 발견하는데, 이미 빈집이 되어 있었고, 수달을 키우던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동물학을 공부하는 데즈카는 동물에 대한 동물애가 강했고, 매일같이 동물병원에 들러서 유기견들과 산책을 시키면서 즐기고 있다. 수달들은 동물병원의 직원인 유키가 데리고 갔다.

아키는 동물들과 대화를 하면서 동물들의 고민거리를 하나씩 데즈카와 함께 해결해 나간다. 동물들도 자신만의 언어가 있다. 사람은 그 언어를 알수가 없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만일 동물들과 대화가 된다면 재미있는 세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잠시 상상을 해본다.



1인가족,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고 유기하는 사람 또한 늘어나고 있다. 어떠한 이유로 유기하든 끝까지 책임감을 다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모든 생명은 귀한 생명이다.


이 소설은 동물들을 사랑하는 아키와 데즈카라는 인물을 통해서 현재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애완동물의 한 단편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우리는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것일까? 소유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던져보는 시간이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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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들리는동물병원 #타케무라유키 #북플라자 #소설추천 #소설 #책추천 #책스타그램 #아마존베스트셀러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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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채식주의자(개정판)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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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채식주의자]
한강 장편소설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을 이렇게도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것은 처음이다. 출.퇴근길에 버스에서 야금야금 읽었다. 몇일전 완독하고서 계속 머리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무엇때문일까?
마치 잡히지 않는 안개를 잡으려는 것처럼 머리속이 복잡하고, 뭐라고 형언할 수 없고, 단정지을 수 없는 그 무엇이 나를 괴롭혔다. 어릴때부터 가부장적인 부모님에게 순종적이지 못한 영혜는 학대와 폭력의 대상이었다. 그리고는 꿈을 꾸고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런 영혜를 비정상으로 취급하고, 보통 사람들의 주류속에 들지 못하는 것처럼 취급했다.


영혜의 아버지는 급기야 먹지 않겠다는 고기를 영혜의 입안으로 강제로 밀어 넣었다. 가족들이 주변 사람들이 그럴수록 영혜는 더욱 자신만의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형부가 부탁한 비디오 촬영에 허락을 하고 영혜는 그동안 감추어져 있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 장면을 목격한 언니는 두사람을 정신병원에 감금시킨다.


정신병원에 감금된 형부는 정상으로 판결되어 나왔지만, 영혜는 그곳에서 더욱 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들어간다. 누군가를 원망해도 나약해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고기를 먹지 않았던 영혜는 이제는 식사마저 거부해서 앙상한 뼈만 남게 된다. 그런 영혜를 바라보는 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p241
문득 그녀는 이 순간을 수없이 겪은 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고통에 찬 확신이 마치 오래 준비된 것처럼,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앞에 놓여 있었다.
이 모든것은 무의미하다.
더이상은 견딜 수 없다.
더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p242
봄날 오후의 국철 승강장에 서서 죽음이 몇달 뒤로 다가와 있다고 느꼈을 때, 몸에서 끝없이 새어나오는 선혈이 그것을 증거한다고 믿었을 때 그녀는 이미 깨달았었따.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고단한 삶은 연극이나 유령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선 죽음의 얼굴을 마치 오래전에 잃었다가 돌아온 혈육처럼 낯익었다.


이 소설은 영혜, 형부, 언니의 시점에서 쓰여졌다.

p264
꽃과 잎사귀, 푸른 줄기들로 뒤덮인 그들의 몸은 마치 더이상 사람이 아닌 듯 낯설었다. 그들의 몸짓은 흡사 사람에서 벗어나오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그 기묘하고 황량한 영상에 자신의 전부를 걸고, 전부를 잃었을까....

정신병원에서 영혜를 데리고 나오는 언니는 영혜의 귓바람에 한마디 말을 한다.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본문에서)


영혜는 정말로 삶의 의지를 다 놓아버린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 때문일까? 늘 삶에 당당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일까? 어릴적부터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억압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발산하지 못한 것일까?

계속해서 머리속에서 맴도는 이 질문들이 나를 괴롭혔다. 어쩌면 우리의 내면에는 이런 영혜가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애써 주류에 들어가고자 몸부림치는지도 모른다. 비주류로 산다는 것은 남들의 시선으로 부터 절대로 자유롭지 않으니까. 그래서 주류의 세상으로 들려고 아둥바둥 그렇게 애쓰는지도 모른다. 보통으로 살아야 하는게 당면한 과제인것처럼....


이렇게 책장을 덮고도 머리속이 복잡하고 석연찮은 책은 처음이다. 한강 작가님이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어쩌면 작가님 자신의 내면속에 있는 응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는 심장 한 켠에 작은 응어리를 가지고 살아간다. 어디에서고 표출할 수 없는 그 시뻘건 응어리를 어쩌면 영혜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걸로 표출한 건지도 모른다. 그런 영혜가 너무 가여워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메마른 가지처럼 앙상해진 몸으로 이젠 더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는 영혜..,,
더이상 꿈을 꾸지 않기를....


@changbi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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