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는 마음 - 그림 그리는 이의 시선으로 기록한 날들
전소영 지음 / 달그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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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이의 시선으로 기록한 나날들은 화려하거나,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담백한 일상을 그림그리는 이의 시선으로
담아 내었다. 데면데면한 이웃과 꽃으로 첫인사를 나누고, 오래전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마음이 풀어진다고 한다. 꽃 한포기만 나누는 게 아닌
마음과 정을 나누는 것이다.



p26
어떤 면에서 나는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시간이 쌓여야만 나올 수 있는 응집된 결정체 같은 것이 있다
다만 그 시간을 차곡차곡 다지며 쌓아 올렸을 때만이
무언가 단단하게 뭉쳐질 수 있다
70살이 되었을 즈음의 나를 상상해본다
맑고 깊은 눈빛을 간직하고 싶다



시간이 흘러야 쌓여지는 게 있어요. 경험과 연륜은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이 도돌이표 같지만 압축팩과 같은 힘이 있잖아요.
겨울 풍경 그림에 빠져서 그리다 보면 미리 겨울을 사는 느낌이라는 말도 공감 백배입니다. 저도 한때 푸드 드로잉에 빠졌을때에는
세상 모든것이 음식의 색과 질감으로 보였으니까요.


꽃집 아주머니에게서 집에 가서 물을 흠뻑 주며 "이게 우리 집 물이다~" 하고 주면 그 집에 더 적응을 잘 한다는 구절에서
오랫동안 식물을 키우면서도 그런 생각을 못했습니다. 근거가 있든 없든 그 말을 들으니 저도 이제는 새로 들여온 식물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물을 주어야 겠습니다.


p67
박완서 선생님은 "글을 쓰는 일이란 몸의 진액을 짜는 일이다"라고 하셨다. 며칠 전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다음 전시 작업을
구상하다가 몇 시간째 같은 자리에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고, 이러다가 말라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잘'하는
것을 떠나서 '오래'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금 실감했다고


잘하는 것보다 오래 하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요즘 들어서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그 일을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세월속에서 알았습니다.

p69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을 증명하는 일, 그 쓸모없는 아름다움이 결국 우리를 채워줄 기쁨이 된다는 말도 어쩌면
지루하게 들릴지 모른다. 남들이 공들여 보지 않는 구석을 애써 들춰내어 종이 위로 끌어 올리는 일이 어떤 사명감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이기적인 끈질김이 필요한 직업이다. 그 끈질김은 간절함에서 나온다. 간절히
'나'를 찾으며 살고자 하는 욕구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놓아야 할 것들에 기꺼이 손을 흔들어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묵묵히 걸어나가는 태도.


'꾸준히 뭐라도 하면 뭐라도 돼'라고 친구들과 한다는 말이 콕하고 심장을 찌릅니다. 꾸준히 뭐라도 하는 게 어렵고 힘들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렵다는 걸 압니다. 그 어려운 과정들을 이겨내고, 하루중 일정한 루틴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절망도 이겨내는 것이니까요

무언가를 잘 그리거나, 잘 쓰기 위해서는 성실한 구경꾼이 되어야 하는데, 지속적으로 천천히 조금씩 시선의 근육을 늘려가야 한다는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고 계속 보다보면 정이 들고, 애정을 가지게 되잖아요.


아빠가 건네준 단호박 한덩이에 우리도 저 단호박 키우듯이 무심한 듯 귀하게 키워졌을 거라는 생각에 먹지 못하고 작업실 책상에 그대로
두었다고 하셔서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 생각에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단호박을 건네주는 아빠가 있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의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에선 그림그 리는 작가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데요.

p150
그림과 글로 부드럽고 단단한 영혼을 그리는 삶
무언가를 계속 그릴 수 있는 기저에는
사랑하며 살고자 험한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동과
나를 둘러싼 모든 은혜에 화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누군가의 기도로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그래서 내가 그리는 풍경 안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사람이 들어 있다

그림 그리다 말고 풀벌레가 날아오면 가만히 보거나 코를 킁킁거리며 공기를 맡는 그 장면에서 제가 꿈꾸는 삶이 있었습니다.


전원 생활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소소한 일상의 담담한 이야기들 속에 작가님의 철학과 신념이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편안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의 고뇌와 어려운 점을 매일의 성실함으로 이겨 내면서 더 단단한 나이테가 생기는 거라 생각함니다. 그림 그리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오롯이 마음을 다해 전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 한자리에 8시간 이상씩 앉아서 영혼을 짜내어서 만든
작품들은 빛을 발하고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그림 에세이를 읽으면서 제가 꿈꾸는 삶이 녹아 있어서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언젠가 전시회에서 뵐 날을
기다려 봅니다. 작가님의 진정성이 느껴져서 마치 풀꽃다발이 연상이 됩니다

위 서평은 달그림으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dalgrimm_pub
@j_so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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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책이잖아!
로렌츠 파울리 지음, 미리엄 체델리우스 그림, 이명아 옮김 / 올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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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와 아스페릴라 이모는 선물을 받은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 갑니다. 생쥐 한마리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립니다. 이모는 어른의 상식적인 생각에서는 쥐가 문을 두드리는 건 말도 안된다고 합니다. 유리는 책에서는 말이 안되는 게 없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계속해서 책을 읽어 달라고 합니다.


다음 장면에서 문을 열고 나온건 파란색의 눈이 쭉 찢어진 괴물이 나타났는데, 생쥐가 하룻밤 묵을 곳을 찾고 있다고 하니, 괴물은 쉰 목소리로 안된다고 합니다. 유리가 쉰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하니 이모는 힘겹게 쉰 목소리를 냅니다.


이윽고 생쥐는 '얍' 하고 기합을 넣더니 파랗고 무시무시한 괴물을 잡아 먹었습니다. 쬐그만 생쥐가 커다란 괴물을 잡아 먹는게 이번에도 논리적으로는 말도 안됩니다. 생쥐는 쉬다가 잠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머리가 세개 달린 연두색의 용이 나타났습니다. 쥐를 빌려 달라고 하더니 생쥐를 확인하고는 뿔을 뿜어 냅니다. 생쥐는 용의 주둥이에 책을 집어 던지자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용과 함께 집이 홀라당 새까맣게 불에 타버리고, 햐얀 생쥐는 가족이 있는 작은집으로 향합니다.


이 부분이 전 이해가 안되어서 앞뒤 부분을 몇번을 읽었는데, 생쥐는 불도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네요. 앞에서 괴물을 삼켜버려서 생긴 힘일까요? 어쩌면 하얀 생쥐는 생쥐의 모습을 한 괴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린 조카에게 동화책을 읽어 줄 때가 생각이 납니다. 성격이 급하고 호기심 대마왕인 조카는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작고 귀여운 손으로 직접 그림책의 다음 책장을 넘기려고 했어요. 그러면 이모인 저는 그림책 속의 호랑이의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조카에게 위협을 주기도 했습니다.


새까만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는 초롱초롱한 조카의 눈망울을 보면 웃음이 나와서, 그림책을 읽다가 웃음이 폭발한 적도 있었습니다. 책은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있을까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스토리를 알려면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데, 왠지 저는 흥미가 떨어져서 중간중간을 읽기도 하고, 앞장과 뒷장을 번갈아가면서 읽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지도 모릅니다. 유리는 이모에게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배운 학교 교육의 참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했습니다. 책은 읽고 싶은 부분부터 기분 내키는 대로 읽어도 무방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책속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일어나는 게 가능하고, 상식이 무너지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서 책을 어떻게 읽어야 재미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림책 속의 일러스트도 아이들이 그린것 처럼 단조롭고, 편안해서 그림책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시각의 차이, 생각의 차이에 대해서 아이와 부모님이 서로의 생각을 말하면서 읽으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빨간색의 책표지의 이미지가 강해서 자꾸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위 서평은 @allnonly.book 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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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길, 부탄 히말라야 걸어간다 살아간다 시리즈 5
거칠부 지음 / 책구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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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네팔 히말라야를 트래킹한 계기로 부탄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부탄의 스노우맨 트레킹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부탄은 자유여행이 허락되지 않고, 단체여행만 가능하고, 여기에 1일 200달러의 관광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눈의 거처'라는 뜻의 히말라야는 지구상에 가장 높은 히말라야 산맥이 있고, 서쪽 인더스강과 동쪽 브라무푸트강을 경계로 무려 2,400 킬로미터가 뻗어 있는 곳이다.  펀자브 히말라야, 가르왈 히말라야, 네팔 히말라야, 시킴 히말라야, 부탄 히말라야, 아삼 히말라야등 몇개의 나라에 걸쳐 히말라야의 고봉들이 걸쳐 있다




부탄은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부탄은 오랫동안 여러 나라의 문화가 섞이면서 53종의 언어가 공존하지만 공용어는 종카어와 영어이다. '스노우맨 트레킹'의 '스노우맨'은 히말라야의 수수께끼 동물로 알려진 '예티'를 뜻한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깊숙한 곳을 걷다가 이 설인을 만날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노우맨 트레킹'은 부탄 국토의 3분의 2를 지나는 30일간의 장거리 트레킹으로, 난위도가 높아서 기본적으로 풍부한 고산 트레킹 경험이 필수라서 체력과 끈기, 충분한 시간과 여행경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10여년전에 7일간의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경험이 있었던 나는, 계획된 트레킹이 아니라, 인도 여행하다가 즉흥적으로 네팔로 넘어가서 트레킹까지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급하지 않게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고산약도 챙겨 가서인지, 고산증도 겪지 않았고, 아무일없이 내려왔지만, 트래킹  중에 트레커들의 사고를 많이 목격했고, 안나푸르나 ABC 베이스 캠프에서 경치에 취해 사진 찍다가, 절벽 아래로 추락사하는 일도 있었다. 고산 트레킹은 체력이 좋다고 자만해서도 안되고, 젊다고 자만해서도 안된다. 


p89

"사람들의 추모와 염원이 모인 고개에는 바람이 경전을 읽어 주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혼자였다면 조몰하리를 바라보며 바람과 함께 나무처럼 서 있었으리라. 왠지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철저한 프로의식과 배려로 트레킹에 함께한 이들을 감동시킨  가이드 소남과 스태프들을 보면서 네팔의 스태프와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건 부탄 히말라에서 사람은 짐을 짊어지지 않도록 국왕이 농민을 포터로 고용하는 것을 금지한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그래서 모든 짐은 노새와 말의 몫이라고 한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때 배낭 여러개를 힘겹게 지고 올라가는 포터를 볼 때 정말 안쓰러웠던 기억이 있다.


P133

히말라야를 잘 보고 느끼려면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했다. 앞으로 내가 걷는 히말라야에서는 함께 걷는 법을 배울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삐걱거릴 때도 있겠지만 성장통이라 생각하련다


장거리의 긴 트레킹 구간에서는 신체적인 힘든 점도 있겠지만, 함께하는 트레커들과 스태프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배려,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한구간 한구간을 걸으면서 호흡해야 마지막 여정까지 무사히 마칠수가 있다. 트레킹은 혼자서 떠나는 게 아닌 함께 떠나는 길 위의 여행이다.


30일동안의  트레킹은 먹고, 자고, 배출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게 더 크게 다가오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어야 비로소 풍경도 감상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트레킹 중에 온천을 만난다는 건 축복입니다. 전 네팔 히말라야 때 온천을 보고도 시간적인 여유가 허락지 않아서 발도 못 담그고 와서 섭섭했습니다. 일순간에 긴장과 피로가 설산의 눈녹듯이 사르르 녹아 내릴 것 같습니다. "히말라야에서 이런 호사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그 느낌 알것 같으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p183

엄마가 돌아가신 후부터 죽음이 선명해졌다. 처음으로 죽음을 목격한 

죽음보다 남겨질 것들이 두려웠다. 그때부터 죽음을 준비했다. 나와 관련된 모든 서류를 한 바구니에 모아 놓았다. 집을 떠나 멀리 갈 때가 되면 하루 동안 꼬박 집을 청소했다. 


히말라야를 오르기 전에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헤집어 놓을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려 하지만, 사건, 사고가 많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트레킹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부탄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과 뿌리깊은 문화까지 불교가 생활이고 종교인 부탄인들의 삶들이 오롯이 녹아있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행복이 밀려옵니다.


트레킹 중에 한식을 고집하지 않고, 스태프들을 배려해야 겠다는 마음에서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한식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 부분은 공감이 참 컸습니다. 트레커들은 음식에 너그러워야 여행이 즐거워진다는 생각입니다.


무사히 '스노우맨 트레킹'의 성공을 다시한번 축하 드리면서 작가님이 바라는대로 40대도 50대도 60대도 히말라야의 트레킹에서 멋진 경관의 사진과 함께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부탄 히말라야 짧은 코스라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다가와서 체력 준비를 해야 겠습니다. 행복한 '스노우맨 트레킹'을 마치 함께한 것 같아서 히말라야의 눈이 환영처럼 보이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고 계시거나, 트레킹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이 읽으시면 도움이 될 것이며, 산을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힐링이 되는 도서입니다. 


위 서평은 안대리로 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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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한 계절 - 손끝으로 더듬어 마음으로 여민 사적인 여행
강경록 지음 / 이데일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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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문기자로서의 전국 팔도를 다니면서 멋진 자연풍광과 함께 잠시 쉬어가는 나만의 장소를 알고 있다는 건 큰 행복인것 같습니다. 10여년간의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공간이라 더욱 추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봄이오면 노랑매미꽃의 군락지 전북 무주 적상산엔 노랑나비들이 땅을 뒤덮고 앉아 있는 듯한 모습으로 반겨줍니다. 노랑매매꽃은 피나물로도 이름이 불리는데, 줄기를 자르면 붉은빛의 액이 나온다고 합니다. 저도 듣기만 했지 처음보는 꽃이라 애기똥풀이랑 혼돈이 되었습니다. 서울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도 봄에 노랑 애기똥풀 군락지가 있어서 장관인데요. 저만이 알고 있는 장소라서 더욱 소중한곳입니다


전북 완주 금낭화 군락지는 4월말부터 5월말까지가 절정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생화중 하나라서인지 더욱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고향집에도 금낭화 몇포기가 있는데, 복주머니같이 생긴 꽃모양이 독특하게 앙징맞습니다


경북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은 사진으로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뜷리는 상쾌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오지중의 오지 마을에 있는 자작나무 숲에서 멍때리고 싶습니다.


광주 무등산은 유네스코에서 세계지질공원으로 등록해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광주에 가서 무등산을 못보고 와서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주상절리와 국내 최대 규모의 너덜지대 등 수많은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무려 2,200종이 넘는다고 하니 가히 보물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p97
200여 개 돌기둥이 약 50m에 걸쳐 늘어서 있는데, 이 장엄한 돌기둥이 노을에 물들면 수정처럼 반짝인다고 해서 일명 '수정 병풍'이라 불립니다. 감탄사도 잊게 만든 아름다운 장관인데요. 그 모습에 사학자이자 시인인 육당 최남선도 반해 '해금강 한쪽을 산 귀에 올려놓은 것 같다' 평하기도 했습니다


전남 강진 백련사 동백 숲과 백운동 별서정원. 깊고 넓은 푸른 숲속에 선홍빛 꽃이 노을처럼 깔렸다는 구절에서 그 모습이 그려집니다.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완성한 유배의 땅이자 진각국사의 혼이 어린 월남사지, 고려청자의 혼이 서린 청자 도요지이기도 하다.

'백운동 별서정원'은 멋과 운치를 감상할수 있으며, 강진만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 해풍을 벗 삼은 드넓은 차밭, 그리고 백련사의 동백 숲이 있습니다. 이곳의 동백은 다른 곳보다 더욱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고, 풀어낼 실타래가 많을 것 같습니다.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은 3월부터 노랗게 물들어서 노란색 안개가 마을을 덮은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p199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끊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중략) 그래서 산슈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소설가 김훈의 수필집 [자전거 여행]에서 산수유꽃을 이렇게 묘사했다고 합니다. 노랑 물감이 풀어 놓은듯 황홀한 색감에 어지러울 정도인데, 아직 못가봐서 이곳도 가볼곳입니다.

이 저서는 단지 여행지를 소개하자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작가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매번 마주치는 풍경과 독자들과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고 하신게 기억에 남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레임은 일상을 기쁨의 도가니로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누구를 만날지, 어디로 갈지, 무엇을 먹을지, 어느 곳에 머물지, 이 모든 것들이 여행이 주는 설레임과 기대감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하고 싶어하고, 여행하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곳에서의 풍경과 내음과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잔잔한 일상이 그리울테고, 한껏 충전한 에너지를 일상 속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여행은 더욱 소중합니다. 떠나기 전에 준비물 목록을 적고, 준비물들을 모아서 하나 하나 가방에 넣을 때의 그 두근거리는 기분이 그립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자연을 닮은 감성이 느껴져서 참 편안하면서도 싱그러웠습니다. 수목원을 좋아하고 식물을 가꾸는 저로서는 자연을 벗 삼아서 여행하고픈 마음이라 소개되는 곳곳이 모든 것을 아우를 정도로 좋았습니다. 마치 함께 벗이 되어서 기나긴 여행을 마친 기분입니다. 일상에서 잠시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쉼이 되는 곳이 궁금하다면 읽어보세요

위 서평은 이데일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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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작고 큰 - 상상력 놀이터 · 미니어처 세상 토토의 그림책
타나카 타츠야 지음, 권남희 옮김 / 토토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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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동안 [작고 작고 큰]  책 겉표지에 붙어있는 띠지에 있는 사람 모형을 잘라서 저만의 미니어처 세상을 만들어 봤습니다. 작가님은 10년동안 매일 꾸준하게 미니어처 세상을 만들어서 피드에 올리는데요. 미니어처 세상을 만들면서 다른 각도의 시각으로 보게 되네요


빨래집게를 분해해서 소인국의 사람들이 조립을 시작합니다. 설계도면을 펼치고 어떻게 건설할지 고민을 하는데요. 근사한 주황색 그네가 탄생이 되었습니다. 오늘 빨래집게를 꺼내어서 거꾸로 뒤집어서 세워 봤어요. 어떻게 그네를 만들 아이디어를 내었는지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안경렌즈는 아이들의 수영장이 되고, 썬글라스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광경도 재미있어서 깔깔거리고 봤습니다. 안경렌즈속의 수영장으로 풍덩하고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초등학교때 사용하던 악기들이 다 모여있습니다. 탬버린은 대관람차가 되고, 캐스츠네츠는 월드컵이 되네요. 놀이공원은 좋아하지 않지만 악기들로 만들어진 이곳에는 가고 싶어집니다


김밥으로 만든 기차를 보면서 속재료가 뭐가 들었나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김밥기차옆으로 핫도그 기차, 딸기파이 기차, 피리 기차가 있는데요. 전 이중에서 김밥기차가 제일 타고 싶어져요. 김밥기차를 타면 왠지 김밥속의 재료들이 승무원으로 있을것 같아서입니다. 단무지 승무원이 티켓 검사할것 같은 상상을 해봅니다.


작가님은 누구나 알고 있던 세상을 일상의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여,  잔잔한 여운과 재미를 주는 미니어처를 만드셨는데요. 고정관틈의 틀을 깨어 사물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물건을 볼 때 작은 소인국의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잠시 머뭇거리게 될 것 같습니다


미니어처 세상을 만들면서 조심스럽게 모든 것들을 대하게 되고, 조금의 실수라도 있으면 그 세상이 망가질까봐 긴장을 하게 되네요. 오늘은 아보카도로 무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

다. 상상력이란 이렇게 일상에서 덤으로 주는 재미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평상시에 하지 않는 생각의 전환, 관찰이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어서 즐겁게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도 한번더 찾아보면서 동기부여도 되고, 지치고 힘들때, 작고 작은 미니어처 세상속으로 들어가서 잠시 쉼을 가지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번 틀에 박힌 것들은 쉽사리 깨어지기가 힘이 든데요. 책속의 작은 미너어처 사람들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나 어른들에게도 창작과 새로운 시각의 차이를 알게 해주며, 잠시 머리를 식힐때 보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이 날것 같습니다. 


위 서평은 토토북으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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